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호

[댓글사탐] 중학생 전동킥보드 무면허 탑승 법안 어떻게 만들어졌나

“안전 대책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0-11-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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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통과, 정부도 힘 실어

    • 싱가포르, 사망 사고 발생 후 규제 강화

    • 제한속도 20㎞로 낮추고 이용자 책임 강화해야

    • 9월 뒤늦게 안전교육 의무화 법안 발의

    ※‘댓글사탐’은 ‘댓글의 사실 여부를 탐색하기’의 줄임말로 ‘신동아’ 기사에 달린 댓글을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큰 호응을 얻은 댓글, 기자 및 취재원에게 질문하는 댓글, 사실 관계가 잘못된 댓글을 살핍니다.

    10월 28일 밤 10시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시민들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다. [문영훈 기자]

    10월 28일 밤 10시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시민들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다. [문영훈 기자]

    12월 10일부터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습니다. 5월 20일 국회를 통과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인데요.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이륜차(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됩니다. 제2종 운전면허 중 하나인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만 16세부터 취득 가능) 이상 소지해야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대 국회는 임기 막바지에 전동킥보드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개정 도로교통법은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 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자전거 범주로 묶었습니다. 이에 따라 12월 10일부터 차도뿐 아니라 자전거 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이 가능합니다. 면허 규정도 사라져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대 국회 3차례 발의, 법 통과에 정부도 힘 실어

    ‘신동아’가 10월 31일 보도한 ‘12월 중학생 무면허 탑승 합법화… 학원가 ‘킥라니’는 지금도 위험천만’ 기사는 신동아 홈페이지와 포털에서 9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댓글은 457개가 달렸는데요. 대부분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우려를 담은 내용입니다. 



    “입법한 국회의원을 털어봐야 한다.” 

    다음 닉네임 ‘하****’님의 댓글입니다. 해당 댓글에 451명이 공감을 표했습니다. 네이버 아이디 ‘jinc****’님도 “법을 개정해 킥보드를 많이 팔아먹으려는 것”이라며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전동킥보드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총 3번 발의됐습니다. 홍의락 민주당 전 의원,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 이찬열 국민의힘 전 의원이 대표발의자입니다. 

    5월 12일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전동킥보드 관련 법안 3개를 통합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차도 운행만 허용돼 위험에 노출된 전동킥보드를 ‘개인형 이동장치’로 정의하고,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해 차량 운전자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는 게 개정안의 목적입니다. 

    누리꾼 반응은 다릅니다. 네이버 아이디 ‘moo7****’님은 “시민들 안전은 안중에 없는 규제 완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음 닉네임 ‘E*****’님은 “성인이 타고 다녀도 사고가 나는데 중학생도 타라고? 지나가는 행인은 어쩌란 말이냐”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한 윤재옥 의원실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규제 완화가 아니라 현행법에 개인형 이동장치에 관한 정의나 규정이 없어 이를 신설하자는 것이 법안 발의 취지다. 연령과 면허 기준은 기존 전기자전거에 적용되는 법 조항을 그대로 따랐다. 개인형 이동장치를 이륜차가 아닌 자전거 범주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안전 문제는 정부 정책이나 추후 법안 발의를 통해 정비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개인형 이동장치를 제한속도 시속 25㎞ 미만, 중량 30㎏ 미만인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1월 국회입법조사처도 보고서를 통해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법적 지위와 개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정부도 법 개정에 한몫했습니다. 3월 18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제5차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을 열었습니다.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와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가 참석해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날 개인형 이동장치 자전거도로 주행을 허가하고 면허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합의됐습니다.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고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5월 20일 통과됐습니다. 투표한 의원 184명 중 183명의 찬성으로 의결됐습니다.


    외국은 18세 이상만 탈 수 있다?

    일부 댓글 중 사실과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다음 닉네임 ‘화****’님은 “도로교통법을 보면 12월 10일부터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수 있다고만 했지 나이 제한은 없다”고 썼습니다만,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개인형 이동장치는 ‘자전거 등’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13세 이상 운행 규정이 적용됩니다. 

    “다른 나라는 18세 이상으로 이용을 제한해 학교에서 엄격하게 규제한다.” 

    앞서 언급한 다음 닉네임 ‘하****’님의 댓글에는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성인만 개인형 이동장치를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일부 유럽 국가는 전동킥보드 탑승 연령 제한이 한국보다 낮습니다. 독일은 12세 이상이면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8세 이상 규정을 적용하고 12세 미만은 헬멧을 착용하도록 했습니다. 싱가포르는 필기시험을 통과한 16세 이상만, 일본은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돼 16세 이상 면허 소지자만 합법입니다.


    “인도 주행 불법 무의미”

    “사망자‧부상자가 심각하게 늘어나면 그때서야 규제할 것이다. 다른 나라도 비슷했다.” 

    네이버 아이디 ‘rant****’님의 댓글입니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2019년 9월 전동킥보드와 충돌한 65세 여성이 사망하자 규제 강화 목소리가 힘을 얻었습니다. 올해부터 전동킥보드 인도 주행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프랑스도 지난해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인도 주행을 금지했습니다. 이를 어기면 벌금 135유로(18만 원)를 내야합니다. 

    12월 10일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인도 주행은 불법입니다. 다만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도로는 자전거전용도로,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 자전거전용차로, 자전거우선도로로 분류됩니다. 이중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가 자전거도로의 76.4%(2019년 9월 기준)를 차지합니다. 전동킥보드가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과 관련해 한국 상황을 반영한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개인형 이동장치 교육 이수증을 발급하자는 방안을 냈습니다. 법 시행 초기 청소년에 한해 야간 이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제시한 전문가도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의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동킥보드 인도 통행은 불법이지만 단속이 없으면 큰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차도에서 주행하라는 건 전동킥보드 이용자 위험 부담이 크다. 자전거 도로가 군데군데 끊어져 있는 현실을 반영해 인도 통행을 허가하는 대신 시속 25㎞인 제한속도를 시속 20㎞로 줄여 사고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사고발생 시 법적 책임을 온전히 지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뒤늦게 안전 관리 법안 발의돼

    9월 17일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개인형 이동수단의 관리 및 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에 개인형 이동장치 시설 정비와 안전에 관한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입니다. 초‧중‧고등학생에게 개인형 이동장치 통행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법 통과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12월 10일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이후 중‧고등학생들이 관련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도로에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교통경찰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다음 아이디 ‘배**’님은 “지금도 전동킥보드 타는 아이들이 다치고 있다. 최근 여고생이 면허 없이 인도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다 할머니와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다. 편리함도 좋지만 안전이 먼저다”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호근 교수는 “정부와 국회는 현실을 반영해 법을 개정했다고 주장하면서 안전 문제를 뒤늦게 고려하는 탁상 행정을 펼치고 있다. 전동킥보드가 한국에 수입될 때도 제품 가이드라인이 뒤늦게 마련되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필수 교수는 “전동킥보드를 실제로 이용해 본 국회의원이 얼마나 되겠나. 앞으로 신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때 전문가 의견을 다각도로 수렴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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