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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천국? 노르딕 모델은 환상”

스웨덴 학자 니마 사난다지의 경고

  • 권재현 기자|confetti@donga.com

“복지천국? 노르딕 모델은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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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와 버락 오바마가 찬사를 보내는 노르딕 모델은 환상의 산물이다.”
지난해 여름 미국에서 대통령선거가 한창일 때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는 이런 논쟁적 글이 실렸다. ‘노르딕 모델에 대한 오독’이란 제목의 이 글은 당시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인 샌더스의 노르딕 모델에 근거한 ‘민주적 사회주의’와 오바마 대통령의 북유럽 찬가가 환상과 오해에 기초하고 있다며 매서운 비판을 가했다.

노르딕 모델 또는 스칸디나비아 모델은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5개국이 채택한 사회주의적 요소가 가미된 시장경제 모델을 말한다. 높은 과세를 통한 재분배 강화, 의료·실업 혜택을 축으로 한 사회안전망 확충, 노조의 경영 참여 확대, 공교육 강화를 통한 평등교육을 특징으로 한다.

노르딕 모델에 대한 관심은 미국 진보좌파만의 것은 아니다. 재벌 주도 일본식 성장모델과 영미식 신자유주의 모델이 한계에 부딪힌 한국에서도 새로운 대안 모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노르딕 모델이 환상에 기초를 두고 있다니. 무슨 말일까. 논지의 핵심은 노르딕 모델은 결코 사회주의의 산물이 아니라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생존해야 했던 북유럽인 특유의 문화(Nordic culture)와 자유시장(free markets) 경제체제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노르딕 모델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문화적 요소와 경제적 요소를 간과한 채 이들 국가가 채택한 사회보장제도의 성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이 책의 저자는 스웨덴의 싱크탱크인 ‘기업가정신과 정책 개혁을 위한 유러피언 센터’ 소장인 니마 사난다지(36). 스웨덴 국적의 사난다지는 이란에서 태어나 여덟 살 때 부모를 따라 스웨덴으로 이민 온 쿠르드족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스웨덴왕립공대에서 고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공계임에도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의 허상을 비판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사난다지는 영국을 대표하는 보수적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센터(CPS)의 선임연구원으로 2015년 영어로 발표한 ‘스칸디나비안 비예외주의’라는 책이 그 기폭제가 됐다. 그는 이를 좀 더 대중적으로 쉽게 쓴 ‘복지천국(유토피아)에 대한 환상 깨기: 노르딕 사회주의 신화에 대한 폭로’를 지난해 여름 미국에서 출간하면서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도 발표한 것.



그의 책에는 그보다 한 살 많은 형 티노가 조사한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 티노야말로 진짜 경제학자로 미국 주류경제학의 메카인 시카고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스톡홀름경제학대학원 연구원이다. 현재 스웨덴에 머물고 있는 니마 사난다지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진짜 성공요인은 근면성실

-당신은 노르딕 모델의 성공요인이 복지제도가 아니라 자유시장 시스템과 북유럽 고유의 문화적 요소임을 강조하며 2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그렇다. 첫째는 복지제도 도입 전후의 경제성장률 변화다. 1870~1936년 복지제도를 도입하기 전 자유시장체제의 스웨덴은 연평균 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서유럽 최고의 성장률로 영국 성장률의 두 배였다. 1936년 집권한 사회민주당이 완만한 복지시스템을 도입한 1970년까지 성장률은 2.9%를 기록했다.

종전보다 상승했지만 전후부흥의 혜택을 입어 고도성장을 기록한 서유럽 국가 성장률에 비춰보면 평균 수준이었다. 그러다 노동조합의 대기업 소유를 허용하는 등 급진적 사회주의적 제도를 도입한 1970~1991년 사이 성장률은 1.4%까지 추락했다. 서유럽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치였다.

