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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고발

내부고발자 쫓아내고 교육청 돈으로 재벌 행세

무소불위 사학권력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내부고발자 쫓아내고 교육청 돈으로 재벌 행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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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실 시설 방치, 공사비 유용

서울 은평구 충암학원은 바둑과 야구 명문으로 꼽힌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소유한 이 재단 건물 5개 동은 2008년 서울시교육청 안전점검에서 최하등급(D등급)을 받았다. 재난안전위험시설로 분류돼 수리도 아닌 개축(改築) 대상이다.

학교 상태는 심각하다. 충암고는 옥외 비상계단에 자물쇠를 걸어 출입을 막았고 건물 벽이나 천장의 시멘트 중성화(부식) 정도가 심해 손으로 만져도 쉽게 부스러진다. 화장실은 지하 1층과 지상 3층, 두 곳밖에 없어 학생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는다. 김형태 전 서울시 교육의원은 “2007년 이 건물에서 유리 창틀이 떨어져 지나가던 학생 머리에 맞았다. 머리를 스물일곱 바늘 꿰맸다”고 폭로했다.

이웃한 충암중 학생들은 본관 중앙의 정식 출입구 대신 건물 뒤편에 설치된 임시 출입구를 사용한다. 1층 중앙 로비 구역에 재단 사무실, 행정실이 있어 2층으로 연결되는 정식 계단이 폐쇄됐기 때문이다.

2011년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에서 충암학원의 비리 32건이 적발됐다. 재단이 교육청에서 지원한 공사비를 시설 보수에 쓰지 않고 공사비를 과다 계산하는 방법으로 부정 이득을 취한 사실도 드러났다. 교육청은 적발된 비리를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시정명령을 내렸다.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자 교육청은 학급 수 감축, 특별교부금 지원 중단 등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곽노현 당시 교육감 퇴임 이후 충암고의 학급 수는 원상 회복됐다.



2014년 12월 현재 충암학원은 공사장 분위기다. 5개 동 중 여름방학에 수리한 2개 동을 제외하고, 3개 동에 대한 수리가 겨울방학에 진행될 예정이다. 총 공사비용은 17억 원인데 전액 서울시교육청 예산으로 충당한다.

교육청 안전관리담당자는 “2012년부터 예산 심의가 있었고 계획된 수리”라고 답변했다. 그는 “충암학원은 개축 대상인데 건물을 새로 지으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재단에서 총 공사비의 30%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그간 재단이 공사를 진행하지 않아 교육청도 손을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수리를 마치면 충암학원 5개 동은 안전진단을 다시 받는다. 그는 “C등급으로 상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암고 한 교사는 학교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이지만 벌써 공사에 들어갔다. 교실 수리로 갈 곳이 없어진 여중 3학년생들이 수능을 마친 남고 3학년 교실에서 수업하는 실정이다. 고교 1, 2학년 시험기간이고 고3 입시 지도도 해야 하는데, 학교 곳곳에 공사 장비가 널리고 학생이 뒤섞이다 보니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하다.

더 큰 문제는 수리를 하더라도 근원적 해결이 안 된다는 점이다. 개축하지 않는 이상 언제 또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하루는 우리 반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선생님, 건물 무너지면 우리 어디로 숨어요?’라고 묻더라. 이 학교에 배정받은 게 아이들 잘못이 아닌데, 이런 시설에서 공부하게 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

★ 부정 입학, 이사장 전횡

2013년 초 서울 강북구 영훈국제중의 입학 비리가 드러났다. 그해 5월 20일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를 통해 입학전형 성적조작 관련자 11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영훈학원에 이들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해 12월 교육청은 한준상 연세대 명예교수를 이사장으로 한 임시 이사단을 내려보냈다.

2014년 5월 12일 서울고등법원은 김하주 전 이사장과 임모 행정실장에 대해 각각 징역 3년 6개월, 1년을 선고했다. 부정 입학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은 영훈국제중을 자퇴하고, 현재 미국 동부의 명문 기숙학교에 재학 중이다. 김 전 이사장 판결문에 영훈학원의 부정 입학 실태가 그대로 담겼다.

“2009학년도 신입생 등록마감일이 경과한 후 미등록 결원이 생기자 다수의 불합격 학생 학부모가 자녀의 추가합격을 요청했다. 2009년 2월 한 학부모가 법인실로 찾아와 ‘쌍둥이 자녀인데 1명은 떨어지고 1명은 입학했다. 다른 1명이 입학할 수 있게 기여하겠다’며 현금 2000만 원을 임 행정실장에게 건넸다.”

“한 학생(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2012년 11월경 영훈국제중학교 비경제 사회적배려자 전형에 지원하자 김 전 이사장이 교장·교감에게 ‘학교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니 선발을 하라’고 지시했다. (…) 이 학생이 합격권 바깥에 있자 주관식 영역 점수를 모두 만점으로 높인 다음 이보다 성적이 좋은 13명 학생의 성적을 낮게 수정했다.”

내부고발자 쫓아내고 교육청 돈으로 재벌 행세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둔 5월 20일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은평구 충암고교를 방문, 노후 건물의 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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