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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적폐 몰면서 재벌 회장 왜 자꾸 만나나”

[인터뷰] 국민의힘 청년정책 자문하는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기업인 적폐 몰면서 재벌 회장 왜 자꾸 만나나”

  • ● 뉴딜펀드, 정부판 라임·옵티머스 될 수 있다
    ● 통계 모르는 국토부 장관… 경제정책에 전문가 안 보여
    ● 소주성은 작동 원리가 설명되지 않는 엉터리 성장이론
    ● 시험 한번 잘 치면 평생 보장되는 한국형 정규직 깨는 게 인적투자
    ● 진영논리에 묻힌 청년 목소리 대변하러 국민의힘 청년특위 참여
    ● 정치할 생각 없지만 정책 제안과 훈수는 죽을 때까지 할 것
이한상 고려대 교수 [홍중식 기자]

이한상 고려대 교수 [홍중식 기자]

이한상(49)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의 페이스북 담벼락은 조용할 날이 없다. 새로운 이슈가 터질 때마다 붙이는 그의 ‘대자보’에는 날이 서 있다. 개천절 광화문광장 ‘차벽’ 사건에 대해 “민주화니 뭐니 좋은 말만 떠들었는데 도달한 것은 제3세계 경찰국가”라고 정권에 직설을 가하는가 하면 “왜 굳이 몸싸움 장면 연출하면서 대깨문들이 계속 발화할 연료를 주입하나. 경찰버스 병정놀이도 호응해 주지 않으면 텅텅 빈 광화문과 함께 역사적 기록물이 된다”면서 ‘우파’의 전략적 실패를 꼬집기도 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해(1993) 국세청 행정사무관으로 일하다 1999년 미국 유학을 떠나 회계학 석사,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11년부터 고려대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직을 그만둔 이유를 묻자 “속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꼭 해야 하는 성격인데 공무원 문화가 맞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책 훈수는 재능기부”

여야, 좌우를 가리지 않고 직설을 날리던 그가 최근 국민의힘 청년정책자문특별위원회에 합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페이스북이 또 한 번 시끄러웠다. 쏟아지는 비판과 우려의 시선에 그는 이렇게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사립유치원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회계 투명성 문제 해결에 일조했다. 감리위원 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문제에서 삼성 잘못을 지적한 바 있다. 현 정부 지지하는 분들이 많이 환호했다. 그러나 조국 사태 이후 윤미향·추미애로 이어지는 이 정권 사람들의 행태에 날선 비판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정의당이든 기존의 자원을 싹쓸이하며 미래세대에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현재의 586 중심 정책 지형에서 20~40세대가 공감할 만한, 장대한, 미래 전략을 개발하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고, 그러한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재능기부라고 생각하고 마다하지 않겠다. 내가 맨날 떠들던 게 ‘젊은이들이 뭔들 못하겠는가?’인데 젊은이들, 청년들을 위한 일이면 어디든 가서 도울 생각이 있다.” 

이 교수가 말하는 정책 훈수, 재능기부가 무엇인지 직접 들었다. 



-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은 왜 하필 ‘국민의힘’이냐고 묻는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이 아니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미래 청년 문제를 전담하는 정책을 비정치인, 청년경제인 중심으로 만들 것인데 이를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제3지대 인사들이 검증하고 자문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수락했다. 청년 세대의 문제, 특히 일자리와 결혼은 미래 경제성장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다. 일부 청년들에게 세금 나눠주는 수준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청년 관련 정책개발을 돕는 게 정치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학문인 경영학 교수이고, 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제에도 경영학적 접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정책 컨설턴트다. 실행 가능한 좋은 아이디어라면 누가 만들었든 청년과 미래세대를 진정 걱정하는 정치세력이 가져다 쓰면 그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에서 비슷한 제안을 했더라도 응했을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 절박한 국민의힘에서 먼저 제안했고 대의에 공감한 것뿐이다. 그런데 요즘 여당 행태를 보면 자신들의 주장에 무조건 박수 쳐주는 치어리더나 뒷배경이 되는 병풍을 원하지 진짜 문제 해결을 할 칼잡이를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자유시장경제 폐기가 아니라 고쳐 써야

논란이 된 국민의힘 청년위 포스터. [국민의힘중앙청년위원회 공식 페이스북]

논란이 된 국민의힘 청년위 포스터. [국민의힘중앙청년위원회 공식 페이스북]

- 최근 불거진 국민의힘 청년위 포스터 논란을 보면 청년들을 정치 홍보용으로 소모하는 것 같다. 

“청년들이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을 보면 여당에선 오래된 학생운동 조직을 통해 후보군을 수혈하고 있고, 야당에선 인물 중심으로 영입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체계적인 청년 정치교육과 정치 입문 코스가 없다. 향후 3부, 2부, 1부로 이뤄진 리그처럼 검증에 검증을 거쳐 기본이 충실하고,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는 정치인 후보들을 육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당들은 자신들이 투자하고 길러낸 사람이 아니다 보니 문제가 생기면 쉽게 내치고 ‘다음 사람 들어와’ 식으로 정치인을 수혈해 왔다. 청년들이 배우고 성장할 기회가 없었다. 인재 육성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 시장주의자로서 현 정권의 경제정책을 비판해 왔는데. 

