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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쓰레기’ 조정훈 “30대 영혼 털어 집 사는 이유? 중산층 되려면 그 길 밖에…”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Mr. 쓰레기’ 조정훈 “30대 영혼 털어 집 사는 이유? 중산층 되려면 그 길 밖에…”

  • ●‘쓰레기 일자리’ 발언으로 文정부 비판
    ●그린 뉴딜은 MB 녹색성장 시즌2
    ●지지율 떨어지면 2차 재난지원금 나올 것
    ●정부가 1급지 아파트 구매 후 장기임대주택으로 활용하라
    ●정책은 방향 아닌 속도, 시대전환이 판 바꿀 것
    ●자칭 “듣보잡 당 300등 의원”의 반전
조정훈 시대전환당 의원. [조영철 기자]

조정훈 시대전환당 의원. [조영철 기자]

초선, 비례대표, 의석수 1인 정당 원내대표. 조정훈(48) 시대전환당 의원은 자칭 “듣보잡 당 300등 국회의원”이다. 오죽하면 21대 국회의원 선거 전 여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순번이 발표되자 후순위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의원들이 “과거 행적을 알 수 없는 ‘듣보잡’ 후보들에게 왜 표를 줘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조 의원은 더불어시민당 비례 6번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뒤 시대전환으로 복당했다. 범여권에서 군식구 취급 받던 그가 요즘 여의도에서 주목 받는 신인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7월 30일 국회의원회관 544호에서 본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조 의원을 만났다. 이날 국회에서는 미래통합당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일사천리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본회의 분위기는 어땠나. 공룡 여당의 속도전에 대한 우려와 무기력한 야당에 대한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허망했다. 모든 게 힘의 대결로 가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밀어붙인 것은 처음부터 의도한 바는 아니라 해도 부동산 이슈가 너무 폭발적이어서 지금 여당이 당황하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시대전환 조정훈’이 주목받고 있다. 조간신문 기사 제목이 ‘또 조정훈 의원’이다. 7월 29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제목만 보고 내가 무슨 사고를 친 줄 알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특허청 업무보고 자리였는데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했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고작 두 달인데, 업무보고를 분풀이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이학영 위원장이 발언 기회를 줘 준비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내 데이터=내 돈’이라는 영상을 띄우고 박원주 특허청장에게 데이터도 물건으로 인정하고 특허와 비슷한 수준으로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는 방법을 강구하자고 질의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는 산업 브로커 대책과 CVC(기업주도형벤처캐피털)에 대해 물었다. 특허청장이 적극 공감하며 ‘데이터를 물건으로 인정한 국가가 없는 만큼 한국이 첨단으로 달리 수도 있다’고 하기에, ‘다른 나라 사례가 없으면 우리나라도 기다려야 하느냐’고 물었고, 박 청장이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을 때 먼저 해야 가치가 있다’고 답한 것이 기사화됐다. 

공무원들은 흔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사례가 없어서 못한다고 한다. 세계은행에서 15년간 일하며 OECD나 IMF(국제통화기금) 사람들을 많이 상대해 봤지만 솔직히 별것 없다. 대한민국 문제는 OECD에 답이 없다. 오히려 우리가 답을 찾아서 세상에 알려줘야 한다. 그래서 나는 OECD 사례가 없으면 더 신이 난다. 잘 됐다, 우리가 최초로 한 번 세팅해 보자고 한다. 전환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속도다. 불이 나면 있는 대로 물을 쏟아 부어서 불부터 꺼야 한다. 나중을 위해 물을 아낀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소상공인 대출을 하는 기관에서 ‘부실률 4%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하기에 대출심사를 빨리 하다 보면 부실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일을 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차라리 빨리 처리하다 보니 부실률이 올라갔다고 보고하는 게 낫다.” 



조정훈 의원실은 상임위를 앞두고 7월 16일 ‘데이터 생산자 보상체계 확립과 데이터 거래소 활성화를 위한 법적 과제’라는 제목으로 첫 토론회를 개최했다.

