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호

설채현의 ‘반려견 마음 읽기’

공장産 강아지 판매소 펫숍의 그림자

‘당신이 안 사야 바뀐다’

  • 입력2018-05-30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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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반려견 문화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바뀔 듯 바뀔 듯 바뀌지 않는 문제가 있다. 강아지 공장이다. 비윤리적 사육 시설에서 대규모로 강아지를 생산, 유통하는 시스템을 바꾸려면, 바로 당신의 변화가 필요하다.
    내가 길을 걸을 때 반드시 피하는 곳이 있다. 어린 강아지를 유리창 앞에 물건처럼 진열해놓은 펫숍이다. 사실 나는 어릴 때 그 공간을 무척 좋아했다. 초등학생 시절 학교가 끝나면 펫숍을 무시로 드나들었다. 너무 자주 들러서 펫숍 사장님이 짜증을 낼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 한다. 한번 그 광경을 보면 안타까움에 발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유리창 앞에 서서 ‘너는 몇 살이니, 그 좁은 곳에 언제부터 있었던 거니, 만약 다 클 때까지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너는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꼭 좋은 보호자를 만나면 좋겠다’라고, 종교도 없으면서 기도 아닌 기도를 한 일도 있다.

    더러운 뜬장에 갇혀 출산하는 어미개

    2016년 6월 17일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이 강아지 공장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2016년 6월 17일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이 강아지 공장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군복무를 할 때의 일이다(수의사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파견돼 3년 동안 공중방역수의사로 근무한다). 한번은 선배 수의사와 함께 출장을 갔는데 멀리서부터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가까이 가보니 비닐하우스와 그 주변에 우리가 말하는 ‘뜬장’이 널려 있었다. 뜬장은 지면에서 떨어져 있는 철창을 일컫는 말로, 그 안에서 사육하는 동물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려고 밑면에 구멍을 뚫어놓은 게 일반적이다. 그곳에서는 매우 작은 뜬장 안에 강아지가 각각 두 마리씩 들어 있는 게 보였다. 도무지 어떤 종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선배가 내게 “여기가 바로 강아지 공장이야”라고 하는데, 나는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뿐 아니라 그 어떤 사람이라도 그 현장을 봤다면 나와 똑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랬다. 이런 환경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경매장을 거쳐 펫숍으로 향한다. 

    당시만 해도 그 강아지들이 불쌍하다고만 생각했지 무엇이 문제인지 다 파악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윤리적으로 ‘뭔가 잘못됐다’고 여기고 감정적으로 슬픔을 느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려견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그리고 저렴하게 강아지를 구할 수 있는 장소로 펫숍을 선택하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엔 예비 반려인들에게 왜 펫숍에서 강아지를 분양받으면 안 되는지 말하려 한다. 

    첫째, 모견의 스트레스가 문제다. 사람은 임신을 하면 태교에 신경을 쓴다. 이때 주의하는 것 중 하나가 스트레스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생성되며 이것이 태반을 통해 아이에게 가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엄마가 받은 스트레스가 태중 자식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이야기다.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어미 개의 배 속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에 노출된 아기 강아지는 태어날 때부터 매우 예민하고 자주 불안을 느끼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내가 본 강아지 공장 개들은 일상생활 자체가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어미 개에게서 태어난 강아지는 성장 후 문제 행동을 반복해 불행한 반려 생활을 하거나 버려질 확률이 높다. 



    둘째, 모견과 자견의 이른 분리가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는 2개월령 미만 강아지 판매가 불법이다. 하지만 진료를 하다 보면 이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강아지 나이를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치아를 확인하는 것인데, 내가 아는 의학적 치아 성장 속도보다 성장이 느린 강아지가 지나치게 많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작은 강아지를 선호하는 보호자의 성향이다. 강아지가 클수록 잘 안 팔리니 판매업자들은 되도록 빨리 강아지를 엄마에게서 떼어낸다. 그리고 갓 1개월 된 아이도 ‘2개월 됐다’고 하며 판매한다. 문제는 강아지의 삶에서 생후 3~8주는 ‘1차 사회화 시기’로 개의 언어 및 생태에 대해 습득하는 매우 중요한 기간이라는 점이다. 이때 강아지는 엄마 개와 함께 생활하며 정서적 안정을 찾고, 개들끼리의 소통법과 화장실 사용법 등 삶의 기본 방식을 익힌다. 이 시기를 잘 보내지 못한 강아지는 개의 언어를 모르기 때문에 다른 강아지와 잘 어울리지 못한다. 이것은 공격성 등 각종 행동 문제로 이어진다.

