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호

인터뷰

김종인 “코로나19 대응 보며 文정부 국가경영 능력 있는지 회의”

  • 고재석 기자 김우정 기자

    jayko@donga.com friend@donga.com

    입력2020-03-17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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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영호 발언’, 비례 출마가 더 정상적이라는 뜻

    • 홍준표 컷오프, 과정상 옳지 않다 생각

    • 종로 선거, 文vs黃 구도면 이낙연이 가려져

    •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별개 정당

    • 황교안은 아주 정직한 사람…경제민주화에 의지 있어

    • 민부론 통해 국민소득 5만 달러? 허황된 얘기 말아야

    • 통합당은 맹목적 시장경제, 그래선 경제 운용 못해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마치 공식처럼 그의 이름이 회자된다. 김종인(80)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또 화제의 한복판에 섰다. ‘신동아’가 3월 14일 서울 광화문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그를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진행한 공천에 대해 더 는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의 강남갑 공천은 국가적 망신이라고 한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태영호 이 사람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공천을 둘러싼 갈등을 더 키우지 않고 이쯤에서 봉합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당시만 해도 통합당 선대위원장직에 의지가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상황은 시시각각 변했다. 신동아가 3월 14일 인터뷰 내용 일부를 보도한 후에도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일각에서 ‘김종인 비토론’이 이어졌다. 통합당 최고위원회 안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려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3월 16일 김 전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의 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다”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궁금증은 남는다. 김 전 대표는 2월 11일 기자와 만났을 때 자신이 박근혜·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여한 데 대해 “국민한테 미안하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나라를 이렇게 만든 데 책임이 있다’고 한다. 그런 소리 들으면 다시는 정치에 손대선 안 되겠구나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한 달여가 지난 뒤 여의도 정치의 소용돌이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갔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를 두고는 “아주 정직한 사람”이라며 호평했다. 이 인터뷰 기사는 박근혜·문재인을 택했던 ‘전략가 김종인’이 왜 황교안을 택하려 했었는지, 만약 통합당 선대위원장직을 맡았다면 어떤 청사진을 그렸을지 오롯이 이해할 수 있는 텍스트다. 특히 그는 통합당의 경제정책을 ‘탈이념 실용’ 노선에 맞게 바꾸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태영호와 특별히 원한 관계 있는 건 아니다”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 통합당 선대위원장 취임 여부를 두고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아직 내가 (선대위원장 취임을) 결정 안 했으니까 신문에는 그냥 하느냐, 안 하느냐로 나겠지.” 

    - 김형오 통합당 공관위원장이 그만뒀으니 선대위원장으로 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 아닌가. 

    “나는 공관위에서 뭘 하는지 관심 없다. 단, 공관위에서 (공천하기로) 결정 난 인물들에 대해 평가를 좀 해보는 거지. 공관위가 결정한 인물이 일반 여론이나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합당한 사람이라면 아무 문제없다. 그런데 자꾸 잡음이 생기니까 그 잡음을 알고서도 내 행동을 결정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 잡음이라면 구체적으로 강남 공천을 이야기하는 건가. 

    “공천 심사 기준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공관위에 참여한 사람은 가급적 자기와 관련돼 있는 사람은 배제해야 한다. 공천 과정에서 그런 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그런 문제가 생긴 거지. 강남이란 데가 무조건 통합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선거구가 아니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강남 사는 사람들 수준에 합당한 후보를 내보내야 표를 얻을 수 있다. 2016년 민주당 비대위 대표로 있을 때 전현희 의원을 보니 커리어나 지적 수준이 그 지역에 맞는다고 생각해 강남을에 전략공천 했다. 강남벨트 지역구가 보수의 본판(本板)이니까 아무나 갖다 내놔도 당선된다는 생각 갖고 공천하면 안 된다. 그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아무 관계없는 사람을 갖다 놓으면 당선되겠나?” 

    - 태 전 공사로는 지역구 선거가 어렵다고 보나. 

    “뭐, 자기네(통합당 공관위)는 하이라이트 공천했다고 하니까. 태 전 공사와 내가 특별히 원한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한 국가의 상식 수준에서 판단한 것이다. 내가 특별한 의도가 있어서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다. 내가 언론에 인터뷰한 내용이 아니다.” 

    - 한 일간지와 인터뷰했다고 나왔던데. 

