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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로 풀어쓴 현대사

美 참전 자극한 히틀러 ‘자급자족론’

2차대전은 ‘경제전쟁’ / 독일편

  • 조인직 | 대우증권 도쿄지점장

美 참전 자극한 히틀러 ‘자급자족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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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대 토목사업

덕분에 공사 시작 3년 만에 1000km 구간이, 6년 후 2차대전 직전에는 총연장 3000km 구간이 개통됐다. 전쟁 기간에도 공사는 이어져 2차대전 말에는 4000km로 확장됐다. 현재 한국에 건설된 고속도로 총연장과 맞먹는 수준이다. 경부고속도로가 ‘싸우며 건설하자’는 구호 아래 2년 5개월 만에 420km 남짓한 구간을 개통하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지만, 아우토반의 전무후무한 실적에는 족탈불급이다.

‘프로파간다의 천재’로 불린 나치스 정권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는 “아우토반은 20세기 최대의 토목사업이다.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과 같이 후세에 길이 칭송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4년 차관 제공을 타진하고 파독 광부·간호사들을 위문하기 위해 독일을 방문했을 때 당시 서독 총리 에르하르트도 “아우토반 건설은 나치스의 업적치고는 꽤 잘한 일이다”고 말한 바 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의 주된 모티프 역시 아우토반이었다.

아우토반 사업이 성공한 데는 히틀러가 나치스 당원이 아닌 하르말 샤하트 박사를 독일 제국은행 총재, 경제장관으로 전격 발탁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1920년대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막아낸 노하우를 십분 살린 샤하트 박사는 공사 첫해에 전체 예산 80%에 달하는 16억 달러의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해 안정적인 선순환 자금조달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위험한 국채’인 것은 틀림없었으나 인플레를 막아냈다는 실적이 있었으므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美 자극한 ‘자급자족경제’



히틀러는 1936년부터 시작된 제2차 경제4개년계획에서 ‘자급자족 경제론’을 들고 나온다. 식량, 연료, 섬유제품, 고무 등의 원료를 독일에서 직접 생산하겠다는 것이었다. “국가의 독립, 정치적 차원의 독립은 군사력만으로는 안 된다. 국가에 필요한 물자를 타국에 의존하는 독립은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는 미국과 영국 중심 ‘블록 경제’의 반작용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 독일의 ‘자립’을 우려한 영국은 ‘돈을 빌려줄 테니 자급자족경제를 포기하라’며 은근히 회유했지만 히틀러의 생각은 굳건했다. 독일은 신흥 공업국가답게 석유 수요도 많았는데, 당시 최대 산유국이던 미국에 의존하기보다는 석탄에서 추출한 대체연료와 세계 수준의 화학기법을 동원해 ‘인공석유’까지 제조할 정도였다.

그런데 히틀러는 자급자족경제에서부터 분명한 패착 노선을 걷게 된다. 부족한 자원을 중국에서 충당하겠다며 ‘생명선(生命線)’이라는 자기중심적 논리를 만들어 중국대륙 침략전쟁을 감행한 일본의 노선과도 맞닿는 부분이다. 독일은 1940년 7월 ‘유럽 신경제질서’ 정책을 발표하는데, 이는 당시만 해도 유럽대륙 내 전쟁에서 중립노선을 견지해온 미국을 결정적으로 자극했다. 미국은 대규모 대(對)독일 직접투자 외에 대표기업인 포드나 GM 등의 자회사를 독일에 진출시켜 많은 이익을 내고 있었으므로 참전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유럽 신경제질서는 자급자족 경제론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점령지역에서는 마르크를 통화로 하고, 독일과 이들 지역에서는 자본과 노동력, 상품의 왕래를 자유롭게 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세계경제 질서이던 금본위제에서 이탈한, 현재의 ‘유로 체제’와도 같은 구조였다. 지금 중국이 동남아 국가 일부를 섞어서 위안화 결제가 가능한 ‘중화경제권’을 이루려는 시도와도 비슷하다.

독일은 마침내 1930년대 후반부터 오스트리아 합병에 이어 폴란드 침공을 통해 1차대전 이전 영토 회복에 나섰다. 기존 자국 영토 내에서 필요한 물자를 모두 조달할 수 없었으므로 주변국가 침공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다. 당시 전 세계 금의 4할을 점유(2차대전 후에는 7할)하던 미국으로서는 독일의 마르크화 중심 경제권 구축 시도를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게 됐다. 결국 미국의 2차대전 참전은 세계경제의 패권을 잡으려던 자신들의 국익과 무관치 않았다.

신동아 201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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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직 | 대우증권 도쿄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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