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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인보사’ 부활의 숨은 이야기

코로나19로 다시 본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코오롱 ‘인보사’ 부활의 숨은 이야기

  • ●20여 년 연구 개발과 2000억 투자의 결정체
    ●2017년 식약처 품목허가 받으며 ‘K바이오 선두주자’로 부상
    ●주사액 성분 논란으로 벼랑 끝 몰렸다 미국 임상 재개로 기사회생
    ●FDA “임상보류 이슈 모두 만족스럽게 해결됐다”
    ●FDA 전립샘암 세포 잘못 넣은 방광암 치료제 임상재개 허가
    ●“신약 허가, 작은 실수보다 안전성, 유효성에 집중해야”
    ●국내 소송 결과에 제약업계 관심 집중
코오롱 ‘인보사’ 부활의 숨은 이야기
“약 하나 개발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을 보며 많은 이가 하는 얘기다. 지난해 말 국제 사회에 처음 보고된 코로나19는 무서운 속도로 지구 곳곳에 퍼져나가고 있다. 각국 정부가 국경 문을 닫아걸고 사람 간 접촉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보려 애쓰지만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으로 번진 코로나19 기세를 꺾으려면 백신 또는 치료제 개발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이 과정이 너무나 어렵다는 데 있다. 미국 최고 감염병 전문가로 통하는 앤소니 파우치 박사는 5월 12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 화상 연결 방식으로 출석해 백신 개발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갖지 말 것을 당부했다. 백신이 만들어지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개발된다 해도 그 효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막대한 돈과 인내심 요구하는 도박”

실제 제약업계에서 신약 개발은 ‘막대한 돈과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종의 도박’으로 여겨진다. ‘마법의 탄환’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만성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도 탄생하기까지 40년 넘는 세월이 걸렸다. 1960년, 미국 필라델피아대 연구진이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 백혈구에서 비정상 염색체를 발견했다. 이때부터 진행한 연구의 결실이 치료제 임상시험으로 이어진 건 1998년의 일이다. 신약이 판매허가를 받으려면 보통 3차에 걸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이를 각각 1상, 2상, 3상이라고 한다. 이를 마치는 데만 최단 5년 이상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글리벡은 1상부터 놀라운 백혈병 치료 효과를 보였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이례적으로 빠른 3년 만에 판매를 허가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글리벡 개발 기간은 훨씬 더 길어졌을 것이다. 

노바티스는 글리벡 개발까지 투여된 비용이 약 8억8000만 달러라고 밝혔다. 우리 돈 1조 원이 넘는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투자는 주효했다. 한 해 10억 달러(한화 약 1조23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이른바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으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상당수 제약사는 신약 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도 아무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약 후보물질이 제품화돼 시장에 나올 확률은 0.01~0.02%에 불과하다. 1만 개 물질을 연구해야 간신히 한두 개를 건지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신약 개발은 오랫동안 일부 글로벌 제약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부터다. 정부는 이 무렵 ‘바이오산업’을 ‘첨단기술 분야 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이 전망되는 유망 산업’으로 평가하고 육성을 꾀했다. 산업연구원이 1999년 펴낸 보고서 ‘생물·의약산업의 발전전략’에는 ‘항암제 인터페론 1g 당 가격이 금의 357배, 반도체(256M DRAM)의 14배’라는 대목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신약 한 개의 순이익이 자동차 300만 대의 순이익과 맞먹는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도전적인 기업들도 하나둘 관련 연구와 투자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후반 제품 개발을 시작한 국산 신약 가운데는 최근 미국 FDA 임상시험 3상 재개 결정을 받은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도 있다.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탄생

2017년 7월 한국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주.

2017년 7월 한국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주.

코오롱그룹이 인보사 후보물질을 검토해 사업화를 결정한 건 1998년 11월로 알려졌다. 코오롱은 이듬해 미국에 바이오기업 티슈진(현 코오롱티슈진)을 설립하고, 2000년 한국에 티슈진아시아(현 코오롱생명과학)를 세웠다. 인보사가 2017년 7월 한국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품목허가를 받기까지 20년 가까운 연구 개발 노력이 있었던 셈이다. 

