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호

카카오뱅크 환상 걷혔다… 잇단 악재에 혁신 압박↑

  • 배옥진 전자신문 기자

    withok@etnews.com

    입력2022-02-25 1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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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8월 상장 당시 고평가 논란 지속

    • 카카오페이 이어 대표·임원진 스톡옵션 행사 뭇매

    • 상장 6개월 만에 주가 40%↓… 금융 시총 1위 반납

    • 비대면 주담대·기업대출 진입 준비… 새로운 성장동력 모색

    • 자체 신용평가모형 경쟁력, 대손비용 영향에 직결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6일 많은 이의 관심과 기대 속에 상장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뜬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 알림. [뉴시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6일 많은 이의 관심과 기대 속에 상장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뜬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 알림. [뉴시스]

    “인터넷전문은행 특유의 ‘부족한 기능’이 ‘혁신’으로 포장됐다. 이제 그 포장지가 벗겨졌다.”

    카카오뱅크에 대한 평가는 불과 반년 만에 180도 달라졌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6일 상장 첫날 금융업종 시가총액 1위를 단숨에 꿰찼다.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수십 년 역사의 전통 금융사를 단박에 제쳤다는 점에서 금융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다만 상장 전부터 불거진 고평가 논란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쳐 이른바 ‘따상’(공모가 두 배에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에는 실패했다.

    카카오뱅크 상장 당일 금융주 시총 1위를 내준 KB금융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시장과 투자자가 카카오뱅크의 미래 성장성에 크게 기대한다는 점이 입증된 만큼 위기감도 커졌다. 거대한 조직과 인력, 상대적으로 무겁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IT시스템 기반의 초거대 전통 은행이 인터넷은행을 제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냉철한 목소리도 잇따랐다.

    이처럼 카카오뱅크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증시에 입성하고 세계 챌린저 뱅크의 성공사례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상장 6개월이 지난 지금 성장모델 부재, 기대에 못 미친 여신 점유율과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다. 여기에 더해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임원진 등 총 8명의 부적절한 대규모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가 뭇매를 맞으면서 카카오페이와 함께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1월 19일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지난해 4분기 스톡옵션 25만 주 중 일부를 행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사진은 지난해 7월 20일 윤 대표가 기업공개(IPO) 프레스톡에서 상장 계획을 밝히는 모습. [뉴스1]

    1월 19일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지난해 4분기 스톡옵션 25만 주 중 일부를 행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사진은 지난해 7월 20일 윤 대표가 기업공개(IPO) 프레스톡에서 상장 계획을 밝히는 모습. [뉴스1]

    최근 뒤늦게 카카오뱅크 임원진도 상장 후 주가 고점 시기였던 지난해 8월 스톡옵션을 행사한 점이 주목받았다. 여기에 더해 윤호영 대표 역시 카카오페이 임원진과 비슷한 시기에 차액보상형으로 스톡옵션 52만 주 중 일부를 행사한 사실도 알려졌다. 차액보상형은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회사 순자산이 감소한다.



    2월 7일 카카오뱅크 1억5081만3725주에 대한 의무보유기간이 해제되면서 주가는 상승과 하락을 오가다 0.59%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튿날 주가는 5%대로 상승했지만 추가 물량 해제를 앞두고 있어 주가 회복 여부가 불투명하다.

    카카오發 악재… 상장 4개월 만에 최저가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3만9000원, 상장 첫날 시초가 5만3700원, 종가 6만9800원(상한가)으로 코스피 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 33조1620억 원으로 금융 대장주인 KB금융지주(21조7052억 원)와 신한금융지주(20조182억 원)를 약 12조~13조 원의 압도적 차이로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상장 6개월이 지난 2월 4일 기준 카카오뱅크 주가는 4만2100원으로 상장 당일 종가 대비 약 40% 하락했다. 자칫하면 공모가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2021년 실적 발표에서 시장 예상치보다 더 낮은 성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금융주 시총 1위 자리는 다시 KB금융에 내줬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상장 후 주요 임원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이후 줄곧 하락했다. 카카오뱅크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임원 9명 중 5명이 지난해 8월 6일 상장 후 10~11일, 20~24일에 걸쳐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 이들이 행사한 스톡옵션은 총 29만5182주로 상장 전 미행사된 스톡옵션(267만2800주)의 약 11%에 달한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상장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임원진 스톡옵션 행사까지 겹치자 주가는 하락세로 완전히 전환했다. 임원진 스톡옵션 행사가 끝난 지난해 8월 24일 주가는 장중 5%대로 하락했다. 이후 주가는 9월 말까지 계단형으로 하락했다.

    이후 다시 반등했던 카카오뱅크 주가는 계열사인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와 임원진 7명이 지난해 12월 1일과 10일 약 800억 원대 스톡옵션을 행사하자 다시 가파르게 하락했다. 회사 상장 한 달 만에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주식을 대량 매각하면서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낳았다.

