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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남녀관계 최신 트렌드 1

“배우자 싫다기보단 밋밋해서…”

간통제 폐지 후 날개 단 불륜…‘애슐리 매디슨’ 북적

  • 이수빈 · 박지연 · 정원규

“배우자 싫다기보단 밋밋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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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42)씨는 아내와 주말부부로 지낸다고 했다. 아내가 주말에도 더러 출근해 자주 못 만난다고 한다. C씨는 “외로움을 달래려고 최근 애슐리 매디슨을 찾았다. 여기서 만난 여성과 서로의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사귀려고 한다”고 전했다. 40대 중반의 D씨도 C씨와 비슷한 이유로 여기를 찾는다고 했다. D씨는 “아내가 이런 곳을 이용한다면 슬프겠지만 이해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40대 초반의 기혼남인 E씨는 지속적으로 만날 여성 파트너를 신중히 고르는 중이라고 했다. 안정된 가정, 고소득 전문직종, 명예를 잃고 싶지 않아 신뢰할 만한 여성을 깐깐하게 고른다는 것. “한번은 여성과 만날 약속을 잡아놓고 찜찜해 취소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한 공무원은 “만약 공무원이 기혼자 연애 중개 사이트에 가입해 활동하다 들키면 품위 유지 등과 관련해 징계를 받을지도 모른다. 전문직이나 대기업 임직원 같은 민간 직종 종사자들도 상당한 명예실추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E씨는 “대화 상대가 아닌 불륜 상대를 찾고 있다”며 이 사이트에 가입한 목적을 분명히 했다. 사회적 기득권을 계속 누리면서 일탈적 욕망도 충족하려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30대 후반 기혼남 F씨는 “남편과 싸우고 혼자 소주 마신다는 여자를 만났다. 기혼자의 마음은 기혼자가 안다고, 이런 여자와 대화하는 게 좋다. 내게 힐링 효과를 준다”고 했다.

이 사이트 이용자들은 커뮤니티를 따로 운영한다. 여기서 접한 50대 중반 기혼남 G씨는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로 취재팀 여학생과 인터뷰했다. 10대 딸을 뒀다는 그는 “착한 아내가 있다면 미안함을 느낄 것”이라며 원만하지 않은 결혼생활 탓으로 돌렸다. 그는 “잘한 결혼은 아니고 이혼도 쉽지 않아 여자친구 하나 만들어보려 한다”고 했다.



“외도의 설렘, 오랫동안…”

키 186cm에 건장한 체격을 가진 H(35)씨는 애슐리 매디슨을 비난했다. 그는 이 사이트에서 여성 회원들이 ‘조건만남’을 제안하는 것을 자주 접했다고 한다. 연애 중개가 성매매 중개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이 사이트가 여성과의 대화가 성사되기 전에 남성 회원에게서 너무 많은 돈을 거둬간다고 지적했다.

취재팀 남학생이 회원으로 가입한 뒤 로그인을 하자 화면 상단에 여성 회원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채팅창이 떴다. 실시간 채팅을 시도하니 ‘결제하라’는 안내 문구가 나타났다. 여성 회원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할 때도 마찬가지로 결제 안내창이 떴다. 반면 여학생이 남성 회원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채팅할 땐 이와 같은 안내창이 뜨지 않았다. 남성에겐 유료, 여성에겐 공짜인 것이다.

결제엔 사이버머니 크레딧이 사용된다. 최소단위인 100크레딧을 구입하는 데 8만9000원이 들었다. 남성 회원이 메시지를 보내거나 채팅할 때마다 크레딧이 차감됐다. 여성에게서 온 메시지를 열어볼 때도 크레딧이 줄었다. 회원에서 탈퇴할 땐 남녀 회원 모두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지우기 위해 별도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H씨는 이런 요금체계가 남성 회원을 상대로 한 과도한 장삿속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애슐리 매디슨의 고객 정보가 해킹됐는데 이 과정에서 ‘회원이 탈퇴 수수료를 내더라도 회원정보가 지워지지 않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애슐리 매디슨 측은 탈퇴 수수료를 면제해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애슐리 매디슨의 여성 회원은 인터뷰에 소극적이었다. 취재팀 남학생은 크레딧을 구입해 여성 회원 40명에게 인터뷰 요청을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 이들 중 3명의 여성이 취재에 응했다.

42세 워킹맘 I씨는 “남편과의 잠자리도 뜸하다. 최근엔 돈문제로 남편과 갈등이 생겼다. 직장일과 가사에 바빠 다른 남자를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애슐리 매디슨 같은 곳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39세 기혼녀 J씨는 부부 사이가 좋은 편이지만 애슐리 매디슨을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인터넷 기사를 읽고 호기심에 가입했다는 J씨는 “배우자가 싫다기보다는 밋밋해서…특히 연하남에 대한 로망이 있다”고 고백했다. J씨는 이 사이트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 열 살 아래 남성과 따로 만나기도 했다고 한다. “처음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문자로 주고받는다. 그러다 호감이 생기면 따로 약속을 정해 만난다.”

42세의 ‘매여 있는 여성’ K씨는 일부 남성 회원과의 대화나 만남을 통해 해방감을 느낀다고 했다. K씨는 “칼도 쓰기 나름 아니냐. 다짜고짜 성적으로 접근하는 남성, 직접 쓴 문장이 아닌 기계적으로 쓴 문장을 여러 여자에게 뿌리는 남성은 사절이다. 그러나 잘 고르면 외도의 설렘을 오랫동안 함께 나눌 남성을 찾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욕망의 둑은 터졌고…

애슐리 매디슨에 대해 ‘윤리와 담을 쌓았다’ ‘가정과 사회의 보편적 가치관을 오염시킨다’ ‘사람들을 유인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다, 고객 보호가 철저하지 않다’는 비판이 많다. 싱가포르는 가족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애슐리 매디슨의 접속을 막고 있다. 이 사이트의 크리스토프 크레이머 사업부문총괄은 “아는 사람과의 외도로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선 모르는 사람과 만나므로 안전하다”고 말한다. 일부는 이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일부는 궤변이라고 할 것이다.

특히 해커가 이 사이트의 3700만 고객 정보를 유출하겠다고 위협한 사건은 이 사이트를 들락거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처럼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외도 사이트 회원 경력’이 드러나면 개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나 욕망의 둑은 터졌고 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 애슐리 매디슨은 환호성을 지른다. 이 사이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서비스를 개시해 차단되기 전까지 5만 명의 회원을 모았다. 올해 간통죄 폐지로 서비스를 재개하자 2주 만에 10만 명이 들어왔다. 크레이머 총괄은 “한국은 세계에서 이용자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다. 지금까지 최단기간 회원 수 100만을 돌파한 국가는 8개월 걸린 일본인데, 한국이 이 기록을 넘어설 것 같다. 내년 한국 내 회원 수는 16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2020년 우리나라는 이 사이트의 세계 3대 시장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지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취재로 우리나라에서 외도 중개 사이트가 수개월 새 급성장한 사실, 이 사이트 안에서 기혼·미혼 남녀가 왕성하게 새로운 이성관계를 모색하는 사실이 확인된다. 간통죄 폐지 우려가 현실화하는 게 아닐까 싶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미디어글쓰기’ 수강생들이 작성했습니다.

이수빈 | 고려대 사회학과 lsb117@naver.com

박지연 |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jyp1208@korea.ac.kr

정원규 | 고려대 사회체육학과 wonkyu0312@korea.ac.kr

신동아 201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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