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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정치인 조용술 “386이여! 어쩌다 파쇼가 됐나”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88만원 세대’ 정치인 조용술 “386이여! 어쩌다 파쇼가 됐나”

  • ● 파쇼와 독재가 뭐가 다른가
    ● 자신들만의 사다리 만들어놓고는 청년은 피켓이나 들게 해
    ● ‘운동’ 3~4년 해놓고 30년 우려먹어
    ● 청년들은 지역감정, 진영 논리 관심 없다
    ● 한총련 세대가 대기표 뽑아 들고 서 있어
‘88만원 세대’ 정치인 조용술 “386이여! 어쩌다 파쇼가 됐나”
조국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와 여당을 장악한 386 운동권 세대를 향한 청년 세대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국 논란을 거치면서 계급 간 격차뿐 아니라 세대 간 격차가 논점으로 떠올랐다. 386 운동권이 민주화 과실을 독차지하면서 아랫세대의 성장을 억압하는 기득권이 됐다는 것이다.


운동권이 ‘기득권’이 될 때

조용술(38) 사단법인 청년365 대표는 1981년생 청년 정치인이다. 열린우리당에서 정당 활동을 시작해 바른미래당에서 혁신위원과 서울특별시당 청년위원장을 지냈다. 2018년 서울 마포구청장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했다. 마포 토박이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대학원에서 행정학(석사), 법학(박사수료)을 공부했다. 

조 대표는 “독재를 욕하던 386이 파쇼가 돼버렸다”면서 “그분들은 1980년대에 멈춰 서 있다. 시대교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자칭 진보라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자가 과연 맞을까 싶다”면서 “민주주의 가치를 말살하는 행동을 하는 게 파쇼”라고 했다. 

- 청년365는 어떤 일을 하나. 

“청년 중심의 공동체 복원 운동을 한다. 2003년 시작했다. 청년365는 아동 및 청소년을 ‘미래 청년’이라고 일컫는다. 미래 청년에게 도움을 주고자 풀뿌리 영역에서 활동한다.” 

- 대학 다닐 적 시작한 건가. 

“그렇다. 3학년 때 시작했다.” 



- 1981년생이니 ‘88만원 세대’ 맏형 격이다. 

“88만원 세대의 첫 시작이 1981년생이다. 1988년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공교육을 받은 첫 세대다. ‘87년 헌법’ 체제 아래서 성장한 것이다. 학번으로는 2000학번부터가 민주화 이후 공교육을 받았다.” 

- 유신독재 때 공교육을 받은 이른바 386세대와 대비된다. 

“2000학번 이후는 진보, 보수 담론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념 다툼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것이다.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에 나온 청년들이 진보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청년들이 조국(법무부 장관)을 반대하니 보수다? 그것 역시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청년 세대가 보기에는 사회주의가 어떻고 자유민주주의가 어떻고 하는 논쟁이 어색하다. 민주주의는 초등학교 다닐 적부터 공기 같은 것이었다. 쌀밥을 먹을 때 영양분이 어떤지 분석하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우리 세대에게 그렇다. 쌀밥이 맛있다는 건 상식이다. 민주주의, 공정, 시장경제, 법치 같은 상식에 어긋나게 행동하기에 촛불을 들거나 비판한 것일 뿐이다. 진영 논리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에서 사안에 접근하는 것이다. 진보, 보수의 진영 논리로 세상을 보지 않는다.” 

- 북한 문제에서 특히 그런 것 같다. 

“다수 청년은 북한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나라로 규정한다.”


“그분들은 진보가 아니다”

- 88만 원 세대의 맏형들이 ‘대기업 과장’ 나이가 됐다. 

“그렇다. 세대 내 격차도 과거보다 커지는 게 아닌가 싶다. 내가 느끼는 또래들의 실질실업률이 15~20%가량이다. 취업 상태인 경우 200만 원 이하 소득을 얻는 친구가 10명 중 3~4명이다. 최저임금에 수당을 조금 붙인 급여를 받는 친구가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친구들도 존재한다.” 

