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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인터뷰➃] 나는 독한 사람, 속 다 드러내면 부담스러워 할 것

  • 허문명 기자 amgelhuh@donga.com

[안철수인터뷰➃] 나는 독한 사람, 속 다 드러내면 부담스러워 할 것

  • [허문명이 만난 사람]
    ●지금 이대로는, 나를 포함해 야권 누가 나와도 안 된다
    ●순식간에 국민 절반이 적으로 돌아서
    ●내가 얼마나 독한지 사람들이 잘 몰라
    ●악한 사람이 약하고 선한 사람이 강해
*‘신동아’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인터뷰를 7월 1일부터 4일까지 매일 오후 2시 총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번 기사는 그 네 번째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조영철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조영철 기자]

한낮의 폭염으로 뜨겁던 날, 국민의당 당사를 찾았습니다. 서울 여의도 작은 빌딩 한 개 층을 빌려 쓰고 있는 당사는 작고 조용했습니다. 오전 10시, 최고위원 회의를 마친 안철수 대표가 인터뷰 장소로 예정된 회의실로 들어왔습니다. 

-당신이 명성에 대한 욕심 때문에 정치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반대입니다. 저는 이름 남기는 게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명성을 생각했다면 정치를 하지 말았어야죠. 순식간에 국민의 절반이 적으로 돌아서지 않았습니까.” 

-나쁜 명성도 명성은 명성이죠. 

“명성이라고 하면 옛날에 ‘무릎팍도사’ 나갔을 때가 최고였죠. 정치에서도 그 이상은 얻을 수는 없다고 생각될 정도예요.”



“내 아이덴티티(identity)는 의사인 것 같다”


그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길게 이었습니다. 

“돈 명예 권력이 주어졌을 때 사람이 어떻게 바뀌는지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모르는 일 아닌가요. 저는 벤처기업 처음 창업했을 때 망하는 줄 알았습니다. 빚더미에도 올라 앉아 보았어요. 성공하나 싶었는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회사가 갑자기 성장해 세후 순이익이 수십 억 원이 되더군요. 하지만 저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집도 그대로, 차도 그대로, 주말에 가족하고 우동집 가는 것도 똑같았어요. 아무리 돈 많이 벌고 주식 평가액이 많아져도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경험해보니 돈은 나를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명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후 외출하면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나를 들뜨게 하지 않았습니다. 강연 요청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강연료가 수백만 원에 달한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주로 돈 안 주는 강연, 이를테면 초등학교 교사 연수회 같은 곳에 재미있게 다녔습니다. 이후 더 큰 명성이 찾아왔지만 역시 저를 바꾸지 못했습니다.” 

-권력은요? 

“권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국회의원 됐을 때 사실 너무 힘들었습니다. 회사 사장할 때는 일주일에 하루는 쉬었는데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는 하루도 못 쉬겠더라고요. 지역구에 가면 을(乙) 중에도 이런 을이 없어요. 

국회의원 권력이 어떤 건지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제 지역구가 노원병인데 노원갑 지역구인 광운대에서 강연 요청이 왔어요. 그런데 강연 하루 전 갑자기 취소가 됐습니다. 노원갑 지역구 의원이 자기 지역구에 제가 온다고 강당 폐쇄를 요청했다는 겁니다. 국회의원이 가진 힘이 막강하구나 싶더군요. 권력을 저렇게 휘두르고 살면 국회의원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겠다고 느꼈죠. 작은 경험이었지만 ‘나란 사람은 권력을 휘두른 것에 관심이 없구나, 권력은 나를 바꿀 수 없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는 “‘저의 아이덴티티(identity)는 의사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의대 1학년 입학해서 군의관 마칠 때까지, 그러니까 18세에서 33세라는 젊고 예민한 시기에 형성된 의사라는 아이덴디티는 한마디로 봉사와 헌신, 문제 해결입니다. 그런 게 뼈 속 깊이 있다 보니 다른 직업으로 옮겨갈 때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잡자는 생각, 백신을 무료로 배포하겠다는 생각도 봉사 개념이었고요.”

“운이라는 건 준비와 기회가 만나는 순간”


-봉사와 헌신의 길이 굳이 정치여야 하나요. 정치와 당신이 맞는다고 생각해요. 

“사장 캐릭터랑은 맞나요? 하하하” 

화제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요즘 ‘안철수 예언’이 화제인데요. 2022년 이슈는 뭘까요. 

“아무래도 경제겠죠. 큰 고비가 여러 번 있었지요. IMF와 금융위기는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는데 이번에도 과연 그럴지 걱정이 많습니다. 경제가 더 힘들어지고 있는데다 여러 가지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은 화이트칼라 일자리, 로봇은 블루칼라 일자리를 없애고 있습니다. 이 초유의 시대전환을 우리가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여당이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다음 대선에서 야당에 기회가 있다고 봅니까. 

“콘텐츠 이전에 신뢰 문제라서…. 지금 이대로라면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누가 나와도 안 된다고 봅니다. 저를 포함해서.” 

-당신을 포함해서? 깃발을 더 선명하게 들어도 모자랄 판에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저 혼자 힘만으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야권 전체가 노력해야지.” 

