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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 이택수 “‘구라미터’ 비판 불쾌… 대통령 지지율 보기 싫으면 보지마라”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리얼미터’ 이택수 “‘구라미터’ 비판 불쾌… 대통령 지지율 보기 싫으면 보지마라”

  • ● 대통령 지지율 경기 중계하듯 발표? 보기 싫으면 보지 마라
    ● 통화 시도 5회… 응답 채우려 그 이상 전화하는 건 공해 유발
    ● ARS 문항 정치 편향성 논란? 언론사 요청 따라 결정
    ● CBS·TBS·YTN·오마이뉴스와 자주 거래
    ● 김어준과 동창인 게 여론조사와 무슨 상관인가
    ● 나는 ‘문빠’ 아니고 중도주의자…뉴스공장도 TV조선도 출연
    ● 총선 출구조사로 실력 증명하겠다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핵심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국내 양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리얼미터’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리얼미터 조작’ ‘리얼미터 대통령 지지율’ ‘리얼미터 조국’ ‘리얼미터 뉴스공장’ 등이 뜬다.


최근 6년간 여론조사 1555건 수행

리얼미터는 2005년 설립된 정치·사회 분야 여론조사기관이다. 주로 ARS(자동응답시스템) 방식 여론조사를 실시한다(ARS 90%와 전화면접조사 10% 혼용). 이 회사를 설립한 이택수(51) 대표를 만나 각종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리얼미터는 2014년 3월 26일부터 올해 2월 12일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홈페이지에 등록된 여론조사 6136건 가운데 1555건(25.3%)을 진행했다. 조사 건수 면에서 압도적 1위다. 2위 한국갤럽(340건, 5.5%)과 비교하면 약 5배 수준이다.

2월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 있는 리얼미터를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조사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는 회사 규모였다. 그리 크지 않은 사무실에서 직원 20여 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 왜 그렇게 여론조사를 많이 진행하나.

“여기저기서 우리한테 일을 맡겨서 그렇다. 전국 많은 언론사와 선거에 나가려는 후보자들이 리얼미터에 ARS(자동응답) 조사를 요청한다. 국내 여론조사기관 가운데 AR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이 드물다. 그중에선 그나마 리얼미터가 지명도가 높다. 그 덕에 매출이 많이 늘었다. 지난해 60억 원 정도 벌었다.”

- ARS 조사 비용이 타사보다 저렴한가.

“싸지도, 비싸지도 않다. 적정 수준으로 받는다.”



- 단가가 얼마인가.

“한 명당 5000~6000원 정도. 면접조사 단가가 약 1만2000원이니 절반인 셈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기업이 의뢰하는 조사량이 줄어 여론조사업체도 먹고살기 팍팍해진다. 요즘은 ARS 조사업체끼리 출혈경쟁이 심하다. 일부 업체는 1000~2000원에도 조사를 해준다고 들었다. 심지어 공짜로 해주는 곳도 있다. 그런 업체들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연구원으로 고용한다.”


응답 채우려 계속 전화하는 건 공해 유발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 왜 리얼미터는 단가가 더 비싼 면접조사 대신 ARS 조사를 주로 하나.

“ARS 조사 결과가 면접조사 결과보다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꾸준히 대통령 지지율을 조사하고 있는데, 면접조사를 해보면 결과가 ARS보다 들쭉날쭉하다. 별 이슈가 없는데도 대통령 지지율이 등락한다. 반면 ARS 조사를 하면 좋은 뉴스가 있을 때 지지율이 상승한다. 또 ARS 조사는 샤이(shy·지지 정당을 숨기는 것) 유권자의 표심을 잡아내기 좋다. 우리나라에서 정치는 민감한 주제다. 일면식도 없는 조사원이 ‘어느 정치인을 지지하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이 답을 피한다.”

이 대표는 1997년 미래통합당 전신인 신한국당 부설 여론조사전담기관 사회개발연구소에 몸담으며 여론조사 업무에 발을 디뎠다. 이후 20년 넘게 경력을 쌓았다. 그사이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치 여론조사에는 ARS가 적합하다”는 의견을 갖게 된 셈이다. 반면 상당수 여론조사 전문가는 ARS 조사 방식을 “응답률이 낮고 부정확하다” “비과학적이다”라고 혹평한다. 2014년 한국조사협회 회원사들은 공동으로 “앞으로 ARS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협회에는 한국갤럽, 닐슨코리아, 한국리서치 등 국내 주요 여론조사기관이 가입해 있다.