    어미 개와의 유대가 ‘화장실 천재’ 만든다

    더 심각한 건 배변 문제다. 새끼 강아지들은 엄마 개의 배변 행동을 보고 배운다. 엄마 개는 아기 강아지가 잘못된 공간에 일을 보면 코로 밀어내는 등의 행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화장실 사용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강아지들은 생후 8.5주까지 자기 발바닥에 느껴지는 화장실 촉감, 즉 어린 시절 엄마한테 배운 그 감각을 화장실 결정의 제1 요소로 삼는다. 그래서 좋은 가정에서 엄마 개와 같이 잘 자란 새끼 강아지를 입양할 경우, 이전 가정환경과 똑같은 상태로 화장실을 만들어주면 어렵지 않게 배변 교육이 된다. 우리는 그런 강아지를 ‘화장실 천재’라고 부른다. 

    그런데 엄마 개와 일찍 떨어진 강아지들은 화장실에 대해 잘 배우지 못한 데다, 어릴 때부터 아주 조그만 진열장에서 생활공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배변판 또는 배변패드와 더불어 살기 때문에 화장실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기 쉽다. 이런 강아지들은 나중에 좋은 가족을 만난다 해도 화장실 교육에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이 정도에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반려견 보호자들이 가장 혐오하는 강아지의 행동 중 하나가 똥을 먹는 이른바 ‘식분증’인데, 펫숍은 바로 이 문제도 유발할 수 있다. 식분증의 원인은 소화효소부전, 기생충, 체벌 등 매우 다양하다. 이런 문제가 없는데도 식분증을 보이는 강아지의 상당수는 펫숍에서 잘못된 보호를 받은 경우다. 어린 강아지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큰다. 그런데 펫숍 업주는 강아지가 빨리 크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그렇다. 사료를 적게 준다. 배고픈 아이는 제 앞에 보이는 유일한 먹을거리인 분변을 먹게 된다. 이것이 어린 시절 습관이 되면 새로운 보호자를 만난 뒤에도 식분증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행동학 공부를 하면서 정말 많은 논문과 자료를 본다. 상당수 학자가 개의 각종 문제 행동 원인으로 한결같이 꼽는 것이 바로 모견과의 이른 분리다. 강아지를 엄마 개와 빨리 떨어뜨리면 모든 문제 행동 발생률이 50%에서 최고 2배까지 상승한다는 게 세계 동물행동학 연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펫숍에서 강아지를 구매하면 안 되는 세 번째 이유는 유전 문제다. 강아지의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유전, 교육, 경험 등이다. 매우 좋은 교육으로도 유전적 요소를 극복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사람은 강아지와 더불어 살기 위해, 다시 말하면 강아지를 가축화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반려 문화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의식 있는 브리더(전문적인 개 사육업자)들은 특정 모견과 부견으로부터 태어난 새끼 강아지의 성격 또는 유전적 특성이 반려견으로 적합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번식을 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오직 돈을 목적으로 강아지를 생산하는 강아지 공장에서는 그런 걸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요즘 특정 견종이 과거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들 중 다수가 특정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났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우리나라 소형견 중 상당수가 슬개골탈구 등 유전질병을 갖고 있는 것도, 강아지 공장들이 더는 번식하지 말아야 할 강아지를 계속 번식시키면서 나타난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티컵 강아지’를 거부하라

    [shutterstock]

    [shutterstock]

