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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님 덕분에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 느껴” 조공·서포트에 빠진 4050 트로트 팬덤

  • 윤혜진 자유기고가 imyunhj@naver.com

“영웅님 덕분에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 느껴” 조공·서포트에 빠진 4050 트로트 팬덤

  • ● 스밍 총공, 투표, 조공… 아이돌 팬덤 문화 빼닮아
    ● 선물부터 지하철 광고, 생일 카페, 전용 영화관 이벤트까지
    ● 아이 다 키워 돈•시간 여유 있는 중년, ‘덕질’하기 좋은 나이
    ● “내가 받은 위로와 기쁨에 비하면 약소하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

트로트 가수 임영웅.

전업주부 문해진(42) 씨는 세 아이를 키우며 치열한 30대를 보낸 후 육아에서 조금 여유로워졌을 때 공허함이 찾아왔다. 그때 트로트 가수 임영웅을 알게 됐고 생애 처음 팬 카페에 가입했다. 문씨는 “영웅님을 향한 내 마음을 적은 글이 ‘기부 서포트’ 현수막 문구로 사용된 적이 있다. 그걸 보고 ‘나도 쓸모가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문씨 남편도 밝아진 아내 모습을 보며 팬 카페 활동을 응원한다. 문씨는 “가끔 밤새 ‘스밍’하고 주위 사람에게 각종 투표를 강요할 때는 남편이 어이없어 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영웅님에게 무척 고마워한다. 팬 활동을 한 뒤 내 짜증이 줄고 ‘Yes’가 많아졌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

최근 트로트 가수를 좋아하는 4050 중년 팬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아이돌 팬덤의 전유물이던 ‘스밍 총공’, ‘조공’, ‘기부 서포트’ 등 ‘덕질’(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 문화를 그대로 흡수하는 추세다. 먼저 ‘스밍 총공’은 ‘음원 스트리밍 총공격’의 준말로,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 순위를 올리고자 특정 시간에 일제히 해당 곡을 스트리밍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공’은 스타에게 선물을 보내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기부 서포트’는 응원하는 스타와 팬덤 이름으로 의미있는 곳에 기부를 함으로써 스타를 응원하는 것을 일컫는다.

중년에 최적화된 ‘덕질의 꽃’ 조공

트로트 가수 임영웅 팬들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헌신한 의료기관에 샌드위치 및 커피를 기부하는 ‘서포트’를 진행했다. 임영웅 공식 팬카페 ‘영웅시대’ 회원들이 스타의 생일을 맞아 6월 16일 광주 북구 한 헌혈의집에서 헌혈을 하고 있다. 팬들이 경기 포천의 사회복지관 및 의료기관에 후원하고 받은 감사증서(왼쪽부터). [임히어로 서포터즈 제공, 뉴시스]

트로트 가수 임영웅 팬들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헌신한 의료기관에 샌드위치 및 커피를 기부하는 ‘서포트’를 진행했다. 임영웅 공식 팬카페 ‘영웅시대’ 회원들이 스타의 생일을 맞아 6월 16일 광주 북구 한 헌혈의집에서 헌혈을 하고 있다. 팬들이 경기 포천의 사회복지관 및 의료기관에 후원하고 받은 감사증서(왼쪽부터). [임히어로 서포터즈 제공, 뉴시스]

중장년층은 상대적으로 시간과 자금에 여유가 있다 보니 ‘덕질의 꽃’이라 불리는 조공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원래 조공은 종속국이 종주국에게 예물을 바치던 것을 뜻하는 말로, 요즘에는 가수 활동을 응원하는 행동이라는 의미에서 ‘서포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통 조공 횟수와 규모로 팬덤 크기, 화력 등을 가늠하기 때문에 ‘내 가수 기죽이기 싫은’ 팬들은 특히 조공에 신경을 많이 쓴다. 

가수 송가인 공식 팬카페 ‘어게인’의 경우 후원계좌를 열어두고 일회 또는 정기 후원금을 받는데, 회계자문과 고문변호사를 통해 입출금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반면 임영웅 공식 팬카페 ‘영웅시대’는 카페 내 후원금 모금을 금지한 상태다. 대신 몇몇 팬이 자발적으로 서포트 목적의 카페를 개설했다. 최근에는 각 가수의 공식 팬 카페 외에도 팬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를 중심으로 서포트가 진행되기도 한다. 