-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기득권’이 된 운동권을 비판하는 ‘꼰대 담론’이 회자됐다. 

“취업 시장에서도 기득권의 사다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386 전체를 비판한 게 아니라 기득권 386의 정의롭지 못한 행태에 분노한 것이다. 폐쇄적 기득권층이 자신들 내부에 사다리를 설치해놓고는 자신들만 그것을 이용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고 봐야 한다.” 

- 꼰대라는 낱말에는 경멸의 뜻이 담겨 있다. 

“청년들이 선배 세대에게 꼰대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다. 굳이 설명하자면 꼰대는 보수나 진보로 나뉘는 게 아니라 그냥 꼰대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진보가 보수를 비판하거나 욕할 때 ‘독재’라는 단어를 사용해왔다. ‘진보 꼰대’로 불리는 이들의 폐쇄적 행태를 보면 굉장히 파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파쇼와 독재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진보 꼰대라고 비판받는 이들이 사용하는 ‘적폐’란 단어가 특히 불편하다. 민주주의는 다원주의다. 다원주의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자기들은 절대 선, 상대는 절대 악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토론 자체를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그런 태도는 중도의 가치 또한 말살한다. 그게 파쇼가 아니면 뭐가 파쇼인가. 자신들만이 절대 선이라는 증후군에 빠져 있는 그분들을 진보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반성을 좀 해야 한다.” 

- 진보가 아니다? 

“자칭 진보라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자가 과연 맞을까 싶다. 민주화운동을 한 그룹이 과거에 자신들이 그토록 비판한 정치 행태를 더 진화시키고 있다.”


“실검 순위 조작? 그게 민주주의인가”

-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민낯이 드러났다는 건가. 

“유시민 작가 언동도 말이 안 되는데 ‘조국 힘내세요’ 실검 순위 조작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민주주의 가치를 말살하는 행동 아닌가. 그게 바로 파쇼다.” 

- 더 큰 대의를 위해 작은 치부는 눈감자는 게 아닐까. 

“그 사람들은 소수가 다수 우매한 국민을 계몽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데도 자신들이 믿는 정의만큼은 실현돼야 한다? 그게 과연 민주주의인가.” 

그는 “지금의 청년은 다른 세계를 살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 그게 무슨 뜻인가. 

“대한민국에는 서로 다른 시대가 공존한다. 한쪽에서는 산업화, 민주화를 각각 강조하는 두 집단이 다투고 있으나 10년, 20년이 지나면 역사의 물결에 따라 민주시민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청년 세대, 특히 30대 이하야말로 민주주의 시민이다. 지금은 세대 간 대결이 벌어지기 직전이다. 기성세대가 청년들과 연대하지 않는다면 세대 갈등이 터질 것이다. 88만 원 세대가 사회 중추가 되는 나이 직전에 와 있다. 계속 이 모양이면 과거의 산물을 밀어내려고 하지 않겠나.” 

이 대목에서 그가 사진기자에게 “몇 년생이고,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다. 사진기자가 “부산 출신, 81년생”이라고 답했다. “지역감정 있어요?”라고 그가 묻자 사진기자가 “전혀 없죠”라고 답했다. 그러곤 같은 나이인 두 사람이 까르르 웃었다. 

“우리 세대는 지역감정 그런 거 전혀 없다.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정치권의 행태가 ‘웃기다’고 생각한다. 말도 안 되는 구시대 담론으로 정치를 한다. 영남에는 보수만 있고, 호남에는 진보만 있나. 그게 얼마나 폐쇄적이고 후진적인 사고인가.” 

- 정치권만 20세기에 멈춰서 있다? 

