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호

불법대출, 직원비리, 과다결손 이사장·감사 非전문·無책임 탓

사고, 또 사고…새마을금고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입력2015-07-22 1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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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00곳 중 이사장 198명, 감사 79명만 금융인 출신
    • 수백억 금융사고 나도 금고형 이상 아니면 이사장 연임
    • “간선제, 자체 선관위 구성 등 선거제도 개혁해야”
    불법대출, 직원비리, 과다결손 이사장·감사 非전문·無책임 탓
    올해 초,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새마을금고 사기대출사건을 아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 화제를 모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갓 독립한 20대 초반 여성이 올린 글이다. 내용은 이렇다.

    2012년 인천에서 2300만 원짜리 전세를 얻었다. 등기부등본에 ‘매매가 1억3000만 원’이라 적혔고, 새마을금고 대출이 있었지만 채권최고액 8900만 원으로 실제 대출금은 6900만 원이었다. 집주인이 대출을 갚지 못해 경매에 들어가도 전세금은 충분히 건질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는 새마을금고에서 자신들이 손해를 입지 않을 만큼만 대출해줬을 것이라고 믿었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최대 2200만 원까지 소액임차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확정일자까지 받았다.

    하지만 입주 1년 만에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 이유를 알고보니 새마을금고 직원이 법무사와 짜고 ‘업(up) 계약서’를 쓰고 등기부등본을 조작한 뒤 시세보다 비싼 집값으로 대출을 해준 것이었다. 전세까지 놓아 전세금까지 챙긴 집주인은 대출금을 전혀 갚지 않고 집을 날린 것이다.

    경매 낙찰 후 김씨가 소액임차보호를 통해 2200만 원을 돌려받으려 하자 새마을금고에서 ‘배당이의소송’을 걸었다. 자기들이 직원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일어난 대출 사기인데도 모든 관련 사건에 배당이의소송을 걸어 세입자 전세금을 묶어버린 것이다. 법무사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해야 회계상 손실처리를 미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글을 올린 여성은 “새마을금고의 횡포로 세입자들만 고통을 겪는다”며 “요즘 자살 생각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年 1000억 부실대출 결손



    사실 관계를 확인해보니 이 새마을금고는 2013년 5월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불법 대출과 관련해 한 달 동안 집중감사를 받았다. 한 달 동안 감사가 진행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감사 결과 2012년 1년 동안 220건, 130억 원의 불법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새마을금고 자산의 10%가 넘는 액수다.

    새마을금고중앙회(회장 신종백)에 따르면 올해 4월 30일 기준으로 단위 새마을금고는 1355개, 영업점은 3200개가 넘는다. 거래자는 1830만 명, 총자산 규모는 121조4479억 원에 달한다. 웬만한 대형 은행 못지않은 규모다. 더구나 주로 대도시에 지점이 몰린 시중은행과 달리 전국 구석구석 영업점을 보유해 말 그대로 ‘대표적 서민금융’이라 할 수 있다.

    새마을금고는 우리 고유의 자율적 협동조직인 계, 향약, 두레, 그리고 마을생활 공동체 정신 계승을 표방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불법 대출, 부실 경영, 선거 비리 등 갖가지 부정적 이미지로 국민에게 각인돼 있다. 이런 사건이 끊이지 않고 터지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도 새마을금고에 허위 감정평가서를 제출해 10억 원대 거액을 대출받고, 사업 투자 등을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새마을금고는 감정평가서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거액을 대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새마을금고 이사장이나 내부 직원이 부정 대출을 받아 손해를 끼친 경우도 많다. 6월 부정 대출 혐의로 내부 감사를 받던 모 새마을금고 지점장이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자신의 친지 혹은 친구 명의를 빌리거나 서류를 위조하는 방법으로 11억5000만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새마을금고는 관행적으로 2000만 원 이하 신용대출은 임원 결재 없이 지점장 재량으로 가능하다. 이에 앞서 3월에도 한 새마을금고에서 임직원 4명이 차명계좌를 개설해 약 3600만 원의 공금을 빼돌린 사실이 발각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에 2010년 이후 부실 대출로 인한 대손상각(결손) 처리 건수와 손실액, 임직원이 가담한 금융사고 손실액과 건수, 직원 징계 현황 등의 자료를 요구했지만 “자료 제공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지난해 10월 행정자치부가 진선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4년 반 동안 새마을금고가 부실 대출로 결손 처리한 금액이 4637억 원으로, 연 1000억 원대에 달했다. 2010년 662억 원에서 2013년 129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2014년 상반기에도 379억 원을 결손 처리했다.

    임직원의 비리·횡령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했다. 같은 기간 임직원이 연루된 금융사고 손실액만 327억 원이다. 특히 2013년엔 204억 원으로 급증했다. 2012년부터 2014년 8월까지 징계를 받은 임직원은 1000명이 넘는다.