왜 다른 전문가들과 의견이 다른지 묻자 이 대표는 자료 한 뭉치를 책상 위에 펼쳤다. 말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2018년 6·13 지방선거 결과다. 광역의회 비례대표 선거 전국 득표율을 보면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27.8%로 집계됐다. 선거를 2주가량 앞두고 마지막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에서는 전화면접으로 조사한 A업체가 11.0%, 리얼미터가 19.8%라고 발표했다. 둘 다 틀렸지만 그나마 우리가 근접했다. 그런데 믿지 않으니 답답하다. 왜 한국조사협회 회원사가 이 좋은 조사 도구를 안 쓰는지 모르겠다.”

-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내 경험을 하나 얘기하겠다. 나는 2000년 A업체 설립자인 B회장과 같이 여론조사 회사를 창업한 일이 있다. 어느 날 B회장이 부르더니 ‘ARS는 단가가 저렴해 매출이 줄어든다’며 ‘앞으로 ARS 조사는 하지 말라’고 하더라. 한마디로 돈이 안 된다는 얘기였다. 생각해보면 낯부끄러운 일이다. 여론 조사를 하는 사람이 그렇게 부도덕할 수 있나.”

- ARS 조사의 경우 응답 집단이 한쪽으로 치우쳐 편향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던데.

“그렇지 않다. 한규섭 서울대 교수가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제19대 대선 여론조사 분석’ 논문을 보면 당시 여론조사를 진행한 국내 29개 업체 중에서 리얼미터가 정치적인 편향성이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해 12월 ‘신동아’ 보도를 통해 청년 대상 선거 여론조사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대다수 업체가 목표 응답자 수를 채우지 못하고, 특히 리얼미터가 그런 경우가 많은 걸로 밝혀졌다. 왜 그런가.

“ARS 조사 때 리얼미터의 전화 시도 횟수는 5회다. 그 안에 안 받으면 다른 가구로 전화를 돌린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응답자 수 채울 때까지 통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공해를 유발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응답률이 떨어지더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여론조사에 응할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 지지율, 보기 싫으면 보지 마라”

4·13 총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2016년 4월 10일 서울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동아DB]

4·13 총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2016년 4월 10일 서울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동아DB]

ARS 조사 외에도 리얼미터를 둘러싼 논란은 또 있다. 조사 결과가 정부 여당에 유리하게 나온다는 지적이다. 리얼미터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을 조사해 매주 두 차례(월·목요일) 발표한다. 월~수요일 조사 내용을 집계해 목요일에 ‘주중동향’ 보고서에 싣고, 월~금요일 전체 집계 자료는 다음 주 월요일 ‘주간동향’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다. 이 결과가 다른 여론조사업체들이 발표하는 지지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해 묻자 이 대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우리나라에 정기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을 조사, 발표하는 업체가 10여 개 있다. 그 결과를 보면 지지율이 가장 낮게 나오는 곳이 A업체, 그다음이 리얼미터다. 일부에서 리얼미터를 두고 ‘친문’ ‘친여’ 얘기를 하는데 다른 회사 보고서까지 종합적으로 보면 사실이 아닌 걸 알 수 있다. 지난해 11월 첫째 주(3~9일) 8개 여론조사업체가 실시한 문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서는 리얼미터의 결과(44.5%)가 가장 낮았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B업체(50.2%)와는 5%포인트 넘게 차이가 났다.”

- 일부에서는 리얼미터가 매주 두 차례씩 대통령 지지율을 발표하는 데 대해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 것 같다’며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피곤하면 안 보면 되는 일 아닌가. 미국 여론조사기관들은 매일 대통령 지지율을 발표한다.”

- 한국과 미국의 정치 환경이 같나.

“그럼 다른가? 일부 다르다 해도 왜 우리는 그렇게 하면 안 되나. 한국에서 대통령 지지율 발표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은 주로 대통령 지지자들이다. 2016~2017년, 탄핵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율이 가파르게 하락했다. 그때 여론이 나빠지는 게 한눈에 보이니 지지자들이 싫어하더라.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도 똑같다. 지지율 발표 때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한 가지 밝혀두고 싶은 게 있다. 일부 누리꾼이 ‘리얼미터가 현 정권 시작되고부터 대통령 지지율을 매주 두 차례씩 발표한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2015년 시작했다.”


ARS 문항, 언론사 요청 따라 결정

-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나.