트로트 팬덤의 조공 형태는 다양하다. 좋아하는 가수나 그 가수가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 또는 공연 관계자에게 선물이나 푸드 트럭을 보내는 것은 기본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 광고를 하는 것도 조공에 포함된다. 과거 아이돌 팬덤이 주로 했던 지하철 광고가 요즘엔 트로트 팬 사이에서도 인기다. 지하철 광고비용은 지하철역과 호선, 위치 등에 따라 차이가 크다. 인기가 많은 2호선 삼성역 내 한 달 광고료는 최대 450만원으로 알려졌다. 팬들은 보통 특정일을 기념하거나 가수가 새 앨범을 냈을 때 이를 홍보할 목적 등으로 십시일반 돈을 모아 광고를 낸다. 송가인의 경우 어느 통 큰 팬 한명이 지난해 11월 송가인 1집 발매를 기념해 혼자 지하철 광고를 걸기도 했다. 



팬들이 사비를 걷어 자발적으로 선물을 걸고 신곡 스트리밍&다운 이벤트를 열거나, 스타 생일을 기념해 특정 카페를 빌린 뒤 스타 사진으로 공간을 꾸미고 방문하는 팬들에게 굿즈를 나눔하는 이벤트를 하는 것도 조공의 일종이다. 디시인사이드 ‘임영웅 마이너 갤러리’에서는 6월 16일 임영웅의 생일을 맞아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 한 관을 통째로 임영웅관으로 꾸며 6월 10일부터 23일까지 팬들을 맞이했다.

김치 조공부터 기부 서포트까지, 내 가수 기 살리기

트로트 가수 송가인 팬들은 2019년 9월 3일 경남 사천시 지역장애인 200명에게 삼계탕을 제공했다. [뉴시스]

트로트 가수 송가인 팬들은 2019년 9월 3일 경남 사천시 지역장애인 200명에게 삼계탕을 제공했다. [뉴시스]

한편 아이돌 팬덤의 조공 문화와 비교했을 때 중장년 트로트 팬의 조공은 실용적이고 정겨운 면이 있다. 의류, 액세서리, 도시락 등 기본적인 것부터 김치, 보양식, 영양제, 무대의상, 취미 용품 등까지 스타 맞춤형으로 진행한다. 임영웅은 김치명인 강순의 할머니로부터 직접 담근 김치를 선물 받은 적이 있다. 김호중은 전국에서 쏟아지는 김치와 젓갈 등을 보관하려고 업소용 냉장고 두 대를 집에 장만했다고 한다. 장민호는 한 방송에서 “생일날 팬들이 식탁과 의자를 공수해와 내 앞에서 미역국을 끓여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가수의 가족, 주변인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것도 트로트 팬덤의 특징이다. 어버이날 가수 부모님과 마을 어르신께 선물을 보내는가 하면 출신 지역이나 모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생하는 의료진, 취약계층을 위한 기부도 잊지 않는다. 최근에는 팬덤간 과열 경쟁 방지와 코로나19로 인한 위험 예방 차원에서 이러한 기부 서포트가 증가하는 추세다. 

송가인과 공식 팬카페 ‘어게인’은 2월 28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코로나19 관련 성금 3244만원을 전달했다. 당시 송가인은 “(팬카페와) 함께 하는 두 번째 기부인 것 같은데 주위의 어려운 일, 힘든 일에 매번 저와 함께 또 저를 위해 마음 모아 주셔서 깊게 감동했다.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라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호중 팬덤 ‘아리스’와 임영웅 공식 팬카페 ‘영웅시대’도 기부 서포트에서 엄청난 화력을 보였다. ‘아리스’는 모금 기간 5일 만에 2억여 원을 모아 4월 7일 김호중 모교 김천예고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영웅시대’는 3월 18일 대한적십자사에 1억4521만7940원을 기부했다. 팬 카페 회원 4498명이 5일간 모은 돈이다. 

