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호

[신평 인터뷰②] “공수처, 대통령의 가장 좋은 칼 될 것”

文캠프 출신 법학자…“수사권 조정, 권력 쥐면 경찰 통제 가능하다 여긴단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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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19-10-29 14: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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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전날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 주최자인 전광훈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 등에 대해 내란선동 혐의로 수사를 의뢰하는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10월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전날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 주최자인 전광훈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 등에 대해 내란선동 혐의로 수사를 의뢰하는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주간지 ‘시사인’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입법을 통해 검찰개혁을 불가역적으로 법제화·제도화하는 데 주력했다. 크게 두 가지다. 독립기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라고 말했다.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은 오랫동안 ‘진보적 검찰개혁’의 정수(精髓)로 꼽혀왔다. 신 변호사에게 이렇게 물었다. 

    -여권이 주장하는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비대한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데 효과를 내지 않을까? 

    “나는 오랫동안 공수처를 열렬히 지지해왔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면서 느낀 게 있다. 수장을 대통령이 임명해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려고 하는 공수처라면 그건 없는 게 더 낫다.” 

    - 공수처가 제2의 검찰이 될 우려가 있다는 뜻인가? 

    “검찰보다 더 심한 조직이 될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진보집권플랜’을 통해 “공수처장을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그 사람을 대통령에게 임명토록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야권도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중립적 인물로 합의하는 형태라면 괜찮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여야 합의의 모양새를 띠지만 다수파를 차지한 여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론 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벌써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 모 인사가 공수처장 물망에 오른다는 얘기가 돈다. 만약 대통령 마음에 맞는 사람을 공수처장에 임명하면 어떻게 되겠나. 대통령의 가장 좋은 칼이 되지 않겠나?” 

    -진보 쪽 인사들은 경찰의 힘을 키움으로써 검찰의 힘을 견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번에 보라.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경찰청장에게 직접 고발장을 건네고, 청장은 포즈까지 취해주지 않았나.”




    권력과 경찰

    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10월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갑룡 경찰청장을 향해 “(10월 3일 열린) 광화문 집회가 정치적 의사 표시를 위한 일상적 집회 수준을 넘어서 청와대 무력화를 계획하고 폭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법질서를 노골적으로 유린한 행위에 대해 내란음모·내란선동죄에 기초해 경찰이 수사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질의가 끝난 뒤 감사(監査)를 받아야 할 민 청장에게 고발장을 제출했다. 신 변호사가 부연했다. 

    “이 장면에서 보듯 경찰은 권력이 다루기가 훨씬 쉽다. 검찰 권한을 약화시키고 경찰 권한을 키우겠다는 주장 밑에 숨은 속뜻이 ‘우리가 손쉽게 다룰 수 있는 경찰에 권한을 많이 줘서 편하게 통치하겠다’는 것이라면 정말 곤란하다.” 

    -민주화운동 했던 인사들은 경찰에도 피해의식이 있을 텐데 왜 경찰 권력을 키우려 할까? 

    “권력을 잡으면 경찰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 아니겠나.” 

    -여권 일각에는 검찰이 결국 공수처는 받고 검·경 수사권 조정은 막을 것이라는 전망이 횡행한다. 

    “수사권 조정은 매우 위험하다. 경찰에 수사권을 일부 부여해 원활히 수사할 수 있도록 하더라도 경찰의 수사권 행사에 대한 대책은 있어야 한다. 최소한의 통제장치 없이 경찰에 수사권을 줘버리면 경찰서 주변 한정식집 영업만 잘될 것이다.” 

    -여권은 경찰 권력이 비대해질 거라는 우려에 ‘분권을 지향하는 자치경찰제를 함께 시행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반박한다. 

    “자치경찰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수사권 조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꼴이다. 여권의 그와 같은 주장은 아직까지 전혀 검증된 바 없다.” 

    -문 대통령이나 여권은 공수처가 없어 대통령 친인척·주변 비리를 제때 수사 못했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인사권이 무서워 검찰이 대통령 주변을 조사하지 못한 것 아닌가? 

    “그렇다.” 

    -그런데 대통령 임기 중반에 검찰총장이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칼을 겨눴다. 

    “한국 검찰사상 생생히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비수를 겨눈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에는 정권 임기 말에 가서 힘이 떨어질 때 아들이나 손댄 정도다. 지금은 권력의 심장에 비수를 겨눴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흑묘백묘론

    -권력형 비리로 밝혀질 수도 있지만, 그와 반대 결론이 날 수도 있다. 그러면 윤 총장이 수사 결과에 따른 책임을 모두 떠안게 될 텐데.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 과정이 편파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법원의 1차적 판단이지만, 그간의 영장 발부를 통해 확인되는 사항으로 봐서는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조국 일가가 여기서 빠져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윤 총장은 아마 사표를 낼 것이다.” 

    -조국 일가 수사가 끝난 후에 총장직을 그만둔다는 말인가? 

    “사표를 냄으로써 그 사람은 영웅이 될 것이다. 나는 윤 총장이 대단한 야심가라고 본다. 사표를 내고 나가서 정계로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도 있고. 그 사람이 가진 흡입력과 총체적인 힘을 고려할 때 어느 정치인도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윤 총장이 큰 베팅을 하겠지.” 

    -검찰에도 ‘윤석열 사단’이라는 말이 횡행할 정도로 총장 측근들이 핵심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이 역시 위험 신호 아닌가? 

    “위험하다. 그러니 윤 총장도 진정 국민을 위해 검찰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아니다. 검찰 조직에 대한 낡은 관념에 사로잡힌 사람이다.” 

    -페이스북에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인용하면서 윤석열 개인에 문제가 있어도 쥐만 잘 잡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썼던데. 

    “우선은 급하지 않나. 대표적 진보귀족 일가의 엄청난 비리가 드러났음에도 조국을 옹호하는 세력이 하나로 뭉쳐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고 있다. 검은 고양이면 어떻고 흰 고양이면 어떤가. 일단 쥐부터 잡아야지.” 

    -다른 검찰총장이었다면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를 못 했을까? 

    “검찰 안에 누가 있겠나. 윤 총장이 후에 어떤 행보를 하건 (지금의 수사는) 그 자체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사람이 다 완벽할 수야 있겠나. 윤 총장은 나름대로 역사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윤 총장이 나중에 정치인으로 변신하면 국민의 여망을 조금 더 헤아리는 공감 능력을 키워 훌륭한 정치인이 될 수도 있다.”

    (③ 신평 변호사 인터뷰서 계속)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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