    “그러니까 나쁜 사람들이다. 인사한다고 와서 차 마시면서 15분쯤 잡담하다 간 것이다. 최명길 전 의원도 같이 있었다. 그걸 그따위로 쓴 것이다. 어저께 (해당 신문사에) 전화로 ‘의도적으로 그런 기사 낸 것 아니냐’고 야단쳤다. 아무 말도 못하더라. 사람이 개인적인 사담을 한 걸 갖고 기사를 내서 그런 물의를 일으키는 언론인이 어디 있나.” 

    - 발언이 알려진 이후 보수 진영에서는 탈북민도 끌어안아야 한다면서 반발이 나왔다. 

    “상식적으로 뭐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 내가 탈북민, 즉 태영호 이 사람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다. 그런 분은 지역구보다는 차라리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게 더 정상적이라고 얘기한 것이다.” 

    - 태 전 공사의 경우 강남갑 공천 이전에 다른 지역구에 배치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지역구는 합당하지 않다. 그분이 경호원 끌고 다니면서 선거운동 해야 한다. 물론 태 전 공사가 대한민국 국민이 된 것만큼은 틀림없지만, 그런 여러 가지 행동의 어려움이 있으니 참고 삼아 얘기한 거다. 기자가 이상한 표현 써서 (보도가) 그렇게 된 거지.” 

    - 만약 태 전 공사를 재배치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니, 이제는 틀렸다. 시간이 없다. 공관위가 자신들이 공천을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나는 거기에 대해 더는 얘기를 안 하려고 한다.” 

    - 일부 경선 지역을 제외하면 통합당 공천은 마무리 수순이다. 번복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지 않나.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얘기할 게 없다. 강남벨트에 아무나 꽂으면 된다는 사고방식 갖고는 안 된다는 말을 하려던 것이다. 그 지역 사는 사람의 자존심도 생각해 줘야 할 것 아닌가.” 

    -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물러나면서 “선대위는 선대위 역할만 해야 한다”고 했다. 

    “아니, 선대위가 공관위에 대해 뭐라고 얘기한 게 아니다. 그 사람들(공관위)도 웃기는 사람들이다. 자기네가 해놓은 결과가 일반적으로 수긍할 수 없지 않나. 그 사람(김형오 위원장)이 왜 그만뒀나?”

    “김형오 왜 그만뒀나?”

    2016년 4월 19일 서울 강북구 국립 4·19 민주묘지에서 제56주년 4·19 기념식이 열렸다.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왼쪽)가 김종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있다.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2016년 4월 19일 서울 강북구 국립 4·19 민주묘지에서 제56주년 4·19 기념식이 열렸다.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왼쪽)가 김종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있다.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 표면상 강남병 공천 문제로 물러났다. 

    “왜 그런 공천을 했느냐 이거다. 무조건 자기네가 토의해서 결정하면 된다고 하는데, 내가 선거 한두 번 해본 사람이 아니다. 선대위가 지금 발족도 안 했다. 선대위가 공관위에 대해 무슨 간섭을 하나. 공관위에 간섭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 홍준표 전 대표는 공천에서 탈락하자 “공천이 불공정했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가 대통령후보도 했고, 당 대표로 지방선거도 치렀다. 그때 완패했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지.” 

    - 그럼 홍 전 대표가 불출마해야 한다고 보나. 

    “이번에 개혁공천 해야 하고, 이를 위해 물갈이해야 한다는 것 아니었나. 그런 점에서는 공관위가 상당히 노력을 했다. 그럼 그 절차를 제대로 지켰어야 했다. 홍 전 대표 말로는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출마하려 했는데, 중간에 (공관위가) 양산으로 보내면서 김형오 위원장이 ‘경선하게 해주겠다’ 약속했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경선 없이 그냥 컷오프 하니까 홍 전 대표로서는 자연스레 그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지. 난 과정상 그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 홍 전 대표 공천 문제는 선대위를 통해 재심의할 수 있나. 

    “홍 전 대표가 탈당까지 했는데 무슨 재심의를 하나. 재심의는 이제 시간적으로 어렵다.” 

    - 통합당의 TK(대구·경북) 공천은 어떻게 보나. 

    “통합당은 TK 역시 나가기만 하면 무조건 당선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공천에 별로 신중함이 없다. 당선 가능성이 큰 곳일수록 국회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 

    앞서 김 전 대표는 2월 11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황교안 대표가 종로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낙연 전 총리가 아닌 문 대통령을 겨냥해 심판론을 내세웠다. 그러면 이 전 총리가 자연히 가려지기 때문에 이 전 총리에게 이롭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지난 인터뷰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지금은 종로 선거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지난번에 얘기한 그대로 가리라 본다.” 

    - 하지만 여전히 이 전 총리가 여론조사에서 20% 이상 앞서는데. 

