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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교수가 말하는 “내가 ‘빠’를 증오하는 이유”

“박사모보다 문빠가 사회에 더 악영향” “내로남불, 비상식적 여론몰이로 권력 장악”

  • 서민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 bbbenji@naver.com

서민 교수가 말하는 “내가 ‘빠’를 증오하는 이유”

  • ●대통령의 ‘문빠’ 편애가 사태 키워
    ●문빠에서 태동한 ‘조국기부대’
    ●차고 넘치는 문빠들의 ‘내로남불’
    ●문빠,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태동
    ●언론·인터넷 장악하며 피해자 코스프레
    ●대통령마저 문빠에 눈감아서야
11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교대역 삼거리에서 열린 검찰개혁 촉구집회. [뉴스1]

11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교대역 삼거리에서 열린 검찰개혁 촉구집회. [뉴스1]

2016년 10월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로 떨어졌다. 11월에는 여기서 더 떨어져, 마지막 주의 지지율은 4%대를 기록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박 전 대통령에겐 어떤 일을 해도 무조건 지지를 표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30% 정도는 있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들을 우리는 ‘박사모’라 부른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 후 청와대에서 나와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옮겨 가던 날, 집 앞에서 온종일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다 “마마, 용서하세요”라고 말하며 ‘절’을 했던 한 여인은 박사모의 정체성을 그대로 말해줬다. 이들이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는 이유다. 

나와 테니스를 함께 치던(강남에 살면서 늘 보수에 투표하던) 누님들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뽑은 대통령이 이렇게 부끄럽긴 처음이야.”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5% 밑으로 떨어졌고, 성난 군중이 광화문에 모이자 야당인 민주당은 탄핵안을 발의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 역시 국민의 공분이 두려운 나머지 탄핵안에 찬성했다. 

2019년 8월, 대한민국은 조국 사태로 뜨거웠다.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조국에게 수없이 많은 의혹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애초에 조 전 장관이 알았건 몰랐건 그의 딸은 위조된 표창장을 받았고, 제대로 이행하지도 않은 인턴 수료증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그의 부인 정경심은 사모펀드 문제로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저나 제 처는 사모펀드를 몰랐다”는 조국의 말은 결과적으로 위증일 가능성이 커졌다. 조 전 장관의 동생 또한 위장이혼과 채용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이쯤 되면 장관 후보자에서 물러나는 게 상식이건만 놀랍게도 그는 꿋꿋이 버텼고 결국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나는 ‘조국기부대’로 불리는 조국 지지자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여론조사에서 늘 40%를 유지해온 지지자들이 있었기에 조국과 문재인 대통령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아무런 조치 없이 버티기가 가능했다.




‘조국 수호’는 비상식적 선동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11월 14일, 지지자 한 명이 파란색 장미를 들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입구에 서 있다. 파란색 장미의 꽃말은 ‘기적’ ‘희망’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11월 14일, 지지자 한 명이 파란색 장미를 들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입구에 서 있다. 파란색 장미의 꽃말은 ‘기적’ ‘희망’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다. [뉴스1]

조국 지지자들은 난데없이 서울 서초동으로 달려가 ‘조국 수호’를 외쳤다. 위선자이며 자칫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조국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게 민망했는지 ‘검찰개혁 집회’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내걸고 대거 모였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현장에서 외친 구호는 ‘조국 수호’와 ‘정경심, 사랑합니다’ 등이었다. 이 모임의 성격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들은 집회 참가자 수를 200만 명으로 뻥튀기했다는 의혹도 산다. 

반면, 조국 사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서울 광화문에 모였다. 이들 역시 집회 참가자 수를 2000만 명으로 부풀려 얘기했다. 그러자 다시 서초동에서 집회가 열렸고, 그다음 또 광화문에 사람들이 모였다. 마치 핑퐁 게임을 보는 듯했다. 

시곗바늘을 30년 전으로 돌려보자. 1987년 노태우·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3인이 대선에서 맞붙었을 당시, 이들은 자신의 유세장에 몇 명이 왔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 후로 17년이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을 때도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였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회가 부당하게 탄핵시킨 것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는 대통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하는 사람들이 다시금 촛불을 들었다. 

하지만 2019년 일어난 조국 수호 집회에서는 그 어떤 타당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작금의 시대정신과는 거리가 먼, 심지어 예비 범죄자를 지키고자 하는 비상식적인 선동에 불과했다.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은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이 죄다 비상식의 편에 섬으로써 진영 싸움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문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인 ‘문빠’들이 있다. 

