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호

[인터뷰] 김종인 “종로서 ‘文 vs 黃’ 구도 짜이면 이낙연에 이롭지 않아”

김종인 前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총선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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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0-02-2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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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총장이 文대통령에게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

    • 종로 선거에서 이낙연이 한쪽으로 비켜날 수도

    • 안철수 신당? 무시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

    • 유승민 총선 불출마는 현명한 판단

    • 박지원과 중도 신당? 나하고 관계없는 소리

    • 文정권, 대한민국을 팬클럽 공화국으로 만들어

    • 추미애, 확고한 신념 있다기보다 때에 따라 변해

    • 朴·文정권 탄생에 일조, 국민한테 미안해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정권마다 사익을 좇은 무리가 권력에 기생했으나 사익 추구를 태연히 개혁으로 포장해 질주하는 정권은 없었다. 촛불은 편리할 때만 끌어들이는 알리바이로 전락했다. 방약무인(傍若無人·곁에 아무도 없는 듯 제멋대로 행동)이 소신과 원칙으로, ‘칼럼 집필’이 선거사범으로 둔갑했다. 정권의 국어사전은 범부(凡夫)의 그것과는 다른 모양이다. 곳곳에서 “악다구니로 날이 지고 새는”(김훈) 일이 반복되고 있다. 

    난세일수록 주목받는 인물이 김종인(80)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다. 그는 2016년 20대 총선을 진두지휘하며 민주당에 123석을 안겼다. 그로부터 8개월 후,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거머쥐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후 치러진 ‘장미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승리했다. 2012년 ‘박근혜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그로서는 인생 반전 드라마였다. 

    한반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몸살을 앓던 2월 11일, 서울 광화문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그를 만났다. 간단한 목례를 마치자마자 그가 대뜸 “나에게 무엇이 궁금해요?”라며 운을 뗐다. 다가오는 4·15 총선부터 이야깃거리로 꺼내봤다.

    이낙연 여론조사? 의미 없어

    2016년 1월 15일 김종인(가운데) 당시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2016년 1월 15일 김종인(가운데) 당시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 통상 집권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는 여당에 불리한데, 이번엔 여당 승리를 점치는 이가 많습니다. 

    “희망 사항일 뿐이에요.” 

    - 그런가요? 야당이 지리멸렬하다는 비판이 많은데요. 

    “현재로서 보면 두 당 모두 비슷해요. 여당이라 일사불란하니 밖으로 노출이 안 돼 그렇지. 어차피 이번 선거는 3년에 걸친 문 대통령의 치적을 갖고 심판하는 선거예요. 치적만 놓고 보면 여당에 그렇게 유리한 것도 아니고.” 



    - 문재인 정부의 치적이 전혀 없다고 보나요. 

    “지난해 성장률만 놓고 봐도 경제는 저성장하고 있어요. 코로나19 탓에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그렇다고 외교가 잘돼 대한민국의 위상이 올라갔다고 볼 수도 없고. 남북관계도 말은 그럴듯하게 해왔지만 지금 아무 성과도 없는 상황 아니에요? 실질적으로 업적으로 내세울 게 없는 거지.” 

    - 총선을 앞두고 경제 이슈가 부각이 잘 안 되는 것 같은데요. 

    “경제 이슈는 부각될 필요가 없어요. 국민이 생활에서 다 느끼는 거니까.” 

    그는 “삶이 팍팍해지면 사람들은 자연히 불만을 갖게 되고 아무리 감언이설을 해도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면서 “자본주의, 민주주의 체제 국가에서 경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정부는 성공을 못 한다”고 단언했다. 

    4·15 총선 최대 격전지는 서울 종로다. 여권 1위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다. 야권 1위 대선주자인 황교안 대표도 2월 7일 전격적으로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선거전 초기 판세는 이 전 총리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게 중론. 김 전 대표의 관전평은 사뭇 달랐다. 

    “지금 실시되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전 총리가 상당히 앞서 있다고 보이는데, 나는 그 자체가 의미 없다고 봐요. 황 대표가 머뭇거려 시간을 좀 소비하고 이미지 손상을 입었지만,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전 총리가 아닌 문 대통령을 겨냥해 심판론을 내세웠어요. 그런 식으로 가면 이 전 총리가 선거전에서 한쪽으로 비켜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몰라요.” 

    - 이 전 총리가 가려지고 ‘문재인 vs 황교안’ 구도가 형성된다는 말인가요? 

    “그렇지. 그런 선거전이 전개될지도 모른단 거지.” 

    - 그렇게 되면 황 대표에게 유리할까요? 

    “이 전 총리가 자연히 가려지기 때문에 이 전 총리에게 이롭다고 볼 수는 없지.” 