총리가 대독한 어느 건설일용직 노동자 사연

‘또 조정훈’이란 말이 나오게 된 계기는 7월 23일 21대 국회 첫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이다. 대정부 질문에 나선 의원 11명 중 비교섭단체 몫 1명은 의석수가 많은 순으로 배정되는 것이 관례여서 의원 수 1명인 시대전환에겐 언간생심이었지만, 조 의원은 그 한 자리의 기회를 잡았다. 대정부 질문을 마치고 동료의원들로부터 박수까지 받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당시 상황을 복기하면 이렇다. 

조정훈 의원 :
정부는 8월 17일 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안을 의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따라붙은 한 가지 조건이 저의 눈에 밟혔습니다. 이번 사흘간의 깜짝 황금연휴는 관공서와 상시 300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합니다. 총리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이번 임시공휴일 혜택을 보게 되는지 아십니까? 

정세균 총리 : 숫자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조정훈 :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근무하는 분은 전체 근로자 15%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머지 1900만 명의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이번 임시공휴일이 또 다른 월요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그런 마음에 제 SNS에 “대한민국 휴식 신분제‘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그 글에 건설일용직 한 분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한 번 화면의 글을 읽어주시겠습니까. 댓글은 다음과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겠다는 취지가 이해 안 됨. 저 같은 일용직 노동자는 해당사항이 없는 내용이긴 하지만(…) 어제 우리 현장에 팀원 한 명이 창고 앞에서 담배 피다 안전요원에게 들켜 하루 쉬었습니다. 벌칙인 거죠. 하루 쉬는 게 누구에겐 달콤할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쓰디 쓴 체벌이라는 걸 알고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는지. 암튼 공무원이 최고여, 그들만이 사람이다 이런 생각이(…).’ 

끝으로 조 의원은 정 총리에게 질의 아닌 부탁을 했다. 

조정훈 : 저는 이제 휴식 격차가 소득 격차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국가는 공직이나 큰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 아빠를 둔 아이와 작은 직장과 일용직 노동자 엄마 아빠를 둔 아이를 차별합니까? 다음 임시공휴일 제정 때는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쓸 수 있는 조치를 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정세균 : 네. 명심하겠습니다. 

이어 홍남기 부총리에게 한국판 뉴딜과 일자리에 대한 질의를 끝내고 조 의원 시선은 동료 의원들에게 향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예결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이 아닙니다. 저 혼자입니다. 시대전환. 그래서 미래통합당,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러분께 2021년 예산 검토하실 때 제발 각 부처 예산이 양극화를 촉진하는지, 양극화를 더 악화하는지, 이 기준 하나를 꼭 좀 넣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보다 더 양극화된 사회에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조 의원에게 허용된 12분은 야유, 고성, 막말, 삿대질 한 번 없이 끝났다. 조 의원이 쑥스러운 듯 손 하트를 그리며 인사하자 동료 의원들의 박수가 터졌다. 이 장면이 담긴 동영상은 ‘초선의원은 어떻게 총리에게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을까’ ‘진보정당 초선의원의 신박한 대정부 질문’ 같은 제목을 달고 유튜브에서 수십만 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대정부 질문 스타에서 ‘미스터 쓰레기’로

-첫 대정부 질문에 대한 반응이 호평 일색이다. ‘매너 있게 하지만 핵심 요지 다 넣어서 질문하고, 아쉬운 점 얘기할 것 다 하고, 다른 의원들에게 호소하고 이런 게 국회의원 일하는 모습이다’ ‘이런 국회를, 이런 국회의원을 원했다, 투표한 보람을 제대로 느낀다’는 댓글이 다수다.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조정훈 의원만큼만’이라는 칼럼을 썼다. 