“시위를 해도 폴리스 라인은 지켜야 한다는 시민의식으로 살아가는 우리 세대를 두고 운동권 선배들은 세상을 뒤집을 혁명가 정신이 없다고 훈계한다. 내년이면 2020년인데 그분들은 1980년대에 멈춰 서 있다. 잃어버린 30년이다. 그분들이 ‘운동’한 기간이 3, 4년인데, 남자들 군대 얘기하는 것과 똑같다. 특등 사수였고, 축구 했고…. 1980년대를 30년간 우려먹는다. 세계가 하나의 교역권으로 바뀌었는데 1980년대 민족주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어쩌자는 건가.”


“時代교체 필요”

‘88만원 세대’ 정치인 조용술 “386이여! 어쩌다 파쇼가 됐나”
그는 “시대교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세대교체라는 말은 또 다른 기득권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내려면 더 큰 담론이 필요하다. 그것이 시대교체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집권 세력은 1980년대다. 야권이 세대 연합을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 

- 세대 연합? 

“60대 이상은 보수야당을 주로 지지한다. 청년들은 범여권에 상대적으로 호감을 가지지만 절대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다. 20대는 보수적이라고 본다. 보수 정당이 20대, 30대와 연합할 생각을 해야 한다. 세대 연합을 통해 폐쇄적 기득권 세력을 대체할 온건 타협 다원주의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60대 이상 보수들이 청년 세대와 연대해 젊은 세대도 주류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20년간 386 운동권이 한국 사회 주류 노릇을 할 것이다.” 

그는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민주당에서 정당 활동을 하다 지난해 탈당한 후 ‘인재영입 4호’로 바른미래당에 영입됐다. 

“개헌 논의를 보고 폭발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사실상 연방제 개헌을 하려고 했다.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는 연방제나 다름없다. 지방정부라는 용어 자체가 연방제를 가리킨다. 지방자치를 공부한 내가 보기에 한국 사회에 맞지 않는 분권 안이었다. 다른 하나는 미투 운동 때의 태도다. 안희정, 정봉주 사건 때 민우회라는 거대 여성단체의 지지를 받는 민주당에서 여성 의원들조차 입을 다물더라. 민주주의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이 아니라고 보고 탈당했다.” 

그는 “연공서열 정치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들이 정치권에 입문하면 정당 생활을 한다. 처음에는 머릿수 채우기에 동원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서 있는 역할이다. 한 단계 올라가면 피켓을 준다. 그다음 단계로 올라가면 깃발을 들게 한다. 피켓부대, 깃발부대로 쓰다가 퇴출시키는 것이다. 민주당에는 386, 그러니까 전대협 그룹 아래에 한총련 그룹이 대기하는데 아직 순번이 돌아오지 않았다. 전대협 세대에 포획된 한총련 세대가 대기표를 뽑아 들고 서 있다. 청년들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아이돌 뽑듯 들어온 폴리테이너를 제외하면 정치권에 청년이 없다.”


“쳥년을 피켓부대 깃발부대로 쓰다가 퇴출시켜”

- 보수 야권도 똑같지 않나. 

“운동권 386 기득권과 마찬가지로 야권도 인재를 키우는 데 관심이 없다. 민주당을 향한 청년 세대의 비토가 거세졌는데 야권으로 지지가 이동하지 않는다. 민주당에 실망한 이들이 보류(保留)로 이동하는 게 현실이다. 청년들의 ‘정치 무관심’은 정치 행위의 하나다. 민주당의 행태에 동의하지 않으나 보수 야권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보수냐, 진보냐가 우리 삶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 취업률 높이고 아이 낳고 키우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 거냐’고 청년들은 묻고 있다.” 

- 조국 사태는 어떻게 봤나. 

“장관 임명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민주당과 공조로 선거법 개정에 목을 맨 정의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이 반대한 인물이다. 검찰 개혁을 할 사람이 조국밖에 없다? 인적 풀이 그렇다면 그건 정상적인 정권이 아니다. 장관으로 임명됐더라도 딸 입학 문제는 확실히 규명돼야 한다. 사모펀드니 문서 위조니 다 양보하더라도 애국, 이적 같은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법무부 장관 자격이 없다.”




신동아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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