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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와인의 변신…여름에 어울리는 상그리아 만들기 [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심심한 와인의 변신…여름에 어울리는 상그리아 만들기 [김민경 ‘맛 이야기’]

레드와인을 바탕으로 만든 상그리아는 한여름에 시원하게 즐기기 좋은 술이다. [GettyImage]

레드와인을 바탕으로 만든 상그리아는 한여름에 시원하게 즐기기 좋은 술이다. [GettyImage]

내일부터 휴가다. 이번 휴가 주제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기’다. 업무와 관련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기에 기준을 정한다. △일 진척시키기 않기 △상대에게 요청과 질문 하지 않기 △다만 내게 오는 질문에는 명료하게(내게 다시 묻지 않도록) 답하기.

생활에 있어서는 몸과 마음이 하고 싶은 것만 하기로 한다. 그래봤자 슬플 정도로 평범하다. △배가 고플 때까지 움직이지 말기 △누워서 이리저리 구르며 책 읽기 △낮잠 자기 △해거름부터 술 한 잔 하되 취하지 말고 밤새 영화보기 정도니까. 그래도 휴가이니 만큼 방구석에서나마 기분은 내고 싶다. 상그리아(Sangria)를 만들자.

상큼한 과일즙과 브랜디, 취기 살살 올리는 여름 음료

즙이 풍부한 오렌지, 산뜻한 맛을 내는 레몬이나 라임 등을 넣고 만든 상그리아는 상큼하면서 달콤하다. [GettyImage]

즙이 풍부한 오렌지, 산뜻한 맛을 내는 레몬이나 라임 등을 넣고 만든 상그리아는 상큼하면서 달콤하다. [GettyImage]

상그리아는 레드 와인에 다른 알코올음료와 과일 등을 섞어 만든다. 일종의 ‘와인 펀치(punch, 리큐르에 과일이나 향료를 섞은 것)’다. 유래는 고대 로마에서 수인성 전염병을 줄이려고 물에 와인을 타 먹은 것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것이 스페인에 전해졌고, 1960년대 미국에서 ‘이색 스페인 음료’로 유명해졌다. 이후 전 세계가 즐기는 와인 음료가 됐다.

가장 기본적인 상그리아는 레드 와인에 브랜디, 설탕시럽과 과일을 넣어 만든다. 재료가 다 들어갈 만한 커다란 유리그릇을 준비한다. 즙이 쉽게 나오는 오렌지 한 개, 산뜻한 맛을 내는 레몬이나 라임 한 개를 썰어 담고 설탕시럽 50~60ml를 넣어 가볍게 짓이기며 으깬다. 시럽이 없으면 설탕을 두세 큰 술 넣으면 된다. 여기에 레드 와인 한 병, 브랜디 약 반 컵을 넣어 골고루 섞은 다음 냉장실에서 아주 차게 식힌다. 그 다음 얼음을 채운 잔에 따라 마신다. 탄산이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산뜻하며, 딱 기분 좋을 만큼 달착지근하다. 술의 본분을 다할 정도로 취기까지 살살 오르게 한다. 낮부터 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아주 쓸모 있는 음료다.

시간을 내 맘대로 휘두를 수 있는 휴가에 어울리는 한낮용 상그리아도 있다. 단맛이 세지 않은 로제 와인 한 병, 베르무스(vermouth) 반 컵, 딸기 시럽 1/4컵을 봉지(지퍼백이 좋다)에 넣고 흔들어 섞는다. 딸기 시럽은 로제와 색을 맞추려고 고른 것이니, 다른 과일 시럽을 사용해도 된다. 재료가 잘 섞이면 냉동실에 넣고 살얼음 상태가 되도록 얼린 다음 와인 잔에 담아낸다. 냉동 딸기나 베리류를 음료 위에 귀엽게 얹어 낸다.



베르무스는 화이트 와인에 브랜디, 당분을 섞고 향이 좋은 각종 약재와 허브를 첨가해 우려내 만든 술이다. 독특한 향이 아주 강하고, 단맛이 좋아 입에 착착 감긴다. 베르무스와 로제 와인을 섞어 만드는 이 상그리아는 과일 슬러시처럼 달고, 감미롭고, 시원하다. 단 벌컥벌컥 마셨다가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 팔딱팔딱 뛰는 관자놀이를 마주하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보드카, 콜라, 위스키 활용한 색다른 상그리아

같은 양의 레드 와인과 콜라를 섞어 만드는 칼리모초. ‘방콕’하지만 분위기를 내고 싶은 여름 휴가에 어울린다. [GettyImage]

같은 양의 레드 와인과 콜라를 섞어 만드는 칼리모초. ‘방콕’하지만 분위기를 내고 싶은 여름 휴가에 어울린다. [GettyImage]

과일을 풍성하게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씨 없는 포도와 멜론을 준비하고, 여름 느낌을 보태줄 파인애플과 키위도 더한다. 포도를 반으로 썰고, 다른 과일은 포도 크기에 맞춰 준비한다. 썰어 둔 과일을 한 컵 정도 덜어 얼린다. 단맛 없는 화이트 와인 한 병에 설탕 두 큰술, 보드카나 데킬라처럼 향이 강하지 않은 독주 반 컵을 넣어 설탕이 녹도록 잘 섞는다. 술과 과일을 섞어 냉장실에 넣고 하루 정도 둔다. 마실 때는 얼음 잔에 가득 부어 한껏 차갑게 즐기거나, 탄산수를 부어 청량하게 즐긴다. 레몬즙을 짜 넣으면 좋고, 민트 잎을 띄워도 훌륭하다. 한 입 두 입 마실수록 밀도 있는 과일향, 알코올의 쌉싸래함, 부드러운 단맛이 입안과 코끝을 자극한다. 휴식의 맛이다. 과일을 건져 먹어도 좋지만, 그러면 술기운이 훨씬 강렬하게 몸에 스며드는 것을 잊지 말자. 더위를 쫓으려다 더위를 걸치는 격이 될 수 있다.

번거로운 것은 싫지만 ‘방콕’하는 여름휴가에 그래도 멋진 걸 한 잔 하고 싶다면 콜라에 슬며시 기대 보자. 길쭉한 원통형 하이볼 글라스에 얼음을 채우고, 같은 양의 콜라와 레드 와인을 부어 잔을 채운다. 웨지 모양으로 썬 레몬을 잔에 올리고 꾹 짜서 섞으며 마신다. 이 상그리아는 ‘쿠바 리브레(cuba libre, 럼 베이스 칵테일)’ 또는 ‘칼리모초(Kalimotxo)’라고 한다. 1970년대부터 만들어 먹기 시작한, 꽤 연륜 있는 음료다.

마지막으로 긴 여름밤에 어울리는 독한 상그리아를 소개하고 싶다. 위스키 서너 큰술, 레몬즙 한 큰술, 설탕시럽 두 큰술을 온더록 잔(올드 패션드 글라스)에 붓는다. 얼음을 얌전히 넣어 잔을 채우고, 레드 와인 한 큰술을 음료 표면에 띄우듯 살살 얹어 완성한다. 얼음을 녹이며 천천히 마시고, 은근히 취해가는 나른한 밤의 상그리아다.



신동아 2021년 8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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