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호

‘AI 뉴스 추천 알고리즘’ 무심코 믿다간 큰코다친다

미디어 연구자 이재원이 ‘똑똑한 뉴스 소비’ 강조하는 이유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1-03-15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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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자 성향 파악해 뉴스 선택·배열하는 AI 알고리즘

    • 입맛 맞는 정보만 접하다 ‘정보 편식’에 빠질 위험

    • “내 신념에 부합하면 옳다”…온라인 공간 ‘확증편향’ 심화

    • 틀릴 리 없어 보이는 정보도 재차 확인하는 자세 가져야

    이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포털사이트 알고리즘의 추천에 따라 무비판적으로 뉴스를 소비하다 보면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해윤 기자]

    이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포털사이트 알고리즘의 추천에 따라 무비판적으로 뉴스를 소비하다 보면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해윤 기자]

    유튜브에 접속하면 내가 관심을 가질 만한 동영상이 끊임없이 추천된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 장르를 어쩌면 이리 잘 알고 마음에 드는 콘텐츠만 콕 집어 알려주는지, 참 편리하고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배경에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얘기다. 

    요즘은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도 이 기능을 널리 사용한다. 포털사이트 뉴스를 몇 개 클릭하고 나면 어느새 추천 뉴스 목록에 비슷한 논조 기사가 줄줄이 올라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재원(48)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뉴스는 사회적 의제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다. AI가 뉴스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건 음악과 영화 추천과는 달리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언론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15년간 스포츠·연예 전문지 ‘스포츠한국’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연예 전문매체 ‘텐아시아’ 편집장도 지냈다. 지금은 이화여대, 성균관대 등의 강단에 서면서 디지털 저널리즘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그의 관심사는 ‘포털 AI 뉴스 추천 시스템의 부작용’이다. 이 연구위원을 만나 포털 AI 알고리즘이 어떤 원리로 뉴스를 선택하고 배열하는지,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용자가 온라인 콘텐츠를 주체적으로 소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해 물었다.

    AI 알고리즘, 이용자 성향 따라 뉴스 선택·배열

    - 많은 사람이 AI 알고리즘에 대해 얘기하지만, 정작 그 원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AI 알고리즘이 뭔가. 

    “이용자 취향과 반응을 분석해 그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골라내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 등을 바탕으로 분석해 보면 AI 추천 알고리즘 원리는 크게 ‘콘텐츠 기반 필터링’과 ‘협업 필터링’으로 나뉜다. 전자는 이용자가 과거에 소비한 콘텐츠 특성을 바탕으로 만족도가 높을 법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후자는 비슷한 관심 분야를 가진 다른 이용자가 이용한 콘텐츠를 선별해 보여준다.” 

    - 우리나라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뉴스 추천에 사용하는 AI 알고리즘도 비슷한 방식인가. 

    “그렇다. 네이버의 경우 2019년 4월부터 AI 알고리즘 기반 뉴스 추천 시스템 ‘에어스(AiRS)’를 도입했다. 카카오는 2015년부터 포털 ‘다음’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뉴스 페이지를 AI 알고리즘 ‘카카오i’를 이용해 편집하고 있다. 뉴스 AI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특정 기사를 본 시간이나 순서 등을 파악하고, 그가 선호하는 언론사와 기자 등에 대해서도 파악한다. 또 해당 이용자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다른 사람이 많이 본 뉴스도 검토한다. 이런 정보를 결합해 추천 기사를 선택하고 배열하는 것으로 안다.” 




    수동적 뉴스 소비로 확증편향 심화

    최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고도화하면서 뉴스 소비문화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GettyImage]

    최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고도화하면서 뉴스 소비문화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GettyImage]

    - 정보 과잉 시대에 AI 알고리즘이 이용자 관심에 부합하는 기사를 추려내 보여주는 건 일견 효율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로 인해 나타나는 부작용이 크다는 점이다. 나는 최근 한국방송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방송통신연구’에 ‘포털사이트의 인공지능 뉴스 큐레이션 도입과 뉴스 생산 관행 변화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 연구를 하면서 매일 네이버 연예뉴스 코너의 ‘많이 본 뉴스’ 1~5위 기사를 분석했다. 살펴보니 5개 가운데 2~3개는 늘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내용을 그대로 베껴 쓴 기사였다.” 

    이 연구위원은 “질적으로 보면 결코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없는 이런 기사가, AI 알고리즘 아래서는 단지 많은 사람이 클릭한다는 이유로 가치 있는 콘텐츠 대접을 받는다”며 “이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이 AI 뉴스 추천 알고리즘의 문제점으로 꼬집은 건 또 있다. “이용자 입맛에 맞는 정보만 지속적으로 제공해 이용자가 자신도 모르는 새 정보를 편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요즘 포털사이트는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사람과 보수적인 사람에게 서로 다른 뉴스를 추천한다. 과거 다양한 뉴스를 살펴보며 정보를 취사선택하던 사람들이 그 결과 점점 수동적인 뉴스 소비자로 변해간다. 이 과정에서 자기 신념에 맞는 기사를 옳다고 여기고, 다른 기사는 틀리다고 판단하는 태도가 굳어진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이 연구위원은 “사람이 한번 확증편향에 빠지면 자기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과만 소통한다. 그 결과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에코 체임버는 인공적으로 메아리를 만드는 반향실이다. 에코 체임버 현상은 온라인 공간에서 특정 목소리만 메아리치며 증폭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연구위원은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나 메신저 채팅방 등을 보면 자유로운 토론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주류 견해에 반대의견을 표명한 사람이 다수 이용자의 비난과 반박에 시달리다 끝내 탈퇴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것이 바로 에코 체임버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확증편향이 심각해지면 허위 정보를 통해 내 신념을 확인받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과 그 내용을 공유하며 잘못된 생각을 한층 더 굳혀나가는 현상까지 나타난다”고도 지적했다.

    틀릴 리 없어 보이는 정보도 재차 확인해야

    - 자기도 모르는 새 확증편향에 빠진 사람이 그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틀릴 리 없다고 확신하는 정보가 정말 사실인지 재차 확인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때 해당 기사를 제공한 언론사가 어디인지, 취재원은 제대로 밝히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 또 다른 매체에 실린 관련 기사를 살펴보고, 각각의 기사들이 어느 한쪽 의견만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보는 것도 좋은 자세다.” 

    이 연구위원은 뉴스 제공 플랫폼으로서 포털사이트의 순기능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언론사 기사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는 “여러 매체의 1면 머리기사 제목과 주요 사진을 훑어보면 현재 우리 사회의 주요 뉴스가 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동일한 사안을 다룬 언론사 기사를 비교해 보는 것도 뉴스를 주체적으로 소비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는 이용자가 원하는 언론사를 직접 골라서 뉴스 화면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AI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대로 뉴스를 클릭할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언론사를 선정해 뉴스를 보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뉴스 소비 습관을 들이고 꾸준히 노력해야 뉴스 AI 알고리즘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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