    스톡옵션은 회사 성장에 기여한 임원진에게 부여하는 성과 보상 방식이다. 원하는 시기에 매각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지만 주가 상승이 충분히 예상되는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되는 날 카카오페이 임원진이 대량으로 지분 매각에 나섰다는 점에서 모럴해저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경영진에 대한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 하락에 더해 카카오페이는 2월 기관투자자 3개월 의무보유 물량이 해제돼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 앞으로 3월부터 두 달에 걸쳐 보호예수가 종료되는 물량이 잇달아 나올 예정이어서 주가 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카카오뱅크도 대표와 임원진의 스톡옵션 행사 시점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임원진에 이어 윤호영 대표가 스톡옵션 일부를 행사한 것까지 알려져 논란이 됐다.

    도마에 오른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

    시장은 강력한 카카오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카카오뱅크의 새로운 비대면 금융 모델, 적극적 인프라 투자 기조에 주목해 왔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 포인트인 작은 조직, 개발자 위주의 인력 구성, 효율적인 IT 인프라 운영, 디지털 기반 비대면 중심 서비스는 기존 금융사보다 빠른 성장성을 보이기에 충분한 환경으로 평가받았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카카오뱅크는 기존 금융주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적정 기업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는 해외 금융 플랫폼 4개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반으로 희망 공모가를 산출했다. 이들 PBR은 최저 4.6배, 최대 8.8배인데 카카오뱅크는 평균치인 7.3배 PBR을 적용했다. 국내 금융주 PBR이 1배 미만인 데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준으로 적용한 셈이다. 이는 상장 전후로 카카오뱅크에 대한 밸류에이션 고평가 논란이 그치지 않은 원인으로 지목됐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적정 가치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그동안 열광해 온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비대면 플랫폼 중심의 영업과 서비스, 단순 명료한 여수신 상품 구성은 기존 금융사 대비 쉽고 간편해 강점으로 부각됐다. 최근에는 이 강점이 ‘기능이 적고 제한적’이라는 단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 금융사는 예금, 대출, 투자 등 다양한 분야 상품을 취급하는데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은 개인 고객에 한정해 소수의 상품만 취급하고 있다. 다루는 상품이 적다 보니 사용자에게 더 쉽고 효과적으로 노출될 수 있어 혁신성이 부각됐지만,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다는 지적도 계속됐다.

    개인 대출상품의 경우 초기 낮은 금리와 간편한 대출 심사 프로세스로 많은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최근에는 대출 상환 과정에서 금리가 빠르게 올랐는데 이 과정에서 대출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고 양방향 소통 채널이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무엇보다 카카오뱅크의 가장 큰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핵심 목적 중 하나인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 사실상 실패한 것이다. 금융 당국은 ICT(정보통신기술)와 금융을 융합해 금융산업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비금융 거래정보, 통신 등 다양한 데이터를 결합해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저신용자를 포용하는 중금리 대출을 적극 공급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3사(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모두 지난해 중금리 대출 공급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고신용자 위주 대출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비대면 주담대·개인사업자 대출사업, 탈출구 될까

    카카오뱅크는 개인사업자 전용 대출상품 연내 출시를 목표로 신사업을 추진하며 주가 회복에 나설 예정이다. [뉴스1]

    카카오뱅크는 개인사업자 전용 대출상품 연내 출시를 목표로 신사업을 추진하며 주가 회복에 나설 예정이다. [뉴스1]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사업 진출을 기대해 왔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주담대 사업에 진출하면 이른바 ‘대출 갈아타기’ 수요가 상당한 규모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대출을 강하게 옥죄었고, 올해도 대출 총량을 4~5% 수준에서 관리할 방침이어서 관련 사업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영향으로 증권가는 올해 들어 카카오뱅크 목표 주가를 큰 폭으로 낮췄다. 하이투자증권은 목표 주가를 8만1000원에서 6만3000원으로 약 22.2%, 신한금융투자는 8만5000원에서 6만3000원으로 약 25.8%씩 각각 낮췄다.

    업계는 카카오뱅크가 최대한 많은 주담대 신규 가입자를 확보해야 낮아진 시장 기대치를 다시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 1분기 중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 주담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리가 낮은 ‘신(新) 잔액 기준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 연동 상품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 확대는 금융 당국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지만 카카오뱅크의 대손비용 확대가 불가피해 ROE(자기자본이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금융 당국이 강조하는 5~15% 수준 중금리 대출은 대손비용률이 높아 수익성이 낮고 경쟁도 치열하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아지면 대손비용률이 함께 상승할 수밖에 없어 ROE 하락을 초래하게 된다.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양호한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카카오뱅크의 자체 신용평가모델(CSS)이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설립 후 2020년까지 5~6등급 이상 우량등급 차주 중심의 대출을 실행해 왔다. 지난해부터 7~8등급 차주에 대한 대출을 시작했는데 올해 이 비중이 높아지면 대손비용 상승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차별화된 데이터 관리를 바탕으로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 숙제다.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등 기업대출 활로가 열린 것은 수익성 확대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계대출 중심이던 인터넷전문은행이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으로 범위를 넓혀 여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에서도 특화된 자체 신용평가모델 경쟁력이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실제 상환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이기 때문에 다양한 금융·비금융 데이터 활용이 필수다. 이 분야에서는 토스뱅크가 가장 먼저 개인사업자 전용 대출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연내 진출을 목표하고 있다. 데이터기반중금리시장혁신준비법인이 준비하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모델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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