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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공통감염병 전문가 송대섭 “코로나19 토착화 시작할 수도”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인수공통감염병 전문가 송대섭 “코로나19 토착화 시작할 수도”

  • ● 메르스 진단 키트 세계 최초 개발한 바이러스 전문가
    ● 국내 서식 박쥐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검출 확인
    ● 야생동물 서식지 침범 계속되면 인수공통감염병 더 증가
    ● 상상도 못할 바이러스 습격, ‘질병X’의 위협
    ● 대유행 막으려면 좀 더 기민하고 힘 있는 대응체계 필요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송대섭(43) 고려대 약대 교수는 바이러스 연구 분야 권위자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수의학을 전공했고, 일찌감치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에 투신했다. 2015년 메르스 창궐 당시 낙타분비물을 이용해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키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당시 이 키트는 아시아 여러 국가에 수출됐다. 2004년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중 하나인 돼지의 유행성설사병바이러스 경구용 백신을 역시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이 또한 해외 수출됐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소개하자. 송 교수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숙주인 박쥐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2015년 7∼12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비롯한 국내 여러 연구팀과 공동으로 국내 박쥐 서식지에서 박쥐 분변을 채취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해 코로나바이러스 등을 검출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적으로 3만 명을 넘어서던 무렵, 송 교수와 마주 앉았다. 그는 “상황이 심각하다. 걱정이 많다”며 입을 열었다.


무증상 감염의 위협

- 뭐가 그리 심각한가.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 안 한다. 2015년 메르스 때 경험을 바탕 삼아 잘 대처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이다. 각종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부터 환자가 발생했다. 그런데 초기 한 달쯤 그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마침 그때 춘절 연휴가 시작됐고, 수많은 관광객이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다. 이게 정말 큰 문제를 낳았다. 코로나19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무증상 감염’ 얘기를 할 정도로 전염성이 높다. 이것을 초기에 못 잡는 바람에 환자가 급증했다. 지금 중국 내 감염이 어느 수준인지 아무도 모른다. 사실상 통제 불능이다.” 

- 그럼 어떤 문제가 생기나. 

“환자 수가 중국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증가할 수 있다. 2002년 중국에서 시작해 세계적으로 유행한 사스는 이듬해 7월 결국 소멸했다. 철저한 방역 덕분이다. 감염자를 찾아내 격리하고,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을 찾아내 또 격리하면서 추가 감염을 차단한 결과다. 지금 중국이 이걸 또 해낼 수 있을까. 그게 관건이다. 급증하는 환자를 보건 당국이 감당하지 못해 포기 선언을 해버리면 신종코로나는 토착화될 수 있다. 계절독감처럼 수시로 발생해 인간을 공격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경우 중국과 맞닿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큰가. 

“현재로서는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감염 전파 속도가 너무 빨라 걱정이다. 내 박사학위 논문 주제가 돼지코로나바이러스였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셈이다. 그런 내가 보기에도 코로나19의 무증상 감염 전파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코로나바이러스는 증상이 시작된 후 전파력이 생긴다. 사스의 경우 환자 비말(飛沫)에 바이러스가 1만 개는 있어야 전파됐다. 반면 코로나19는 감염자에게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만큼 초기 단계부터 감염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디션이 좀 안 좋네’ 하는 수준, 예를 들어 비말에 바이러스 1000개쯤밖에 없을 때부터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셈이다. 이는 더 많은 숙주를 감염시키고자 하는 바이러스의 본능에 비춰볼 때 매우 강력한 무기다.”




‘질병X’가 온다

- 만약 중국이 코로나19 통제를 포기한다면 우리는 뭘 할 수 있나. 

“지금처럼 국내 상황을 잘 관리해야 한다. 또 치료제 개발에 집중해야 할 거다. 지금은 에이즈 치료제 등 기존에 개발된 항바이러스제를 섞어 환자에게 투여하는 상황이라고 알고 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독감 환자에게 타미플루를 처방하듯 코로나19 전용 치료제를 개발, 처방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코로나19 치사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 백신 개발도 가능할까. 

