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호

‘신중한 낙연 씨’ 요즘 왜 이럴까

  • 김성곤 이데일리 정치부 기자

    skzero@edaily.co.kr

    입력2020-12-03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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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지율 하락, 이재명·윤석열 추격, 제3후보론 ‘위기’

    • ‘윤석열 국조’ ‘호텔 전세’ 발언… 절박함의 표현

    • ‘엄중낙연’ 벗고 ‘친문 눈도장’ 과감한 행보

    • 친문 지지는 文 신임 덕분…‘어대후’가 ‘이대만’ 가능성

    • “중도층 공략, 확고한 리더십 보여야 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화상으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당에서 윤석열 국정조사를 검토해 달라”며 ‘국조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화상으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당에서 윤석열 국정조사를 검토해 달라”며 ‘국조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변신을 시도 중이다. 매사 지나치게 신중한 언행으로 ‘엄중낙연’이라는 애칭이 붙은 그가 최근 지지율 하락세 반전을 위한 과감한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일까. ‘호텔 전세’ ‘윤석열 검찰총장 국정조사’ 발언 등 최근 그의 좌충우돌 발언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21대 총선 이후 쌓아뒀던 점수를 모두 까먹고 있다는 비관적 분석도 나온다.


    ‘엄중낙연’ 이낙연이 달라진 이유

    이 대표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이상이 없을 때만 건널 정도로 신중했지만 최근 주요 정치현안에서 직설적인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정국과 관련된 국정조사 제안이다. 이 대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결정을 내린 바로 다음날인 11월 25일 “법무부가 밝힌 윤 총장의 혐의는 충격적이다. 주요 사건 담당 판사의 성향과 사적 정보 등을 수집하고 그것을 유포하는 데 대검이 중심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며 “사찰의 의심을 받기 충분하다,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당에서 검토해 달라”고 했다.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와 친문 지지층을 옹호하는 차원을 넘어 ‘국정조사 드라이브’를 건 것이다. 그는 “윤 총장은 검찰의 미래를 위해서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국돌파를 위한 이 대표의 과감한 ‘승부수’는 며칠을 가지 못했다. 윤 총장 직무배제 건은 검찰 수사와 재판에 관한 사항인데다가 야당이 이를 전격 수용하면서 추 장관까지 국정조사에 포함시키자고 맞불을 놓았다. 당황한 이 대표는 “법무부의 감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국회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한 발 물러섰다. 야당은 연일 ‘남아일언중천금’이라며 퇴각하는 여당 수장을 조소했고, 국정조사 발언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정리되는 흐름이다. 이 대표는 법원 결정으로 윤 총장이 다시 대검으로 출근한 12월 2일 “검찰개혁은 포기할 수도, 타협할 수도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두루뭉수리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11월 17일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호텔 중 관광산업이 많이 위축되다 보니까 (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있다. 호텔방을 주거용으로 바꿔서 전·월세로 내놓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해 이른바 ‘호텔전세’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성난 부동산 민심과는 전혀 동떨어진 발언 탓에 비판이 줄을 이었다. 절제된 언행과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 가능성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온 이 대표의 발언이라고 하기엔 의아한 대목이 많다. 

    아울러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무공천 방침’ 철회를 위해 전당원 투표를 제안한 것도 부담이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지만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기존 당헌을 전당원 투표(86.6% 찬성)를 통해 개정한 것이다. 대(對)국민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비판이 적잖은 상황에서 이 대표를 향해 정치적 비난이 집중됐다.




    위기의 이낙연, 친문 ‘러브콜’ 가속

    8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녹화 영상을 통해 정견발표를 하고 있는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제공]

    8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녹화 영상을 통해 정견발표를 하고 있는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러한 이 대표의 언행은 내년 3월 당 대표 임기종료까지 가시적 성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박함의 표현일 수도 있다. 이 대표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대세론으로 민주당 수장에 올랐다. 21대 총선 압승 이후 정치적 상한가를 달렸고,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은 40%대 초반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줄곧 내리막길이다. 8월 지지율이 20% 안팎으로 내려앉은 뒤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 대표의 정치적 하락세는 각종 지표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재난지원금 논의를 주도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무서운 상승세로 양강구도를 형성한 게 부담이다. 야권에는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서울 종로 총선 맞대결 이후 적수가 없었지만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이 광범위한 반(反)문재인 정서를 기반으로 범야권 1위 차기주자로 부상한 것도 부담이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여야의 라이벌인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검찰총장과 오차범위 내에서 지지율이 밀리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여권 대주주인 친문진영에서 이른바 ‘제3후보론’이 고개를 들면서 ‘어대후’(어차피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는 이낙연)마저 흔들린다. 11월 22일 친문 의원 50여 명이 참여한 매머드급 싱크탱크 ‘민주주의4.0연구원’이 출범하면서 친문진영이 이 대표의 대체재를 물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강원지사를 지낸 이광재 민주당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언제든지 이 대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정 총리는 내년 초 개각 이후 차기 대권 레이스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정 총리는 ‘법검(法檢) 갈등’ 국면에서 문 대통령에게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사퇴를 건의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친노·친문 적자(嫡子)로 차기대권 다크호스로 평가받는 이광재 의원은 ‘노무현이 옳았다’는 저서를 출간하면서 사실상 대권행보에 나섰다.


    친문과 여론 사이… 확고한 리더십 보여줄 필요성

    지지율 하락에 제3후보론까지 떠오르자 이 대표는 친문 표심을 향한 러브콜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친문진영의 확실한 눈도장을 찍기 위해 과감한 변신을 선택하면서 앞서의 실언성 발언도 잇따랐다. 

    친문진영을 향한 구애가 커질수록 중도층 외연 확대라는 이 대표의 강점이 무너질 거라는 우려도 커진다. 중도‧합리적 이미지는 여권의 열혈 지지층이 선호하는 매력 포인트가 아니다. 이 대표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내몰린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그간 누린 친문진영의 지지가 독자적 정치적 자산이 아니라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의 부산물이라는 점이다. 20% 안팎의 박스권 지지율마저 유지하지 못하고 추가 하락할 경우 최악의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과거 고건 전 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중도하차 없이 대선 레이스를 이어나가겠지만, 대선 국면이 본격화할수록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자칫하면 ‘어대후(어차피 대선후보는 이낙연)’에서 ‘이대만(이대로 민주당 대표만)’으로의 ‘프레임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이낙연 대표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과거보다 친문진영의 눈치를 더 보고 있는 거 같다. 중도층이 이 대표를 도와주지 않으면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오히려 대세론은 힘을 잃게 된다. 이 대표의 대선 본선 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에 빠지면 친문진영이 언제든지 ‘지지 철회’를 선택하면서 또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 따라서 이 대표가 대세론을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친문진영보다는 중도층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하면서 본인만의 확고한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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