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호

미국도 믿을 수 없어…‘해상 킬 체인’ 구축해야 [北잠수함전력해부④]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입력2020-07-10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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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전략잠수함·SLBM 위협 현실로 다가와

    •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 사실상 무력화

    • 원자력 추진 공격용 잠수함 확보 필요

    노동신문은 지난해 10월 3일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새형의 잠수함탄도탄(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노동신문은 지난해 10월 3일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새형의 잠수함탄도탄(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한반도에서의 군비 경쟁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었다. 북한이 창을 개발하면 한국이 방패를 만들고, 북한은 다시 그 방패의 틈을 파고들 새로운 창을 만들었다. 북한의 전략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실효적인 ‘전략적 억지력’을 갖기 위한 보복 타격 수단 확보이자, 한국군의 이른바 ‘3축 체계(선제 타격용 ’킬 체인’, 북한이 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발사해 북한을 응징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체계를 가리킨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이 한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의 사각지대에서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날릴 수 있는 수단 확보를 목전에 두면서 그동안 한국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만들어 온 MD(미사일 방어) 체계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유사시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출항시켜 동해 어딘가에 숨겨놓고 핵미사일 발사를 위협하며 한국을 상대로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을 가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전략잠수함이 원자력 추진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 잠항 능력이 짧으니 수면 위로 부상했을 때 타격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광활한 동해 바다 한복판에서 기껏해야 쇠파이프 몇 개 정도 크기의 스노클링 튜브를 찾아내는 것은 해운대 백사장에 떨어진 바늘을 찾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렇다면 사실상의 게임 체인저인 북한의 전략잠수함을 저지할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그것도 아주 간단하다. 미국이 나서면 아주 간단하게 해결된다. 미국 해군은 반세기 넘게 소련 및 그 후신인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원자력잠수함과 숨바꼭질을 해왔다. 지금도 미국 해군의 고성능 공격원자력잠수함들은 적성국 잠수함의 출항부터 귀항까지 모든 과정을 추적하며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우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이 신포 앞바다에 공격원자력잠수함 1척을 보내 근거리에서 마킹하면 북한 전략잠수함은 한국과 미국에 하등의 위협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1996년 로버트 김 사건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당시 미국은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을 출항 당시부터 감시하고 있었지만, 한국군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미국 해군 정보국에 근무하던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 백동일 대령에게 전달했다가 간첩 혐의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9년간 복역했다.



    미국은 한국과 모든 정보를 100% 공유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국은 미국의 정보 공유와 협력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한미동맹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독자적 대응 수단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현실로 다가온 北전략잠수함·SLBM 위협

    평안남도 신포 봉대보이라공장(잠수함 건조 기지). [38노스 홈페이지 캡처]

    평안남도 신포 봉대보이라공장(잠수함 건조 기지). [38노스 홈페이지 캡처]

    우리 군은 오래 전부터 북한의 전략잠수함과 SLBM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것이 효율적일지 다방면의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이론적 측면에서만 보면 한국군만큼 북한의 전략잠수함 위협의 실체와 대응 방안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 실적을 가진 집단도 없을 것이다.

    필자는 군의 의뢰로 수상함 전력부터 한국형 핵잠수함에 이르기까지 수년간 수십 편의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필자를 비롯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물에서 나타난 북한 전략잠수함과 SLBM 위협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 수단은 ‘해군력’이었다.

    미국과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적의 전략잠수함을 상시 추적할 수 있는 원자력 추진 공격용 잠수함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다. 핵잠수함 보유가 어렵거나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P-8A 포세이돈이나 MQ-4 트리톤과 같은 고성능 해상초계기를 다량 확보해 한반도 주변 해역에 대한 24시간 감시 체제를 갖춰 스노클링 잠수함을 발견 즉시 타격하는 ‘해상 킬 체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러한 감시망조차 뚫고 수중에서 탄도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어느 해역에서 쐈든 미사일의 상승 단계에서 곧바로 격추시킬 수 있는 MD 능력 보유 이지스 구축함을 동해와 서해에 상시 작전 상태로 둘 수 있도록 추가 건조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앞서 나열한 그 어떤 대응 수단도 이미 갖춰져 있거나 충분히 갖출 계획이 세워져 있지 않다. 현 정부 초기 언론에 대대적으로 소개된 한국형 핵잠수함은 ‘남북 화해 기류’라는 있지도 않은 환상에 덮여 유야무야됐고, 해상초계기는 정말 상징적인 숫자만 들여올 예정이다.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는 이지스 구축함은 단 3척만 건조될 예정으로 해군의 삼직제(三職制·1개의 기동전단이 상시 작전에 투입 가능한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3개의 기동전단으로 구성된 기동함대가 필요하다)를 고려하면 동해나 서해 둘 중 한 곳에만 배치가 가능하고, 이마저도 2020년대 후반에 가서야 가능한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장비들이 들어오더라도 해군의 심각한 병력 부족 때문에 이를 운용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제, ‘게임 체인저’라는 북한의 전략잠수함과 SLBM 위협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그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430여 년 전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짓던 그 마음으로 해군력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할 때다.

    *‘신동아’는 ‘北잠수함전력해부’를 7월 6일, 7일, 9일, 10일 오후 5시 총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번 기사는 그 네 번째입니다.

    [北잠수함전력해부①] 북한 잠수함의 요람 ‘봉대보이라공장’
    [北잠수함전력해부②] SLBM 탑재 ‘신포C급 잠수함’ 수중 발사만 겨우 가능
    [北잠수함전력해부③] ‘바다 속 경운기’가 SLBM 탑재 ‘게임 체인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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