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호

월 수입 140만원 청년… 美 ETF 투자로 2.5억 만들다

30세 유튜버 ‘똔누’ 투자 성공기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2-02-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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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식에 눈뜬 계기

    • 유튜브는 자기계발하는 방법

    • 저축만 하다 주식시장 흐름 공부하며 기회 오면 잡아야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저축해도 집 한 채 사기 힘든 현실에 절망하는 청년들, 투자 수익이 원금의 몇 배가 넘게 불어난 적도 있지만 수일 만에 사상누각처럼 사라져 허망해하는 투자 초보자에게 임종현(30) 씨가 해줄 말이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월급 140만 원으로 ETF(Exchange Trade Fund·상장지수펀드) 투자에 주력해 7년 만에 2억5000만 원이 넘는 자산을 모았다. 2020년, 그가 스물여덟 살 때의 일이다. ETF는 특정 지수나 자산의 가격 움직임,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한 집합투자증권이다. 쉽게 풀어보면 ETF는 대접 하나에 100개든 200개든 여러 기업을 넣어 잘 반죽한 다음, 그 반죽을 잘게 잘라내는 것과 비슷하다. 그 한 조각이 개별 주식처럼 1주가 된다. 즉 1주로 여러 기업에 동시에 투자하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유튜버 ‘똔누’로 유명한 임종현 씨는 월수입 140만 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박해윤 기자]

    유튜버 ‘똔누’로 유명한 임종현 씨는 월수입 140만 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박해윤 기자]

    2030세대는 이해 쉽고 실천 가능한 투자가 적합

    ETF 투자에서 이룬 성과를 발판 삼아 임씨는 경기도에 있는 18평 주거용 오피스텔 한 채를 보유하는 것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30대에 들어선 지금은 자산을 더 빠른 속도로 불리고 있다. 여전히 주식 투자로 얼마든지 자산을 불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과정을 또래들과 공유하고 싶어 2020년 1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똔누-20대 자산 불리는 방법’은 구독자 수가 9만 명이다. ‘똔누’ 채널에는 주로 1980~90년생의 호응과 응원이 쏟아진다. 임씨는 직장 생활 이외 소규모 사업체 투자, 강연 등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며 매월 적게는 700만 원, 많게는 1100만 원을 웃도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작가로도 데뷔했다. 2021년 11월 말 펴낸 책 제목은 ‘요즘 투자’(트러스트북스). 부제는 ‘스펙 없는 고졸의 20대 2억 달성기’다. 책에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개별 종목 투자를 거쳐 단타(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매수 전략), 선물거래 등을 거쳐 ETF 투자로 자산을 성공적으로 불린 비결이 낱낱이 담겨 있다. 임씨를 만난 건 그 얘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2월 4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을 찾은 임씨는 “7년 만에 2억5000만 원이라는 자산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열었다.



    “부동산 투자든 사업 투자든 모두 좋지만 2030세대의 첫 투자는 주식이기를 권해요. 단 투자를 처음부터 복잡하고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해하기 쉽고 흥미로워야 하며 무엇보다 바로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식 투자는 접근성이 용이하고 다른 투자 자산과 다르게 수십만 원 단위로도 소액 투자가 가능해 대학생, 사회 초년생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거든요.”

    사회초년생 때 첫 월급이 140만 원이었다고요.

    “세금을 떼면 그 정도 됐어요. 취업과 동시에 무작정 월급 대부분을 저축했죠. 100만 원은 3년 단기 적금에, 16만 원은 10년 장기 저축보험에 부었죠. 처음에는 돈을 모으려면 예·적금이 최고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다 몇 달 뒤 우연히 버크셔 해서웨이 CEO인 워런 버핏이 강조한 ‘복리’ 개념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돈이 돈 버는 시스템 만들려면 투자 필수

    정확히 어떤 점에서 충격적이었나요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누군가 주식 투자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말렸어요. 패가망신한 친척 혹은 지인 사례를 들며 ‘그거 위험하지 않나’ 하고 우려했어요. 주식 투자는 상대적으로 위험하다는 편견이 있었죠. 그런데 복리(이자에 이자가 붙는 것) 개념을 이해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돈을 효율적으로 불리려면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예요. 그러려면 투자가 필수라는 현실을 직시했죠.”