    실제 황 대표는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물론 이후 이뤄진 취재진과의 문답 과정에서도 ‘이낙연’이라는 이름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종로 선거’를 정권 심판론의 자장 안에서 치르겠다는 전략이다. 

    한국갤럽이 2월 11~13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권 심판)는 응답이 45%로 집계됐다.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야당 심판)는 응답은 43%를 기록했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철수 신당? ‘그런가 보다’ 봐야지 뭐

    이번에는 화제를 구도가 아닌 인물 개개인에게로 돌려봤다. 

    - 이 전 총리에 대한 인기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요. 

    “우리나라 총리가 별로 할 일이 없어요. ‘일인지하 만인지상’은 옛날 조선왕조 시대 얘기고, 실질적으로 헌법상에 아무 권한이 없어요. 그저 국회에 가서 대통령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밖에 없는데, 그런 면에서 비교적 무난히 넘어갔기 때문에 생긴 인기지 업적을 갖고 생긴 인기는 아니니까요.” 

    - 과거 새천년민주당에서 이 전 총리와 함께 있었잖습니까. 어떤 사람이던가요. 

    “이 전 총리가 기자이던 시절부터 잘 알았어요. 자기 나름대로 여러 가지 갖출 건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 이낙연 대세론이 이어질까요. 

    “더 지켜봐야 알지. 우리나라 역사에서 보면 대세론이라는 게 별로 의미가 없어요. 김대중 대통령 때 대세론 하면 이인제였다고. 결국 후보도 못 되고 말아버리지 않았어요?” 

    - 황교안 대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황 대표가 정치를 처음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정치적으로 그렇게 능숙한 모습이 보이지는 않아요. 더 두고 볼 일이지.” 

    - 공안검사 경력이 21세기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뭐 그런 소리 할 수도 있지. 그런데 어쩔 거요. 공안검사 출신이 소위 우리나라 제1야당의 대표가 돼 있는데.” 

    - 안철수 전 의원의 신당 창당은 어떻게 보나요. 

    “자기가 만들고 싶어 만드는 거니까 ‘그런가 보다’ 봐야지 뭐.” 

    - 안 전 의원의 신당이 지역구에서 당선이 가능할까요. 

    “모르겠어요. 지역구에서 당선이 가능할는지….” 

    - 그간 안 전 의원의 행보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마크롱 정신을 말하는데, 그러려고 했으면 2011년에 자기한테 기회가 왔을 적에 했어야지. 이 당도 갔다가 그만두고 저 당도 갔다가 그만두고. 이제 와서 선거도 얼마 안 남았는데 다시 창당한다는 건데, 나는 그건 무시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요.” 

    - 유승민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통해 차기 대권을 위한 디딤돌을 놓았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유 의원 본인으로서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봐요. ‘유승민이 있어 통합이 안 된다’고 하는 평판에서 자유로워진 거죠. 그다음 일은 선거가 끝나봐야 아는 일이고. 통합하는 데 물꼬는 제대로 터주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사람 어떻게 바꿀지만 얘기해서는…

    2012년 10월 19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경찰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이 김종인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2012년 10월 19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경찰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이 김종인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 보수 신당(미래통합당)의 성공 가능성은 어떻게 전망하나요. 

    “정당이 선거에서 이기려면 시대 변화에 따른 유권자 정서의 변화를 알아야 해요. 나는 원래 보수란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보수라는 건 스펙트럼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미래통합당에서는) 중도라는 말까지 쓰는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중도가 보수에 협조할 수 있을지 방안을 명확히 제시해야 해요. 말로만 중도 해서는 안 되는 거요.” 

    이와 관련해 김 전 대표는 보수야권이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한나라당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진 후 총선 전망이 굉장히 암울했잖아요. 그나마 비대위를 만들어 당의 정강정책을 새롭게 만듦으로써 국민이 보기에 ‘저 당이 무언가 새로운 걸 하려는구나’하는 희망을 준 거지. 지금 보수야권을 보면 사람을 어떻게 바꿀지에 관한 얘기만 하는데, 그거 갖고 유권자를 추가로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 그 당시에는 박근혜라는 강력한 차기 주자가 있었잖습니까. 

    “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시작부터 ‘대통령당’이요. 1951년 이승만 대통령이 직선제 하려고 자유당 만들었고, 그게 1960년 4·19 이후 없어졌잖아요. 그 뒤 박정희 대통령이 대선 출마하려고 공화당을 만들었을 때 자유당 본류를 끌어들인 거고. 1979년 박 대통령 서거 뒤에 공화당이 없어져버린 것 아니요? 그때 전두환 대통령이 민정당 만들어 공화당 주류를 흡수했어요. 그렇게 흘러온 정당이에요. 현직 대통령이나 대권 주자가 없으면 관리 자체가 잘 안 되는 당이야. 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지지 않는다고.” 

