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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현의 영어쌤, 정현도

“현이처럼 영어 잘하려면?”

  •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정현의 영어쌤, 정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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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적과 영어의 ‘함수’

정현도 씨(왼쪽)와 정현 선수. [정현도 제공]

정현도 씨(왼쪽)와 정현 선수. [정현도 제공]

처음 만났을 때, 정현 선수의 영어 실력은 어땠나요? 

“간단한 대화나 인사는 가능했어요. 하지만 질문의 의도나 맥락을 명확히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답을 통해 대화를 이어나가는 데는 발전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놀면서 익히는’ 영어 공부법을 정현 선수에게도 적용했나요? 

“영어를 재밌게 배우려면 미치도록 좋아하는 테마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현이가 테니스를 굉장히 좋아해요. 테니스 관련한 영어로 된 자료, 영상 등을 보고 익히는 걸 즐거워해요. 배우려는 자세가 돼 있으니 영어 실력이 느는 속도가 확실히 빨랐어요. 저녁마다 제가 내준 숙제도 열심히 했고요.” 

‘정쌤’이 정 선수에게 내준 숙제는 ‘받아쓰기’. 유명 테니스 선수들의 인터뷰 영상을 반복해 보면서 그들의 말을 받아쓰게끔 했다. 다양한 선수를 학습 자료로 삼았지만, 특히 정현 선수와 스타일이 유사한 노박 조코비치를 많이 참고했다. 중요한 표현은 외우게끔 했다. 예를 들어 “오늘 경기 어땠냐”는 질문은 꼭 나오기 마련. 정 선수는 “○○○한 상대를 만나 힘든 경기였다(It was a tough match against ○○○)”는 문장을 외웠다. 주로 코트 뒤 베이스라인 근처에서 스트로크 싸움을 하는 나달, 머레이, 조코비치 같은 선수와의 경기는 ‘baseliner’, 페더러와 같은 올 라운드 스타일 선수를 만나면 ‘all-rounder’, 경험이 많은 노장에 대해서는 ‘experienced player’, 서브가 좋은 선수는 ‘big server’라고 표현한다. 



“영어 스피치를 잘하고 싶다면 짧은 분량의 책을 한 권 골라서 통째로 소리 내 외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억양, 문장 구조 등이 낯설어서 영어가 어려운 거거든요. 책을 통해 문장을 암기하면 문장 구조가 그대로 머릿속에 남기 때문에 도움이 돼요.” 

미드(미국 드라마)도 자주 보게끔 했다. 정현 선수는 ‘프레즌 브레이크’ ‘모던 패밀리’ 등을 즐겨 봤다. 특히 미국 중산층 가정의 일상을 다룬 ‘모던 패밀리’는 미국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기 좋은 콘텐츠다. 한글 자막, 영어 자막, 그리고 자막이 없는 상태에서 수차례 반복해 보게 했다. 

“미드를 본다고 바로 영어가 늘진 않아요. 다만 다양한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은 좋아집니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고 하죠. 상대 말을 잘 들어야 맥락을 이해하게 되고, 그때부터 모든 소통이 시작되는 거니까요.” 

운동선수가 영어를 잘하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하루 종일 훈련과 경기를 한 뒤 저녁에는 그냥 좀 쉬면 안 되나. 정현도 씨는 단호하게 말했다. 

“테니스나 골프 같은 종목의 선수들은 연간 30~35주 이상의 시간을 해외에서 보냅니다. 경기가 열리는 여러 나라와 도시를 순회하기 때문에 매주 시차, 날씨, 음식, 문화 등이 전혀 다른 환경에서 지내게 돼요. 그런 환경이 내 집처럼 편해져야 운동선수로서 최대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언어 구사 능력은 필수예요.” 

이런 차원에서 그의 역할은 단지 정현 선수에게 영어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었다. 윤용일 코치와 정현도 씨는 정현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려면 투어 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이 필수라고 여겼다. 지금 당장 단편적인 지식을 외우기보다는,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고 다방면에서 교양을 쌓는 게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이에 정현도 씨는 정 선수가 투어를 가는 지역의 환경, 역사, 문화 등에 대해 직간접적인 경험을 되도록 많이 할 수 있도록 애썼다. 

일례로 미국에선 패스트푸드업체 칙필레(Chick-fil-A)를 통해 청교도 문화에 바탕을 둔 미국 역사에 대해 얘기했다. 칙필레는 독실한 기독교인인 창업주의 뜻에 따라 일요일엔 문을 닫는다. 또한 가족의 가치를 중시해 휴대전화를 반납한 채 식사하는 가족에게 공짜 치킨버거를 주기도 한다. 정씨는 “이번에 현이 자신감 있게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니까 이런 노력이 효과를 거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정현 영어’의 한 대목은 테니스 선수 교육 교재로도 쓰인다. 2016년 1월 ATP 기량발전상(MIP) 수상 소감 한 대목이 ‘ATP 유니버시티’ 프로그램 교재에 삽입됐다. 그 대목을 옮기자면 “This award means a lot to me. And, I also would like to say thank you to ATP and fellow competitors. I appreciate your hard work making men′s tennis better every day. Thank you very much, and happy new year(이 상은 제게 의미가 남다릅니다. ATP와 동료 선수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노력으로 우리의 테니스 투어가 조금씩 더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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