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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 깔아두다 죽이는 게 병원이 할 짓입니까”

이국종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장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응급환자 깔아두다 죽이는 게 병원이 할 짓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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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난 대형병원의 중환자실 병상 비율이 7%가 안 될 겁니다. 중환자실은 원가 보전이 안 돼 적자가 나는 구조거든요.”

선진국에서는 골든타임이 중요한 외상 환자를 치료하는 외상센터와 응급실을 분리해 운영하는 데 비해 한국의 대형병원 응급실은 중증·경증 환자가 뒤섞여 북새통일 때가 많다.

친분 있는 의사가 있으면 응급실로 이동하면서 전화를 걸어 병상을 청탁하는 게 관행처럼 됐다.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을 오가다 길에서 죽거나 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

‘깔아두다’ ‘쏜다’라는 병원 은어가 있다. 깔아두는 것은 환자를 응급실에 방치하는 것을 뜻한다. 응급실에 찾아온 환자를 받지 않으면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으니 일단 ‘깔아두다’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轉院)시키는 것(‘쏜다’)이다.

중증 외상환자는 병원 처지에서 달갑지 않다. 응급실과 분리해 외상환자를 치료하자니 비용이 많이 든다.



“외상센터에 의사가 저 하나일 때 1년 적자가 8억 원이었어요. 20병상 운영할 때 얘깁니다. 의사 1명이 늘어나니 적자가 10억 원이 넘더군요.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를 유치하려고 인원을 늘리니 20억 원 넘는 적자가 났고요.”



지하2층 창고 방 5년

“응급환자 깔아두다 죽이는 게 병원이 할 짓입니까”

이국종 교수가 환자 보호자에게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의 의료진은 외상외과 5명, 응급의학과 1명, 정형외과 3명, 신경외과 1명, 마취과 1명, 영상의학과 1명으로 꾸려졌다.

▼ 비망록에 ‘지하2층 하수가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창고 방에서 5년을 지냈다’고 써 있더군요. 격세지감이 있겠습니다.

“방이 아니라 창고예요, 창고. 그냥 뭐 괜찮았어요. 조용하고 좋았어요. 혼자 지냈으니까요. 2004년 이후 단 한 번도 의과대학 교수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파견 용역직원이라고 여겼죠. 동료, 후배들과 비교하지도 않았고요.”

그가 쓴 비망록 4쪽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씌어있다.

‘2004년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외상외과를 계속할 마음이 없었다. 언제나 다른 전공을 찾아 도피할 생각만 했다. 외상외과라는 이상한 전공을 벗어버리고 그럴듯한 틈새 전공을 찾아 지속 가능한 직장생활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했다. 그렇게 지내던 중 2011년 1월 오만에 갔고 그때부터 갑자기 유명한 의사가 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병원 적자의 주범이자, 적정 진료의 방침과도 맞지 않고, 대학병원에서 가장 쓸데없는 전공이라는 취급을 받으며 사직(辭職)과 전직(轉職)만 생각했는데 ‘명의’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취재를 나온다고 하자 어이가 없었다. 병원에서는 거의 예능 프로그램에 가까운 방송에까지도 출연을 지시했지만 하지 않았다.”



이국종 살린 석해균

4000억 원 넘는 매출을 올리는 대학병원 임상과목 체계에서 전임이라고는 달랑 그 혼자인 외상외과가 병원의 모든 저수익-고지출 수익 구조와 임상 과목 간 갈등의 주범으로 몰렸다. 사직 권유와 압박이 거셌다. 언제 병원에서 쫓겨날지 몰라 고속도로 톨게이트 쿠폰을 60장 살지, 30장 살지 고민하던 그가 일약 명의가 돼버린 것이다.    

“외상외과 의사가 뭐하는 사람인지 되묻지 않는 사람은 주한미군 군의관밖에 없던 시절이에요. 다음 달은커녕 다음 주도 장담 못하고 병원을 다녔죠.”

석해균 선장의 생명을 구한 은인이 이국종이라면, ‘외상외과 의사 이국종’을 구한 은인은 석해균이다.

“석 선장을 한국으로 이송해야 하는데 에어 앰뷸런스(응급의료 전용기)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만에 함께 간 김지영 간호사가 스위스 업체에다 ‘대통령 특사’라고 거짓말을 해서 간신히 에어 앰뷸런스를 확보했습니다. 사람부터 살려야 하니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고 속인 거죠. 그런데 에어 앰뷸런스를 이용할지 말 지를 1시간 내에 확정하라는 겁니다. 그때 5개 정부 부처가 오만에 나와 있었는데 서울 시각이 오전 3시라면서 우왕좌왕하는 거예요. 비용이 37만 달러였는데 제멋대로 에어 앰뷸런스를 보내라고 했습니다.

김 간호사는 ‘4억 원 넘는 돈을 우리가 어떻게 책임지냐’며 전전긍긍하다 그 시각에 허윤정 당시 야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에게 전화했어요. 야당이 아덴만 작전이 성급했다면서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벼를 때인데, 허 위원은 ‘야당이고 여당이고 사람부터 살려야 한다’면서 여당의 원희목 의원에게 전화했고, 원 의원이 청와대와 우리 쪽을 연결해 핫라인이 구축됐습니다. 대통령 정무수석이던 정진석 의원이 저한테 전화를 걸어왔을 때를 또렷하게 기억해요. ‘청와대 정진석 정무수석입니다. 지금부터 상황을 제가 통제합니다’라던 음성까지 떠오릅니다.”        

서울공항(경기 성남시)이 열렸고, 아주대병원까지 가는 길이 비워졌다. ‘아덴만 영웅’은 그렇게 살아났다.  

외상외과 의사의 삶은 피폐하다. 의사 개인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계획하지 않은 수술을 한다.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에는 1년 동안 4차례만 집에 갈 정도로 혹독하게 일한 의사(정경원 교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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