    “선거가 반드시 지금 여론조사대로 되는 게 아니다” 

    - 코로나19로 선거운동에 제한이 있어 2위가 1위를 추격하기 어려운 상황 아닌가. 

    “그건 별 상관없다. 총선에서 후보자가 선거구에서 악수할 수 있는 사람은 선거 기간 동안 2000명도 안 된다. 서울의 경우 대부분 주민이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 늦게 집에 들어온다. 후보자가 유권자와 접촉할 기회가 별로 없다. 그러니 전반적으로 형성되는 여론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각 지역마다 내놓는 후보자의 프로필이 중요하다.”

    “黃 법무부에서 준비한 경제민주화 법안, 朴이 뭉개”

    - 황교안 대표와 만난 적 있나. 

    “그간 한두 번 만났다.” 

    - 어떤 사람이던가? 

    “아주 정직한 사람이다.” 

    -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있던가. 

    “내가 남의 당 대표 자질을 어떻게 코멘트 하나.” 

    김 전 대표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누가 뭐래도 ‘경제민주화’다. 그는 2012년 박근혜 대선캠프에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합류해 경제민주화 정책을 설계했다. 2016년 1월에는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가 김 전 대표를 영입하며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김종인 박사의 지혜와 연륜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김 전 대표가 지도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열쇳말이 ‘경제민주화’인 셈이다. 그래서 이렇게 물었다. 

    - 황 대표에게 경제민주화 의지가 있나. 

    “황 대표가 말이야, 이건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 시절에 내건 경제민주화 공약 중 대표적인 것이 상법 개정이었다. 이후 황 대표가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으로 있을 적에 법무부에서 상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그러고 국무회의에 상정까지 했는데 박 대통령이 개정안에 독소 조항이 있다고 뭉개버렸다. 그래서 무효가 됐다. 그 때 안 거지.” 

    예상치 못한 답변이라 확인차 다시 물었다. 

    - 황 대표가 경제민주화에 의지가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는 말인가. 

    “내가 보기에 그걸 장관이 모르고 했을 리는 없다.” 

    2013년 7월 법무부는 박 당시 대통령의 공약을 반영한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회 이사·감사 분리 선출, 전자투표 의무화 등을 담았다. 이들 제도는 소액주주의 권익을 강화하고 대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과제로 꼽힌다. 김 전 대표 말대로 당시 장관이 황 대표였다. 김 전 대표에게 한 차례 더 물었다. 

    - 황 대표가 경제정책에 있어 기존 통합당의 노선보다 전향적으로 갈 수 있다고 보나. 

    “장관 지시가 없었으면 상법 개정안을 만들었을 리가 없잖아. 그런 점에서 황 대표가 사회 변화에 대한 인식이 있다. 박 대통령이 안 해서 그렇지. 당시 법무부가 선거 공약을 실체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증거가 있으니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민주당 비대위 대표로 있을 적에 법무부 안을 그대로 발의해서 해보려 했는데 잘 안 됐다. 그걸 겪다 보니 국회에 있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의원직을 그만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통합당과 국민의당 간 ‘중도-보수 연대론’이 거론된다. 김 전 대표는 한때 ‘안철수의 멘토’로도 불렸다. 

    - 총선에서 통합당은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그 사람(안 대표)은 그 사람대로 자기 노선을 계속 가겠다고 천명했는데 무슨 얘기를 하나. 내가 2016년 민주당 비대위 대표 할 적에도 여러 사람이 안철수와 연합공천 해야 한다고 했지만 내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각자 자기 정당의 슬로건을 내걸고 선거운동에 들어가서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통합당, ‘보수 순수성’ 많이 없어졌다고 봐야”

    - 안철수계가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약진했는데. 

    “안철수계 상당수가 현역 의원이고, 통합당 공관위가 보기에는 해당 지역에 (통합당 안에서) 마땅한 사람도 없으니까 후보자로 낙점한 거지.” 

    - 배려가 있었다고 보진 않나. 

    “특별히 안철수계를 배려했다기보다는, 통합 과정에서 명분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만 합당하면 2016년 새누리당 형태로 복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모양 자체가 우습다. 원래 통합의 골자는 지역을 나눠 먹는 것이다. 이언주 의원 측 사람도 몇 명 공천된 것 같던데….” 

    - 현재 미래통합당은 옛 새누리당과는 다른 형태라고 보나. 