    불법대출, 직원비리, 과다결손 이사장·감사 非전문·無책임 탓


    구멍 뚫린 감시체계

    불법대출, 직원비리, 과다결손 이사장·감사 非전문·無책임 탓
    왜 유독 새마을금고에 이런 사고가 많을까. 단위 새마을금고에서 10년 넘게 상무로 재직한 이모 씨는 “새마을금고의 부실 대출과 임직원 비리는 필연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은행은 보통 7, 8단계를 거쳐 대출이 이뤄진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과장 등 담당 직원이 서류를 작성해 올리면 상무가 도장 찍고, 이사장이 도장 찍으면 끝이다. 또한 은행은 담보대출을 할 때 대부분 감정원 감정을 받는 데 비해 새마을금고는 5억 원 넘을 때만 감정원 감정을 받고 그 이하는 대개 직원이 직접 감정해서 결정한다.”

    부실 대출을 막기 위해 새마을금고는 대출 업무를 맡지 않은 직원들로 대출심사위원회를 꾸려 운영한다. 하지만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위원회가 얼마나 철저하게 감시할지 의문이라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이사장과 감사가 금융에 문외한인 경우다. 담당직원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부실 대출을 해주고 횡령할 수 있는 단순한 구조에서 이사장과 감사가 금융 업무를 모른다면 그런 사실을 파악하기 힘들다.”

    단위 새마을금고 이사장과 감사의 전문성을 확인하기 위해 새마을금고중앙회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개인정보라 제공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행정자치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전국 지역 새마을금고 1284곳 가운데 금융업계 상근 경력이 있는 이사장을 둔 곳은 198곳으로 전체의 20%도 되지 않았다. 감사는 79곳에 그쳤다.

    단위 새마을금고의 자체 감시장치가 미진하면 상급기관인 새마을금고중앙회, 행정자치부 등에서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한 듯하다. 행정자치부에서 새마을금고지원단을 운영하지만 인원이 12명뿐이고, 그나마 감사 인력은 그중 절반도 안 된다.

    자산이 1000억 원 이상인 단위 새마을금고 300여 개는 외부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고, 잠재적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한 40개 금고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이 직접 점검한다. 나머지 1000개가 넘는 대다수 단위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자체적으로 감사하는 실정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모든 단위 새마을금고를 해마다 감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고 수습 과정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부실 대출이 직원의 부정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최종 결재를 한 이사장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현직 이사장이 업무관련자인 경우 해당 금고 감사가 대표권을 행사해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통해서 확정판결을 받아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금융사고가 나면 감사가 민사소송 등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책임소재와 배상범위를 명확히 판결받아야 한다. 하지만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감사가 법적 조치를 취한 경우는 한 번도 없다고 한다.

    또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결재 라인에 있는 관계자들이 연대 손해배상을 통해 사고손실금을 전액 변상 조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진선미 의원은 “이사회에서 경제력이 미약한 실무 직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대부분 떠넘기고는 결국 결손 처리하는 일이 되풀이된다”고 지적했다.

    책임 안 지는 이사장

    앞서 언급한, 130억 원대 부실 대출 사고가 난 ○○새마을금고 경우를 보자. 새마을금고 규정에 따르면, 이사회에서는 사고손실금 전액에 대해 업무관련자(사고자 포함)의 책임범위(과실비율)만을 결정해 손실금을 조기 보전할 수 있게 조치하도록 한다. 그런데 ‘비율’이 아닌 ‘금액’으로 결의했다.

    대출사고가 나면 담보를 처분해 돈을 회수해야 한다. 주택의 경우 경매에 부친다. 낙찰되기까지 길면 몇 년도 걸린다. 또한 얼마가 회수되고, 얼마나 손실이 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중앙회 감사 결과가 나오고 몇 달 만인 2013년 12월 이사회에서 이사장 2억 원, 상무와 전임이사장은 수천만 원을 배상하고 나머지 손실액은 전액 불법 대출에 직접 관여한 담당 직원이 배상하는 것으로 결의했다.

    지난해 2월에 나온 ○○새마을금고의 2013년도 결산보고서를 보면 그해 대손상각 처리한 손실액이 24억 원이다. 이 중 상당부분이 불법 대출로 인한 손실이다. 이사장은 2013년에 확정된 손실액의 10%도 배상책임을 지지 않은 것이다. 대손상각 처리해야 할 손실액이 그 뒤에 더 늘어난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이사장의 책임 비율은 이보다도 훨씬 줄었다.

