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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캘리포니아’ 펴낸 김수련

“누구에게나 나가지 못하는 문이 있다”

  •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호텔 캘리포니아’ 펴낸 김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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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와 茶 한 잔 |

김수련 장편소설 ‘호텔 캘리포니아’는 이글스가 1974년 발표한 명곡 ‘호텔 캘리포니아’의 어쿠스틱 버전을 연상케 한다. 소설 ‘호텔 캘리포니아’는 닫힌 문에 갇혀 절규하고 좌절하는 사람(서영), 나갈 생각 없이 즐기는 사람(유리), 다른 문을 찾아 나가려는 사람(채린)의 이야기다. 

“2010년 ‘호텔 캘리포니아’를 듣다 불현듯 ‘You can check out anytime you like, But you can never leave’라는 가사가 귀에 꽂혔습니다. 누구나 마음속으로는 체크아웃했지만 나가지 못하는 문을 갖고 있습니다. 이글스의 노래에서 영감을 받아 오랫동안 고민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지 실마리를 찾았어요. ‘신이 아닌 인간이 생명을 선택할 수 있는가’ ‘배아는 생명일까’라는 질문을 소설 안에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죽었다. 그녀가 그립다. 그녀는 아기를 갖길 원했지만 불임의 고통을 겪었다. 인공수정을 여러 번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녀는 떠났지만 병원엔 그녀가 남기고 간 냉동배아가 있다. 아이를 대신 낳아줄 대리모만 구할 수 있다면 그녀를 닮은 아이를 낳을 수 있다. 그래도 되는 걸까. 그녀를 닮은 아이를 만나고 싶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철학 세미나에서 ‘트롤리 딜레마’에 관해 논의한 적이 있습니다. 망가진 전차가 달려옵니다. 그대로 달리면 수많은 사람이 죽고 레일을 바꾸면 적은 숫자의 사람이 죽습니다. 레일을 바꿀 수 있는 레버가 내 손에 있다면, 당길 수 있는가? 생명을 선택한다는 것이 다수와 소수, 우월과 열등의 기준으로 결정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거기서 멈춰버렸습니다. 이것이 제 평생을 걸쳐서 해온 질문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답을 알 수가 없어 논문이 아닌 소설의 형태로 질문을 던져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호텔 캘리포니아’는 생명에 관한 철학적 물음을 끈질기게 쏟아낸다. 소설의 중심에는 문(門)이 있다. 문은 차원과 차원을 잇는 통로며 안팎을 구분하는 경계이면서 어떤 이에게는 막다른 곳이며 다른 이에게는 초월의 장소일 것이다. 생(生)은 결국 자신만의 문을 찾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닫힌 문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김수련 지음, 헤르츠나인, 544쪽, 1만8000원

김수련 지음, 헤르츠나인, 544쪽, 1만8000원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가 제 마음을 흔들었다면 당시 제 상황이 그 노래와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겠지요. 이 소설을 쓴 것은 새로운 문을 찾아 열고 나가려는 의지 덕분이었을 겁니다. 이제는 혹여 새로운 문을 열지 못한다면 그 안에서 즐기자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체념’이 아닌 ‘내맡김’이겠지요. 소설의 주인공 중 하나인 유리의 삶에는 체념과 내맡김이 혼재합니다.”

|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

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
블랙코미디 같은 브랜드 아파트 습격기
정헌목 지음, 반비, 381쪽, 1만8000원

정헌목 지음, 반비, 381쪽, 1만8000원

인류학자는 이야기꾼인가 보다. 지난해 뉴욕의 ‘청담동’에 침입한 미국 인류학자의 책(‘파크애비뉴의 영장류’, 사회평론)이 호평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한국 인류학자의 흥미진진 관찰기가 출간돼 이목을 끈다. 이 책은 ‘파크애비뉴…’보단 코믹적 요소가 덜하지만 블랙코미디 같은 쌉쌀한 맛이 있다. 한국인의 삶과 너무도 가까운 얘기라 성찰하는 계기도 된다. 

인류학자 정헌목이 ‘습격’한 장소는 한국의 브랜드 아파트 단지다. 서울에 인접한 수도권 소재의 ‘성일 노블하이츠’(실제 연구지역을 가리기 위해 익명을 썼다). 옛 주공아파트가 재건축돼 5000여 가구가 새로 들어선 초대형 단지다. 경비용역업체, CCTV, 거대한 지하주차장 등을 갖춘 브랜드 아파트 단지의 전형이다. 이러한 현장에 저자는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 아파트 단지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뛰어든다. 
 