당시 식약처는 인보사 국내 판매를 허가하며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 환자에게 인보사를 1회 주사하고 1년 후 환자가 느끼는 무릎 통증 개선 정도와 기능 개선 정도를 확인한 결과 약품의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골관절염은 뼈와 뼈가 맞닿는 관절 부분의 연골이 닳아 생기는 염증성 질환이다. 무릎 골관절염의 대표 증상은 통증과 기능 저하로, 상당수 환자가 걷는 것조차 힘겨워하고 이는 곧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세계적으로 무릎 골관절염 환자가 증가 추세다. 하지만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그동안 많은 이가 진통제를 투여하거나 관절 주변 근육강화훈련을 하는 것으로 상태를 관리하다 증상이 악화하면 인공관절 수술을 받곤 했다. 인보사는 주사 한 번에 무릎 통증 및 기능 장애를 1년 이상 개선하는 효능이 확인된 세계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편리성과 치료효과 양 측면에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8년 다국적제약사 먼디파마와 5억9150만 달러(당시 환율기준 약 6680억 원) 상당의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중국 하이난성(2300억 원),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1000억 원), 홍콩·마카오(170억 원), 몽골(100억 원) 등과 제품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인보사가 기록한 수출 계약액은 1조 원이 넘는다. 국내에서도 출시 6개월 만에 치료환자 수 1000명을 돌파하는 등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주요 성분 세포 착오가 드러나 국내 제품 생산과 판매가 전면 중단되고,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같은 문제로 코오롱티슈진이 미국에서 진행하던 임상시험 3상도 잠정 중단됐다. 코오롱은 국내에서 식약처를 상대로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미국에서는 임상시험 재개를 위한 노력을 펼쳐왔다. 마침내 4월 11일 FDA가 인보사 미국 임상시험 재개를 결정하면서 ‘인보사 사태’는 또 한 번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FDA는 이날 코오롱티슈진에 공식 서한을 보내 “임상 보류의 원인이 됐던 모든 사안이 만족스럽게 해결됐다. 인보사 임상시험 3상을 진행해도 좋다”고 알렸다. 미국에서나마 ‘글로벌 신약 개발’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셈이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관련 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미국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 FDA가 많은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인보사 투여를 허용했다는 사실은 인보사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증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개발 초기 발생한 실수, 2019년 발견해 보고

강석연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2019년 5월 28일 충북 청주 식약처에서 인보사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강석연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2019년 5월 28일 충북 청주 식약처에서 인보사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코오롱은 FDA 결정이 인보사 안전성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불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인보사가 허가취소 상황까지 내몰린 배경에 바로 안전성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주사 2액 성분이다. 

인보사는 두 개의 주사액으로 구성돼 있다. 1액에는 인간유래 연골세포가 들어 있다. 2액 또한 인간유래 연골세포이지만, 그 안에는 연골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물질(‘TGF-β1’ 유전자)을 주입한 형질전환 세포가 들어가 있다. 이 두 주사액을 3:1 비율로 섞은 후 관절강에 투여해 무릎 골관절염을 개선하는 게 인보사의 치료 원리다. 

당초 코오롱생명과학은 인간유래 연골세포에 TGF-β1을 넣어 2액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내용으로 식약처 품목허가도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코오롱티슈진이 미국에서 3차 임상시험 도중 실시한 유전자검사 결과 2액의 주성분이 신장유래세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코오롱이 식약처와 FDA에 이 내용을 알리면서 이른바 ‘인보사 사태’가 시작됐다. 

코오롱은 2액에 신장유래세포가 들어간 것은 “전적으로 실수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해명한다. 이 논란을 이해하려면 일단 2액에 들어간 형질전환 세포의 개념부터 살펴봐야 한다. 형질전환은 일반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해 새로운 특성을 갖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세포에 유전자를 끼워 넣으려면 운반체(벡터)가 필요하다. 인보사 연구진은 바이러스를 벡터로 사용했다. TGF-β1 유전자를 탑재한 바이러스를 제작한 뒤 이것으로 2액 연골세포를 감염시키는 방법을 썼다. 

그렇다면 신장유래세포는 어떤 단계에서 어쩌다 들어간 것일까. 코오롱생명과학은 바이러스 배양 단계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신장유래세포는 세포분열이 빨라 단시간에 바이러스를 증식시키기에 유리하다. 연구진은 2액의 연골세포 성장을 더욱 촉진시키기 위해 신장유래세포에 TGF-β1 유전자를 탑재한 바이러스를 넣고, 이것을 정제해 2액 연골세포에 옮겨 넣었다. 

