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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경고’ 받은 정영채 등 금융권 수장들의 운명

[금융 인사이드] ‘금융권 화약고’…끝나지 않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금감원 ‘경고’ 받은 정영채 등 금융권 수장들의 운명

  • ● 강도 높은 금감원 제재, 4월 중 확정 예정
    ● 당국, 사실상 ‘금융 사기 행각’ 판단
    ● NH투자증권 ‘전액 반환’, 정영채 대표 ‘문책 경고’
    ● 우리금융 손태승·신한은행 진옥동도 ‘문책 경고’
    ● 금융사 불복 소송 가능성, 지루한 징계 국면 가나
    ● 펀드 판매사에 책임 떠넘긴다는 논란도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우리·신한은행 라임펀드 책임자 해임 등 중징계 촉구 금감원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우리·신한은행 라임펀드 책임자 해임 등 중징계 촉구 금감원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신뢰를 내세우던 대형 금융사들의 어이없는 기만과 실책. ‘금융감독’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한 당국의 총체적 관리·감독 소홀. 대규모 피해자들을 뒤로한 채 제 살길을 찾기에만 급급한 낯 뜨거운 모습까지.

국내 금융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금융 당국이 해당 금융사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고 투자자 피해 보상 방식을 속속 결정하면서다.

다만 이번 사태는 피해 규모가 워낙 크고 금융권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이로 인한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각종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금융사나 금융 당국을 불신하는 여론 역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한 제재를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에 지난해 말부터 제재안을 줄줄이 쏟아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례적인 수준의 강도 높은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징계가 경징계로 바뀔지가 연임 관건

4월 7일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투자원금을 ‘전액 반환’토록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100% 배상 결정이 나온 것은 지난해 7월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에 이어 사상 두 번째다. NH투자증권이 권고를 수용하면 일반 투자자 기준으로 약 3000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분조위는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작성한 허위·부실 투자 제안서에 의존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봤다. 이에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하면서 투자원금을 전부 반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발주 공사 등의 확정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했지만 자산의 98%를 비상장기업이 발행한 사모사채에 투자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앞서 금융 당국은 지난 7월에는 라임 펀드 사태와 관련, 판매사들이 상품을 판매할 당시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금융 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100% 배상을 결정한 바 있다.

금융 당국의 이번 결정은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가 사실상 ‘금융 사기’와 다름없는 사건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못 박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통상 자본시장에서 이뤄지는 금융 투자에 대해서는 아무리 상품이 부실했다고 해도 투자자 역시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원금을 전부 반환하라”는 결정은 투자자에게 어떤 책임도 묻지 않을 정도의 사기 행각이 벌어졌다는 결론이나 다름없다.

금융 당국은 같은 맥락에서 각 금융사 경영진에 대해서도 줄줄이 중징계를 내리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9일 라임 사태와 관련해 사건 당시 우리은행장이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앞서 금감원이 우리은행 측에 사전 통보한 ‘직무 정지’보다는 한 단계 떨어진 수위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중징계’에 해당한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 경고부터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중징계가 내려지면 3~5년간 금융권 취업을 못 한다.

손 회장에 대한 징계가 감경된 이유는 우리은행의 소비자 구제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은 피해 고객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거나 자율 조정 절차 등을 진행하는 등 구제 절차를 진행해 왔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소비자 피해 회복 노력에 따른 정상 참작의 여지를 열어놓은 바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경우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통보받은 상황이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징계 수위도 4월 중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이 밖에도 라임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대신증권 등 3곳의 CEO에 대해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의 정영채 대표에게도 ‘문책 경고’를 내렸다. 징계 수위는 금감원의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의 결정으로 바뀔 수 있다. 금감원이 결정한 제재는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 의결 등을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금융사, 당국 징계 불복해 소송할 수도

지난해 10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이 야당 의원의 질의 자료를 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이 야당 의원의 질의 자료를 보고 있다. [뉴스1]

금융사에 대한 금융 당국의 징계가 마무리 수순을 밟아가고 있지만 사태의 여파는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전망이 많다. 일단 금융 당국의 징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금감원이 NH투자증권에 대해 투자원금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사태를 일으킨 금융사 중 하나인 것은 맞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떠넘기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NH투자증권뿐만 아니라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사 예탁결제원의 책임 소재를 놓고 검찰 수사와 감사원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사에 100% 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은 너무 다급한 결정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NH투자증권 이사회가 배임 이슈로 이번 방안을 거부할 경우 투자자는 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배상이 늦어질 수 있는 셈이다.

앞서 라임 사태에 대한 전액 배상 결정에 대해서도 유사한 논란이 일었다.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에만 책임을 지우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다. 또 관련 금융사 CEO에 대해 줄줄이 중징계를 내린 데 대해서도 금융 당국이 관리 소홀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한 제스처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금융사들이 당국 징계에 불복해 제기하는 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우리은행은 손 회장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문책 경고를 받은 직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금융사에 대한 제재 절차가 마무리 국면이니 금융 당국과 정치권에 대한 징계가 뒤따를 차례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지난해 7월부터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와 금감원의 운영 실태 감사를 진행한 바 있다. 평상시보다 두 배가량 많은 20여 명을 투입해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도 번진 만큼 검찰 수사 결과에도 이목이 쏠린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 2월에도 금감원을 전격 압수수색한 바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 당시에도 오랜 기간 법정다툼이 벌어지는 등 금융권에 미치는 여파가 지속해 이어진 바 있다”며 “라임·옵티머스 사태 역시 관련 책임자와 연루자들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지루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라임·옵티머스 #손태승 #정영채 #조용병 #진옥동 #신동아



신동아 2021년 5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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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Opinion Lead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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