아파트 주민들이 회원인 인터넷 카페의 몇 년 치 게시물을 뒤지고, 어르신들께 삼계탕을 대접하는 아파트 부녀회 행사에서 설거지하고, 자치방범대 준구성원으로 활동하며 저자가 발견한 아파트 공동체의 민낯은 ‘집단적 무관심’이다. 입주자대표회의 간부들의 비리가 밝혀진 직후 보궐선거가 열려도 투표율이 10%대 초반에 지나지 않고, 소나무 죽은 자리에 다시 소나무를 심어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단지 내에서 어린아이가 쓰레기수거 차량에 치여 죽는 비극의 배경에는 쓰레기 수거 시간 변경이나 용역업체의 운영 실태 등에 대한 주민들의 집단적 무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무관심이 전부는 아니라고 저자는 현장을 평가한다. 예전만큼 아파트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주민들은 ‘살기 좋은 곳’을 목표로 자치방범대 등 자발적 봉사 활동에 나선다. 한계는 있었지만 아이의 죽음에 대한 주민들의 공동 대응도 ‘공동체’로 나아갈 가능성을 보여줬다. 책을 덮고 여전히 궁금하다. 현재의 아파트는 공동체인가. 우리는 서로에게 이웃인가. 아파트를 ‘평당 얼마’가 아닌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던졌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책이다. 가치 있는 아파트는? 이 책을 단초로 만들어가자는 게 저자의 제안이다.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논어는 처음이지?
명로진 지음, 세종서적, 396쪽, 1만5000원 

‘논어’가 훌륭한 고전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나 ‘논어’를 제대로 읽은 사람은 찾기가 어렵다. 2014년부터 ‘명로진, 권진영의 고전읽기’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해 온 저자는 ‘논어’를 읽는 시간은 ‘힐링’이었다고 말한다.  어렵고 생경할 것만 같은 ‘공자님 말씀’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강철로 된 무지개 :다시 읽는 이육사
도진순 지음, 창비, 352쪽, 2만 원 

최근 이육사의 시를 새롭게 해석하는 글을 연달아 발표해 국문학 및 역사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저자의 이육사론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창원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그간 김구, 안중근 등 근현대사 주요 인물에 대한 연구로 정평이 나있다. 그런 그가 저항시인 이육사를 종횡무진 탐구했다.


우리는 곗돈으로 그림 산다
아마추어를 위한친절한 컬렉팅 안내서
강지남 지음, 미래를소유한사람들, 236쪽, 1만7500원

강지남 지음, 미래를소유한사람들, 236쪽, 1만7500원

알랭 드 보통의 표현을 따르자면, 위대한 예술 작품에는 ‘잊고 있었던 어떤 것을 깨우치는 특성’이 있다. 사람들은 예술 작품이 갖고 있는 치유의 힘과 공감의 능력에 기대기 위해 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가며 콘서트홀과 미술관을 찾아간다. 미술관에 걸린 그림을 감상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나만의 그림을 한 점 산다면? 그러나 대부분의 애호가들은 막상 그림을 살 결심까지는 하지 못한다. 웬만한 그림 한 점의 가격은 100만 원대를 너끈히 넘어가며, 그 가격이 과연 합당한 선인지에 대해서도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곗돈으로 그림 산다’는 이런 문제를 독특한 방식으로 해결한 애호가 모임을 소개한다. ‘미술을 좋아하고 즐기자’는 뜻의 ‘호요미(好樂美)’라는 이름을 가진 이 모임은 애당초 미술사를 공부하는 동호인들로 시작됐다. 그러다 해를 거듭하며 모임 구성원들은 마음에 드는 그림을 사보기로 한다. 그림을 사는 방식으로 이들이 택한 것은 뜻밖에도 ‘계’다. 매달 모임에서 화랑 한 곳을 초청해 그 화랑에서 추천한 그림을 계원들끼리 일종의 경매 방식으로 사는 것이다. 그림을 사는 비용은 모은 곗돈으로 충당하고 초과 비용은 낙찰자가 낸다.

호요미 계원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컬렉션에 큰돈을 쓰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선호하는 작품은 30대 신진 작가들이 그린 300만 원 내외 작품들이다. 매달 모임에 초청받는 화랑들이 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그림을 추천해준다. 믿을 만한 화랑의 추천을 받기 때문에 계원들은 그림의 수준과 가격에 대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그림을 소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술품에 대한 안목도 높일 수 있는 일거양득의 방식이다. 

‘우리는 곗돈으로 그림 산다’에는 소박하게 컬렉션을 늘려온 회원 13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모임을 주도한 최정표 건국대 교수는 젊은 화가 이호인의그림 두 점을 서재에 걸게 된 사연을 들려준다. 사업가 박은관은 요미를해 모은 그림으로 회사를 갤러리처럼 꾸몄다.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은 그림을 보며 새로운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고,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은 사석원의 소품 한 점을 낙찰받기 위해 ‘가위바위보’까지 한 사연을 이야기해준다. 그림을 사고 싶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 망설이는 이들에게 실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흥미로운 책.

전원경 작가·문화콘텐츠학 박사


검사내전
김웅 지음, 부키, 384쪽, 1만5000원 

저자는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18년간 검사로 일했다. 스스로를 ‘생활형 검사’라고 지칭한다. ‘검사’라고 하면 흔히 권력 지향적이고 야망이 가득 찬 사람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이 책은 생활형 검사로 살아온 저자가 검찰 ‘안’에서 경험한 것과 검사라는 ‘직업’ 덕분에 알게 된 ‘세상살이’를 다룬다.