    임씨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서 곧바로 200만 원을 가지고 집 근처 증권사로 가서 주식계좌를 개설했다. 주식 투자에 입문했을 때 장기 투자를 하겠노라 다짐하며 워런 버핏의 철학을 닮아가고자 했다. 한때 수익이 원금의 몇 배 넘게 불어나자 생각이 바뀌었다. 주식을 대박의 기회로 여긴 것이다. 고수익이 날 것 같은 종목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온종일 ‘단타’ 기회를 엿보느라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고 수시로 주가지수 창을 들여다보기 일쑤였다. 급기야 베테랑 투자 고수들도 주저한다는 선물거래까지 기웃거렸다. 하루 만에 600만 원이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투자는 손실로 끝났다. 임씨는 “그 시절 내가 한 것은 투자가 아닌 투기였다”고 털어놨다.

    개인투자자가 ‘단타’ 유혹에 빠지는 이유가 뭘까요.

    “투자가 아닌 투기에 빠졌을 때 마음에 어떤 감정이 똬리를 틀었는지 한번 생각해 봤어요. 벼락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더라고요. 개인투자자에게 시간은 곧 무기와 같다고 생각해요.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면 외부 변수나 시장의 요동에 상대적으로 개의치 않고 투자 원칙을 고수하며 마음 편히 투자하는 방식을 유지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욕심이 생기는 순간, 소용이 없어지더라고요.”

    여유자금 달러 환전 목돈 모아

    어느 날 갑자기 장기 투자로 돌아서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그때 우연히 또 하나의 책 존 버글의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를 읽었습니다. ‘건초더미 안에서 바늘을 찾으려 하지 말고 아예 건초더미를 사라’는 문장이 눈길을 사로잡았어요. 1년 가까이 주식 투자를 하는데 처음 듣는 소리였죠.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 전체에 투자할 수 있는 인덱스펀드만 활용하면 주식 차트와 재무제표, 분석 리포트, 경제 기사를 볼 필요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개별 종목을 매수하기보다 ETF 투자에 열중했죠.”

    임씨는 당장 투자 기준부터 세웠다고 말했다. 자산 대부분을 세계 기축통화 달러로 보유하기, 미국 ETF를 메인으로 해 장기적으로 사 모으기, 매달 생활비 20만~3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증권계좌에 넣기, 월급 인상분·야근 수당·보너스도 모두 증권계좌에 넣기 등 네 가지 투자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키려고 애썼다.

    투자 과정에서 어떻게 목돈을 모았나요.

    “제가 그때는 초보 투자자였지만 그래도 원화보다 달러 보유가 좋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거든요. 운이 좋았는지 2014년 말 환율이 1000원선 아래로 떨어지더라고요. 그때 모든 여유자금을 달러로 환전했고, 미국 3대 지수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VOO ETF를 적립식으로 매수하기 시작했어요. 2017년 10월, 매달 100만 원씩 3년 동안 부은 적금이 만기가 돼 목돈 3700만 원이 수중에 들어왔죠. 2018년 또다시 환율이 1050원 선에 머물렀을 즈음 3000만 원을 과감하게 달러로 환전했어요.”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ETF 투자 비율과 수익률은 각각 어느 정도인가요.

    “ETF가 전체 투자 자산의 50~70%를 차지해요. 그중 VOO ETF가 40%입니다. 나머지는 현금 25%, 부동산 25%, 사업 투자 10%로 구성돼 있고요. VOO ETF의 경우 2014년부터 2021년까지 7년 동안 125%가량 상승했어요. 물론 최근의 상승장에서 큰 폭의 변동성을 경험한 투자자라면 이 수익이 시시해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투자 경험을 쌓아나갈수록 안정적 수익과 100% 수익이 얼마나 크고 어려운지 점차 깨닫게 될 겁니다. 투자의 중요한 목표는 잃지 않는 것과 복리로 꾸준히 불려나가는 것이니까요. 그래야 부를 쌓아나갈 수 있고요.”

