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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신뢰, 글로벌 감각 ‘효성 DNA’로 벽돌 쌓는다”

조현준 효성 사장 최초 인터뷰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기술, 신뢰, 글로벌 감각 ‘효성 DNA’로 벽돌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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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성은 해외에 35개 제조·판매법인이 있고, 내수보다는 수출에 주력하는 기업이다. 세계 경제를 보는 눈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 따로 자문을 받기보다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흐름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11개 신문을 읽으면서 아침을 시작한다. 블룸버그, CNBC, NHK 방송도 듣고.”

▼ 신문·방송이 ‘경제 선생님’?

“미국 사람은 미국 경제를, 브라질 사람은 브라질 경제를 알면 충분하지만 나는 사정이 좀 다르다. 각 나라 간의 상관성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이 브라질 원자재를 사줘서 브라질 경제가 좋아졌다고 하자. 중국 경제가 침체되면 구매력이 떨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브라질 경제도 어려워진다.

유가가 떨어지면 효성의 변압기 수출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중동 국가의 신규 발전소 발주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변압기 생산보다는 노후 발전소 변압기 유지·관리에 경영의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이 줄면 효성의 주력산업인 타이어코드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 터키에서 일어난 일이 유럽과 남미 시장엔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세계지도를 활짝 펴놓고, 신문·방송과 지도를 함께 보면서 생각을 많이 한다. 글로벌 감각과 변화의 움직임을 읽어야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으니까.”



▼ 영어, 일본어, 이탈리아어가 유창하다고 들었다.

“공부하고 직장생활 한다고 미국, 일본에서 각각 11년씩 살았으니….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와 회장님은 외국어를 무척 강조하셨다. 고등학교 때 조기유학 한 것도 어떻게 보면 어학의 중요성 때문이었다. 할아버지는 ‘전화를 끊을 때까지 상대방이 너를 미국인, 일본인이라고 믿을 정도의 영어·일본어 수준을 갖춰라’고 늘 말씀하셨다. 외국인이 아무리 한국어를 잘한다고 해도 우리는 전화 통화를 하면 금방 알지 않나. 덕분에 영어·일본어 공부에 열중했다.”

돌 맞은 비단잉어

“기술, 신뢰, 글로벌 감각 ‘효성 DNA’로 벽돌 쌓는다”
▼ 기술력과 외국어를 강조하셨나보다.

“하나 더 있다. 신뢰다. 신뢰는 작은 것에도 깨진다고 늘 말씀하셨다. 어릴 때 아버지와 여행을 갔는데, 아버지께선 그곳 연못에 사는 비단잉어에게 먹이를 주셨다. 나는 장난기가 발동해 작은 돌을 집어 들고 비단잉어를 맞힐 요량으로 던졌다. 그때 아버지께서 ‘돌 맞은 잉어는 돌 맞은 기억만 떠올린다. 그래서 그 뒤론 돌에 숨어 나오지 않는다. 다시 먹이를 먹으러 나오게 하려면 10배 더 노력해야 한다’며 꾸짖으셨다. 잉어든 돈이든, 회사든 경제정책이든 일관성 있게 신뢰를 쌓아야 잉어(수익)가 나온다는 가르침이었다.”

▼ 돈을 벌기 이전에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회사는 사업을 했다가 철수한 적이 거의 없다. 실패한 사업은 있어도 버린 적은 없다. 신중하게 생각하되, 한번 결정하면 쭉 밀고 나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결과를 본다. 할아버지께선 1960년대에 제분공장을 싼값에 판 적이 있는데, 매매계약 후 밀가루값이 폭등해 매각대금을 더 받을 수도 있었지만 요구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그때를 회상하며 ‘신뢰를 쌓아두면 입소문이 나서 많은 손님이 찾게 되고, 다음 비즈니스 할 때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 기술력은 조석래 회장이 강조한 덕목 같다. 일본 와세다대와 미국 일리노이 공대에서 화학을 전공했으니.

“그렇다. 이과 출신이라 기술 얘기하시는 걸 좋아하신다. 효성이 민간기업 중 처음으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섬유기술 개발에 나선 것도 ‘기술보국(技術報國)’ 정신 때문이다. ‘기술이 대한민국을 바꾼다’ ‘대한민국은 기술로 승부를 걸어 야 하는 나라이고 그 바탕은 연구개발(R·D)이라는 말씀을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웃음). 회장님은 섬유 개발 현장에서 연구원들과 함께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화학약품들을 이것저것 배합해보라고 지시하신다.”

▼ 조 사장은 왜 기술이나 경영 분야 대신 정치학을 선택했나.

“사실, 보성중학교 다닐 때 수학, 과학을 좋아했다. 그런데 미국에 가니 영어가 안 되니까 문학과 역사책을 열심히 읽으며 영어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웃음). 당시 일본의 경제력이 급성장하면서 미국에선 ‘일본 경계론’과 함께 아시아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국제정치를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버지 세대와 달리 우리 세대엔 기술이 인문학과 결합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있었다. A제품은 당장 시장에 내놓으면 100원을 벌고, B제품은 50원밖에 못 벌지만 10년 안에 1000원을 벌 수도 있다고 한다면 B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 결정을 하려면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등을 함께 읽을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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