서초동 집회를 주도한 이들이 원래부터 조국을 좋아한 건 아닐 것이다. 또 진보 진영 내에서도 조국의 존재감은 ‘수호’까지 외칠 만큼 크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금송아지 대접을 받게 된 이유는 오직 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발탁한 사람이라는 데 있다. 문빠들에게는 ‘우리 대통령이 뽑은 사람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가 작용하는 듯하다.


문빠의 내로남불

진보라고 외치는 문빠들이 충성을 다해 지키고자 하는 대상은 오직 대통령 하나뿐이다. 같은 진보 진영에 속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렇다. 이 도지사는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를 공격하는 바람에 문빠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이후 그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문빠들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그 강도가 자유한국당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당시 문빠들은 이재명 지사와 1년 넘게 사귀었다고 주장하는 배우 김부선의 말을 지렛대 삼아 이 도지사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700페이지에 달하는 책까지 만들어 ‘반(反)이재명 운동’을 벌였을 정도다. 

신기한 일은 그다음에 벌어진다. 당시 문빠들이 밀던 전해철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이재명 도지사에게 밀리자, 문빠들은 급기야 자유한국당 후보인 현역 도지사 남경필을 지지하고 나섰다. 당시 온갖 정치 관련 커뮤니티는 “차라리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를 찍겠다”는 문빠들의 댓글로 도배가 됐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러한 분위기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선거 때는 원래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마련이다. 이재명 후보로선 자신보다 지지율이 높은 문 대통령을 공격하고자 한 게 당연하다. 하지만 경선에서 패배한 뒤에는 깨끗하게 승복하고 문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다. 

그럼에도 문빠들은 끝까지 이재명을 물고 늘어졌다. 엄밀히 따져 그 흠결이 지금 조국과 비교하면 결코 과하다 할 수 없음에도 말이다. 설령 이재명의 치부가 더 치명적이라 하더라도 자신들이 적폐라고 여기는 당의 후보(남경필)를 지지한다는 게 과연 말이 되나. 문 대통령의 성공을 바란다면, 전략적으로 중요한 경기도에서 기필코 민주당이 승리하도록 지지했어야 함에도, 문빠들은 이재명 낙선 운동에 열과 성을 다했다. 심지어 조선일보에 이재명의 비리를 담은 광고까지 실었으니, 정말이지 할 말이 없다. 

문빠들의 ‘내로남불’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2018년 초 문 대통령은 김기식 전 의원을 금융감독원장에 임명했다. 전문성 면에서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의 의혹이 터졌다. 그가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고, 자신이 쓰고 남은 정치자금을 반납하는 대신 자신이 세운 연구소로 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시민단체(참여연대)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이기에 이러한 의혹은 더욱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대도 금융감독원장으로서는 부적격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문빠들은 김기식을 옹호했다. 이유는 단 하나, 대통령이 임명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은 희한한 논리를 폈다.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것을 보니까 김기식이 무서워서 저러나 보네? 절대 물러나선 안 되겠다” 식이었다. 하지만 결국 김기식은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동안 김기식이 아니면 큰일 날 것처럼 굴던 문빠들도 이후 금융감독원에 대한 관심을 뚝 끊었다. 김기식이 뭐 하며 지내는지도 관심 밖이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혹시 문 대통령이 법무장관 후임으로 김기식을 지명하기라도 한다면, 문빠들은 조국은 다 잊고 “김기식이야말로 법무장관 적임자”라며 목소리를 높일 것임을 말이다.


문빠는 어떻게 탄생했나

10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사거리에서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가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10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사거리에서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가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갑자기 궁금해진다. 앞서 김대중, 노무현 등 진보 진영 출신의 대통령이 있었지만, 문 대통령의 팬덤은 왜 이리도 광적인 것일까? 호감형 외모도 일정 부분 작용했겠지만, 그게 다는 아닌 듯싶다. 시작은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서 기인한다. 천수를 다하지 못할 때 그 죽음은 신화가 되기 마련이다. 진보 진영 사람들은 지금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죽였다’고 주장한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였던 문 대통령이 정치에 본격 뛰어들게 된 것도 바로 이 사건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진보 진영 사람들은 문 대통령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표했다. 

한 번의 실패 후 문 대통령은 결국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그러자 문빠들은 생각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잃은 것과 같은 비극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 이제 대통령은 우리가 지키겠다’ 하고 말이다. 

문빠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언론 장악이다. 그러기 위해 그들은 언론을 적폐로 몰았다. 전통적 보수언론은 물론이고 진보언론으로 불리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에도 ‘적폐’ 딱지를 붙였다. 노 전 대통령 시절 같은 편이라 생각했던 진보언론이 대통령을 공격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빠들이 원하는 것은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언론이 아니라 무조건 자기편을 들어주는 언론이다. 