일각에서는 조공에 빠진 중장년층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팬들 반응은 단호하다. 가수를 위한 서포트가 오히려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송가인 팬클럽에서 운영하는 ‘스밍’ 부스. [송가인 공식 팬카페 제공]

송가인 팬클럽에서 운영하는 ‘스밍’ 부스. [송가인 공식 팬카페 제공]

송가인 공식 팬카페 ‘어게인’ 회원인 우모(55) 씨는 자기 삶이 송가인을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했다. 지난해 TV에서 우연히 들은 송가인 노래 한 구절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우씨에 따르면 송가인 목소리에는 애절한 한과 그 한을 달래주는 흥이 공존한다. 그는 “노래를 듣고 영혼을 뺏긴 것 같았다”며 “그 길로 팬카페에 가입하고 다음날 바로 서울 정모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광주에서 서울까지 다녀온 뒤 가족들에게 ‘내 이름으로 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공연을 많이 보고 싶다’고 선언했다. 이후 운영하던 인테리어 소품점 문을 1년간 닫고 작년 한해 거의 모든 송가인 행사를 따라 다녔다.” 

우씨 얘기다. 그는 지난 1년간 각종 후원에도 적극 참여했다. 우씨는 “광주·전라 지역은 물론 전국 행사를 갈 때마다 후원금을 냈다. 사비로 굿즈를 만들어 회원에게 나눠주고 여기저기 CD 선물도 많이 했다”며 “그간 쓴 돈 액수를 정확히 밝힐 순 없지만 내 가수와 내 가수를 좋아하는 가족 같은 사람들에게 쓴 거라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엄마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우씨 막내 딸은 송가인에게 “엄마를 다시 태어나게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우씨는 “내 나이 또래는 평생 앞만 보고 달려왔다. ‘나한테 이런 열정이 있구나’ 하고 느낀 게 거의 처음이다. 내 모든 걸 쏟아 부은 덕질에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공식 팬카페 회원수 10만 명을 돌파하며 ‘대세 중에 대세’로 떠오른 임영웅 팬들도 ‘덕질’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팬을 사로잡은 임영웅의 매력은 오랜 가난과 무명 시절을 이겨낸 성숙함이다. 과거 얼굴에 상처를 입었으나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를 못 받았고, 결과적으로 얼굴에 큰 흉터가 생겼지만 속상해할 엄마에게 “내 얼굴에 ‘나이키’ 로고가 있다. 보조개 같다”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그토록 힘들게 지내오고도 임영웅은 스타가 된 뒤 기부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찍은 광고인 G4 렉스턴 CF 출연료를 전액 기부했고, 6월에도 소외계층 아동을 위해 1억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그의 팬들은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스타를 닮고 싶어 한다.

“영웅님한테 받은 위로에 비하면 약소한 수준”

논술 지도가 본업인 50대 박모 씨는 코로나19로 일을 쉬는 사이 임영웅에게 흠뻑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팬카페 ‘영웅시대’에 가입해 신곡을 ‘스밍’하거나 투표를 하는 정도로 활동하다 지금은 ‘임히어로 서포터즈’ 카페 부총괄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박씨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면서 그 가수 이름으로 사회에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뿌듯하다. 나름의 사명감까지 갖게 됐다”라며 “중년에 하는 덕질은 경제적인 부담이 적어 좋다. 아이들 키우느라 한창 돈이 들어갈 때 덕질을 했다면 이렇게 선뜻 돈을 쓰기 힘들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내 가수 좋아하는 만큼 돈을 쓰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20대 딸로부터 스밍과 총공법을 배웠다는 박씨는 “임영웅이란 가수를 덕질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여러모로 지금이 덕질하기 좋은 나이”라고 말했다. 

“스밍, 투표 참여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해 영웅님한테서 받은 위로와 감사함을 다른 분들께 돌려드리고 싶어 서포트 전용 카페를 만들었다”는 ‘임히어로 서포터즈’ 총괄 윤모(47) 씨는 “서포트는 결국은 나에게 기쁨과 감사로 되돌아온다”고 강조한다. 과거 한 배우를 6개월 정도 덕질한 경험이 있는 윤씨는 선물 위주 조공으로는 2%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을 느꼈단다. 