“그렇다. 이미 수의학계에서 돼지, 개, 고양이, 닭, 소 등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여러 동물 대상 백신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인간 대상 백신 개발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 치사율이 높지 않고, 치료제와 백신도 개발할 수 있다면 코로나19를 크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코로나19 자체만 놓고 보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게 계속 나올 거라는 점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원래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였다. 인체에 감염되면 감기 증상이 나타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 2002년 변종이 발생해 ‘사스 사태’를 일으켰다. 2012년 출현한 또 다른 변종은 ‘메르스’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국에 큰 위기를 가져왔다. 두 사건 사이 간격이 10년이었다. 이후 채 8년도 지나기 전, 코로나19가 또 나타났다. 주기가 점점 짧아진다. 향후 언제, 어떤 변종이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도 문제다. 미리 백신, 치료제를 만들어놓고 기다릴 수가 없다. 큰 혼란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대처할 방법이 생긴다. 우리가 진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로 이거다. 앞으로 어떤 질병이 인간을 공격할지 모른다. WHO는 그것을 ‘질병 X(Disease X)’라고 한다. 이때 X는 unexpected, 즉 예측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해당 용어가 보건학계에서 널리 쓰이나. 

“WHO가 공식적으로 사용한 건 2018년부터다. 과거 WHO는 주기적으로 인류에 위협을 줄 것으로 보이는 감염병을 선정, 발표했다. 각국 보건 당국이 미리 알고 대비하도록 지침을 준 것이다. 그런데 이게 점점 어려워졌다. 2017년 문제가 된 지카바이러스만 봐도 그렇다. 나는 바이러스를 20년 넘게 연구했다. 그런 내게도 ‘지카’는 생소했다. 전문가도 잘 모르는 병원체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와 세계 전체를 위협한 것이다. 이때부터 WHO가 ‘질병X’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 코로나19 자체보다 코로나19로 상징되는 ‘질병X’가 위험하다? 

“그렇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일반인도 이름을 알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다. 그런데 박쥐에 있던 코로나가 사람으로 넘어오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될 거다. 우리가 잘 모르는 바이러스가 새로 등장하든, 잘 알고 있던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인간을 공격하든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인간이라는 새로운 숙주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 최근 왜 자꾸 종간 장벽을 넘는 바이러스가 나타나는 건가.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는 흔한 일이다. 과거에도 자주 있었다. 돌연변이는 보통 병원성이 약해지는 방향으로 일어나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매우 드물게 돌연변이를 통해 병원성이 강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게 종간 장벽을 뛰어넘어 다른 종까지 감염시킨다. 요즘 특히 문제가 되는 건 동물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침투하는 바이러스다. 최근 지구에 벌어진 큰 변화를 보면 야생동물 서식지가 감소한 반면 인구는 크게 늘었다. 그동안 야생동물을 숙주로 삼아온 바이러스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새 숙주로 삼기에 매력적인 존재일 수 있다.” 

- 코로나19로 돌아가 보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한 시장에서 인간 감염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스가 발생한 중국 광둥성과 멀지 않은 곳이다. 왜 그 지역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나. 

“특정 지역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마침 거기서 발생했을 뿐이다.” 

- 야생동물을 먹는 그 지역 주민의 식습관이 문제를 일으킨 건 아닌가.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역사적 문화적으로 이어져온 특정 지역의 식습관 자체를 잘못됐다고 몰아세우는 건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그런 식습관이 있는 걸 알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중국 당국에 책임을 묻는 게 옳다. 사람들이 야생박쥐를 먹는다면 그것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위생 관리를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바이러스는 모든 동물에 서식한다. 닭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숙주고, 2009년 신종플루는 돼지로부터 왔다. 그것이 인간에 실질적 위협이 되지 않은 건 우리가 가축전염병관리법 등으로 철저히 통제했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은 대기근 등의 영향으로 야생동물을 먹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그게 일종의 문화처럼 굳어졌다면, 정부가 시스템을 만들어 관리 및 규제를 해야 했다. 

이번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아쉬운 부분은 또 있다. 2018년 학술지 ‘네이처’에서 중국 과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을 한 편 읽었다.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돼지에 전파돼 심한 설사병을 일으켰고 그 결과 많은 돼지가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동료 학자들과 ‘돼지가 왜 박쥐 코로나에 감염됐을까, 이러다 사람한테까지 오는 건 아닐까’ 하는 얘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 이번에 코로나19 창궐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그 논문이 떠올랐다. 