김어준의 말을 들어보자. “진보 매체가 진보 정권을 상대하는 태도와 방식은 보수 정권을 대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달라야 마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빨아주라는 게 아니다. 애정을 가지라는 거다.” “문재인 정부도 잘못하고 실수할 게다, 당연히. 그럴 때 상대적으로 관대할 거다.”(한겨레 보도 인용). 이쯤 되면 김어준이 왜 문빠의 우상이 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문빠의 여론조작

문제는 김어준이 ‘상대적으로 관대한’ 정도가 아닌, 절대적인 옹호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진행하는 뉴스공장에서 조국 딸이 봉사활동을 했다고 주장하기 위해 출처 불명의 매점 아저씨와 전화 통화를 하거나, 구속 위기에 처한 조국의 동생을 옹호하고자 신분도 확실치 않은 지인을 등장시켜 ‘조권이 많이 아프다’는 증언을 내보내는 식이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나꼼수’ 멤버였던 주진우 기자를 뉴스공장에 출연시켰다. 방송에서 주진우 기자는 “정경심 교수가 며칠 전에 뇌경색과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라고 말했다(동아일보 보도 인용). 그 뒤 정경심은 뇌경색 혹은 뇌종양 진단서를 끝내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본다면 주진우의 발언은 구속을 앞둔 정경심을 돕기 위한 가짜뉴스였을 가능성이 크다. 

어이 없는 일은 가짜뉴스의 진원지라 할 문빠들이 적반하장으로 다른 언론사의 기사에 가짜뉴스 딱지를 붙인다는 점이다. 조국 사태 내내 그들은 조국에게 불리한 기사에 대해서는 “채널A 안 사요” “조선일보 알아서 거른다” “시방새(SBS를 칭하는 은어) 안 믿어” 같은 원초적인 말들을 퍼부었다. 심지어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에도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으면 비슷한 대접을 했다. 

아무리 건강한 몸이었더라도 병에 걸리면 제대로 뛰지 못한다. 아무리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더라도 ‘정치병’에 걸리면 제대로 판단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불리한 기사는 거르고 유리한 기사만 취하다 보니 그들은 자신이 믿는 게 진실이라고 착각하게 됐다. 그리고 그 착각은 문빠들로 하여금 서초동에 나가 조국 수호를 외치게 만들었다. 

이들은 여론 조작도 서슴지 않는다. ‘엠엘비파크(엠팍)’ 같은 인터넷 대형 커뮤니티는 추천이 많은 글을 이용자가 보기 쉬운 곳에 배치하는데, 문빠들은 정권에 유리한 글마다 ‘추천’을 잔뜩 날려 많은 이가 보게 만든다. 대통령이 밥을 먹거나, 개를 쓰다듬는 모습 같은 별반 특별할 거 없는 사진들이 ‘최다 추천 글’에 올라가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도 다 문빠들의 작업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도 이들의 활동 무대다. 정권에 불리한 기사가 올라오면 이를 반박하는 댓글이 공감을 가장 많이 받게끔 만든다. 이 과정에서 문빠들은 비상연락망을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기사의 링크를 건 뒤 “공격받고 있으니 지원 바람” 같은 지령을 내리는 식이다. 이걸 전문 용어로 ‘양념친다’라고 하는데, 워낙 대놓고 하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이것도 엄연히 댓글 조작이건만, 문빠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정원을 시켜서 댓글을 달게 하면 조작이지만, 우리는 자발적으로 움직이니 조작이 아니다’라는 논리다. 그렇기에 나는 박사모보다 문빠가 더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박사모는 광화문에서 태극기나 휘두르고 있지만, 문빠는 웬만한 인터넷 사이트에 다 출몰함으로써 인터넷상 질서를 어지럽히니 말이다.


대통령의 문빠 사랑

5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이 진행됐다. 이날 문 대통령을 인터뷰한 송현정 KBS 기자는 문빠들에게 “무례하다”는 맹비난을 받았다. [청와대 제공]

5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이 진행됐다. 이날 문 대통령을 인터뷰한 송현정 KBS 기자는 문빠들에게 “무례하다”는 맹비난을 받았다. [청와대 제공]

결국 문빠는 언론을, 그리고 인터넷을 장악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이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고, 민주당은 원내 1당임에도 여전히 약자 코스프레를 한다. 정권은 교체됐지만 언론·법조·경제계가 그대로라 진정한 정권교체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장악해야 이런 소리를 하지 않을 건지 궁금하다. 

