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호

온라인 개학 첫 날 “난리통…이틀 전 가이드라인 주면 어쩌잔 건가”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0-04-09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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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시간 수업 불가능…영상 업로드 안 되는 경우도

    • 갑작스러운 통보, 현장은 카오스

    • 학생들이 출석만 제대로 해도 다행

    온라인 개학 첫날인 9일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해당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는 EBS 수능특강 교재에 직접 필기를 하며 설명하는 영상과 그 모습을 원거리에서 찍은 화면을 병치해 영상을 구성했다. [문영훈 기자]

    온라인 개학 첫날인 9일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해당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는 EBS 수능특강 교재에 직접 필기를 하며 설명하는 영상과 그 모습을 원거리에서 찍은 화면을 병치해 영상을 구성했다. [문영훈 기자]

    9일 오전 7시 50분.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A양은 오랜만에 반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화상회의를 위해 만들어진 온라인 플랫폼 줌(Zoom)에서다. 그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10분까지 총 7교시 수업을 듣기 위해 구글 클래스(Google Class)에 접속했다. A양은 학번과 이름을 채팅창에 올려 출석시간을 표시했다. 

    수업 방식은 교사마다 다르다. 스페인어 수업은 교사가 파워포인트(PPT) 파일에 녹음을 덧입혀 진행됐다. 체육 수업은 앞으로의 수업 계획과 방향을 정리한 오리엔테이션 영상으로 이뤄졌다. 국어 교사는 카메라 2대를 활용했다. 수업 영상에는 EBS 수능특강 교재에 직접 필기를 하며 설명하는 화면과 멀리서 찍은 화면이 병치됐다. 

    영어독해, 수학 등 다른 수업도 자유롭게 수강하고 정해진 시간까지 과제를 제출하거나 댓글을 남기면 된다. 오후 4시 10분 플랫폼인 줌을 통해 실시간으로 종례를 하면 일과가 끝난다. A양은 “담임 선생님이 학교에 새로 오셔서 얼굴을 처음 온라인으로 확인했다”며 “온라인으로 선생님들을 만나니 굉장히 낯설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새로운 학교 풍경을 만들었다. 전국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이날 한 달이 넘는 기다림 끝에 개학을 맞이했다. 개학 하루를 앞두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한민국 정보화를 ‘레벨 업’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평했으나 일선 학교에서는 온라인 개학에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실시간 수업 불가능…영상 업로드 안 되는 경우도”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자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온라인 개학 방침과 일정을 발표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원격수업을 위한 운영 기준안(원격수업 기준안)에서 온라인 수업을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 수업, 과제 수행 수업 등으로 규정했다. 각 학교에 EBS 온라인 클래스, 구글 클래스 등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수업 플랫폼 예시도 공문으로 전달했다. 



    이중 실제 학교 수업과 가장 유사한 형태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다. 하지만 실시간 수업 진행은 힘들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다. 대부분 학교에는 실시간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는 쌍방향 수업 대신 콘텐츠 활용 수업, 즉 수업을 영상으로 녹화해 네이버 밴드에 업로드하는 방식을 택했다. 교실에 설치된 와이파이가 고르지 못해 쌍방향 수업에 오류가 생길 위험이 있어서다. 6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한 쌍방향 온라인 원격회의에서도 진행 도중 인터넷 연결이 고르지 못해 영상이 끊기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영상 촬영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수학교사 B씨는 “온라인 수업 촬영을 위해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매 순간 영상 촬영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해야 하고 기존 수업과 달리 실수를 하면 다시 찍어 편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비 문제도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영어교사 C씨는 온라인 개학 일정이 나온 뒤 노트북을 구입했다. 해당 모델은 화면에 직접 필기를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C씨는 “학생들에게 수업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트북을 구입했다”며 “영상촬영이나 업로드에 익숙하지 않은 동료 교사의 경우 온라인 개학에 더 당황하는 분위기”라고 상황을 전했다. 

    EBS 온라인 클래스를 이용하는 인천의 한 중학교 국어교사 D씨는 “EBS 온라인 클래스에 영상을 업로드 할 수 있는 길이가 20분으로 제한돼 있어 23분 길이의 영상을 촬영한 동료 교사가 촬영한 수업 영상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통보, 현장은 카오스

    교사들은 출결 확인부터 난항을 겪는다. 중3 담임을 맡고 있는 D씨는 “우선 학생들이 아침에 일어나지 않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며 “개학 전날 점검 차 학생들에게 특정 시간에 접속하라고 말해뒀는데 한 학생은 밤 10시에 일어났다고 문자하기도 했다. 맞벌이하는 학부모가 많아 학생들을 깨우는 것으로 아침 일과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수학교사 B씨는 “아침마다 반 학생들에게 단톡방과 줌에서 ‘빨리 들어와라’ ‘얼굴 보여라’ ‘손 흔들어라’라고 말하는 등 난리통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원격수업 기준안 역시 구체성이 부족했다. 원격수업 기준안에는 수업 운영 방식, 출결 및 평가 업무에 관해 ‘학교 여건이나 상황에 따라’ ‘탄력적’과 같이 학교와 교사의 재량을 우선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러한 지침이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수학교사 E씨는 “전례가 없는 온라인 수업을 학교나 교사의 재량으로 진행하라는 이야기는 문제가 생겼을 때 교육부가 책임을 면피하려는 의도 아니냐”고 지적했다. 중3 담임인 D씨는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 방침을 발표한 이후, 개학일 하루 전까지 출결, 수업 방식, 평가 방식에 대해 매일 회의를 해야 했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개학을 이틀 앞둔 7일에서야 비로소 ‘원격수업 출결‧평가‧기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D씨는 “회의 끝에 각 학교에서 결정한 방식을 가이드라인대로 다시 바꿔야 했다”면서 “결국 일주일째 쓸모없는 회의만 한 꼴이 됐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미리 무엇인가를 결정해놓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출석만 제대로 해도 다행”

    수업 이수 여부는 학생들을 믿는 수밖에 없다. D씨는 “EBS 온라인 클래스의 경우 학생이 수업을 이수했는지 보여주긴 하지만 스크롤만 끝에서 끝으로 옮기면 이수 처리가 된다”며 “출석만 제대로 해줘도 고마울 것 같다”고 말했다. 수학교사 B씨 역시 “네이버 밴드에서 댓글로 출석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다행인 점은 초반이라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자체를 신기해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도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갈린다. 세화여고 3학년 김모(18) 양은 “학교에서 수업해도 안 듣는 학생들이 많은데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면 집중도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A양은 “수업내용에 대한 즉각적인 질문이 어려운 단점은 있지만 자신의 리듬에 맞게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고 말했다. 

    고3 담임교사 E씨는 “순탄치 않은 과정이었지만 어찌됐든 개학은 했고 교사들은 학생들만 바라보고 갈 수밖에 없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고등학교 1~2학년과 초등학교 4~6학년은 16일, 초등학교 1~3학년은 20일 온라인 개학을 맞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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