    지난해 말부터 김 전 대표는 1970년대 출생 세대 중심으로 제3의 정치 세력이 태동할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한국판 ‘마크롱 혁명’이 총선에서 가시화할 수 있다는 것. 

    “양당이 문민정부(김영삼 정부) 이후 각 15년씩 통치해 왔는데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하나도 안 됐어요. 당면한 문제를 파악하고 어젠다를 추출해 ‘우리는 이런 것을 추구하는 정당이다’ 하고, 그것이 유권자 피부에 닿게 되면 그 당이 성공할 수도 있다고.” 

    이 대목에서 기자가 “한국은 마크롱 같은 사람이 나오기 힘든 구조 아닙니까”라고 묻자 그는 “용기 있는 사람이 없는 거지, 구조가 뭐가 힘들어?”라고 반문한 뒤 말을 이었다. 

    “프랑스는 구조가 쉬운 줄 알아요? 100년 넘은 사회당에다가 70~80년 된 보수 정당 사이에서 마크롱이 나왔어요. 프랑스 국민도 현명한 거야.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하려면 국민도 어느 정도 각성해야지. 그동안 두 당이 해온 걸 봤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쪽만 쫓아다닐 것 같으면 희망이 없는 거야.” 

    - 질주하는 여당에 맞서려면 하나의 큰 세력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있습니다. 

    “2016년 민주당 갔을 적에도 민주당만 갖고는 개헌 저지선을 얻지 못할 테니 연합공천을 해야 한다 요구하더라고. 나는 그걸 다 거부해 버린 거요. 당시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으로 튀어 나가버린 것 아니에요? 그런 당하고 어떻게 연합공천을 해. 정의당은 본질적으로 정체성에 차이가 있어 안 된다고. ‘합쳐야 된다’고 하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어요. 정당이라면 스스로 수권할 수 있는 자신감을 보여줘야지.”

    호남 기반 신당? 내가 거기를 왜 가겠어요?

    - 자민련, 국민의당 등 제3지대가 이따금 있었지만 한국 정치를 별반 바꾸지 못했는데요. 

    “자민련은 지역정당으로 존재했지, 제3당 역할을 했던 게 아니라고.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어요. 아직 지역적 영향력이 크지만,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살고 선거구가 122개요. 지난 총선 때 안철수 정당(국민의당)이 호남이 아니라 수도권을 바탕으로 나왔다면 생명력이 더 있었을 거야.” 

    - 박지원 의원은 ‘중도 신당’을 띄우며 김 전 대표를 언급했습니다. 

    “그 사람은 괜히 내 이름 갖다가 자꾸 얘기하는데, 별로 관심 없으니 듣지도 않아요. 호남을 기반으로 한 신당을 만든다는데, 그게 무슨 의미를 갖는 지 알 수가 없어요.” 

    - 박 의원은 2월 7일 CBS 라디오에 나가 “우리가 필드를 만들어놓으면 김종인 위원장 같은 분을 모셔와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던데요. 

    “내가 왜 거기를 가겠어요?” 

    - 그런데 왜 박 의원은 자꾸 김 전 대표 얘기를 할까요. 

    “그거야 모르지. 나하고 관계없이 하는 소리니까.” 

    - 손학규 대표를 만났다는 이야기도 돌았습니다. 

    “손 대표가 갑자기 여기(대한발전전략연구원)로 나를 찾아와서 만났어요.” 

    - 무슨 얘기를 나누셨나요. 

    “자기 당에 와서 좀 도와달라고 했는데, 내가 그런 데 가서 뭘 도와줘.” 

    아무래도 더 많은 얘기가 나오기 어렵겠다 싶어 대화의 방향을 정국 현안으로 틀었다. 

    -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야당 할 적에 여당 행태를 막 비난하던 사람들이 여당 되면 똑같은 짓을 한단 말이에요. 그러니 나라가 발전을 안 해. 나중에 법률적 문제가 어떻게 처리될지는 두고 봐야 알지.” 

    - 야당은 문 대통령이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몸통으로 확인되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볼 것 같으면 간단한 얘기 갖고서 선거 개입이라고 탄핵 추진하지 않았어요? 이번 총선 결과로 의회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두고 볼 일이지.” 

    -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윤석열 씨를 검찰총장에 임명하면서 검찰 인사를 다 했잖아요. 그리고 5개월 후에 다시 그 사람들을 내쫓아버리고 새 사람 앉힌 건데, 권력이 자기 편리한 대로 인사를 하고 무슨 검찰개혁을 했다고.” 