안타깝게도 대통령의 사정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완전한 실패로 끝났고, “집 팔아라” 노래를 부른 정부 말을 듣고 덜컥 집을 판 사람은 그사이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손해 봤다’는 생각이 크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마이너스라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온다. 이쯤 되면 경제는 ‘폭망’ 수준이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일본과 경제전쟁 중인 데다 그토록 구애를 했던 북한은 대놓고 한국을 무시한다. 임기 첫해 꿈꿨던 노벨평화상은 이제 물 건너간 듯하다. 딱 하나 잘한 건 적폐청산이었는데, 이제는 그것마저 부정되고 있다. 중도파 사이에서 ‘박근혜가 도대체 뭘 잘못했지?’라는 주장이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반면 문빠들의 극성은 한층 더 심해진 느낌이다. 걸핏하면 ‘나는 그래도 문재인을 믿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거기에 ‘저도 믿습니다’ 하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린다. 지켜보는 이들이 “무슨 종교 부흥회냐?” 하고 비아냥대도 그들은 개의치 않는다. 문빠들을 ‘사이비 교도’라고 칭하는 이도 많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사이비 종교와 친하게 지내는 건 미련한 짓이다. 그럼에도 문대통령은 오히려 문빠를 든든한 우군으로 믿고 의지하려는 듯하다. 

조국 사태 당시 국민이 두 파로 나뉘어 집회를 하자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다. “다양한 의견 속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 못지않게 검찰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입니다.”(YTN 보도 인용). 이는 대통령이 문빠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통령이 문빠를 편애한다는 조짐은 예전부터 있었다. 2018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대통령에게 하소연했다. “기자들이 기사로 표현을 할 때 최근의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굉장히 많은 안 좋은 댓글이 달릴 때가 많다. 지지자들이 격한 표현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실제로 격한 댓글과 인신공격은 언론자유 탄압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통령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응했다. “대한민국에서 아마 저보다 많은 악플이나 문자로 비난받은 정치인이 없을 겁니다. 저는 기자님들께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담담하게 생각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일요신문 보도 인용) 기자회견 직후 해당 질문을 한 기자는 온갖 욕설과 조롱을 받은 것은 물론, 과거 이력과 신상이 모조리 털렸다. 

한 진보언론사 소속 모 기자는 문빠들의 이런 공격을 담담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자신들의 지난날을 도매금으로 매도하는 문빠들에게 격분한 나머지 ‘덤벼라 문빠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어떻게 됐을까. 문빠들은 해당 잡지 절독 운동을 펼쳤고, 2000여 명이 실제로 구독을 중단했다. 결국 해당 기자는 사과문을 올렸다. “술 마시고 하찮고 보잘것없는 밑바닥을 드러냈습니다….부디 노여움을 거둬주십시오.” 이 사과문 역시 문빠들로부터 조리돌림을 당했지만, 이걸 읽는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이는 문빠가 언론자유를 침해한다는 명백한 증거였으니 말이다. 

송현정 KBS 기자 역시 문빠의 대표적인 피해자다. 송 기자는 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대통령과 대담을 진행했다. 형식적인 기자회견보다는 보다 깊이 있는 문답이 오가길 바랐던 대통령의 의중에서 비롯된 행사였는데, 대담이 끝나고 난 뒤 송 기자는 정말이지 영혼까지 다 털렸다. 예의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송 기자를 비난한 수많은 이 중 실제로 그 대담을 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대담 방송을 본 나로서는 그들이 왜 저렇게까지 분노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기자의 날카로운 질문이 ‘예의가 없다’로 둔갑하는 세상이라면 과연 누가 대통령에게 질문할 수 있을까. 당시 이 사안에 대해 입을 꾹 다문 대통령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 일로 문빠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대통령의 마음이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좋아 죽겠다는데 그걸 말릴 이유가 뭐가 있겠나. 하지만 대통령은 전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란 게 문제다. 무조건적인 지지 세력은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이는 곧 대한민국의 불행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조국 사태는 이러한 인과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 높던 지지율이 수직으로 추락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대로 간다면 내년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패배할 확률이 높다. 한 가지 다행인 건 아직 문 대통령에겐 2년 반의 시간이 더 남아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고 남은 임기는 제대로 일에 매진하길 바란다. 단 여기엔 조건이 있다. 문빠를 믿지 말고, 상식적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것이다. 이것이 실현되지 않고는 남은 임기도 전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은 비단 내가 비관론자여서일까?

[신동아 12월호]


서민 교수가 말하는 “내가 ‘빠’를 증오하는 이유”

서민
● 1967년 출생
● 서울대 의대 의학과 졸업, 서울대 의학박사(기생충학)
●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
● 저서: ‘서민독서’ ‘서민교수의 의학세계사’ ‘서민의 기생충콘서트’ ‘서민적 글쓰기’ 등




신동아 2019년 12월호

서민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 bbbenj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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