1975년까지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를 자랑하며 세계에서 4번째로 부유한 국가였다. 그러나 사회주의적 복지 시스템 도입의 부작용으로 1990년대에는 13위로 뒤처졌다. 그에 대한 반성으로 다시 복지혜택을 줄이고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시장친화적 개혁정책을 도입했고 그 결과 1991~2014년 경제성장률은 1.8%로 올라섰다. 서유럽에선 영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이었다.”



-노르딕 모델을 뒷받침한 것이 자유시장 시스템임을 강조한 것인데 이런 제도적 측면 외에도 북유럽 특유의 근면성실함이란 문화적 요소를 강조했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쓸 때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 모델이 바로 북유럽 국가였다. 이들 국가는 이미 19세기 초부터 유럽의 다른 지역에 비해 놀라운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 베버는 북유럽 국가 번영의 조건을 연구하다가 비로소 ‘프로테스탄트 윤리’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스웨덴의 경제학자 아사르 린드벡은 종교적 요인보다 혹독한 자연환경에 맞서 싸우면서 생긴 문화적 요소에 주목했다. 개인적 책임감과 정직, 신뢰, 시간 엄수와 근면성실 같은 덕목이다. 북유럽인의 이런 특징은 같은 개신교 국가인 미국에서도 확인된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출신 미국 이민자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인 평균(2013년 기준 5만2592달러)을 훌쩍 뛰어넘는다.

미국 내 덴마크 이민자는 55%, 스웨덴 이민자는 53%, 핀란드 이민자는 59%씩 모국인보다 높은 생활수준을 자랑한다. 심지어 노르웨이 이민자도 원유로 부자가 된 모국인보다 3%나 생활수준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자유시장체제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살고 있는 것이다. 북유럽 이민자의 고등학교 졸업률은 96%가 넘어 미국 평균(86.3%)을 상회하며 실업률 역시 4.1% 미만으로 미국 평균(5.9%)보다 낮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게 두 번째 근거다.”


복지시스템 대수술에 들어간 북유럽

-노르딕 모델이 복지시스템의 산물이냐 자유시장과 북유럽 특유의 근면성실함의 산물이냐 하는 것과 북유럽 사람들이 현재의 복지시스템에 만족하느냐 아니냐는 별개의 문제 아닐까.

“좋은 질문이다. 북유럽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복지국가를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지난 수십 년 동안 급속한 시장개혁의 길을 걸어왔다. 복지국가의 느슨함을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향으로 근로의욕을 촉진해왔다.

‘복지천국에 대한 환상 깨기’에서도 지적했듯이 아마도 가장 흥미로운 예가 2013~15년 집권한 덴마크의 사민당 정부일 것이다. 사민당은 전통적으로 복지국가를 지지한다. 하지만 덴마크 사민당 정부는 덴마크의 과도한 복지시스템이 지속가능할 수 없다며 개혁의 칼을 용감히 뽑아들었다.

당시 재무장관인 비얀 코리돈은 “진실은 현재의 복지국가를 강화하고 현대화할 극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통해 창출될 사회가 현재보다 더 낳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밝혀 세계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한 중도우파 정부는 이민자에 대한 복지혜택을 절반가량 줄이는 대신 이를 세금 감면으로 부족해지는 세원을 충당하는 데 쓰고 있다.

북유럽 국가 중에서 이런 흐름을 거스르는 정부는 스웨덴 사민당 정부가 유일하다. 복지국가를 위한 계약은 이제 새로운 형태를 취해야 할 때가 됐다. 근로의식을 높이고 책임규범을 강화하려면 복지시스템의 개혁은 불가피하다. 시스템 개혁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이민에 있다.

이민자들은 북유럽의 독특한 규범을 공유하지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 현행 복지 시스템은 지원금에 의존하는 나태한 삶에 빠져들게 만든다. 나 자신이 그런 복지혜택을 받은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기에 그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따라서 현재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지속할 수가 없다.”