“나는 대통령이 국정을 늘 잘 수행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론 흐름을 정기적으로 보여주면 대통령이 참고할 수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후 상황을 보자. 리얼미터 조사를 통해 대통령 지지율이 지난해 9월 4주차(47.3%), 10월 1주차(44.4%), 10월 2주차(41.4%) 계속 추락하는 게 나타났다. 조 전 장관은 결국 10월 14일 사퇴했다. 리얼미터가 정밀한 조사 결과를 매주 발표하지 않았다면 그가 물러났을까. 문 대통령이 정국 운영 방향을 선회했을까. 나는 그러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 여론조사 결과는 대중에게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리얼미터가 대중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런 점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꾸준히 여론을 조사해 발표하는 건 여론조사기관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온라인 공간에서 일부 누리꾼은 리얼미터를 ‘구라미터’라고 부른다. 자료를 보니 리얼미터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여심위로부터 총 52건의 심의 조치를 받았고, 과태료(3000만 원) 2회 부과, 공표·보도 불가 조치도 32건이나 됐다. 이에 대해 할 말이 있나.

“여심위의 일부 조치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리얼미터가 여심위의 과태료 부과 1건에 대해 불복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구라미터’란 별칭이 불쾌하지만 비판하는 사람이 있어야 긴장하고 더 노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 출구조사에서 결과를 제대로 맞혀 실력을 보여주겠다.”

- ARS 조사 문항은 어떻게 만드나.

“조사를 의뢰하는 언론사가 ‘테마’를 정한 뒤 문항을 대략적으로 구성해 온다. 우리가 이를 조사에 적절한 ‘워딩’으로 수정한다. 몇 차례 문항을 주고받으며 수정해 최종 확정한다. ‘워딩’에 따라 조사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 과정에 무척 신경을 쓴다. 그럼에도 자주 시빗거리가 된다.”

- 최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문항에는 ‘총선에서 야당을 심판하겠느냐’ ‘검찰의 조국 수사가 과도하다고 생각하느냐’ 같은 ‘워딩’이 포함됐다. 답변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편향적인 질문 아닌가.

“글쎄.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항 내용이나 방향은 언론사가 정한다.”

- 좀 전에 리얼미터와 언론사가 협의해 문항을 구성한다고 하지 않았나.

“언론사가 요구하는 문항 내용이나 질문 뉘앙스가 부담스러울 때는 반대 의견을 낸다. 하지만 언론사가 반드시 그 문항을 쓰겠다고 하면 언론사와 논의해 최대한 중립적인 워딩을 만들려고 한다.”

- 주로 조사를 의뢰하는 언론사는.

“CBS, TBS, YTN, 오마이뉴스가 주요 고객사다. 뉴시스와도 일한다.”

이 대표는 김어준 딴지일보 발행인과 중학교 동창이다. 일각에선 이들의 친분을 이유로 리얼미터 조사의 공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묻자 이 대표는 “옛날엔 신한국당 부설 연구소에서 여론조사 업무를 시작했다는 이유로 나를 구(舊)여권계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고 답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내가 박근혜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5억 원을 받았다는 루머가 인터넷에 돌았다. 당시 어준이가 ‘나꼼수’로 대박 쳤을 때라 ‘내가 김어준과 중학교 동기 동창’이라고 밝혔더니 그 뒤엔 또 나를 ‘좌파’라고 하더라.”

이 대표가 기가 막힌다는 듯 한 얘기다.


“김어준과는 친구일 뿐, ‘문빠’ 아니다”

- 김어준 씨와 친하긴 한가.

“1년에 한두 번 정도 만나 식사한다. 사람들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대선을 한 달쯤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에서 보좌관 하던 친구가 내게 대뜸 전화를 걸어왔다. ‘경찰이 새누리당 대선캠프에 정보를 올렸는데 나와 어준이가 서울 대학로에서 만나 밥 먹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황당했다. 내가 그 친구한테 ‘나는 친구랑 밥도 못 먹느냐’고 토로했다. 그 이후에는 자주 못 만났다.”

- 여론조사기관 대표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은 없나.

“기자가 여당 인사, 야당 인사 가릴 것 없이 누구나 만나 취재하듯, 나도 누구나 다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누굴 만나든지 사진을 꼭 찍는다. 얼마 전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를 만나 양쪽 다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가 정치 편향 의혹을 제기하면 그 사진들을 공개할 생각이다.”

- 최근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여러 번 출연했다. 그러다 보니 정치 성향에 대한 의심을 사는 것 아닌가.

“나는 ‘TV조선’이 개국했을 때도 한동안 거의 매주 방송에 출연했다. 사람들이 그건 기억 못 하고 ‘뉴스공장’에 출연한 것만 갖고 뭐라고 한다.”

- 정치 성향이 어떤가. 소위 ‘문빠’인가.

“나는 완전 중립이다. 내가 정치할 생각이 있었다면 어느 쪽으로든 경도(傾倒)됐을 것이다. 나는 아니다. 이 일을 평생 업으로 삼을 생각이다.”




신동아 2020년 3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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