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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7%’ 원두? SCA 80점? ‘스페셜티 커피’가 뭔데

산지에서 한 잔의 커피가 되기까지의 예술

  •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상위 7%’ 원두? SCA 80점? ‘스페셜티 커피’가 뭔데

  • ● 원두 개성 살린 다양한 맛, 스페셜티 커피
    ● ‘상위 7% 원두’ 사용, 카페마다 내걸려
    ● 전문가 “마케팅 용어로 남용되는 측면”
    ● 스페셜티 커피는 커피 산업 ‘제3의물결’
    ● 원두 산지부터 품종, 가공 방식, 농부 이름까지…
    ● 약한 불에 원두 볶아 과일 향과 산미 유지
'상위 7% 원두' 스페셜티 커피를 900원에 판매한다고 소개한 한 카페 입간판.  [오홍석 기자]

'상위 7% 원두' 스페셜티 커피를 900원에 판매한다고 소개한 한 카페 입간판. [오홍석 기자]

“산미(酸味) 있는 원두로 드릴까요. 고소한 원두로 드릴까요?”

커피를 자주 마시는 독자라면 카페를 방문했을 때 많이 들어봤을 질문이다. 최근 이렇게 다양한 원두 선택지를 제공하는 카페가 늘어난 것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소수의 고매한 취향이라고 여겨지던 ‘스페셜티 커피’가 점차 대중화하면서다.

스페셜티 커피를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게 됐지만 정작 스페셜티 커피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려주는 정보를 접하기는 어렵다. 흔히 스페셜티 커피는 스페셜티커피협회(SCA)의 품질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80점을 넘긴, ‘상위 7% 원두’라고 알려져 있다. SCA는 2017년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와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SCAE)가 합쳐져 만들어진 세계 최대의 스페셜티커피 협회다.

스페셜티 커피 수요가 증가하면서 너도나도 스페셜티 커피를 사용한다고 홍보하지만, 상식적으로 이렇게나 많은 카페가 상위 7% 원두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스페셜티 커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커피업계 관계자들은 “단순 수치(7%)만으로 스페셜티 커피를 정의 내릴 수 없다. SCA 평가에서 80점 이상을 받을 경우 스페셜티라고 하지만 국내에선 마케팅 용어로 남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인 최초 큐그레이더(Q-Grader·커피 품질 감정사) 서필훈 커피리브레 대표는 “맛있는 커피가 나오기 위해서는 산지 재배, 수송, 로스팅, 추출까지 모든 과정에서 품질관리가 필요하다”며 “스페셜티 커피는 한 잔의 커피가 되기까지 지속적인 관리를 거쳐 품질이 인증됐다는 뜻으로, 원두가 상위 7%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업계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산지 정보, 농부 이름, 가공 방식까지 기재

스페셜티 커피는 산지에서부터 한 잔의 커피가 되기까지 꼼꼼한 품질관리를 거친 원두를 사용한다. 추출도 원두의 개성을 최대한 돋보이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GettyImage]

스페셜티 커피는 산지에서부터 한 잔의 커피가 되기까지 꼼꼼한 품질관리를 거친 원두를 사용한다. 추출도 원두의 개성을 최대한 돋보이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GettyImage]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스페셜티 커피가 이전 커피와 다른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 미국 최초의 여성 큐그레이더 트리시 로드겝은 커피 산업을 세 가지 물결로 분류해 스페셜티 커피가 커피 산업의 ‘제3의 물결’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로드겝의 분류에 따르면, 제1의 물결은 1·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원두를 가공해 상품을 내놓았던 시기다. 흔히 커피믹스와 캔커피가 커피를 소비하는 주요 방식이던 시절이다. 제2의 물결은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등장과 함께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한 음료가 트렌드를 주도하던 시기다. 제2의 물결은 제1의 물결보다 원두의 퀄리티를 높이고 이를 통해 고급 이미지를 앞세운 커피전문점이 주류를 이루던 시점이다. 지금의 카페 문화가 자리 잡은 시기이기도 하다.

제3의 물결은 1990년대 후반 등장한 스페셜티 커피로 시작된다.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블루보틀’은 이러한 흐름을 타고 상업적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제3의 물결을 표방하는 카페 프랜차이즈다.

스페셜티 커피의 핵심은 원두 각각의 개성을 최대한 살려 커피의 맛을 다양화하는 데 있다. 제2의 물결에서는 품종을 가리지 않고 강한 불에 원두를 오래 볶는 강배전(Dark Roast) 원두가 주를 이뤘다면 제3의 물결에서는 원두를 약하게 볶기도 한다. 원두는 오래 볶을수록 초콜릿 향과 쓴맛이 강해진다. 약하게 볶으면 커피콩이 가지고 있는 과일 향과 산미가 유지돼 원두별 개성이 좀 더 도드라진다.

추출 방식도 머신을 이용한 에스프레소뿐만 아니라 필터를 이용한 핸드드립, 수증기 증류 방식을 이용한 사이폰, 차갑게 한 방울씩 내리는 콜드브루 등 다양하다. 또한 스페셜티 커피는 다양성을 중시하기에 원두 또한 이전보다 세밀하게 분류한다. 여러 원두를 섞기보다는 같은 산지에서 생산된 한 가지 품종만을 사용하는 ‘싱글 오리진’이 더 자주 쓰인다. 정확한 구분을 위해 원두의 생산 국가, 생산 지역, 품종, 가공 방식, 심지어 농부의 이름까지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원두 설명에 ‘콜롬비아 에딜베르토 핑크버번 워시드’라고 적혀있다면 이 원두는 ‘콜롬비아의 에딜베르토라는 농부가 생산한 핑크버번 품종의 원두’이고 가공 방식은 발효한 뒤 물로 씻어내는 ‘워시드’ 과정을 거쳤다는 뜻이다.

한국은 주목받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

서필훈 커피리브레 대표가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오홍석 기자]

서필훈 커피리브레 대표가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오홍석 기자]

한국에서 제3의 물결이 시작된 시점을 보통 업계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로 본다. 서필훈 대표는 “한국에서 스페셜티 커피는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고 본격적인 유행은 3, 4년 전부터”라고 설명했다.

한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세계가 주목하는 ‘핫’한 시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에스프레소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와 인근 남부 유럽에서는 스페셜티 커피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서 대표는 “남부 유럽에서는 강배전 원두를 사용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며 “현재 스페셜티 커피가 가장 대중화한 곳은 호주이고 그다음은 영국,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스페셜티 커피가 각광받은 것은 원체 커피 소비량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유행에 발맞춰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소비자의 성향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가 2018년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동아시아에서 차보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1인당 커피 소비량도 353잔으로 세계 평균인 132잔을 크게 웃돈다(2018년 현대경제연구원 자료).

서 대표는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매일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사람이 믹스커피로 돌아가기 힘들 듯, 스페셜티 커피를 경험한 소비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어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스페셜티 커피 전문 잡지인 ‘블랙워터이슈’의 노재승 발행인도 “현재 스페셜티 커피의 주요 소비층 중 고령층은 40대 중후반이고 50대로 넘어가면 소비가 급감한다”며 “20년 전 스타벅스가 처음 국내에 들어왔을 때부터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온 40대 소비자의 유입이 늘고 있고, 젊은 층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성장세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페셜티 커피가 일반 커피보다 더 맛있는 커피라고 할 수 있을까. 서 대표는 “스페셜티 커피에 쓰인 원두가 더 좋은 재료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맛은 취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에 더 맛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찾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페셜티커피 #싱글오리진 #커피 #신동아



신동아 202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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