    투자에 매몰되지 않고 ‘나’ 끌어올리기

    유튜버 ‘똔누’ 임종현 씨의 ‘월급 200만 원 사회초년생이 1억 원 모으기’ 영상(위쪽)과 ‘적금 대신 5년 동안 미국 주식 투자했더니’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유튜버 ‘똔누’ 임종현 씨의 ‘월급 200만 원 사회초년생이 1억 원 모으기’ 영상(위쪽)과 ‘적금 대신 5년 동안 미국 주식 투자했더니’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ETF 투자에서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시장 전체 평균지수가 있나요.

    “우선 S&P500지수를 추천해요. 시장 평균지수를 기준으로 위험을 좀 더 감수하더라도 기대수익률을 높이고 싶다면 공격적 투자 종목의 비중을 높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거예요. 기대수익률이 낮더라도 리스크를 줄이고 싶다면 방어적 투자 종목의 비중을 높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요.”
    임씨는 주식 투자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주식 투자는 종잣돈을 만들면서 소액을 투자하든, 적금하듯 매달 매수하든 결국 핵심은 ‘주식시장의 역사를 공부해 넓은 시야로 시장을 바라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투자 과정에서 알게 된 ETF 투자의 장점은 뭔가요.

    “불확실한 확률 게임에 베팅하듯 투자할 필요가 없어요. 아마존과 테슬라 중 고민하다가 한 곳을 선택하지 않아도 돼요. 무엇보다 투자의 성공 확률을 높여 마음 편한 투자를 하면서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개별 주식처럼 변동성이 크지 않고, 장기적으로 우상향하기에 평소대로 내 일 하면서 주식 투자가 가능하거든요. 저는 주식 투자에 쏟는 시간이 한 달에 10~30분 내외에 불과해요. 이외 시간에는 운동하거나 독서, 동영상 편집을 하죠. 훗날 하고자 하는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기도 하고요. 주식 투자로 어느 정도 자본을 축적했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사업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주식 투자에 매몰되기보다 ‘나’라는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려 파이프라인을 만들겠다는 뜻인가요.

    “그렇죠. 저의 경우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만 해도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재능 가진 소수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어요. 학창 시절 발표 하나 나서서 한 적 없는 소극적 성격의 제가 유튜버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거든요. 하지만 회사 일을 하며 구축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은 매우 한정적이더라고요. 더욱이 자본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 유튜브뿐이었죠.”

    유튜브를 통해 얻은 건 뭔가요.

    “유튜브 광고로 인한 수익 창출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유튜브의 진가는 따로 있어요. 유튜브에는 파이프라인을 광범위하게 넓혀줄 잠재력이 내포돼 있어요. 채널이 일정 수준 이상 알려지면 외부 광고, 책 출간, 강연, 언론 인터뷰 등 흥미로운 기회가 계속 파생되거든요.”

    주식 투자 8년 만에 2억5000만 원을 모았으니 자산을 증식하겠다는 1차 목표는 이룬 거네요.

    “참 다행이에요. 자산 증식 빠르기가 제가 생각한 것 이상의 속도를 내고 있으니까요. ‘머잖아 내가 10억 원 자산도 달성하지 않을까. ‘나’라는 기업의 가치가 본업 이외 다양한 분야에서 평가받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요즘은 이런 기대도 해보게 돼요.”

    과거의 자신처럼 대박을 좇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청년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주식 투자든 부동산 투자든 가상화폐 투자든 일단 시작하면 비록 작은 각도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넓어지게 되더라고요. 코로나19발(發) 폭락장 당시 투자를 망설여 ‘특수’를 놓쳤다며 낙심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분들에게 ‘지금이라도 주식시장의 흐름을 공부하고 다시 기회가 오면 용기 있게 잡으면 된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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