‘노르딕 모델’의 대안은

-당신 자신이 이란계 쿠르드족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며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스웨덴의 복지시스템 때문 아닌가. 그럼에도 그 복지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에서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스웨덴의 복지제도가 내 가족에게 준 혜택에는 감사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제도는 많은 이민자 가족을 복지 의존이란 함정에 빠뜨린다. 그 제도는 높은 세금, 엄격한 근로규정 및 정부의 방만한 지원금에 기초한다. 이러한 요소가 합쳐지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

일자리 구하기의 장벽은 점점 높아지는 반면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것이 돈벌이가 돼버린다. 그 결과 많은 이민자 가정과 공동체가 실제로 복지국가에 의해 의도치 않게 만들어지는 사회적 빈곤의 한 형태인 장기 의존성의 늪에 빠져든다. 나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스웨덴과 다른 북유럽 국가의 다양한 정책에 대해 100편 이상의 공공 정책 보고서와 20권 이상의 책을 발표했다. 복지 예산이 큰 나라일수록 여성의 최상위직 진출이 더 어렵다거나 근로규범이나 책임규범이 약화된다.

지식인으로서 나의 의무는 모두를 위해 사회를 향상시키는 것이며 내 소망은 그 사회시스템의 전반적 향상이다. 그래서 나는 퍼주기식 복지가 ‘의존성의 함정’을 만들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준다는 명쾌한 결론으로 안내할 연구 성과와 데이터를 모은 것이다.”

-시선을 동북아로 옮겨보자. 한국과 일본은 당신이 노르딕 모델의 진짜 성공요소라고 말한 2가지 요소, 즉 자유시장체제와 근면성실한 문화를 똑같이 공유한다. 하지만 양국 국민은 만족도 낮은 삶을 살고 있다.

특히 일본과 비교해서도 사회안전망이 현저히 떨어지는 한국의 상황은 더 나빠 ‘헬조선’이란 말까지 나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희구했던 아메리칸 스타일의 대안으로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에 대한 기대심리가 더 크다. 이런 한국인들에게 어떤 충고를 해주고 싶나.

“나는 많은 분야에서 한국이 부럽다. 한국은 몇 세대에 걸쳐 엄청난 부를 창출했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현재 유럽 기업들이 직면한 중국 기업과 경쟁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이 번창하고 있으며 K팝의 세계적 유행과 같은 대단한 문화적 성취도 이뤘다.

잔디는 다른 쪽 들판의 것이 더 푸르게 보이는 법이다. 스웨덴 신문은 요즘 범죄, 성폭력, 경찰과 구급차를 공격하는 청소년갱단에 관한 이야기로 넘쳐난다. 유럽에서 가장 개방적인 이민정책이 초래한 이민자 관련 폭행과 성폭행 관련 보도도 늘고 있다. 스웨덴이 복지천국이란 이상화된 이미지는 스웨덴 내부에선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

 스웨덴 경제는 이민과 통합 실패로 막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과도한 세금을 줄이고 정부보조금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스웨덴이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이기로 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스웨덴을 부러워하는 한국인도 많겠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세금이 줄고 보조금이 줄면서 스웨덴인들의 노동시간은 더 길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이 역할모델로 삼을 만한 대안이 있을까.

“1960년대의 스웨덴과 덴마크를 권하고 싶다. 당시의 스웨덴과 덴마크는 작지만 효율적인 복지국가였기에 세금 부담도 적었고 노동이나 기업 활동에 대한 대가가 쏠쏠했다. 그만큼 가난한 사람들이 부유해질 기회도 많았다.

자유시장과 결합한 강력한 근로윤리와 책임윤리에 의지한 소득평등 수준도 높았다. 당시 북유럽 국가는 기대수명과 아동사망률 면에서 세계 다른 지역이 넘보지 못할 수준에 도달했으며 현재에 비해서도 월등했다. 한마디로 당시의 북유럽 국가들은 경제적 성공, 사회적 성공, 소득 분배 등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퍼주기식 복지 제도, 정부의 과도한 경제 개입, 고율의 세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그 모든 것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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