“가장 감사했던 것은 69세 할머니가 후원하고 싶은데 계좌번호를 못 찾았겠다고 문의하신 댓글이다. 건설일용직 노동자 분은 ‘내가 쓴 글을 정 총리가 읽을 때 울컥했다’며 직접 그린 그림을 보내주셨다. 정 총리도 ‘멋진 대정부 질의였다’고 문자를 보내셨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니라 ‘부러뜨리는(해결하는)’ 것이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번에 제기한 문제(휴식 신분제 타파, 양극화 해소를 중심에 둔 한국판 뉴딜과 정부 정책 예산 집행, 기본소득)가 실현돼야 한다. 야구장에 가면 ‘2020년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현수막을 걸지 않나. 우리가 부러뜨린 문제를 하나씩 배너로 만들어 이 방에 붙일 생각이다. 정치는 국민들의 살갗에 닿는, 삶을 조금씩 낫게 만드는, 생활과 연결돼 있는 업(業)이어야 한다.” 

-국민의 살갗에 닿는 정치란 무엇인가. 

“자주 드는 사례가 배달원 문제다. 비 오는 날 나가기 귀찮아서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하는 분들은 보험도 없이 빗속을 운전해야 한다. 이들 플랫폼노동자는 법적으로 노동자 지위가 없다. 공무원 공공부문은 귀족, 대기업 정규직은 양반, 비정규직은 평민, 플랫폼노동자는 천민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올 만큼 노동시장 지위와 기업 규모에 따라 신분 차이가 존재한다. 그래서 1호 법안으로 ‘플랫폼노동자 경력증명서 발급법’을 발의했다. 쉽게 말해 플랫폼노동자도 정규직 노동자처럼 경력증명서나 재직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앞으로 배달오토바이 보험 가입 현실화, 전기오토바이 예산 지원 문제도 하나씩 풀어갈 계획이다. 플랫폼노동정책을 통해서 친기업, 친서민 정책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겠다.” 

-대정부질문 다음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쓰레기 일자리’ 발언으로 유명세를 치렀는데. 

“아침 출근시간 인터뷰였는데 점심 무렵 ‘미스터 쓰레기’가 돼 있더라. 그날 의원실 전화가 폭주했다. 다행히 8할은 응원과 격려였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양축으로 한 ‘한국판 뉴딜’은 2025년까지 160조 원을 투입해 일자리 190만1000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2022년까지 국비 49조 원을 들여 88만7000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2년 치 일자리 예산을 일자리 개수로 나누어 단순 계산하면 약 5500만 원, 연간 2000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최저임금 주겠다는 거다. 

홍남기 부총리에게 이렇게 묻고 싶었다. ‘당신 자녀에게 이 일을 진심으로 권할 수 있나. 일이 없으니 이것이라고 하라 하겠나. 우리 청년들은 이런 일자리를 쓰레기 일자리라고 한다. 청년들의 귀한 시간을 이런 일자리에 쓰게 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인지 의문이 든다.’ ‘쓰레기 일자리’란 표현이 이처럼 논란이 될 줄 알고도 했다면 초선이 아니라 정치 9단이겠지. 지금 정부가 만들겠다는 것은 공공일자리다. 세계은행에서 가장 많이 하는 사업이 공공일자리인 만큼 그 한계도 잘 안다. 공공일자리는 생계수단으로 국민에게 만족을 줄 수 없고, 국가가 지속할 수 없는 사업이다. 5월 기획재정부가 공공일자리 55만 개를 창출하고 필요 재원은 3차 추경 예산안에 반영하겠다고 했는데, 일자리 55만 개는 박근혜 정부 때 발표한 것과 같은 수치다.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예산만 늘려 놓은 ‘복붙’(컴퓨터 작업에서 기존 데이터를 복사해서 붙이기)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은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대전환 선언’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정책은 본질적으로 전환적이지 않다. 내용과 예산이 전혀 전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린 뉴딜? 이명박 정부의 녹생성장 시즌2 아닌가.”

가장 큰 문제는 ‘닥치고 양극화’

-시대전환의 궁극적 목표는 ‘양극화 해소’인데 ‘쓰레기 일자리’ 논란에 가려진 느낌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닥치고 양극화’라고 한다. 소득의 양극화, 자산의 양극화, 휴식의 양극화, 이 3대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이 기본소득 도입, 부동산 정책, 휴식 신분제 타파다. 앞으로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남녀가 평등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고려하는 ‘성인지예산’처럼 ‘양극화 보고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정부 예산을 검토할 때 양극화를 해소할 것인지 악화할 것인지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정책신호등’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기본소득은 시대전환의 1호 공약이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전격 결정되면서 기본소득 어젠다를 여당에 빼앗겼다고 생각하지 않나. 

