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호

‘당대표 적합도 1위’ 유승민 지지층 해부하다

[여의도 머니볼③] 劉는 자신의 지지자가 누군지 모른다

  • reporterImage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2-10-26 15:32:59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유승민(64) 전 국민의힘 의원의 이름이 여의도에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0월 17일~19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10월 3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 대해 유 전 의원이 26%로, 안철수 의원(10%) 및 나경원 전 의원(10%)을 큰 차이로 앞섰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355명)으로 한정하면 나 전 의원 23%, 안 의원 15%, 유 전 의원 11% 순이긴 했는데요. 이념 성향이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301명)로 대상을 바꾸면 유승민·나경원 두 사람이 16%로 공동 1위였습니다. 유 전 의원의 경우 당 지지층으로만 한정하면 지지세가 낮아졌지만 전반적으로는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라고 봐도 무방하죠.(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얼마 전 주요 여론조사업체에서 고위간부로 일한 전문가와 유 전 의원에 대해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는데요. 이분 말씀은, 유승민 전 의원이 자기의 지지층을 모른다는 겁니다. 그러니 정무적 판단에서 자주 실수를 한다는 얘기인데요. 가령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내에서는 유 전 의원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유 전 의원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출마 가능성을 단칼에 잘라버렸죠.

    앞선 전문가의 말인즉슨, 당연히 서울시장 선거에 나갔어야 했다는 겁니다. 한국에는 안보보수와 경제보수가 있는데, 유승민을 지지하는 사람은 경제보수이고 지역적으로는 대구‧경북이 아니라 서울에 있다는 거죠.



    노무현 좋아하는 유승민 지지층?

    유 전 의원이 바른정당 소속으로 본선까지 갔던 2017년 대선을 돌아보면, 이 전문가는 그 대선 캠페인 역시 실패작이었다고 했습니다. 당시 유 전 의원이 사드 이슈를 키웠거든요. 물론 국회 국방위원장을 했고 박근혜 정부 때도 사드 이슈에 관해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까지 소신을 보인 터라 내놓을만한 어젠다였죠. 하지만 사드 이슈가 커지면 안보 불안감이 형성되고, 이는 다른 보수 후보 그러니까 홍준표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와준 셈이 됐다는 겁니다.

    데이터를 보면 이 말에는 그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제가 앞선 여의도 머니볼에서 강조했듯이 이미 보수는 분화한 상태입니다. 두 명의 보수 후보와 한 명의 중도 후보가 대선 본선에 모두 나온 2017년 대선의 경우를 보죠. 대선 직후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의 보수 정치: 몰락 혹은 분화?’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한국 보수정치를 분석하는 데 있어 이정표가 될 만한 논문입니다.

    논문에는 강 교수가 연구를 위해 각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주관적 이념의 평균값을 구한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10점 척도로, 1점에 가까우면 진보 10점에 가까우면 보수입니다. 그 결과, 홍준표 지지자들의 평균은 6.88로 나타나 매우 강한 보수적 이념 성향을 갖고 있었습니다. 유승민 지지자들의 경우 5.62로 나타나 홍준표 지지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온건했습니다. 안철수 지지자들의 평균은 5.10이었습니다.

    특히 중요한 건 세대별 패턴입니다. 홍준표 지지자의 평균 연령은 60.3세, 안철수 지지자의 평균 연령은 52.3세였습니다. 놀랍게도 유승민 지지자들의 평균 연령은 42.9세였습니다.

    세 후보 지지자들에게 좋아하는 역대 대통령도 물었는데요. 홍준표 지지자들의 71.3%는 박정희를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으로 선택했습니다. 유승민 지지층에서 박정희가 가장 좋다는 응답은 15.6%에 그쳤습니다. 반대로 노무현을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1.6%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박정희에 대한 강한 선호를 드러낸 홍준표의 지지층이 ‘전통적 보수‘를 대표하고 있다면, 오히려 노무현을 선호한 유승민의 지지층은 이들 ‘전통적 보수’들과 구분되는 상이한 정체성을 갖는 ‘새로운 보수’의 등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쟁점 정책 사안에 대한 각 후보 지지자들의 태도를 분석한 결과도 있습니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홍준표 지지자들의 경우 95.1%가 찬성한 반면, 유승민 지지자들 사이에서 그 비율은 72.7%로 낮아졌습니다. 사드 이슈를 부각할수록 홍준표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셈이라는 앞선 여론조사 전문가의 말이 그 나름 근거가 있는 셈이죠. 대북정책에서도 홍준표 지지자의 80.6%는 적대적 대북정책을 선호했는데, 유승민 지지자에서 그 비율은 70.9%로 낮아졌습니다.

    복지 대 성장에서는 홍준표와 유승민 지지자들 간 시각의 차이가 가장 확연하게 나타났습니다. 홍준표 지지자의 77.6%가 성장을 중시한 반면, 유승민 지지자에서 그 비율은 51.3%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대신 유승민 지지자의 48.7%가 복지가 중요하다고 응답했죠.

    정리하면 유승민의 지지층은 매우 젊고, 사드 배치나 적대적 대북 정책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유연하며, 복지에 대해서는 전향적이고, 박정희보다는 노무현을 좋아하는 그룹입니다. 데이터를 보면 분명 개혁보수는 실체가 있는 집단입니다.

    자, 그렇다면 그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선거 캠페인을 했을까요. 20대 대선의 경우, 초기에는 경제대통령론을 내세우긴 했습니다. 혁신인재 100만 명, 사회서비스 일자리 100만 개 창출 등 경제와 복지를 아우르는 핵심 공약도 내놨고요. 하지만 경선에 들어서자 주로 윤석열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펴는 모습이 언론에 자주 각인됐습니다. 유승민의 강점, 그리고 지지자들이 유승민에게 기대하는 이미지와는 결이 맞지 않는 행보였죠.

    최근 행보는 어떨까요.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김진태 강원지사가 촉발한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자금경색’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비판하고요. 문제제기자라는 이미지는 있습니다만,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젊은 보수’ 그룹의 관심을 끌 어젠다는 없어 보입니다. 그러므로 유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가장 큰 과제는 결국 과거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을 다시 결집시키는 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승민 지지층 대해부의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해주십시오. 구독, 좋아요도 눌러 주세요.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에도 결국 ‘사상’이 중요하다

    “경기동부, 총선에서 최대 7석” [여의도 고수]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