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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교문수석 조영달 서울대 교수 “조국, 강의 맡으면 학생들 수강신청할지 의문”

“자사고·특목고 존속시키되 설립 취지 강화해야”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DJ 교문수석 조영달 서울대 교수 “조국, 강의 맡으면 학생들 수강신청할지 의문”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집권 3년차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 나침반의 바늘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향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부정 논란으로 교육 불평등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나자 정부와 여당은 학종 비율이 높은 13개 대학 실태조사를 벌이는 한편, 자기소개서 폐지까지 검토하는 등 학종 개혁에 중점을 두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은 조국 사태를 계기로 방향을 잃은 형국이다. 교육개혁의 방향은 완전히 틀어진 걸까. 교육을 교육답게, 개혁을 개혁답게 하기 위해선 무엇이 전제돼야 할까.


‘대입 개편’ 말고 ‘교육개혁’

2012년 11월 1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안철수 대선 캠프’인 진심캠프 기자실에서 교육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 앞에 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당시)와 조영달 서울대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 [뉴스1]

2012년 11월 1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안철수 대선 캠프’인 진심캠프 기자실에서 교육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 앞에 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당시)와 조영달 서울대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 [뉴스1]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려줄 수 있는 인물로 조영달(59)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교수를 떠올린 것은 1년 전 그와 나눈 대화 때문이었다. ‘표류하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에 대해 비보도를 전제로 대화를 나누는 3시간 동안 그가 교육개혁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지낸 조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전국 초·중·고교에 초고속 인터넷 회선 구축을 비롯한 학교정보화사업을 직접 주도했다. 이외에도 학급당 학생 수 감축(40→25명), 교육부 장관의 부총리 승격 등 굵직한 교육정책과 현안을 관철한 바 있다. 서울대 사회교육학과를 졸업한 조 교수는 동 대학원에서 사회교육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지금까지 30년간 서울대에서 제자 양성에 주력해온 그는 2012년 대선에 이어 2017년 대선에서도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의 교육멘토로 초등 5년, 중·고교 5년, 진로탐색 2년의 이른바 ‘5-5-2’ 학제 개편을 입안해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목을 끌었다. 201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후보로 출마할 당시, 보수와 진보가 아닌 중도를 표방하며 ‘탈(脫)정치 교육정책’을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대, 자발적으로 이구동성 조국 비판

조 교수는 현 시국을 “1946년 교육기본법 제정 후 ‘6-3-3’ 학제 개편이 70년 넘게 그대로 이어져오는 동안 세상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융·복합의 시대로 들어섰다. 한 가지 답을 달달 외우는 주입식 수업으로는 미래 교육을 준비할 수 없다.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새로운 교육정책 틀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면서 “교육개혁을 단지 수능·학종의 황금 비율을 찾는 방안 같은 대입제도의 개편만으로 여기면 안 된다. ‘공정’ 가치에 함몰된 교육개혁만으로는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교육 본질에 입각한 근본적인 교육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인구구조 변화가 가속화하는 지금, 교육의 본질을 강조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 문제점과 그 원인을 조목조목 짚어내는 조 교수의 분석은 귀 기울일 만하다. 



- 서울대 내부에서는 이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교수도 학생도 모두 당황스러웠다. 지금까지 ‘이 정도’로 논란을 일으킨 서울대 교수가 없었다. 논란이 일면 대부분이 직(職)을 사퇴했고, 서울대 명예를 위해 학교를 떠났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게 ‘전통’이다. 조 전 장관이 아주 예외적인 경우였다. 뒤늦게나마 사퇴 결정을 한 것은 잘한 일이다.” 

- 서울대 소속 교수 223명이 조 전 장관 사퇴 촉구 시국선언 서명에 동참했는데.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지만,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선생님도 많았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이상과 원칙을 무시한 채 의혹이 난무하는 사람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조국 사태에 대한 우려와 분노를 알리기 위해 서울대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한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에 더 놀라워하는 분위기다.” 

- 조 교수의 개인적 견해는. 

“애초에 조 전 장관이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조 전 장관과는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 정도이지만, ‘결심하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교수직에 복직하더라도 이미 강의 개설이 끝났기 때문에 이번 학기 강의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 학기에는 2과목 이상 강의를 해야 할 텐데, 과연 학생들이 조 전 장관의 강의를 신청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교육정책과 사회정책 혼돈하는 文정부

- 조 전 장관 딸의 입시 비리 의혹으로 교육 불평등이 수면으로 드러났다. 

“교육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의견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최근 통계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다. 부모의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자녀의 사교육 참여 기회가 많아지고 사교육 지출 비용 또한 늘어난다. 부유층 자녀들은 부모의 경제력·사회력을 바탕으로 사교육을 풍족하게 받는다. 부모 인맥을 활용해 ‘스펙’이라는 각종 이력을 쌓는다. 이를 기반으로 명문대에 진학하고 선망 직업을 갖는다. 이러한 교육 불평등이 유독 한국에만 나타나는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해석하는 게 옳다.” 

