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호

문 대통령의 ‘무탕평·무원칙·무정보’ 인사 스타일

“문·노·조·조 인사 라인, 박근혜 때보다 더 나빠”

  •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9-04-1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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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하산 인사 한 수 위”

    • “하자투성이 우리 편 중용”

    • “검증 안 하거나 못 하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4월 8일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을 하러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4월 8일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을 하러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참사”를 넘어 “만행”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人事) 이야기다. 이번에 장관후보 7명 중 2명이 도덕적 흠결 문제로 낙마했다.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건 다반사다.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무탕평, 무원칙, 무정보의 3무(無)로 설명된다. 이제 정치권에선 “문·노·조·조(문재인 대통령·노영민 비서실장·조국 민정수석·조현옥 인사수석) 인사 라인이 박근혜 정권 때보다 더 나쁘다”는 평까지 나온다.

    [ 무탕평 ]

    문재인 대통령이 4월 8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벌써 11번째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동률이다. 집권 3년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임명 강행 사례는 앞으로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이명박도 그랬지 않으냐”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이명박은 그들이 ‘적폐’로 낙인찍은 대상이다. “단죄하면서 그대로 따라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 중요한 핵심은 국민 눈높이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촛불혁명을 이룬 국민’이다. 그 정신을 잊지 말고 잘 해보라고 정권을 넘겨준 국민이다. 이 국민이 이제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한국갤럽 4월 첫째 주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은 41%까지 떨어졌다(2~4일 전국 성인남녀 1003명 대상,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 당시 득표율(41.08%)에 근접하고 있다. 많던 중도와 보수 지지층은 왜 떠났을까? 

    민생 정책에 대한 불신이 주된 이유지만, 문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불만도 커진 결과다. 일찍이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인사가 만사라 했다. 민생 정책에 대한 불만도 따지고 보면, 경제 라인, 즉 ‘사람들’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다.



    “70% 캠코더” “낙하산 수직강하”

    만약에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나 홍장표 전 경제수석(현 소득주도성장위원회 위원장),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 같은 소득주도성장론자들로 임기 초반 청와대 경제 라인을 구성하지 않았더라면 어떠했을까? 민생 정책에 대한 불만이 지금처럼 고조됐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를 야권에서는 ‘캠코더’로 부른다. 대선 캠프 출신, 진보 코드, 더불어민주당 출신 위주라는 뜻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박근혜 대통령의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에 비견된다. 

    ‘노컷뉴스’가 체크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 인사 비율은 70%에 달한다. 박근혜 정부의 66.66%보다 다소 높고, 이명박 정부의 84.61%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꽤 높다. 보수 정권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캠코더 인사는 비단 장관 인사에 한정하지 않는다. 청와대 비서실 인선에도, 정부 공공기관 인선에도 적용된다. 

    지난해 9월 ‘친문(親文) 낙하산 백서’를 발표한 바른미래당이 3월 5일 밝힌 바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340개 공공기관에서 434명에 달하는 캠코더 인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수치다. 그 규모가 보수 정권을 능가한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렇게 지적했다.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보다 한 수 위다…그 속도가 낙하산을 넘어 이제 수직강하 수준이다.”

    출신 고교로 감춘 ‘호남 편중’

    이런 비판을 의식해 ‘새로운 탕평 원칙’을 내세운 점도 눈에 띈다. 4월 8일 2기 개각 명단을 발표하면서, 청와대는 ‘출생지’를 밝히지 않았다. 이유는 지연 중심 문화 탈피다. 이와 관련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을 끌지 않기 위해 이번에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확정적이지 않지만 앞으로도 이런 원칙과 기준이 계속되지 않을까 한다.” 

    언론이 팩트체크를 해보니, 후보자 7명 가운데 4명이 호남 출신으로 드러났다. 출신 고교를 기준으로 하면, 서울 4명, 인천 1명, 경북 1명, 강원 1명으로 탕평 인사처럼 보였지만, 실은 ‘호남 편중’이 심한 것이다.