지금은 ‘질병X’의 시대다. 바이러스 분야에서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이번에 그걸 놓쳤다.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돼지한테 가서 큰 피해를 일으켰다면, 사람에게도 올 수 있다고 생각했어야 한다. 그런 예상을 하고 있다가 우한에서 첫 환자가 발생했을 때 완전히 틀어막았어야 했다. 그러면 지금의 대유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야생동물 서식지 및 체험형 카페

- 최근 사람을 공격하는 바이러스는 대부분 박쥐에서 오는 것 같다. 수많은 야생동물 중 유독 박쥐가 문제 되는 이유가 있나. 

“지구 전체 포유류의 약 5분의 1이 박쥐라고 한다. 박쥐 종류와 개체 수가 엄청나게 많다. 또 박쥐는 집단생활을 한다. 그러다 보니 여러 바이러스에 잘 감염된다. 박쥐가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가 150개가 넘는다고 한다. 게다가 박쥐는 매우 멀리 날아다닌다. 최근 야생박쥐 서식지가 많이 파괴되면서 박쥐 이동경로가 전보다 더 길어졌다. 그 과정에서 인간과 접촉면이 넓어졌다. 

박쥐로부터 유래한 감염병이 많은 이유로 또 하나 꼽을 수 있는 건 박쥐의 면역이다. 일반적으로 동물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면역체계를 이용해 맞서 싸운다.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전투를 계속한다. 사람 몸에 코로나19가 들어오면 열이 나고 심할 경우 폐렴까지 일어나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반면 박쥐는 좀 다르다. 짧게 요약하면 ‘바이러스와의 공생’이 가능하다. 바이러스를 죽이려고 애쓰지 않으면서 자기 몸이 크게 피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관리한다. 그래서 코로나19에 걸려도 박쥐는 괜찮다. 그게 인간한테 넘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 2015년 국내 서식 박쥐에 대해 연구한 걸로 알고 있다. 당시 코로나바이러스도 검출됐다고 들었는데, 그것은 코로나19의 병원체와 다른 종류인가. 

“그렇다. 다른 종류다. 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간을 위협할지 모르는 만큼 우리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당시 연구 목적으로 박쥐가 사는 국내 동굴을 다니다 곳곳에서 무속인의 흔적을 봤다. 주의가 필요하다. 보호 장구 없이 동굴을 탐사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범용 바이러스 백신 개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중국 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중국 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야생동물을 풀어놓고 운영하는 체험형 카페 등에 가는 건 괜찮나. 

“조심해야 한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우리나라에 야생동물 카페가 64개 있다.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이 중 상당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야생동물 분변이 굴러다니는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사람이 차를 마시고 간식을 먹는다. 사람과 몸을 비비는 동물이 검역을 거쳐 정상적으로 반입된 것인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주의해야 할 동물이 라쿤이다. 라쿤은 바이러스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인간에게 매우 많은 병을 옮길 수 있는 존재다. 라쿤에서 사람으로 직접 넘어올 수 있는 바이러스만 약 20종에 이른다. 현재 입법 미비로 야생동물 카페를 단속할 법규가 없는 만큼 소비자 개개인이 주의해야 한다.” 

- 창궐하는 바이러스 문제에 대응하고자 과학계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현재 상황에서 과학계가 할 일은 간단하다. 바이러스의 진단, 예방, 치료가 쉬워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 종류가 워낙 많아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세계 많은 나라 과학자가 이 분야에 뛰어들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연구가 집중되는 분야는 인플루엔자 범용 백신 개발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고 여겼는데 연구에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머잖아 백신이 완성되면 주사 한 번으로 세상 모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날이 열릴 것이다.” 

- 범용 코로나백신 개발은 어려운가. 

“지금까지 인류가 가장 많이 연구해 온 바이러스가 인플루엔자다. 그러다 보니 여기서 첫걸음이 시작되고 있다. 일단 이 시도가 성공하면 범용 코로나바이러스 연구 개발로도 이어질 거라고 본다.” 

- 정부와 시민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2017년 한 언론사가 노벨상 수상자 50명을 대상으로 ‘향후 인류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게 무엇인가’ 묻는 조사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인구 증가(34%), 핵전쟁(23%) 등에 이어 감염병(8%)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세계 석학들 또한 ‘질병X’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WHO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제는 세계 각국이 협력해 좀 더 기민하고 힘 있게 움직일 수 있는 바이러스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다. 시민들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이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고 감염병 예방을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

'신동아 3월호'




신동아 202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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