“시대전환은 지난 총선에서 ‘코로나 뉴딜’이라는 이름 아래 ‘그린 뉴딜’ ‘버추얼 뉴딜’ ‘기본소득’ 3가지 정책을 제안했는데 이번에 발표한 ‘한국판 뉴딜’에 이런 개념이 포함돼 있었다. 그중 기본소득이 어느 순간 재난지원금으로 바뀌긴 했지만 이번 기회에 기본소득 담론이 촉발됐다. 댐에 금이 간 효과랄까. 물론 한시적 지원금 성격이었고 선거용으로 활용된 측면이 있으나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새로운 경험을 했고 큰 충격을 받았다. 국가는 세금만 뜯어가는 수탈적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내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주기도 하는구나를 경험한 것이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됐을 때 일부러 온라인으로 신청하지 않고 오전 8시30분 사당동 주민센터에 갔다.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는 어르신들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궁극적으로 기본소득이 가져오는 효과는 우리 국민을 비참함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돈 준대도 나라 걱정부터 하는 위대한 국민

-기본소득에 대해 야당은 선거용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고, 국민 여론도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고 세금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처럼 돈을 준다는데 나라 걱정부터 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우리는 내가 낸 세금인데도 돈을 받으면 미안해하고 나라 곳간을 걱정한다. 그 점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하다. 하지만 이것이 기본소득을 못 하는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50%에 육박한다. 두 명 중 한 명이 빈곤해진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중반 나이에 직장에서 은퇴하면 국민연금 받는 65세까지 소득이 없다. 그사이 여유자금, 퇴직금, 주택담보대출까지 몰아넣어 치킨집, 커피숍 하다 망하면 결국 아내가 마트에 카트 밀러 나간다. 자신이 중산층인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의 비참함이 ‘헬조선’의 핵심이다. 이렇게 국민이 비참함에 빠지기 전에 일종의 ‘쿠션’을 만들어 주는 것이 기본소득이다. 

시대전환은 우리나라 경제력으로 증세 없이 1인당 월 30만 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고 본다. 아쉬운 것은 1차 재난지원금 지급 후 경제적, 분배적 효과를 정확히 분석해 이를 근거로 정책 토론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까지 골목상권이 좋아졌다는 기사가 전부인 것이다. 지금 여권에서 기본소득을 공부하고 정책을 준비하는 분이 많다. 아마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2차 재난지원금을 쓸 것이다.”

30대가 영혼 털어 집 사려는 이유

-자산의 양극화가 가장 심각한 분야가 부동산이다.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효과는 안 나타나고 시장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이 정부 들어 서울 집값에 대해 김현미 장관은 11% 올랐다고 하고 야당은 50% 넘게 올랐다고 하며 시각차를 드러냈다.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부동산 정책의 문제는 ‘가정’과 ‘시그널’로 설명할 수 있다. 국민들이 부동산 때문에 화가 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살 집이 없어서일까, 부동산으로 돈 벌 기회가 막혀서인가. 이 두 가지 이유가 모두 있다는 것이 ‘가정’이다. 어른들 말씀이 ‘젊어서는 몸으로 벌어서 살고 나이 들어서는 벌어놓은 재산으로 산다’고 한다. 30대가 영혼을 털어서 집을 사려는 이유는 당장 살 집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자산소득이 아니고는 중산층으로 올라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이 아니면 평생 노동소득으로 살아야 하는데 부동산으로 돈 벌 기회를 정부가 막으려 하니 분노하는 것이다. ‘시그널’은 부동산 가격 예측이다. 부동산도 상품인데 무조건 가격통제를 하겠다고 하니 사고 싶은 사람도 팔고 싶은 사람도 결정을 할 수 없어 시장이 교란된다. 