원칙대로 하면 이때 신장유래세포를 모두 걸러냈어야 했다. 바이러스만 2액 연골세포에 넣는 게 애초 계획이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신장유래세포가 섞여 들어갔다. 그 사실을 모른 연구진이 성장촉진물질을 잘 발현하는 세포를 선별해 2액을 만들면서 신장유래세포가 2액의 주성분이 됐다는 게 코오롱 측 설명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세포주를 완성했을 때는 유전자 검사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아 신장유래세포 혼입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이때 완성한 세포주를 세포은행에 보관해두고 이후 계속 사용했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에서 인보사 개발, 임상, 상용화를 거치는 동안 사용한 주사액 성분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보사는 애초부터 신장유래세포가 포함된 상태에서 한국과 미국의 안전성, 유효성 테스트를 거쳤다는 의미다.


“가짜 약 절대 아니다”

코오롱 ‘인보사’ 부활의 숨은 이야기
FDA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임상시험 1상은 보통 20~100명을 대상으로 수개월에 걸쳐 약물 안전성 및 적정 용량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약 후보 물질이 1상을 통과하는 비율은 70% 정도다. 이후 제약사는 동일 약물을 수백 명의 환자에게 투여해 수개월에서 최장 2년에 걸쳐 약물 효능 및 부작용을 확인하는 2상에 돌입한다. 이 과정을 거쳐 3상까지 하게 되는 약물은 33%에 불과하다. 마지막 3상은 다시 300~3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4년 동안 약물 효능 및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하는 단계다. 여기서 다시 70~80%의 신약 후보가 탈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인보사는 국내에서 1~3상을 모두 통과해 품목허가를 받았다. 2017년 시판 후 판매가 중단되기까지 투약한 환자도 3707명에 이른다. 식약처 조사결과, 이 과정에서 약물 관련 중대한 부작용 사례는 확인된 게 없다. 식약처는 “시판 후 보고된 이상증세는 주사 부위 통증이나 다리 부종 등이며 안전성이 우려되는 부작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발 초기 세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가 15년 만에 세상에 알려지면서 인보사의 신뢰는 크게 추락했다. 특히 일각에서 증식력이 왕성한 신장유래세포가 체내에서 종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제기해 안전성 논란에 불을 붙였다. 

코오롱은 이에 대해 “형질전환 세포는 신장유래세포로 만들지 않아도 일반 세포에 비해 증식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인보사는 제조 과정에서 형질전환 세포에 방사선을 쪼여 종양 발생 위험성을 없앴다”고 해명했다. 이 내용을 “식약처, FDA에 보고하고 확인을 받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또 “인보사는 혈관이 없는 무릎 관절강에 주사하는 약물로, 만에 하나 신장유래세포가 종양으로 변한다 해도 그것이 혈관을 타고 다른 부위로 전이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사태는 잠잠해지지 않았다. 급기야 인보사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가짜 약’이며, 코오롱은 세포가 바뀐 사실을 알고도 이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비난까지 일었다. 결국 식약처는 품목허가를 취소했고, FDA는 3상 임상시험을 중단한 채 관련 문제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후 내린 결론은 식약처와 다소 차이가 난다. 식약처는 허가 당시와 다른 성분이 검출된 것을 문제 삼았지만 FDA는 임상시험을 중단할 만한 사안으로는 보지 않은 셈이다. 

한편 인보사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검찰 수사로 이어져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2월 △식약처 허가 과정에서 신장유래세포가 포함된 사실을 숨기고(위계상의 공무집행방해) △인보사 성분을 속여 효능을 허위·과장 광고(사기)했다는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 대표는 4월 29일 열린 첫 공판 진술에서 “실수에 대해서는 고개 숙여 사과하지만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 제조 과정의 투명성 등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많은 경험이 요구되는 분야로 오랜 세월 관련 연구를 지속한 다국적 제약사와 달리 국내 기업은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많다. 실수와 실패를 경험삼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지 않으면, 그러지 않아도 힘든 산업 분야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많은 제약사가 코오롱의 소송 결과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히트바이오로직스가 2016년 방광암 세포치료제에 방광암 유래세포가 아닌 전립샘암 유래세포를 넣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논란을 빚은 일이 있다. 당시 임상이 중단됐지만 FDA가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임상재개를 허가한 일이 있다고도 한다. 

제약산업에 정통한 또 다른 인사도 “FDA는 임상시험 허가 결정을 내릴 때 문서상의 오류나 실험실 상의 착오보다는 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FDA가 인보사 3상을 허가한 건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제약산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국우선주의가 확산하면서 백신 개발력 등 바이오산업 경쟁력이 ‘보건 안보’의 바탕으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이에 우리나라도 세계적 기술력을 가진 토종 제약사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때 K바이오의 대표주자로 통했던 인보사의 미래에 많은 이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신동아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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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Opinion Lead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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