    김 전 대표는 “검찰개혁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뭐가 대단히 중요한 거요?”라고 반문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검찰에서는 공안이 무지 강했어요. 민주화 이후 점점 공안이 줄었잖아요. 지금은 특수부가 강하다는데, 사회 부조리가 많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 부조리가 줄면 특수부 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대통령이 권력기관을 이용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고만 하지 않으면 권력기관은 지대로(제대로) 다 정상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대통령이건 집권당이건 자신이 없으니까 자꾸 권력기관을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그런 이상한 짓을 하는 거야.”

    대한민국을 팬클럽 공화국으로 만들어

    이 대목에서 그는 설명의 범위를 언론으로까지 넓혔다. 

    “지도자가 자신 있으면 뭣 때문에 언론을 장악하려고 그래요? 나는 옛날 대통령 모실 적에 대통령이 신문 보고 기분 나빠하면 ‘그러면 신문 보지 마십시오’ 했어요. 신문은 어느 정도 상업성이 있어야 해서 자극적인 것도 쓰고 그래야 할 것 아니요? 그걸 일일이 탓하면 나라를 끌고 갈 수가 없다고. 미국 트럼프도 매일 거짓말만 하잖아. 언론하고 싸우는 사람들은 전적으로 자신이 없어서 그러는 거예요. 언론을 장악하려는 게 독재자의 생리라고.” 

    김 전 대표가 말머리를 검찰개혁으로 되돌렸다. 

    “근사한 명분을 붙여갖고 검찰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검찰개혁을 얘기하는 거지, 참다운 검찰개혁이라고 누가 보겠어요?” 

    -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는 있죠. 

    “대한민국은 시민의 공화국이요. 무슨 팬클럽의 공화국이 아니라고. 그런데 자꾸 팬클럽의 공화국으로 만들어가고 있어 지금.”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행보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이 정부에 들어가서 자기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하겠지. 2004년 새천년민주당 있을 적에 추 장관과 같이 선거대책위원장을 해봐서 알지만, 뭐 그러려니 하는 거지. 추 장관은 무슨 확고한 신념이 있어 그런 게 아니라 때에 따라 변하는 거야.” 

    - 윤석열 총장이 최근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상당히 선전하고 있습니다. 

    “윤 총장은 자기 확신을 갖고 직책을 수행하는 사람이잖아요. 나는 윤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한테는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이라 생각해요. 그렇게 소신과 배짱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까 사람들이 윤 총장을 높이 평가하는 거지.” 

    - 젊은 세대 사이에는 사회에 배울 만한 어른이 없다고 합니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그렇게 생각할 거야. 다들 고만고만하고 탁월해 보이는 사람이 없잖아. 그러니까 안철수가 초기에는 젊은 사람들이 갈망하는 인물이었어요. 그걸 본인 스스로 다 깎아 먹어버렸지 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한동안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였죠. 

    “그 사람은 위선자니까 인기가 많았겠지. 조국이 자기가 사회주의자라고 했잖아. 아니 그런 생활을 하는 사회주의자가 어디 있어? 지금 민주당이 자기네가 진보정당이라고 하잖아요. 진보정당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평등이에요. 그럼 민주당이 평등을 위해 무엇을 했냐 이거야. 아무것도 한 게 없잖아.” 

    - 진짜 진보 유권자라면 민주당보다 더 왼쪽에 있는 정당을 찍어야 하지 않습니까. 

    “왼쪽에 있는 정당이 뭐가 있어?” 

    - 정의당이 있잖습니까. 

    “이데올로기 정당을 찍으려고 할 것 같으면 오히려 민중당을 찍겠지. 정의당은 정체성이 모호해져 버린 정당이야.” 

    - 수권정당이 되려면 불가피한 것 아닌가요. 

    “거긴 수권정당이 될 수가 없는 정당이야. 민주당의 기생 정당이지. 지난번 창원성산 보궐선거 때도 민주당이 단일화해 주니까 당선됐지. 그 사람들 기분 나쁜 소리겠지만 지금 야당은 한국당(현 미래통합당) 하나밖에 없어.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이 뭐요. 그거 다 여당 아니요?”

    국민한테 미안해요

    김 전 대표는 뼛속까지 현실주의자다. 중도에 놓인 그의 이념적 좌표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권력자들에게 소구력을 발휘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늘 ‘비주류’에 속했다. 자신이 산파역을 맡은 정권에서조차 권부(權府)의 핵심에 자리 잡지 못했다. 그가 담담히 말했다. 

    “새누리당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으니 실패했잖아요. 민주당 가서는 제1당을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는데, 지난 3년을 놓고 보면 국민이 바라는 바를 이루지 못한 게 됐어요. 국민한테 미안해요. 어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나라를 이렇게 만든 데 책임이 있다’ 그래요. 그런 소리 들으면 다시는 정치에 손대선 안 되겠구나 생각해요.”

    [신동아 3월호]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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