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호

수치로 입증되는 ‘민노총 리스크’

생산 후퇴, 일자리 증발, 해외 이전 사상최고

  • 김재현 (재) 파이터치연구원 연구2팀장

    입력2019-08-05 14: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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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사 협력 꼴찌, 산업 생산 마이너스

    • 자동화 1위, 수십만 단순 일자리 대체

    •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한국 탈출

    • 강경 투쟁 민노총, 세습 고용 누려

    4월 3일 국회 앞에서 안전펜스를 뚫고 경찰과 대치 중인 민주노총 
노조원들. [남건우 동아일보 기자]

    4월 3일 국회 앞에서 안전펜스를 뚫고 경찰과 대치 중인 민주노총 노조원들. [남건우 동아일보 기자]

    7월 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은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비정규직 철폐와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국회 앞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6일 만에 석방돼 광화문 집회를 지휘했다.

    구속돼도 풀려나는 위원장

    3월, 4월 민노총 관계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확대에 반대하는 ‘노동법 개악 저지’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경찰 저지선을 뚫고 국회 정문 쪽 담장을 넘는 불법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민노총은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기여한 문 정부의 채권자라는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정부가 민노총 눈치를 본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경찰은 민노총 봐주기 논란에 휩싸이다 김 위원장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결국 김 위원장은 구속됐으나 얼마 안 가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다시 석방됐다. 

    최저임금결정위원회의 근로자 위원인 이주호 민노총 정책실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안으로 올해보다 19.8% 오른 시간당 1만 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다는 의견이 확대되는데도, 민노총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경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2019년 1분기 우리나라의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0.4%로 2008년 4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 투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9년 1분기 국내 설비투자는 전 분기 대비 9.1% 감소해 2008년 4분기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우리 경제의 실물지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보인 것이다. 

    이런 사정상 경제계에선 한국 경제의 민노총 리스크(위험요인)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민노총의 존재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가 더 위험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민노총은 기업 내부에서 결정돼야 할 경영문제에 개입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사측이 경영 악화로 한국 GM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을 때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한국GM노조는 2017년 임금 이외에 근속수당과 자녀학자금 등을 포함한 3000억 원 상당의 복리후생 혜택을 누렸다. 이 회사의 단체협약에는 신입사원 채용 시 노조원 가족을 우선 채용하는 고용세습 조항까지 들어 있다. 회사가 제공하는 충분한 복지를 누리면서도 경영 문제에 개입하려 드는 것으로 비친다. 이 회사 노조는 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돼 있다. 

    2018년 금호타이어가 중국에 매각될 당시, 이 회사 노조는 해외 매각이 조합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했다. 당시 금호타이어는 채권단에 약 2조 원의 빚을 지고 있어 매각이 불가피해 보였다. 국내 기업들은 강성 노조 때문에 섣불리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회사 노조도 민노총 금속노조 산하였다. 

    또 다른 민노총 금속노조 산하단체인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위한 법인 분할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현대중공업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법인을 나눠 새로 생길 지주회사(한국조선해양)가 그룹 내 조선사들을 지배토록 할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민노총은 회사가 분할하면 사업회사 소속 노조원의 근무조건이 열악해질 수 있다며 반대시위를 벌였다.