    [ 무원칙 ]

    4월 4일 국회운영위원회에 출석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동아일보 앵회성 기자]

    4월 4일 국회운영위원회에 출석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동아일보 앵회성 기자]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의 한 단면이 드러난 것이 바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이다. 이 사건이 불거진 직후인 2월 22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블랙리스트란 먹칠을 삼가주십시오’라는 논평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블랙리스트의 부정적 이미지가 우리들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데, 문재인 정부의 인사정책에 그 딱지를 갖다 붙인다.” 언론을 향해 불만을 표시하고 나선 것이다.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합법적인 ‘체크리스트’라는 주장이었다.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에는 “과거 정부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한다”는 청와대 논평이 나왔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 수석도 나섰다. “법이 바뀌지 않은 이상 검찰은 과거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댔어야 한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왜 우리에게만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촛불혁명 이후 국민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전 정권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탄핵당했고 현 정권이 권력을 맡았다. ‘당신들은 달라야 한다’는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 약속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 위장전입 문제가 있는 사람을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는 5대 인사 기준을 공약했다. 집권 초기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5대 원칙 위반 논란이 이어지자 7대 원칙까지 새로 발표했다. 국민은 그 원칙을 지켜낼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2기 개각 발표에서 이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 결과 후보자 1명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다른 후보자 1명은 자진 사퇴했다. 남은 5명 중 2명은 국회 인사청문 결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 몇몇 정치평론가는 “전체적으로 5대 기준과 7대 원칙은 ‘누더기’가 되는 듯하다”고 평한다.

    “5대 기준과 7대 원칙 ‘누더기’ 되는 듯”

    이런 고위 공직자들이 직을 잘 수행하는지도 의문이다. 원칙을 무시하면서까지 ‘전문성’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임명을 강행했지만, 그들이 정말 그 전문성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보답을 했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 편으로부터 역습’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대표적 사례다. 유명한 언론인이었기에 사전 인사 검증 따위를 믿고 거른 것은 물론, 임명 이후에 내부 감찰 따위는 필요 없다고 믿었지만, 결과적으로 역습을 당하는 상황, 앞으로도 적잖이 발생할 것이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부부의 주식투자 의혹도 유사한 사례다. 부부 모두 법원 내 진보성향 연구단체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구성원이었다. 그래서 인사 검증을 믿고 거르는 식으로 진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내에서조차 한숨이 터져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문·노·조·조(문재인 대통령·노영민 비서실장·조국 민정수석·조현옥 인사수석) 인사 라인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권 때보다 더 나쁘다”고 평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을 감찰할 특별감찰관 임명조차 미루고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면 그곳에서 담당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자신에게 너무 관대한 염치없는 일”이라고 본다. 언제 만들어질지 모르는 공수처 설치를 기다리는 사이에, 청와대 비서실의 공직 기강은 임기 말로 가면서 더 해이해질 수 있다.

    [ 무정보 ]

    2월 1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대화를 나누는 조국 민정수석(왼쪽)과 조현옥 인사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2월 1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대화를 나누는 조국 민정수석(왼쪽)과 조현옥 인사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2기 개각에서 장관후보 2명이 탈락하는 상황이 빚어지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4월 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인사추천위원장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내놨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또 다른 인사 관련 원칙에 대해 언급했다. 

    “청와대에서 소수의 인원이 공적인 정보만을 활용해 제한된 시간에 검증하는 게 완벽할 수는 없다. 과거처럼 국가정보원과 같은 정보기관의 존안자료를 활용하면 좀 더 나을 수도 있다. 존안자료를 활용하려면 정보기관의 국내 정보활동도 허용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 부분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있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존안자료도 안 본다는 말에 솔직히 놀랐다. 존안자료는 고위 공직자를 비롯한 사회 주요 인사들에 대한 사적·공적 정보를 정리해둔 것이다. 이것을 만드는 이유는 개각을 비롯한 주요 인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검증 시간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존안자료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작성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긴 한다. 그러나 적시된 팩트만 참고하더라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역대 정권에서 이것을 활용해왔다. 

    그런데 이것을 안 본다고 한다. 그대로 믿어야 할지 의문이 들지만, 최근의 부실한 인사 검증 사례를 보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것은 바람직한 상황일까? 아니다. 미국의 경우 의회가 이 역할을 상당 부분 수행한다. 미국 의회는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기 전 의회 조사관들이 오랜 기간 서류와 현장 검증을 실시한다. 후보자에게 자료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직접 수집에 나선다. 적합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까지 조사는 시간에 구애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우리나라처럼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단기간에 검증을 끝내지 않는다.

    조국 수석 포기하지 않는다면

    의회의 검증이 까다롭다 보니 당연히 백악관과 행정부의 검증도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오히려 ‘존안자료+α’를 했어야 한다. 검증과 관련한 정보 수집을 더 강화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출 수 있었는데, 그 반대로 갔다. 

    다른 한편으로, 일부 정·관계 관계자는 “코드에 맞는 사람들 위주로 인사를 하려다 보니 이 사람들의 도덕적 하자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아내려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혹은 알고도 웬만한 건 넘어가려고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한다. 잇따른 인사 참사 논란을 보면, 검증 책임을 진 조국 민정수석의 경질은 불가피하다. 그래도 조국 민정수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의 정상 작동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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