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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끝없는 ‘제살깎기’ 이벤트 왜?

“당장 버티려면 단기 이벤트라도 해야”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대형마트 끝없는 ‘제살깎기’ 이벤트 왜?

  • ● 2L 6개들이 1500원대 생수 등장
    ● 현실은 ‘적자 전환’ ‘적자 확대’ ‘이익 반 토막’
    ● “대형마트 침체기라 규제 완화해야” 주장까지
    ● “소비 패턴 변화라 ‘초저가’만으로 판 뒤집기 어려워”
대형마트 끝없는 ‘제살깎기’ 이벤트 왜?
1880원(이마트), 1650원(롯데마트), 1590원(홈플러스). 지난 9월 국내 대형마트 3사가 일제히 초저가 생수(먹는 샘물)를 내놨다. 2L 6개들이 한 묶음의 가격을 1500원대에서 1800원대까지 책정해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불티나게 팔렸다. 

언뜻 보면 대형마트 3사가 자기들끼리 경쟁하는 것 같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은 다르다. ‘생수 초저가 전쟁’이 겨눈 타깃은 경쟁 마트업체가 아닌 쿠팡이나 티몬 같은 이커머스 업체라고 한다. 이게 무슨 얘기일까? 이커머스 업체는 같은 용량의 상품을 3000원 안팎에 팔고 있다. 이에 대형마트 업체들은 이보다 훨씬 파격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려는 데 주안점을 뒀다.


상시 파격 할인

9월 19일 홈플러스 서울 강서점에서 모델이 홈플러스의 PB 생수 ‘바른샘물’을 쇼핑카트에 담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9월 19일 홈플러스 서울 강서점에서 모델이 홈플러스의 PB 생수 ‘바른샘물’을 쇼핑카트에 담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생수는 생필품이지만 직접 구매해 들고 다니기에는 다소 무겁다. 매장보다 온라인으로 주문해 배송받는 게 훨씬 편한 상품이다. 이에 따라 생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예전에는 주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며 생수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주문해 집 앞으로 배송받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생수는 다른 제품 쇼핑을 유도하는 이른바 ‘미끼상품’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대형마트 업체들의 타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생수 매출만 뺏긴 게 아니라 생수와 함께 사는 신선식품 ‘장보기’가 점차 온라인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파격적으로 마진을 깎아가며 생수 가격을 내린 것은 온라인 업체들에 대한 반격이자 소비자를 더는 뺏기지 않겠다는 메시지였던 셈이다. 따라서 ‘생수 전쟁’은 대형마트 3사가 올해 들어 할인 경쟁을 지속하는 이면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마트를 시작으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사실상 ‘상시 파격 할인’을 단행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발(發) 저가 공세에 힘을 합쳐(?) 대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며 잘나갔을 때는 서로 이기지 못해 안달이었지만, 이제는 힘을 합쳐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꼴이다. 

대형마트 업체의 ‘달라진 위상’은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대한상의는 지난 9월 ‘대규모점포 규제효과와 정책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대형마트가 과거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규제를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다름 아닌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업계 매출 1, 2위를 다투는 대형마트들도 적자를 기록하며 점포 수를 줄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유통 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자신에게 가장 위협적인 유통 업체를 묻는 항목에 대형마트라는 응답은 17.5%에 그쳤고, 온라인 쇼핑몰을 꼽은 응답자가 43%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이제는 대형마트보다는 온라인 업체들이 더욱 위협적이 된 흐름에 맞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형마트 업체들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한 이야기지만, 이제는 이게 현실이 됐다.


상시 파격 할인

이런 분위기를 고려하면 대형마트의 초저가 전략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면도 있다. 이렇게 해서라도 고객을 끌어들여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언젠가 끝나겠지 싶던 할인 행사가 끝날 기미가 없다. 

이마트가 상시 초저가 마케팅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내세우며 할인 전략을 지속하는 가운데, 롯데마트는 지난 10월 한 달간 ‘통 큰 한 달’ 행사를 진행했다. 총 1000억 원 규모의 2000여 개 상품을 초저가로 내놨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대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홈플러스 역시 이에 뒤질세라 10월 징검다리 연휴에 ‘대한민국 빅딜 가격’이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대형마트 3사가 올해 내내 이런 식의 행사를 이름과 품목만 바꿔가며 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 같이 ‘상시 초저가 전략’을 펴고 있다고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다. 

소비자가 다시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리게 한다면 일단 한숨 돌릴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매출 규모는 키울 수 있겠지만 초저가 전략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올해 2분기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상징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업계 1위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 적자’를 기록한 일이다. ‘대형마트의 위기’는 수년 전부터 예견돼온 일이기는 하지만, 이마트가 내놓은 ‘2분기 229억 원 영업 손실’이라는 숫자는 그 위기를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영업 손실은 340억 원으로 전년 270억 원보다 적자폭이 더 확대됐다. 비상장사인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 6월 1년치 실적을 공개했는데, 2018회계연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7.6%가량 감소한 1091억 원에 그쳤다. 대형마트 3사가 ‘적자 전환’ ‘적자 확대’ ‘이익 반 토막’ 등 말 그대로 보릿고개로 내몰린 모양새다. 