    스웨덴 영국 프랑스 증가, 한국 감소

    이러한 민노총의 투쟁 일변도 행보와 경영 개입은 노동시장을 경직적으로 만들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한국의 경쟁력 지수 중 노동시장 효율성 지수(2017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6개 국 중 29위에 그친다. 노사협력 지수는 36개 국가 중 36위, 즉 꼴찌다. 임금결정 유연성 지수도 36개 국가 중 20위에 그친다. 고용 및 해고관행 지수는 36개국가 중 17위이고 해고비용은 36개 국가 중 34위로 나타났다. 이렇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나타내는 모든 지수가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 지수 변화와 산업생산 증가율 변화를 비교해본 결과, 노동시장 유연성이 낮아질수록 산업생산 증가율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노사협력 지수는 세계경제포럼이 제시한 151개 국가 중 순위가 130위로 2007년 대비 75위 하락했고, 고용 및 해고관행 지수는 88위로 2007년 대비 65위가 하락했다. 동 기간 산업생산 증가율은 4.4%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스웨덴, 영국, 프랑스 등 노사협력 지수와 고용 및 해고관행 지수 순위가 상승한 국가들은 동 기간 산업생산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비례해 한국의 자동화 수준은 높게 나타났다. 한국의 자동화 수준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한국의 높은 노동시장 경직성 때문에 자동화가 촉진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화를 나타내는 지표인 근로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대수를 OECD 국가별로 비교해본 결과, 한국은 약 102.2대의 산업용 로봇을 보유해 OECD 25개 국 중 1위였다. 반면 노동유연성이 높은 스위스(노사협력 지수 1위, 고용 및 해고관행 지수 1위)는 근로자 1만 명당 약 16대, 덴마크(노사협력 지수 3위, 고용 및 해고관행 지수 4위)는 22.5대, 미국(노사협력 지수 11위, 고용 및 해고관행 지수 2위)은 17.1대에 그쳤다.

    근로자를 로봇으로 급속히 대체

    노동유연성이 낮을수록 기업은 근로자를 로봇으로 더 많이 대체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파이터치연구원은 자동화가 1.5% 촉진되면 단순노무 일자리 약 22만1000개가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노동시장 경직성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자동화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도 확대하고 있다. 2019년 1분기 해외직접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5%가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투자가 감소하는데 해외 투자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해외직접투자를 업종별로 살펴보니 제조업에서 투자 금액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9년 1분기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 금액은 57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1.1%가 증가했는데, 국내 제조업체들이 해외 공장을 늘린 것이 해외직접투자 증가의 핵심 요인이었다.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 투자금액은 38억 달러, 중소기업 투자금액은 19억3000만 달러로, 대기업은 전년 동기 대비 130.1%, 중소기업은 전년 동기 대비 233%였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해외 투자 규모가 급증한 것이다. 특히, 2018년과 2019년 2년 사이에 약 29%나 오른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아 중소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대거 해외 진출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 비수도권 의류 제조 중소기업은 내수시장 침체에 최저임금 급등이 맞물림에 따라 얼마 전 생산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이 기업 측은 “올해 하반기 지역에 남아 있는 본사까지 베트남으로 옮길 계획이다”고 밝혔다.

    “본사까지 베트남으로 옮길 계획”

    이 기업 관계자는 “과거 해외시장 진출은 현지 시장 개척과 신규 활로 확보가 목적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해외로 진출한다”며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 기업에 대한 높은 규제 부담, 개혁 미흡으로 인해 생존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는 동안 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 규모는 줄어들었다. 2019년 1분기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금액은 31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7% 감소했다. 한국이 국내 기업에도, 해외 기업에도 매력 없는 투자처로 전락한 것이다. 이는 강성 노조로 인해 고용시장 경직성이 높아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민노총은 이러한 상황임에도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근로시간 단축 시 근로자의 생활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확대를 원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이 처한 현실 상황과 국내 경제 환경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민노총은 대기업이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분담하는 안을 함께 들고 나왔다. 그러나 한국이 처한 국내외 경제 환경을 돌아보면 대기업의 사정도 그리 밝지 못하다. 현재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제한 조치 등 대기업의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산적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노총의 무리한 요구는 국내 기업을 더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민노총에 의해 발생하는 리스크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文정부 ‘민노총 리스크’ 줄여줘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노총은 더 무리한 요구를 내놓고 있다. 민노총의 이런 행보는 노동시장을 경직적으로 만들어 국가 경제 전반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 정부는 악화하는 우리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기업이 체감하는 민노총 리스크를 줄여줘야 한다. 정부는 기업에 대해 법을 준수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잣대는 노조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그간 민노총이 누려온 고용 세습과 같은 특권을 돌아보면 노조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하는 것은 과한 요구라고 할 수 없다. 

    정부는 노사가 상생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노총의 무리한 요구를 제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목표는 노동자의 권리를 무제한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노사 협력을 이끌어 경제 전반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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