-다시 때가 온다는 느낌은 없나요. 그동안 수많은 도전과 성공을 했는데. 

“운이라는 건 준비와 기회가 만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뿐이고요. 저는 늘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내가 지도자 감’이라고 외쳐야 세력화도 이뤄지고 흡인력도 생기는 건데 자신감을 많이 잃은 듯합니다. 

“대선 후보는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운명론자처럼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만 해도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데도 지난 대선 때 경선에도 못 나갔지 않습니까.” 

-이번 총선 때 마라톤을 했습니다.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겠다는 뜻은 알겠는데 꼭 그런 방법이었어야 했을까요. 

“선거법 때문이었어요.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으면 동네에서 연설도 못하고 현수막도 못 걸어요. 더구나 코로나 시국이어서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세상의 좋은 변화를 조금이라도 만들자는 생각”

마라톤으로 단련된 안철수 대표의 발. [조영철 기자]

마라톤으로 단련된 안철수 대표의 발. [조영철 기자]

-국토 종단은 처음이었죠? 

“여수 이순신광장에서 광화문 이순신 동상까지 한 걸음 한 걸음 달렸습니다. 우리 땅을 처음부터 끝까지 밟았다는 느낌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큽니다. 뛰면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화개장터 넘어가면서 큰 다리를 지나는데 아래로 흐르는 강 옆으로 노란 꽃들이 아주 예쁘게 피었더군요. 차를 타고 지나가면 못 볼 풍경이었죠. 그 옆에는 쓰레기더미가 가득했고요. 어쩌면 우리 정치가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세상을 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어디가 아름답고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현장과 유리돼 공중에 붕 떠있는 정치 말이죠.”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그의 내면에 더 닿아보고 싶었습니다. 

-종교가 있나요. 

“가톨릭입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나요. 

“항상 하면서 삽니다. 어릴 때부터 관련된 책도 많이 봤고요. 의대 본과 1학년 때 시체 해부를 합니다. 그 일로 충격을 받아 휴학하는 친구도 드물지만 있어요. 저는 항상 죽음을 생각하며 의사결정을 하는 편입니다. 마라톤 책에도 썼지만 유럽에 있을 때 이탈리아 쪽 알프스 산맥을 거의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면서 등반했는데 문득 내가 존재하기 수천 년 전부터 이 자연은 이 자리에 있었고 죽고 나서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시에 살다보면 이 세상이 사람 것이라고 착각하는데 자연에 가면 우리가 얼마나 미약하고 별 거 없는 존재인지 알 수 있어요. 죽음에 대한 생각이 항상 있기에 대구 의료봉사도 겁 안내고 간 거죠. 사람이 노력한다고 안 죽겠어요? CEO할 때나, 교수할 때나, 정치할 때나, 코로나 봉사하러 갔을 때나 마음이 똑같습니다. 저한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 세상의 좋은 변화를 조금이라도 만들자는 겁니다.”

“투입 시간만큼 결과 나오는 마라톤에 위로 받아”


-아내 조언을 많이 듣는다고 들었습니다. 

“정치 이야기는 서로 안 합니다.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합니다. 회사 경영할 때 아내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가 아내가 한숨도 못자는 걸 보고 고민이 있어도 나 혼자 해야지, 남 괴롭힌다고 해결책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질문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해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마라톤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요. 뛰면 힘듭니다. 괴롭습니다. 처음 1, 2㎞는 항상 힘들어요. 쉬운 운동이 아닙니다. 하지만 정직한 운동입니다. 내가 노력한 만큼 완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시간도 단축됩니다. 투입한 시간만큼 결과가 나와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뛸 때는 잡념이 사라집니다. 완전히 자기 본질만 남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잘 견뎌 한발 한발 내딛자는 생각만 들죠. 책에 대한 아이디어도 뛰다가 많이 얻습니다. 뛰면서 생각나는 게 있으면 보이스 메모도 하고요. 책 쓸 때 귀중한 자료가 됐습니다.” 

그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제가 얼마나 독한지 사람들이 잘 몰라요(웃음). 제 속을 완전히 드러내면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요. 상대를 편하게 해주려는 게 오랜 기간 형성된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타인에게는 관대하지만 제 자신에게는 엄청나게, 목숨을 걸 정도로 엄격합니다. 일단 입으로 뱉은 말은 죽더라도 지키자는 주의입니다. 435㎞를 마라톤으로 뛴 것 역시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살면서 저만큼 독한 사람 못 봤습니다. 저는 악(惡)한 사람이 강(强)하고 선(善)한 사람이 약(弱)한 게 아니라 그 반대라고 봅니다. 세상에 악한 사람은 없습니다. 괴물 같은 악당은 영화에나 나오는 거고요. 보통은 다 선한 사람인데 이번만 넘기자면서 타협하는 거지요. 살면서 보니까 세상은 타협하는 사람들 때문에 살기 힘들게 되더라고요. 악한 사람은 기본적으로 약한 사람입니다. 타협하고 합리화화면서 타인을 괴롭히고 사회를 어지럽혀요.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선함을 유지하는 사람은 정말 독한 사람이죠.”



신동아 2020년 7월호

허문명 기자 am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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