삼국지 100년 도감
바운드 지음, 전경아 옮김, 424쪽, 1만7500원 

우리가 중국 삼국시대를 만나는 방은 소설, 역사, 영화, 게임, 만화 등 갖가지다. 특히 나관중이 지은 ‘삼국 지연의’의 서사가 뇌리에 가득할 것이다. 이 책은 진수의 정사 ‘삼국지’를 토대로 100년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다뤘다. 전쟁과 외교전을 입체지도 위에 그려놓아 이해를 돕는다.


|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

원효의 열반경종요
하룻낮 하룻밤의부처님 말씀
은정희·김용환·김원명 역주, 민족사, 406쪽, 2만8000원

은정희·김용환·김원명 역주, 민족사, 406쪽, 2만8000원

대표적 불교 경전 중 하나인 ‘열반경’은 부처님께서 인도 북동부 쿠쉬나가라 아지타바티 강변의 사라나무 숲속에서 열반에 들면서 하룻낮 하룻밤 동안에 말씀하신 내용이다. 그 핵심적인 내용은 부처님이 항상 계신다는 ‘불신상주(佛身常住)’, 열반은 항상 하고 즐겁고 나(我)이고 깨끗하다는 ‘열반상락아정(涅槃常樂我淨)’, 모든 중생은 다 부처 성품을 가지고 있다는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이다. ‘열반(nirvana)’이란 원래 ‘취
멸(吹滅·불어서 끈다)’, 혹은 취멸의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지만, 그 뜻이 변화해 ‘번뇌의 불을 연소 멸진하여 보리(菩提, 悟智)를 완성하는 오계(悟界)의 경지’를 가리키게 됐다. 따라서 이 열반은 불교 최후의 실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신라 스님 원효(元曉· 617~686)가 ‘열반경’ 핵심(宗要)을 해석한 글에 대해 다시 우리말 풀이와 해설을 더한 역주서다. 그간 ‘열반경종요’의 번역은 여러 차례 이뤄졌다. 1982년 황산덕이 처음 성과를 낸 이래, 여러 연구자에 의해 번역이 시도됐다. 이 책은 그간에 축적된 연구 성과들의 바탕 위에 섬세한 접근과 치밀한 고증을 통해 원전의 의미를 밝히려 노력했다. 

원효는 ‘열반경’의 대의(大義)에 대해 “‘열반경’은 부처님 법의 큰 바다요, 방등(方等)의 비밀스러운 창고다. 부분적인 것들을 나타내는 경전들을 통합해 온갖 강물의 흐름이 바다의 한 맛으로 돌아가게 하며 부처님 뜻의 지극히 공변됨을 열어 모든 학설들의 각기 다른 주장들을 어우러지게 한다. 마침내 온갖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둘이 없는 참 성품에 돌아가게 하고 어두운 긴 잠에서 모두 큰 깨달음의 극과(極果)에 도달하게 한다”고 평했다. 

원효는 이어 ‘열반경’ 전체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는데 크게 열반론과 불성론으로 나누어 각각 여섯 부문으로 설명한다. 요컨대 대열반은 성·상(性相)과공·불공(空不空), 아·무아(我無我)를 떠나 있는 것이며, 불성의 체는 일심(一心)이어서 상견(常見)·단견(斷見) 등 모든 극단적인 견해를 벗어난 것이다. 

원효는 끝으로 ‘열반경’ 가르침의 자취를 밝히는 교상판석(敎相判釋)에 대해 “부처님의 뜻이 심원해 한량없는 까닭에 북방 논사들이 경의 요지를 나누거나 남방 논사들이 부처님의 뜻을 한정하는 것은 마치 대롱으로 하늘을 엿보는 것과 같다”고 하면서도 두 가지 주장 모두 각기 한쪽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둘 다 타당하다고 봤다.

은정희 서울교대 명예교수


컨버전스
피터 왓슨 지음, 이광일 옮김, 책과함께, 704쪽, 3만3000원

컨버전스는 번역이 쉽지 않은 용어다. 여러 가지 것이 통일이나 단일성을 향해 나아가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통섭, 융합, 수렴의 교집합 같은 개념이라고 하겠다. 최근 150년간의 과학사를 ‘컨버전스’한 책이다. 현대과학은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고, 앞으로 이 세계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
이정모 외 지음, 사이언스북스, 416쪽, 1만8500원

과학자, 과학 저술가, 과학기자들이 엄선한 50권의 과학 고전을 소개하는 책이다. ‘과학책 르네상스’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과학을 다룬 책이 명멸하며 각축전을 벌인다. 과학 지식에 목말랐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고전만 한 것이 없다. 7명의 저자가 과학책 읽기의 길잡이가 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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