    일반 기업이나 금융권의 경우 수십억 원대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자는 자리를 보전하기 힘들다. 하지만 새마을금고에선 불법행위로 수백억 원의 손실을 끼쳤더라도 법적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아니면 물러날 필요도 없고, 다음 선거에 출마해 연임할 수도 있다. 앞의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올해 초, 임기가 1년 남은 상태에서 갑자기 이사장을 사임한 후보궐선거에 다시 출마, 당선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규정상 보궐선거 출마를 금지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단위 새마을금고는 모두 독립법인체라 자체적으로 이사장을 선출한다. 그런데 1352개 새마을금고 중에서 회원총회를 통해 이사장을 선출하는 곳은 254곳에 불과하고, 80%가 넘는 1098곳이 대의원총회를 통해 간선제로 선출한다. 대의원은 대개 100~150명. 따라서 대의원들만 잘 관리하면 누구나 이사장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권, 탈법 선거가 일어나기 쉬운 구조다.

    ‘이사장 마음대로’ 가능한 구조

    5월 부산에서 새마을금고 이사장 자리를 놓고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관련자가 모두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현직 이사장이던 A씨는 불출마 대가로 B씨에게 1억 원을 받은 후, 제3의 후보인 C씨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B씨에게 ‘금품제공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B씨의 불출마를 종용했다. B씨가 거부하자 검찰에 금품수수 사실을 신고했지만 그 내막이 밝혀지면서 함께 형사처분을 받았다. 돈이 오가는 과정에 지역 정치인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건이 종종 일어나는 것은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그만큼 이권이 많은 자리라는 방증이다.

    이사장에 당선됐다는 건 과반 이상 대의원의 지지를 확보했음을 뜻한다. 그런데 대의원은 이사장 선출뿐 아니라 7~15명으로 이뤄진 이사와 감사도 선출한다. 선출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유권자가 후보들 중에서 한 명씩에게만 투표하는 방법도 있고, 이사회 정원 수만큼 투표(정수투표)하는 방법도 있다. 많은 새마을금고가 정수투표를 택한다. 따라서 대의원 과반수를 확보한 이사장이 마음만 먹으면 이사와 감사까지 모두 자기 사람으로 채울 가능성이 높다. 정수투표제는 이사장에게 잘 보여야 이사나 감사가 될 수 있는 구조이기에 자연히 이사와 감사는 이사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선거 구조가 이렇다보니 동네에서 돈 좀 있고 활발하게 활동한 사람들이 이사장, 이사, 감사 자리를 차지하기 쉽다”고 말했다. 연간 수천억 원을 주무르는 금융기관의 수장들에게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100~150명의 대의원만 상대로 하는 선거이기에 금권, 탈법 유혹에 노출된다. 공정선거가 되려면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공신력 있고 전문성 있는 정부기관인 중앙선관위에 선거관리를 위탁한 곳은 8곳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자체적으로 선관위를 꾸렸다.

    새마을금고 중에는 한 사람이 30년 넘게 이사장을 하는 곳도 있다. 20년 이상 이사장을 하는 곳은 허다하다. 정부는 2007년 새마을금고법을 고쳐 그 전에 몇 년을 했든 향후 한 차례만 연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따라서 2008년 선거에서 연임된 이사장은 2012년 출마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2011년 새마을금고법이 개정돼 두 번까지 연임이 가능하게 됐다. 현직 이사장이 또다시 연임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비상근 이사장 + 상근 이사’

    단위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만 폐쇄적인 게 아니다. 지난해 치른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 선거에서도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150여 명의 선거인단과 관계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선거가 진행된 것. 더욱이 선거 장소인 충남 천안연수원 정문과 인근 야산엔 수십 명의 새마을금고중앙회 직원이 배치돼 관계자 이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이 때문에 단위 새마을금고 이사장과 회원들은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하는 축제의 장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회장 선거와 관련 선거장에는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 외에는 출입을 일절 금한다”며 “특히 선거일 전날, 선거와 상관없는 일부 새마을금고 임원 및 회원들이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는 정보가 입수돼 직원들을 배치했다. 원만한 선거를 치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이유야 어떻든 군사정권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밀실 선거’를 치른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새마을금고법 시행령을 개정하며 새마을금고중앙회 선거 규정을 개선했다. 현재 100명 이상인 대의원 수를 300명 이상으로 늘려 선거의 객관성을 높였다. 또한 차기 회장부터는 비상근 명예직으로 전환해 실무에서 손을 떼도록 하고, 회장이 갖던 권한을 신용공제 대표, 지도감독이사, 전무이사 등 3명의 상근이사에게 분산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에서 금융사고가 더는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단위 새마을금고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개혁의 핵심은 이사장 선출 방식과 자격이다. 김상조 경북 구미시의원은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를 현행 대의원 간접선거가 아닌 회원 직선으로 바꿔야 한다. 또한 농협처럼 같은 날 전국 동시선거로 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새마을금고의 한 관계자는 “이사장과 감사는 최소한의 금융 경력을 갖춘 사람으로 자격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관계자는 “이사장 자격을 금융인 출신으로 제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중앙회 회장처럼 단위 새마을금고 이사장도 비상근 명예직으로 전환하고, 대신 금융권 경험이 있는 상근이사를 의무적으로 두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감사도 최소한의 금융 전문성을 갖춘 사람으로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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