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호

거울 앞에서[시마당]

  • 박세미

    입력2021-12-1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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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머리카락을 하루 종일 만지는 사람이
    듣는 누군가의 비밀들
    거울과 거울의 대화라는 착각이 길어질수록
    머리카락은 다만 잘려나간다

    사실 비밀은 없다
    아니 비밀이 아닌 것이다
    다만 거울 앞에서 비밀이 되는 것이다

    들은 자가
    거울 속에 갇혀 검은 질감을 토해내는 밤이면
    거울의 테두리는 유독 확고하게 빛난다

    비밀이 이 면적을 벗어나고 나면
    다만 머리카락을 쓸어내린다

    박세미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19년 시집 ‘내가 나일 확률’ 발표






    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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