정부는 전국, 수도권,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1급지 가격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기준으로 부동산 가격을 어느 수준까지 떨어뜨린 뒤 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수준으로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인지 문재인 정부 초기 수준으로 잡겠다는 것인지 국민들에게 시그널을 주어야 한다. 지금은 ‘여기서 밀리면 안 돼’라는 생각에 자꾸 무리수를 두는데 이것이 쌓이면 정권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실제로 강남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태릉 골프장에 아파트 지으면 그곳으로 갈까. 현재 부동산 정책은 가정부터 잘못됐다.” 

-재건축 단지 용적률을 높여주고 기부채납 받는 방안, 30년 넘은 노후 임대아파트 재건축 등 주택 공급을 늘리는 대책이 검토되고 있다.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을까. 

“우리나라 전국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지 오래고 서울도 100% 가까운데 그린벨트까지 해제하면서 새로 건축을 해야 할까. 집이 없는 게 아니라 살고 싶은 집이 없는 것이다. 살고 싶은 곳에 집을 마련해 줘야 하는데 서울 강남, 서초, 송파 같은 1급지는 더는 개발할 땅이 없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1급지 아파트를 구입해 장기임대주택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나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경매나 매물로 나오면 정부가 이를 사들여 한 단지의 25~30% 물량을 확보하면 집값을 통제할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는 현재 3000조 원에 달하는 초과유동성의 3분의 1만 있으면 서울시 아파트 65%를 살 수 있다. 시장 금리가 1.5% 수준인데 여기에 0.1% 이자만 더 주겠다고 하면 돈을 맡길 사람은 많다. 1000조 원을 모으는 게 어렵지 않다. 이 자금으로 구입한 집을 짧게는 6년, 길게는 12년 단위로 장기임대를 한다. 자녀들이 중고등학교까지 마치는 기간을 감안한 것이다. 국가는 임대수입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니 들어가는 돈 없이 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 부채가 늘지도 않는다. 이 안이 부동산 정책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만간 구체적인 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40대 주축, 정치 판 바꿀 것

시대전환은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의 판을 바꾸겠다’며 40대가 주축이 돼 만든 신생 정당이다. 1월 22일 열린 창당 선포식에서 조정훈 당시 공동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이대로 가면 나와 자녀들이 살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변화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세대가 일어나 우리나라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왜 마크롱을 가질 수 없습니까. 우리나라는 왜 툰베리가 배출되지 않습니까. 다가오는 4월 15일 총선에서 정치의 판을 갈아버리고 싶습니다.” 

조정훈은 스스로 ‘대한민국 월드 제너레이션 1세대’라고 한다. 가난이 뭔지는 알지만 굶어본 적이 없는 세대, 산업화 민주화를 위해 투쟁할 필요 없이 이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세대, 세계여행 자유화로 배낭여행을 경험한 세대, 공인회계사가 됐고 하버드 케네디 스쿨 유학을 거쳐 세계은행에서 15년 동안 넓은 세상을 무대로 활동할 수 있었던 세대, 2016년 귀국하자마자 정치권 인재영입 대상이 됐고, 대학 교수라는 안정적인 직장생활도 누린 세대. 그럴수록 한 구석에 ‘빚진 마음’이 있다. 

“돌아보면 늘 내 실력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으며 살아 왔다. 국회의원이 된 것도 내가 과연 최고의 후보였을까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사회에 빚을 많이 졌구나 싶다. 10여 년 동안 일관되게 써온 말이 ‘빚진 마음으로’다. 공인으로 정치를 시작한 지금부터가 그 빚을 갚는 시간이다.”

조정훈
●1972년 생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 국제개발정책학 석사
●공인회계사
●세계은행 동유럽 지역국 거버넌스 선임 전문관
●세계은행 팔레스타인 사무소 차석
●아주대 세계학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 소장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 사무소 대표
●여시재 부원장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아주대학교 통일연구소 소장
●시대전환 공동대표




신동아 2020년 9월호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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