    마지막으로 윤리적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강아지 공장이 가진 윤리적 문제는 하나하나 꼽자면 입이 아플 정도로 많다. 강아지가 행복하게 살기 위한 다섯 가지 조건, 즉 1)부적절한 영양관리로부터의 자유 2)불쾌한 환경으로부터의 자유 3)신체적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4) 정신적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5)자연스러운 본능을 발휘하며 살 자유 중 어느 하나도 강아지 공장에서는 보장되지 않는다. 이것을 지키지 않는 수준을 넘어 불법적인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하고 병에 걸린 강아지에 대해서도 ‘치료가 안 되면 죽게 두지’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지금까지 언급한 이 모든 문제의 결정체가 바로 ‘티컵 강아지’다.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 사람들은 작은 강아지를 좋아한다.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작은 강아지가 비싸게 팔린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컵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강아지다. ‘티컵 강아지’라는 이름이 붙은 이 강아지의 분양에 대한 검색 건수가 지난해 한 포털사이트에서만 12만3500여 건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티컵 강아지라는 건 세상에 없다. 강아지의 평균 임신 기간은 60~63일이다. 티컵 강아지를 만들려면 인위적으로 빨리 출산하게 하거나, 가장 약하고 작은 개체끼리 교배해서 출산하게 한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전염병에 대한 방어력이 아주아주 낮다. 그런데도 죽지 않을 정도의 음식만 먹여가며 생존시킨다.

    과연 이들은 이후 좋은 보호자를 만나면 행복한 삶을 살게 될까. 그렇지 않다. 위에 언급했듯 모견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태어났고, 엄마와 일찍 분리됐으며, 제대로 밥도 주지 않는 환경에서 자라나는 각종 유전적 환경적 요소는 이 강아지들의 이후 삶도 고통스럽게 만든다. 티컵 강아지들의 고질적 유전병인 슬개골탈구, 뇌 수두증, 연구개 노장 등으로 인해 보호자들 또한 막대한 병원비를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이 아이가 티컵 강아지예요. 정말 비싼 돈을 주고 분양받았답니다’라고 자랑하는 보호자들을 만나곤 한다. 직접적으로 안 좋은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나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진다. 화가 난다기보다는 보호자와 그 강아지가 불쌍해서다. 

    나는 이런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많은 사람이 강아지 공장을 비난한다. 하지만 강아지 공장은 잠시 흔들릴 뿐 끄떡없다. 결국 사람들이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를 사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2년 전 결혼했다. 아주 순조롭게 결혼 준비를 한 편인데도, 시작부터 끝까지 조율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고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바로 그런 준비 과정이 있었기에 그 뒤의 결혼 생활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시기는 서로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소중한 연습 기간이었던 셈이다. 

    반려견 입양도 새롭게 가족을 만드는 일과 같다.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한 문제다. 나는 최소 3~6개월은 고민하고 준비하라고 말한다. 더 쉽게 그리고 더 싸게 새로운 가족을 들일 방법은 없다. 외모만 보고, 혹은 즉흥적인 감정에 끌려 반려견을 결정하면 결국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법적으로 강아지 공장을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예쁘다는 이유로, 앙증맞다는 이유로 공장산 강아지를 계속 찾는 한 이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부터 그런 방법으로 가족 들이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수요가 줄어들면 공급도 줄어든다.

    그럼 우리는 어디서 반려견을 분양받아야 할까? 예비 보호자분들이 병원에 들르셔서 이런 질문을 할 때 내가 늘 말씀드리는 건 유기견 입양과 전문 브리더를 통한 분양이다. 

    예비 반려인이 꼭 알아야 할 것은 강아지 공장과 전문 브리더는 다르다는 점이다. 전문 브리더는 강아지 복지에 대한 인식을 갖고 전문적으로 강아지 번식에 종사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자견의 건강 상태나 성격 등을 계속 파악해 자견이 유전적 질병을 갖고 있거나 사람과 공존하기 힘든 공격성을 보이면 번식에서 제외하는 등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

    강아지 공장과 사명감 및 윤리의식을 가진 전문 브리더를 구별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중요하다. 전문 브리더가 장인, 장모님이라고 생각하고 만나봐야 한다. 브리더를 직접 찾아가 모견과 부견 상태를 확인하기를 추천한다. 힘든 과정이지만 20년 행복한 반려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반려견을 사지 말고 입양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모든 예비 반려인이 유기견을 분양받거나 지인을 통해 선물 받는 게 아직은 어렵다. 반려견 복지는 신경 쓰지 않고 기계처럼 강아지를 생산해내는 공장이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그리고 쾌적한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자연스러운 번식을 통해 태어난 강아지가 행복한 반려견으로 가족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설채현
    ● 1985년생
    ● 건국대 수의대 졸업
    ● 미국 UC데이비스, 미네소타대 동물행동치료 연수
    ● 미국 KPA(Karen Pryor Academy) 공인 트레이너
    ● 現 ‘그녀의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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