특히 대형마트 업체들이 내놓은 실적은 한창 ‘초저가 전략’을 추진할 때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이마트그룹 중에서도 할인점(대형마트)의 지난 2분기 매출액은 전년보다 1.7% 늘었을 뿐이다. 영업이익의 경우 558억 원에서 -43억 원으로 적자 전환하며 크게 뒷걸음질 쳤다. 매출은 더디게 늘었는데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초저가 경쟁에는 탈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통상 유통 업체가 파격적인 할인 정책을 펴는 것은 ‘규모의 경제’로 경쟁자를 압도하기 위해서다. 덩치가 큰 업체는 대규모 매입을 통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한꺼번에 끌어들인다. 이렇게 되면 작은 업체들은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게 되고, 결국 큰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소비자는 같은 가격이면 온라인 선호

정치권이 대형마트가 전통시장 인근에 신규 출점하지 못하도록 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개별 상인들은 대형마트의 구매력을 따라갈 수 없고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대한상의가 밝혔듯 이제 대형마트는 경쟁 상대인 온라인을 압도하기는커녕 되레 역전당할 상황에 처했다.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큰 흐름을 봐도 그렇고, 자금력을 비교해봐도 마찬가지다. 

국내 이커머스의 대표 주자 쿠팡은 지난해 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 원가량(20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앞서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를 통해 쿠팡에 1조 원(10억 달러)을 투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누적 투자금이 3조 원을 넘었다. 시장에는 쿠팡이 아직 국내에서 지배적 사업자가 되지 못한 만큼 향후 투자금을 추가로 넣을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쿠팡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가격 할인은 물론 무료배송 서비스 등으로 대형마트에 맞서고 있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짧은 시간에 파격적인 가격으로 일부 상품을 판매하는 ‘타임 딜’ 이벤트를 지속하면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형국이다. 

가격 경쟁의 측면만 보면 대형마트 업체들은 불리한 편이다. 같은 가격이라면 소비자는 자연스레 온라인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편리함 때문이다. 이에 온라인 업체들의 ‘3000원 생수’를 이기기 위해 대형마트 업체들이 2500원이 아닌 1800원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압도적으로 저렴해야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그럼에도 ‘초저가 전략’은 대형마트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이 성장하는 것이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소비자의 소비 패턴 자체가 바뀌고 있는데 이 흐름을 ‘초저가’로 뒤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커머스 업체들에 따르면 구매량의 절반가량이 밤 10시부터 12시 사이에 이뤄진다고 한다. 몸을 움직여 어딘가로 장을 보러 가기보다는 자기 전에 침대에서 버튼을 몇 번 눌러 편하게 물품을 구매하는 게 일상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미래형 점포와 외줄타기

이마트는 2017년 8월 28일 유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해 더욱 정교화한 미래형 유통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는 2017년 8월 28일 유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해 더욱 정교화한 미래형 유통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마트 제공]

대형마트 업체들에 더는 미래가 없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오프라인 업체들에는 가격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무기가 남아 있다. 

최근 대형마트 업체들은 매장 재단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마트는 일부 매장에서 푸드코트를 재단장하면서 1인석을 설치했다. 1인 가구 증가 흐름에 맞춰 이른바 ‘혼밥족’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1인 가구 증가는 대형마트 위기의 큰 원인 중 하나인데, 이를 공략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동시에 ‘미래형 점포’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마트 의왕점과 롯데마트 금천점은 이른바 ‘미래형 점포’로 매장 곳곳에 IT(정보기술)를 적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히 뛰어난 IT를 내세우는 데 방점이 찍혀 있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 

즉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을 쇼핑 공간으로 제한하기보다는 편하게 식사하고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능력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에 더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채널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중장기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실제 업계에는 유통의 미래가 ‘온·오프라인 결합’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인 온라인 글로벌 업체인 아마존이 최근 ‘아마존 고’라는 오프라인 매장에 공을 들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쇼핑 경험이 충성 고객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면에서 아직 오프라인 업체들에도 기회는 남았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초저가 전략에 대해서는 “워낙 오프라인 매장의 침체 속도가 빠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면서도 당장 버티기 위해 단기적인 이벤트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했다. 

즉 대형마트 관계자 스스로 초저가 전략이 불가피한 단기 처방임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궁지에 내몰린 상태에서 외줄타기 하는 대형마트 업체들의 향후 행보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신동아 2019년 11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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