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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검수완박’ 결과는 잡것들의 ‘부패완판’ 유토피아”

[진중권의 인사이트] 요즘 도둑은 도둑질하려 시스템 만들어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진중권 “‘검수완박’ 결과는 잡것들의 ‘부패완판’ 유토피아”

  • ● 대통령은 군림하나 통치하지 않는다
    ● 겉으론 검찰개혁, 속으론 반부패수사역량 말살
    ●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초래할 ‘부패완판’
    ● ‘검수완박’ 구호는 검찰 향한 그들의 무한 공포 보여 줘
3월 3일 대구지검을 방문한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3월 3일 대구지검을 방문한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박범계 법무부장관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올해부터 시행된 수사권 개혁의 안착과 반부패 수사 역량이 후퇴돼서는 안 된다는 차원의 말씀’이었다. 그런데 영(令)이 먹히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레임덕’이라고 하기도 뭐한 것이 꽤 오래전부터 그는 허수아비였기 때문이다. 요즘은 그 사실을 아예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대한민국은 입헌대통령국

김경수 경남지사는 이렇게 말한다. 

“대통령이 한 말씀 하시면 일사분란하게 당까지 다 정리되는 것은 과거 권위적인 정치 과정에 있었던 일이다.”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께서 국정 운영을 그렇게 해오셨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적이 거의 없으시다.” 대통령 패싱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 가관이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았고요. 21대 국회는 1년 됐어요, 임기가. 그래서 마무리하는 청와대와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국회의 입장은 좀 다를 수 있어요.” 대통령은 어차피 곧 떠날 사람.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문제는 임기 3년 남은 자기들이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박범계 장관의 발언도 재미있다. 

“저는 법무부장관이지만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다. 당론이 모아지면 따르겠다.” 국무위원의 정체성보다 민주당 의원의 정체성이 더 중요하니 대통령의 지시를 무시하고 당론을 따라가는 것이다. 나라가 ‘입헌대통령국’이 됐다. 대통령은 군림하나 통치하지 않는다.


이 나라는 누가 통치하는가

이 나라는 대체 누가 통치하고 있을까? 이른바 검찰개혁·사법개혁 이슈에서 강경론을 주도하는 것은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대표, 민주당의 황운하·김남국·김승원·김용민·이탄희 의원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처럼회’다. 중수청을 밀어붙이는 것도 이들이고, 헌정사상 초유의 판사탄핵을 주도한 것도 이들이었다. 

하지만 고작 ‘초선’ 의원들 몇 명이 감히 대통령까지 ‘패싱’하며 당‧정‧청을 좌지우지한다고 믿기는 어렵다. 이들은 그저 행동대원에 불과하고, 이 정권의 실세들이 이들을 앞세워 폭주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 파동은 지금 이들의 농단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의미할 게다. 

이들의 폭주에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박 장관에게 “국무위원이 된 이상 당론을 먼저 생각하지 마시고 법무행정에 대한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잘 보좌하라”고 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중수청이 신설되면 수사기관이 난립해 국민과 기업에 부담과 압박이 지나치게 가중된다”고 썼다.


반부패수사역량을 말살하라

대통령의 지시는 “반부패수사역량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면 아주 오랫동안 반부패 수사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통령이 우려하는 그 사태가 여당의 강경파들이 원하는 상황이라는 데에 있다. “검찰개혁 한다”며 멀쩡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부터 해체했던 사람들이 아닌가. 

라임·옵티머스 사건과 같은 금융범죄들은 날로 지능화하고, 그것을 수사할 수 있는 기관은 현재로서는 검찰이 유일하다. ‘중수청’ 만들어 민변이나 우리법 연구회 출신들로 채운들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 게다가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어 있으니 설사 수사를 한다 해도 공소 유지도 쉽지 않을 게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결과는 빤하다. 범죄자들은 수사망을 쉽게 빠져나갈 것이며, 운 나쁘게 걸려도 법정에서 줄줄이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날 게다. 더군다나 그 범죄자들이 권력과 유착이 되어 있을 경우에는 아예 손도 대지 못할 것이다. 마침내 이 땅에 잡것들이 꿈꾸는 유토피아가 도래하는 것이다.


‘검수완박’이 초래할 ‘부패완판’

김진욱 공수처장도 중수청 법안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동아DB]

김진욱 공수처장도 중수청 법안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동아DB]

수사의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당연히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라임·옵티머스 사건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평생 모은 돈을 날려야 했다. 그 사건들에도 여당 인사들이 여럿 연루되어 있었다. 3월3일 대구지검을 방문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 판친다)이 될 것”이라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도 중수청 법안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어느 날 확 바뀌어 버리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며, 형사사법시스템이 “크게 바뀌는 과정에서 제일 애로사항을 겪을 것은 국민들”이라고 지적한다. 법무부와 여권에서 주장하는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에도 그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2020년 ‘올해의 법조인’으로 선정된 박준영 변호사도 민주당의 중수청 신설 시도를 “적개심과 한(恨), 그리고 잘못을 감추기 위한 의도로 진행되는 사법개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공수처장의 발언처럼 제도가 확 바뀌면 그 피해는 국민이 본다. 국민 중에서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부패한 자들의 천국

“민주당 의원과 당원들이 수사청 신설을 밀어붙이는 일부 의원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음을 아시면 좋겠다.” 

그의 말대로 검찰개혁을 외치는 이들의 상당수가 다양한 혐의로 기소당하거나 수사를 받는 이해당사자들. 게다가 수석에서 실장, 행정관까지 비리혐의로 기소당한 청와대 인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구호는 검찰을 향한 그들의 무한한 공포감을 보여준다. 뭐가 그렇게도 무서울까? 드러나지 않았을 뿐 그동안 지어놓은 죄들이 워낙 많아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 놔야 두 발을 뻗고 편히 잘 수 있는 게다. ‘검찰개혁’은 그렇게 이 땅을 부패한 자들의 천국으로 바꾸는 작업으로 전락했다. 

윤 총장의 말대로 ‘검수완박’은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최소국가를 주장하는 이들도 도둑을 잡아주는 ‘야경국가’의 기능만은 인정한다. 그런데 ‘검수완박’은 국가의 그 원초적 기능마저 부정한다. 옛날 도둑들이 국가의 시스템을 피해 도둑질을 했다면, 요즘 도둑들은 도둑질하려고 아예 시스템을 만든다.



신동아 2021년 3월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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