-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방향부터 잘못됐다. 조 전 장관 딸의 입시 부정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교육개혁 주문만 해도 그렇다.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평등을 강조하는 식이다.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평등을 강조한다고 해서 평등 지수가 올라가는 게 아니지 않은가. 교육 불평등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갑자기 대두된 게 아니다.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 직후 지난 20, 30년간 부모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에 따라 교육 격차가 꾸준히 벌어졌다. 대한민국 교육 불평등의 주원인은 사교육이다. 역대 정권마다 사교육비 절감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교육비는 감소하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늘어났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겠나. 기존 제도와 틀에 입각한 교육정책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 현주소를 살펴보자.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인구구조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미래 교육을 주도할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 교육이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 시기인 셈이다.” 

- 정부의 대응은 어떤가. 

“공교롭게도 정부가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정책추진 과정에서 교육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통해 교육철학과 비전을 세워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교육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으니 교육정책에 대한 애착도 떨어진다. 문재인 정부에서 교육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고 등한시 되기 일쑤다.” 

지난 9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교육 불평등 문제의 대책으로 ‘입시제도 공정성 제고’와 ‘고교 서열화 해소’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공정’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어 정말 큰일”이라고 지적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의 본질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기본적으로 교육은 인간의 잠재 가능성을 성장시키고 발달시킨다. 이게 바로 교육정책의 핵심이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하라’가 교육의 기본 방침이다. 또 교육은 인간이 정치·경제·사회 발전의 도구로서 훈련받게끔 돕는다. 예를 들어 인간이 기술을 배워 취업하도록 돕는 식이다. 교육정책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사회정책·복지정책에 더 가깝다.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행위도 교육정책이 아니라 복지정책에 해당한다. 입시제도 공정성 제고나 고교 서열화 해소처럼 공정 가치를 세우는 정책은 엄밀히 따지면 교육정책이 아닌 사회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방향이 이쪽으로 흐르니 문재인 정부가 자꾸만 교육정책의 핵심을 놓치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통령 주변에 교육 전문가가 없다

-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공론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공론화의 문제는 자칫 대중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다. 교육을 여론으로 결정하면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큰 어려움을 맞는다. 교육개혁은 교육에 대한 자질을 갖추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추진해야 한다. 물론 민주사회에서 교육 수요자인 시민의 생각과 결정을 감안해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공론화 과정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에서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육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불필요한 논란만 가중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 교육개혁을 이루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 우선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에 성안(成案)한 교육공약이 철학과 비전 없이 만들어진 결과물일 가능성이다. 또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을 설득할 만큼 소신을 가진 교육 전문가가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대통령 주변에 인재 풀이 협소하다는 뜻인가. 

“국정농단 사건의 발단은 최순실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이었다. ‘조국 사태’를 부른 시발점은 조 전 장관 딸의 입시 부정 논란이다. 둘 다 교육 불평등, 교육 기회의 불공정 사안과 얽혀 있다. 2016년 교육 비리 문제를 계기로 촛불 집회가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염원인 교육개혁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건 그만한 안목을 가진 교육 전문가가 없다는 뜻 아닌가.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 주변의 인재 풀이 협소하다는 의미로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3년을 돌이켜 보면, 정부가 뚜렷한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해가며 교육개혁의 길을 달려온 흔적을 찾을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공정, 불평등 완화라는 틀에서 벗어나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기록하던 임기 초반에 교육개혁을 강하게 추진해야 했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가 교육개혁의 적기를 놓친 건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제대로만 한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역할이 중요하다. 정권과 관계없이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협의체 성격의 거버넌스 기구다. 현재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미래를 내다보며 교육 비전을 세우기 위해서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국가교육위원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현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안이라고 본다.” 

-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말도 나온다.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상황이 아닌가. 

“몇 가지 이슈가 있다. 우선 위원 구성이 최대 쟁점이다. 법률안에 따르면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5명과 국회가 추천하는 8명, 당연직 2명(교육부 차관·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그중 대통령이 5명을 지명하는 위원 구성은 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힘든 구조다. 교육을 정치에 종속시킨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교육부와의 관계 설정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중·장기 교육정책 수립을 맡고 교육부는 고등교육을 비롯해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을 맡는 게 당초 청사진이었다. 현재는 사업이나 매뉴얼, 계획 등 행정적인 과제 위주로만 이양하고 있는 상황이다. 명확한 논의를 통해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文정부 이전보다 세련되게 교육에 관여

교육부는 4년 사전예고제를 공언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입시제도 개혁에 착수했다. 대입 공정성 강화를 위해 학생부에 기재하는 비교과영역(자율활동·동아리활동·봉사활동·진로활동)을 반영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을 적용하면 내신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기존 수시전형 유형의 하나인 학생부교과전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 교육부의 학생부 비교과영역 반영 폐지 추진에 대한 생각은? 

“비교과영역을 학생부에 반영하지 않으면 교과와 비교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학종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어쩌다 학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기이한 교육개혁안’이 나오게 된 걸까. 교육부 처지에서는 내놓을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더는 없다. 그래서 자꾸만 기존 제도를 조금 손대는 식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거다.” 