    “옛날 새누리당 사람들이 생각하던 이른바 ‘보수의 순수성’은 많이 없어졌다고 봐야지. 요새 흔히 가짜 보수 진짜 보수 말하는데, 시대 변화를 좇아가지 않는 보수는 성공하지 못한다. 독일에서 드러나듯 보수가 변하면 이른바 사민당 같은 사민주의 정당도 무너진다. 보수정당이 사회 변화에 따라 바뀌니 (반대편) 사민당의 존재 가치가 줄어들고 퇴색할 수밖에 없다.” 

    - 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별개의 정당이다. 통합당 지지자는 그쪽(미래한국당) 찍겠지. 그런데 각 정당이 생각한 것처럼 비례위성정당 만든다고 비례대표 지지를 다 먹지는 못할 것이다. 그건 희망 사항이다. 나는 솔직히 그런 것에 관심 없다.” 

    - 미래한국당 공관위원장인 공병호 소장은 아는가. 

    “이름만 알지. 그분도 시장경제에 심취한 사람 아닌가.” 

    -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꼽힌다. 통합당과 경제정책의 색깔이 다른 것 아닌가. 

    “통합당은 맹목적으로 시장경제만 따른다. 시장 원리만 갖고는 경제가 운영될 수 없다. 발달된 자본주의의 역사가 그렇다. 아직 통합당 정강정책을 검토 안 해봐서 잘 모른다. 내가 2012년에 새누리당 정강정책을 만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그 정강정책을 바꿨다더라. 내가 이유를 물었더니 그때 만든 정강정책이 보수정당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바꿨다고 했다. 그게 아주 단순하고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나라는 그렇게 끌고 갈 수가 없다.” 

    - 통합당은 민부론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에 도달하게 하겠다고 주장했다. 

    “그건 예전 이명박 대통령 때 747과 같은 것 아닌가. 어느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현실에서 앞으로 10년 내내 성장률을 얼마나 기록해야 5만 달러에 다다르나. 그건 불가능한 얘기다. 그런 허황된 얘기하면 안 된다.”

    “나는 진영논리에 관심 없다”

    - 통합당이 총선에서 중도를 공략해야 하나. 

    “중도니 보수니 진보니 떠나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지금 단계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얘기해야 한다. 나는 진영논리에 관심이 없다. 세상이 바뀌는데 무슨 보수·진보를 따지나.” 

    - 보수를 어떻게 정의하나. 

    “보수는 문자 그대로 하면 ‘지키는 것’이다. 세상이 변하는데 옛날식으로 지키기만 해서 되겠나. 경제가 발전하면 사회구조도 변화하고, 그것이 인간 행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변화한 걸 따라가는 게 정치다.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를 겪으면서 양극화 현상이 생겼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 아닌가. 민주주의는 한 사람당 한 표씩 행사하니까 표를 극대화하려면 누구를 겨냥해 정책을 펴야 할지 뻔한 것이다.” 

    - 야당이 경제위기 해소를 위해 정부에 시급하게 요구해야 할 건 무엇이라고 보나. 

    “현재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재정을 많이 투입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얘기하듯 기본소득 50만 원, 100만 원 주는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엄격히 파악해 필요한 곳에 돈이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 통합당은 총선에서 대북 및 외교안보 정책을 어떻게 내놔야 하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북정책이 일반 유권자에게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외교·안보정책의 경우 현 정부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국민이 다 안다.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활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땅덩어리가 큰 미국에서도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에서 외교안보정책의 영향이 크지 않다.” 

    - 현 정부는 복지정책에 성과를 냈다고 한다.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을 했으니 그런 주장을 펴는 건데, 소득주도는 몰라도 성장은 하나도 안 됐다. 성장이 안 되면 복지가 늘어날 수 없다. 성장과 복지 간 조화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 통합당이 전향적으로 복지정책을 펴야 하나. 

    “기존 복지정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개편할 수 있느냐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코로나19로 경제위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수요·공급 양쪽을 엄격히 점검해야 한다. 수요만 늘린다고 해서 경기가 정상화될 수 없다. 공급이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에 사람들이 생산시설이 아닌 집에 있다. 생산이 안 된다. 또 글로벌 공급망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곳만 정지돼도 문제다. 공급 쪽에서 큰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만 내린다고 뭐가 해결되겠나. 새로운 사태에 당면했기 때문에 경제정책 역시 새롭게 낼 수밖에 없다.” 


    “文정부, 국가경영능력 있는지…”

    -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과 의료진은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훌륭하다. 정부가 처음부터 전문가들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이럴 때 정치인들이 큰소리치면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를 하나의 정치 이벤트처럼 활용하려는 사람이 많다. 삼가야 한다.” 

    - 문재인 정부의 최대 취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이 정부가 국가 경영 능력이 있는지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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