“우리나라가 어떻게 경제적으로 성공했는지 돌아보자. 물건 만들어 세계 시장에 팔았는데 당시에 중국이 잠자고 있었고 미국이 도와줘서 운 좋게 자산을 축적하게 된 것이다. 자유시장경제가 현재 성공의 바탕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이러한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파이를 키우되 안전망을 구축하는 형식으로 양극화와 같은 자유시장경제의 취약점을 보완하고자 한다. 반면 진보나 좌파들은 신자유주의 시장경제가 불평등의 주범이니 시스템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고 본다. 국가의 경제 규모가 커졌지만 대기업, 재벌만 혜택을 입고 한국 사회는 어려워졌으니 재벌을 해체하거나 사내유보를 나누어 문제를 해결하자는 식이다. 신자유주의와 재벌 타파를 한국 경제의 만병통치약으로 제시한다. 진단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쉬운 거라면 왜 못하겠나. 전두환 때처럼 재벌에 몽둥이질한다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우리의 진짜 문제는 비대한 자영업 부문과 이중노동시장이다. 생산성의 문제 그리고 위험과 책임, 보상이 비례하는 자본주의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는 게 진짜 문제다.” 

- 불평등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지 않나. 

“공공부문도 기업지배구조도 개혁해야 하지만 청년들이 느끼는 불평등 문제의 핵심인 이중노동시장 문제 해결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번 시험 잘 쳐서 정규직이라는 ‘성’ 안에 들어가면 평생이 보장되고, 못 들어가면 계속 바깥을 전전해야 하는 한국형 정규직이 만들어낸 투 트랙 경제의 문제다. 젊은 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공정’이라고 하지만 본인들이 ‘성’ 안에 들어가는 경쟁 방식의 공정만 논의된다. 그런 좁은 의미의 공정이 아니라 노력과 보상, 위험과 책임이 평생 비례하는 것이 자본주의적 공정이다. 능력 만능주의도 문제다. 능력을 만드는 환경 자체가 더 평평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들은 대학입시 및 취업 시장의 장애물인 영어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다. ‘부모 찬스’로 해외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영어가 유창한데 그렇지 못한 친구들은 시작부터 불공정하다고 느낀다. 최근 홍콩 글로벌 회사들의 아시아본부 대체후보지가 싱가포르로 정해지고 있다. 우리가 만약 실험적으로 인천이나 제주 같은 국제도시 후보지 거주 청소년들을 1년씩 해외 유학을 보내는 식으로 10년만 투자했다면 영어 상용인력이 준비된 국제도시를 유치하고 일자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불평등 해소의 근본인 능력 배가를 위한 인적자원 투자부터 해야 한다.” 


경제3법, 누더기 입법 된 이유

-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정부는 기업인을 적폐 취급한다. 

“결국 많은 경제문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건실한 기업들이 고용을 담당해 해결돼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자본과 기업 경영진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과도하게 높은 상속세, 다른 나라에 없는 출자총액제한제도, 경제활동에 대한 민사적 해결이 아닌 형사적 규제, 정부의 지나친 간섭, 경직된 노사관계 등 많은 부분이 21세기에 합당한 형식으로 개선돼 기업활동을 정상화하는 동시에 촉진해야 한다. 이 정부에 대해 의아한 것은 기업인을 적폐 취급하면서 툭하면 재벌 회장을 소집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열 번 이상 만났다는데 특정 기업인의 형사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본인의 업적 치장을 위해 기업인을 이용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빨리 법적 조치를 확정해야 한다.” 

- 기업인들이 경제3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규제3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가 주도 경제 발전 시기에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 금리로 대출을 받고, 국가 지원을 통해 성장한 것이 재벌이다. 우리나라 특유의 경제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성장한 재벌들이 국부 창출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편법을 동원해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고 있어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재벌들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편법을 개발할 때마다 뒤늦게 상법, 세법, 공정거래법을 누더기처럼 개정해 가면서 대응하지만 항상 새로운 방식으로 대응하는 재벌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번 공정경제3법은 재벌의 개별 행위를 규제하는 방식인데, 사실 이 법이 통과돼도 기업들은 현재의 경영 방식에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누더기 입법보다는 상법의 원리 조항인 ‘이사진은 회사를 위해 일한다’를 ‘이사진은 모든 주주를 위해 일해야 한다’로 고치고, 이사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공법을 썼으면 한다. 그리고 대기업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논의를 시작해야 기업에 채운 정부의 각종 족쇄를 걷어내자는 논의, 공공부문도 개혁하자는 논의, 지나치게 경직된 노동법을 21세기 서비스 지능경제에 맞도록 손보자는 논의를 다 같이 할 수 있다. 여야는 이번 기회를 20세기 정부 주도 경제에서 왜곡된 자본, 노동, 공공부문을 정상으로 돌리는 제도 개혁의 단초로 삼아야 한다.”