- 문재인 정부에서 정치의 교육 개입은 어느 정도인가.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사실상 직접적인 정치 개입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정치가 교육에 관여하고 있다. 다만 방식이 이전 정부보다는 세련됐다(웃음). 대통령이 교육개혁을 주문하자 교육부가 움직인다든지, 공론화 절차를 통해 교육정책을 결정한다든지 하는 경우다. 앞에서 언급한 학종 개편도 마찬가지다. 현행 대입제도는 공론화를 거쳐 도출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정치가 갑자기 끼어들어 방향을 틀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올해는 교육계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논란으로 뜨거웠다. 2020년에는 외국어고·과학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특목고) 재지정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학교의 재지정 여부를 넘어 고교 체제가 특정 정치 성향에 따라 좌우된다며 정부를 비판한다.


우리 사회 편법 묵인이 조국 사태 불러

- 자사고, 특목고 존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자사고는 고교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도입됐다. 20년 가까이 숱한 논란에도 존속해온 정책이다. 제도가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얘기다. 교육도 자연처럼 공격을 받으면 저항하는 속성이 있다. 교육의 본질은 인간의 잠재력이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단순히 ‘자사고·특목고로만 우수 학생이 몰려 일반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식의 접근은 옳지 않다. 향후에도 학교를 존속시키는 방향으로 가되, 학교 설립 취지에 맞는 학사운영을 하도록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교육부 1년을 총평한다면. 

“유 부총리가 교육부 장관으로서 1년간 추진한 정책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이다.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공분을 사던 지난해 가을 취임하자마자 사립유치원도 국공립처럼 국가회계관리시스템(에듀파인)을 쓰도록 하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 덕에 교육부도 안정을 찾은 모양새다. 김상곤 전 장관은 청와대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유 부총리는 좀 다르다. 정치인 출신 장관으로서 문 대통령과 소통이 가능하다 보니 ‘정치적 힘’을 가진 장관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유 장관이 교육계 출신도 아니고, 교육에 대한 깊이 있는 안목이나 비전이 있는 게 아니어서 변화된 학교 정책을 실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조 교수는 “김 전 장관 실각 이후 교육부 장관 자리는 정치인의 몫이 될 거란 관측이 있었는데, 실제로 정치인 장관이 들어섰다. 후임으로 교육 전문가 장관이 오기를 바라던 교육계로서는 무척 안타까웠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 김대중 정부의 교육 핵심은 무엇인가. 

“DJ 정부의 모토는 ‘지식 기반 시대, 교육 선진 기반 구축’이었다. 전국 초·중·고교에 인터넷 회선 100% 구축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프로젝트로 꼽힌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사 3만 명 증원, 학교 교실 증축 사업 등을 추진했다. 약 4조 원의 국고를 투입한 대규모 사업이다.”


“불법 아니면 문제없다”는 메시지, 국민 의식 무너뜨려

조영달 서울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공정 가치에 함몰돼 교육정책의 핵심을 놓치고 있는 걸 안타까워했다. [조영철 기자]

조영달 서울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공정 가치에 함몰돼 교육정책의 핵심을 놓치고 있는 걸 안타까워했다. [조영철 기자]

- 이 정부 들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했으니 문제가 없다’ ‘불법은 아니니 괜찮다’라는 말로 탈법과 편법을 정당화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편법을 묵인해왔다. 그러지 않았다면 ‘조국 사태’는 없을지 모를 일이다. 정부가 편법을 불법만큼 무겁게 처벌해야 학교 현장도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불법과 탈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사안도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 우리 사회가 자꾸 용인하니까 그게 나중에는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학종과 수능의 팽팽한 관계도 학종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조국 사태’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은 무엇인가. 

“학교 교육보다 더 큰 학습효과를 가지는 것이 바로 사회 인식이다. 청소년에게 경제교육이 가장 잘 이뤄지던 시기가 1997년 외환위기(IMF) 직후였다. 그런 점에서 ‘조국 사태’는 청소년과 청년층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한쪽에서는 법무부 장관 자격이 기준 미달이라고 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고 한다. 심지어 개혁을 위해서는 의혹을 묻어두자는 말까지 나온다. 이 대목에서 청년층이 특히 크게 분노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지켜온 ‘의무의 관점’이 있다.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 이를테면 최소한의 도덕을 지키는 것이다. 이것마저 무너진다면 우리 사회는 더는 존속하기 어렵다. 조 전 장관 사퇴로 ‘조국 사태’가 마무리됐지만, 이것이 청소년과 청년에게 ‘불법이 아니면 문제가 없다’는 식의 메시지를 남기는 계기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국가의 근간이 되는 국민 의식이 무너지지 않겠는가.” 

- 국민이 염원하는 교육개혁의 본질은 뭔가. 

“일각에서 주장하는 ‘수능 강화’는 아니다(웃음). 국민의 잠재의식 속에는 행복한 교육, 행복한 삶이 자리하고 있다. 미래 사회에 내 자녀가 행복하고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능력을 갖기를 소망한다. 국민은 교육이 추구하는 ‘본질’을 포기하지 않았다.”




신동아 2019년 11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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