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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기용’ 땐 서운해도 피츠버그는 딱 내 스타일”

‘해적선’ 4번타자 강정호

  • 피츠버그=이영미 | 스포츠 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오락가락 기용’ 땐 서운해도 피츠버그는 딱 내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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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고 여유로운 海賊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는 수많은 세리머니가 오간다. 선수들끼리 합장을 하거나 그들만의 약속된 신호로 세리머니를 하는데, 강정호는 류현진처럼 선수들 뒤통수 때리기에 재미를 붙였다. 기자가 보는 상황에서 우익수 폴란코가 강정호의 뒤통수에 살짝 손을 대자, 강정호는 곧바로 더 강력한 파워의 응징을 가했다. 파이어리츠 더그아웃 안에서 본 강정호는 이방인이 아니었다. 그들의 팀메이트로 인정받았고, 선수들의 따뜻한 관심과 관계 맺기 속에서 편안하고 여유 있는 ‘해적떼(pirates)’의 일원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파이어리츠 팬들도 강정호에게 환호했다. 파이어리츠 홈구장 PNC파크에서 만난 마이크(48) 씨는 부모의 파이어리츠 사랑이 자신에게까지 대물림됐다고 설명하면서 파이어리츠 팀에 관해선 모르는 게 없다고 자신만만해했다. 그는 강정호에 대해 묻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말했다.

“‘오락가락 기용’ 땐 서운해도 피츠버그는 딱 내 스타일”
“그를 더 자주 보고 싶다”

“‘오락가락 기용’ 땐 서운해도 피츠버그는 딱 내 스타일”
“강정호라는 한국 야구선수가 파이어리츠의 내야수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가 컸다. 우리에겐 외국 야구 시장의 재능 있는 선수들이 필요했다. 그런데 파이어리츠가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삭스 같은 부자 구단들을 제치고 좋은 선수를 영입했다고 해서 무척 기뻤다(보스턴과 양키스가 강정호의 포스팅 입찰에 참여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그러나 허들 감독의 선수 기용을 보고 약간 실망한 감도 없지 않다. 나 같으면 강정호를 그렇게 쓰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만약 당신이 허들 감독이라면 강정호를 어떻게 기용하겠나”라고 묻자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지속적으로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잘라 말했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가 처음인 선수다. 그런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경기 출전이다. 닐 워커, 조시 해리슨, 조디 머서 등은 메이저리그 경력이 많지만 강정호는 그렇지 않다. 주전으로 기용하다 대타로 넣었다 하면서 경기력 테스트를 하면 결코 좋은 실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강정호만을 위해 팀을 운영하라는 게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어느 정도의 꾸준한 출전이다. 그래야 강정호도 메이저리그가 어떤 곳인지 느낄 수 있지 않겠나. 다행인 것은 허들 감독의 변덕스러운 라인업 변경에도 강정호는 어느 자리에서든 안타를 치고 득점을 올리고 환상적인 수비로 실력을 뽐낸다는 사실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파이어리츠의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토니(62) 씨도 그와 비슷한 의견을 나타냈다.

“처음에는 강정호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그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정보를 찾아보니 그가 KBO리그에서 엄청나게 많은 홈런을 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파이어리츠에서 그가 보여줄 파워를 상상하면서 엄청 흥분됐다. 지금은 홈런보다는 안타가 주(主)지만, 이 정도에도 충분히 만족한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앞으로 그를 야구장에서 더 자주 보는 것이다. 설령 부상당한 선수가 돌아온다고 해도.”

신인으로 돌아가다!

기자가 강정호를 피츠버그에서 만날 때만 해도 그는 주전보다 대타 요원으로 주로 기용됐다. 그는 “아침에 클럽하우스에 출근해 감독이 내놓은 라인업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한 일과 중 하나인데, 이름이 없을 때는 살짝 실망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즌 초반에는 내 이름이 라인업에 없을 때 실망감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었다. 그러나 경기를 치르면서 그렇게 실망만 하고 있기엔 메이저리그의 한 해 경기 수가 너무 많다는 걸 절감했다. 경기에 못 나가는 날엔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면서 잘 쉬자고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한번은 5게임 연속 주전으로 나가지 못했다. 감독님이 첫 시즌이라 쉬는 시간을 많이 주려고 배려하는 거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다가도 기분이 안 좋아질 때가 있다. 안타를 못 치거나 삼진 먹은 다음 날에는 어김없이 경기에서 빠졌다. 전날 성적을 나를 제외한 명분으로 삼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강정호는 한국 팬들에게 자상한 이미지로 다가온 허들 감독에 대해 불만은 없지만, 선수 기용이 오락가락할 때는 약간 서운한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어딜 가도 염경엽 감독님 같은 분은 안 계시는 것 같다. 선수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염 감독님이 최고다.”

대타로 나가 그때마다 안타나 득점을 올리고 타점까지 챙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강정호도 출장이 오락가락하면서 짧은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사실 한국에서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보니 시즌 초에는 좀 헤맨 게 사실이다. 대타 자리가 익숙지 않아서. 야구는 결과론인데, 대타로 나가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모든 게 변명처럼 들리는 것 같아 입도 열기 싫었다. 대타로 나갔을 때 투수가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으면 타자 처지에선 어려운 타석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긴 볼넷이 거의 없고, 볼 카운트가 타자에게 몰리면 안타 칠 확률이 낮다. 투수가 머리를 굴리기 전에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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