‘임히어로 서포터즈’는 이제 막 시작하는 카페지만 벌써 여러 번의 서포트를 진행했다. 5월 대구와 경기 포천 소재 병원에 샌드위치와 임영웅이 모델을 한 커피를 전달했다. 아울러 경기도립 포천 병원에는 의료비 취약 계층을 위해 5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후 6월 임영웅 생일 기념선물을 했고, 경기 일산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생일 이벤트도 열었다. 윤씨는 “영웅님 굿즈로 꾸민 음식점에서 일주일 동안 팬들과 함께 영웅님 생일을 축하했다. 그 사이 1780명 정도 다녀갔다”며 “앞으로도 기념일에 선물을 하고 재능기부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서포트를 할 생각이다. 8월에는 영웅님 가수 데뷔 4주년을 기념해 포천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아동주거복지사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씨는 한 달에 서포트 비용으로 지출하는 금액은 30만 원 정도다. 윤씨는 “이 정도 금액은 내가 영웅님한테 받은 위로에 비하면 약소하다고 생각한다”라며 “회원 중에는 100만원을 낸 사람도 있고, 영웅님 생일 날짜 6월 16일에 맞춰 3만616원, 6만616원, 9만616원 식으로 기부하는 회원도 많다. 자기 마음만큼 내는 것일뿐, 횟수나 금액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소속사와 조율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다음소프트 생활변화관측소가 발표한 ‘2020 트렌드노트’에 따르면 현재 40~50대는 ‘대한민국 경제인구의 중심이자 소비의 큰손’이다. 구지원 연구원은 “대한민국 역사상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가 밀레니얼이라면 반대로 40~50대는 자식보다 돈이 많은 첫 중년세대”라며 “가족을 위해 소비하던 그들이 자신을 위한 소비를 시작했다는 말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고 분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중장년층 조공 문화에 대해 “돈 있는 세대가 팬덤에 참여하며 자연스레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소비 여력이 충분한 사람들이니 팬덤 안에서 돈을 쓰는 게 익숙하다. 또 스타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부분을 찾아 돈을 쓰기 때문에 합리적인 부분도 있다”고 평했다. 송가인 역시 “혹시라도 팬 활동 때문에 생업에 지장을 받지는 않으실까 걱정돼 팬들에게 물어봤더니 ‘사장이라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트로트 가수 이찬원의 팬 강숙자(59) 씨는 부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틈틈이 팬 활동을 하는 ‘사장님’ 팬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손님이 줄어든 요즘 이찬원 영상 보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강씨는 “처음에는 현재 대학생인 이찬원이 아들 같아 정이 갔다. 요즘은 이찬원 노래 듣는 게 삶의 낙이다. 가족도 아닌 사람에게 돈을 쓴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얼마나 고마우면 그러겠나. 당장이라도 양복 한 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포트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는 “소속사와 미리 조율을 해야 하고 다른 팬클럽과 물품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 등 신경 쓸 게 많다. 아이돌 팬인 딸이 알려줬다”고 말했다. 

현재 임영웅, 영탁, 이찬원, 정동원 등 인기 트로트 가수 다수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뉴에라프로젝트’는 코로나19 예방 등의 목적으로 가수 개인 및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서포트, 출퇴근길 현장 응원 등을 금지한 상태다. 이 조치에는 소속 트로트 가수 및 팬들이 과열 경쟁에 상처를 입지 않게 하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다양한 연령대 모이니 팬덤 문화 성숙해져

과거 아이돌 그룹 조공에서 일명 ‘멤버 간 줄세우기’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멤버 사이에서 누가 더 좋은 선물을 더 많이 받는가가 구별되다 보니, ‘내 가수 기 죽이지 않으려는’ 팬들이 형편에 맞지 않는 지출을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팬덤 문화를 처음 경험하는 중장년 팬의 혼란을 막고자 소속사 차원에서 서로 비교가 될 만한 조공을 자제시키는 편이라고 한다. 

때로는 아이돌 팬덤을 과거 경험했던 팬들이 먼저 나서 자정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지금의 40~50대 트로트 팬 중에는 20~30대 시절인 1990년대에 1세대 아이돌 팬덤을 경험해 조공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 많다. 

한편 중장년들이 트로트 스타에만 열광하는 건 아니다.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처럼 아이돌 그룹 팬덤에도 중장년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아미’에는 중장년층이 많이 포진돼 있다. 역사, 법률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는 팬들이 스타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서서 해결해주고 심지어 자기 스타가 잘못하면 그걸 지적하기도 한다”며 “중장년 팬이 많아지면서 스타의 출신 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는 등 새로운 조공 문화가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다양성이 나타나는 건 팬덤 문화의 긍정적인 변화라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신동아 2020년 8월호

윤혜진 자유기고가 imyun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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