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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비방, 생존자에게 트라우마… 5·18 왜곡만 죄인가”

천안함 폭침 생존자 전준영 씨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천안함 비방, 생존자에게 트라우마… 5·18 왜곡만 죄인가”

 2010년 4월 15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이 폭침 20일 만에 인양됐다. [변영욱 동아일보 기자]

2010년 4월 15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이 폭침 20일 만에 인양됐다. [변영욱 동아일보 기자]

“천안함 폭침을 둘러싼 음모론에 이제껏 시달렸습니다. 폭침 당시 기억보다 그 후 겪은 근거 없는 왜곡과 비방이 더 큰 트라우마입니다. 5·18왜곡처벌법처럼 북한 소행이 아닌 단순 좌초라는 등 무책임한 음모론은 당연히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해군 병장으로 전역한 천안함 폭침 생존자 전준영(33) 씨가 9일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배용근 국회 국방위원회 수석전문위원(차관보급)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경우 처벌하는 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씨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지적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나 생존 장병에게만 법적 예외나 특혜를 허용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기본적 인권을 지켜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위해 희생한 이들의 인권 지켜 달라”

천안함 폭침 생존자 전준영 씨.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천안함 폭침 생존자 전준영 씨.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배 수석전문위원은 ‘천안함 생존 장병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천안함 특별법)에 대한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역사 부정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을 독점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문제와 함께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한기호 의원(대표발의) 등 국민의힘 의원 20명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7월 28일 천안함 특별법을 발의했다. 국가·지자체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이 생존 장병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무상 치료하도록 한 것이 뼈대다. 이 법안은 현재 국방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배 수석전문위원이 문제 삼은 것은 법안의 제8조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비방·왜곡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이다. 이를 두고 배 수석전문위원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12월 8일 국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5·18특별법)에도 비슷한 처벌 조항이 있으나 법안 검토 과정에서 문제되지 않았다. 이 법안(제8조)은 “5·18민주화운동을 부인·비방·왜곡·날조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허병조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2급)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역사적 사실이 왜곡·폄훼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논란을 방지하고 관련자 등의 인격을 보호하려는 취지로 이해된다”고 평했다.

“5·18 생존자의 아픔,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

이를 두고 전씨는 “5·18민주화운동 생존자와 가족이 겪은 아픔은 우리(천안함 폭침 생존자와 가족)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법적 형평성”이라며 “5·18 왜곡만 죄인가. 역사 왜곡을 법적으로 처벌하려면 모두 처벌해야 한다. 처벌하지 않는다면 모두 하지 말아야 한다. 비슷한 처벌 조항에 대해 어느 한 쪽은 합헌, 다른 쪽은 위헌이라는 판단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씨는 “몸과 마음을 다친 장병들의 생존이 달린 법안이다. 정 문제가 된다면 왜곡 처벌 조항은 양보할 수도 있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본래 국가가 천안함 생존자들을 챙겨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폭침 후) 10년 가까이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법안이 필요하다. 생존 장병에 대한 신체·정신적 치료를 지원하는 것이 법안의 근본 취지다. 왜곡 발언에 대한 처벌은 부가적 사안이다. 실제 위헌 소지가 있다면, 문제되는 조항을 삭제해서라도 꼭 법안이 통과됐으면 한다.” 

한기호 의원실 관계자는 “비슷한 법안에 대한 검토 보고가 이토록 다른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법안 심사와 검토에 이중 잣대가 적용되는 듯하다”고 밝혔다.



신동아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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