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호

시마당

몸과 마음의 고도

  • 시인 권민경

    입력2019-05-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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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달에 가고 13년 후
    화곡동의 병원

    인공 폭포 앞을 지날 때마다 엄만 저 근처에서
    내가 태어났다고 말했다
    나는 폭포 밑에서 났다고 여겨졌다

    비 오는 날 켜진 폭포
    장구벌레는 나와 동기
    흘러내린다

    사람이 중력을 뚫고 쏘아 올려지고
    그걸 당연하게 여겨진 지 오래

    유리 가가린, 알렉세이 레오노프, 앨런 B 셰퍼드와 닐 암스트롱 같은
    건강하고 호기로운 남자들
    그게 뭐예요?
    어떻게 건강하고 자신만만할 수 있어요?



    우주에 가거나 학교에 가도 익숙해지지 않은
    이물감 날아가는 자세를 실습하지만

    한 마리 모기가 죽고 태어나는 것처럼
    우주 왕복선은 하늘을
    찢고 날아오르고 되돌아오고
    종종 터져버리기도……

    등허리가 찢어지고 날개가 돋는 동안

    흘러내리는 자세로
    엄청나게 견디고 있다
    이번 삶이 날 터뜨리진 않았지만
    자꾸 쏘아 올릴 것 같아서


    권민경
    ● 1982년 서울 출생
    ●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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