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정신과전문의 최명기의 남녀본색

그들은 왜 ‘변태’가 됐나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그들은 왜 ‘변태’가 됐나

3/3
성도착증 환자는 영화나 화보에 나오는 매우 아름다운 여성과의 관계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현실에서 자신이 실제로 접할 수 있는 여성에게선 성적 매력을 못 느끼거나, 설혹 매력적인 여성이 나타나더라도 가까워지는 게 두렵다. 그런 여성이 나를 좋아할 리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완벽하게 섹시한 여성을 상상하면서 자위행위 하는 쪽을 선택한다.

성적 욕망은 사회의 가치관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유부남, 유부녀는 성적 욕구와 동기가 있더라도 다른 이성과의 성적 욕망을 억제한다. 억제하지 못하면 불륜과 같은 문제가 된다. 어떤 이는 유흥업소나 성매매업소에서 성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 반면 어떤 이는 성매매 여성이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 성적으로 흥분되더라도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도착자 중에도 성매매를 절대로 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성매매라는 ‘죄’를 저지르지 않는 대신, 성도착증으로 타인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고 그로 인해 처벌을 받는다. 이들의 마음속 성매매 여성은 성적 욕망의 대상이어서는 안 된다. 반면 보통 남자들이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변태적 성행위는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용인한다.

과도한 불안감

성도착증 환자 중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적 욕망을 느끼는 이들을 ‘소아기호증’이라고 한다. 현행법상 아무리 당사자가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해도 미성년자와의 성행위는 모두 처벌대상이다. 보통 사람들은 설혹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욕구와 동기가 있어도 참는다.



미성년자에게 강렬한 성적 욕망을 느끼는 소아기호증 환자들은 성인 여성과 관계를 가지려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성관계가 이뤄지지 않거나, 이뤄졌다 해도 만족스럽지 않다. 자신이 완전히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성년자와 관계를 가질 때 만족스러운 성관계가 가능하다. 소아를 벗기고 바라보거나, 소아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거나, 소아를 만지거나 애무하는 정도에서 멈추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 질이나 항문에 성기를 삽입한다.

이런 행동에 대해서 (소아가) 뭔가 잘못을 저질러서 벌을 준 것이라고 합리화하기도 한다. “성교육이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소아도 그러한 관계를 통해서 자신과 똑같이 성적 만족을 얻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성적가학증과 소아기호증의 경우 피해자의 희생이 너무 커 치료 이전에 처벌이 우선돼야 한다.

성도착증 환자를 상담하다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자신에게 성적 매력이 전혀 없어 여성으로부터 무조건 거절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남성은 성적 욕구를 다른 방향으로 분출한다. 성관계를 가질 때 과도하게 불안하고 경직되는 남자도 있다. 너무 긴장하다 보니 성관계 때 충분한 성적 쾌감을 느끼지 못한다. 정상적인 성관계에 대한 극심한 불안이 내재돼 있는 것이다.

어릴 때 발가벗겨진 채 부모에게 맞은 후 집에서 내쫓긴 경험이 있는 남자는 알몸을 불안하게 느낀다. 자신은 옷을 입고 여성만 알몸이 되는 것을 상상한다. 그러다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은밀한 부분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관음증이 발생한다. 어떤 이는 어릴 때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어머니를 심하게 때린 뒤 성관계를 갖곤 했는데, 그런 일이 있으면 불안하고 잠이 안 왔다. 결국 긴장이 풀릴 때까지 반복적으로 자위행위를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도 아내 몰래 야동을 보면서 부인의 팬티에 자위행위를 하는 물품음란증 환자가 됐다.

우리가 완벽하지 못하듯

성도착증 환자의 대부분은 변태적 성행위가 잘못이라는 것을 안다. 남들처럼 정상적인 성행위를 통해서 성적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면 그들도 성도착자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참고 또 참으려고 하지만 성욕은 본능이라 억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성도착증의 대상을 물색하고, 긴장하고, 실행하고, 해소하는 과정에 집착한다. 성도착증 환자는 심한 불안감 때문에 남들처럼 신나게 놀지도 못한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섹스가 유일한 감정 배출 수단이 된다.

우리는 그들을 변태라며 조롱한다. 하지만 그들이 성도착증 혹은 성적 대상 질환을 지닌 환자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완벽하지 못하듯 그들도 완벽하지 못하다.

신동아 2015년 12월호

3/3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목록 닫기

그들은 왜 ‘변태’가 됐나

댓글 창 닫기

2020/03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