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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 인터뷰⑤] “로스쿨, 진보귀족에 유리한 제도로 변질”

文캠프 출신 법학자…“진보서 배척받더라도 양심 세력 대변하면 그에 만족”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신평 인터뷰⑤] “로스쿨, 진보귀족에 유리한 제도로 변질”

10월 7일 신평 변호사가 서울 광화문 ‘공정세상연구소’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10월 7일 신평 변호사가 서울 광화문 ‘공정세상연구소’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신평 변호사는 대구지방법원 판사 시절이던 1993년, 당시 법원 판사실에서 돈 봉투가 오간 사실을 폭로했다가 같은 해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지난 2017년 2월,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소속이던 이탄희 판사가 사표를 제출했다. 법원행정처 발령 후 ‘판사 뒷조사 문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다. 그의 사표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이 세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정작 신 변호사는 “이탄희도 마찬가지”라며 말을 이었다.


“이탄희, 그 정도 분별력도 없나?”

“그에게는 사법농단 수사를 촉발한 역사적인 공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관선변호에 대해 단 한마디라도 말한 적 있나? 지금 조 전 장관이 꾸민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 들어갔더라. 물론 자신은 순수한 뜻으로 참여한다고 말하겠지. 하지만 결국 권력에 의해 이용당하고 있다는 걸 모르나? 그 정도 분별력도 없나? 지금 위원회에서 나온 안이 고작 특수부 대폭 축소 아닌가. 그 결정 과정에 이탄희도 관여한 것 아닌가. 그런 쪽을 겨냥하고 살았던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대단히 실망스럽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그 역시 철저한 진영논리 신봉자인 셈이다.” 

-로스쿨이 지금은 가진 자를 위한 제도가 됐다고 자조하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런 결과까지 알고 만들진 않았겠지. 나 역시 누구보다 사시의 폐단을 잘 아는 사람이고 예전부터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의 로스쿨 제도는 철저히 진보귀족에 유리한 제도로 변질됐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대학 입시에서 스펙 쌓기가 갖는 폐단이 노정됐다. 로스쿨에서는 아직도 스펙을 무제한으로 허용한다.” 

-입시 과정에서 말인가? 

“그렇다. 로스쿨은 진보귀족이 많이 분포해 있는 학계 인물들이 가장 유리하게 써먹을 수 있는 제도다. (진보귀족의 자녀들은) 유학 다녀왔다는 사실이나 외국 활동을 증빙할 만한 자료를 기재하는 식으로 스펙을 만들 수 있다. 혹은 그들끼리 논문 품앗이를 할 수도 있다. 설사 보통 가정의 자녀들이 입학한다고 한들 학비가 비싸니까 아르바이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학점을 잘 받기가 어렵다. (입시 과정이나 입학 후에도) 기득권자에게 매우 유리하게 짜인 제도가 바로 로스쿨이다.” 

-진보 지식인으로서 정권 핵심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부담스럽지 않나? 

“(진보진영에서) 나에게 온갖 비난을 하지만 오해가 언젠가 풀리지 않겠나. ‘조국 사태’를 계기로 그간 진보 쪽을 바라봤다가 돌아선 양심 세력이 여론조사 상 10% 정도 있다. 이분들이 향후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만약 계속 진보 쪽에서 배척받더라도 10% 양심 세력의 견해를 어느 정도 대변하는 역할을 내가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 열쇳말이 ‘공정세상’인가? 

“그렇다. 보수나 진보가 아니라 기득권 세력과 기득권이 아닌 세력으로 나눠보면 우리 사회가 물길 열리듯 쫙 보인다.”


권력과 초심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절반가량 지나고 있다. 대통령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나도 이 정부를 탄생시키기 위해 역할을 한 사람이다. 지금 이렇게 되리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국민이 완전히 두 쪽으로 갈렸다. 집권 세력에 ‘초심으로 돌아가달라’고 말하고 싶다.” 

-초심이라면? 

“이 사람들이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다. 민주화운동은 우리 공동체를 조금 더 낫게 만들겠다는 선의에서 비롯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 집권 세력에는 그렇지 않은 모습이 많이 엿보인다. 이들이 초심을 되돌아보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여전히 문 대통령을 비판적으로나마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셈이지. 대통령이 다시 잘 일어서시길 바란다.” 

신 변호사는 헤어지면서 “진정한 사법개혁의 의미가 공론화될 수 있도록 언론이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신동아 11월호에 실렸습니다]




신동아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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