소주성은 엉터리 성장이론

9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됐다. [뉴스1]

9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됐다. [뉴스1]

- 소득주도성장은 “바람개비 들고 달리면 태풍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기본소득, 소득주도성장, 지역화폐 모두 일종의 불평등 해소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실에서는 불평등 해소에도 효과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근본적인 생산성 향상과도 무관한 대책이다. 어떤 정책을 펼 때는 그 정책이 경제 행위 주체의 행동을 변화시켜 경제 전체의 선택과 산출물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소득주도성장은 작동 원리가 설명되지 않는 엉터리 성장이론이다. 

주 최장 52시간 근무제는 애초 목표한 대로 사회적 약자를 도운 게 아니라 안정적 일자리를 가진 공공부문과 대기업 정규직에게만 혜택이 돌아갔다. 유명무실하다는 점에서 제2의 ‘김영란법’이다. 지역화폐는 대형 유통기업과 카드사의 매출 발생분을 소형 기업으로 이전하는 효과는 있지만 이것이 소비자의 후생을 증진시켰는지, 지역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과 소득 증대로 이어졌는지는 의심스럽다. 기본소득도 마찬가지다.” 

- 한 해 4차 추경까지 편성한 것은 59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우리 국민은 처음으로 재난지원금도 받았다.
 
“애초에 방역 위기 때문에 생긴 경제문제이니 진짜 망할 사람들에게 돈이 지급돼야 했다. 기본소득이라는 단어가 재난지원금과 얽히며 전부 주느냐 일부 주느냐로 정치 공방을 벌이다 결국 전 국민에게 지급했다. 이는 대상자를 선별하는 비용이 많이 드니 일단 다 나눠주고 세금으로 거두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논리다. 돈은 써야겠는데 쓸 준비가 안 된 것이다. 진짜 재난을 당한 사람이 누구인지 정의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공무원들이 숙제를 안 했다고 본다. 누군가의 말대로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하는 척하고 공무원은 일하는 척한다’. 결과적으로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턱없이 모자라고,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는 용돈이 됐다.” 

- 전 국민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것은 보편적 복지 아닌가. 

“많은 분이 선별, 보편, 무차별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특정해 그 구간에 있는 모든 사람을 돕는 것은 보편이지 선별이 아니다. 그중 ‘나이’ ‘직업’ 같은 다른 기준을 추가해 일부만 지원하면 선별이다. 현금을 전 국민에게 N분의 1로 살포하는 것은 보편이 아니라 무차별이다. 무차별은 가장 좋지 않은 지원 방식이다. 급기야 코로나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통신비를 지급한다는 발상까지 나왔다. 정말 엉터리다.” 

- 이제는 수비형 경제가 아니라 공격형 경제로 전환할 때라고 했다. 

“재난지원금을 나눠주는 것은 일시적 경기 하강 국면에 소비를 진작시키는 전형적인 수비책이다. 경기부양까지 기대하기 어렵고 경기침체를 방지하는 정도다. 소득주도성장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지출 증가가 경제성장책이 될 수는 없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산출물이 증가해야 경제가 성장한다. 이 정부에서 단기적 경기부양을 넘어 장기적 경제성장책이라고 들고나온 것이 뉴딜정책이다. 그러나 정부 주도로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만용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제 펀드가 성공한 예가 없다

- 한국형 뉴딜정책과 관련해 “정부는 자기가 할 수 없는 것을 얘기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나.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의 중앙집중적 경제개발 시대에는 정부가 신용을 분배하고 전략산업 프로젝트를 선정해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정부 주도의 성장이 과잉투자로 이어져 몇 차례 경제 및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민간 주도 경제로 이양돼 왔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들은 국제 표준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로 발전했다. 따라서 정부는 구체적 산업정책에 참여하거나, 특정 산업을 육성하거나, 특정 기업을 지원하는 식으로 개입하기보다 미래 방향을 설정하고 혁신적 시장에서 초기 구매자 노릇만 제대로 해주면 된다. 

즉, 그린 뉴딜을 한다고 하면 돈을 모아 수소에너지나 전기자동차 관련주에 투자하는 대신, 5년 후 공공부문의 모든 차는 전기차나 수소차로 교체한다, 전국에 몇 개의 충전소를 만들겠다는 등의 비전만 확실히 보여주면 된다. 지금처럼 정부가 투자에 개입하는 순간 이해상충이 발생하고 기업활동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다. 지금까지 관제 펀드가 성공한 예가 없다.” 

- 뉴딜펀드가 “정부판 라임·옵티머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는. 

“뉴딜펀드는 국민 참여를 유도한다며 공모해 모집한 자금이 사모펀드로 유입되는 펀드 구조가 될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된 사모펀드 사태와 유사한 이슈들이 그대로 있다. 판매사가 자산 선택, 배분, 진행 상황 등 운용 방식을 점검할 수 없고 수탁사 및 평가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주도한다고 하니 불완전 판매 가능성에 따른 금융소비자 문제도 우려된다. 또한 투자 재원은 장기 프로젝트에 동원되지만 투자자는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는 데서 오는 시점 불일치 문제도 있다. 이런 골칫덩이를 저렇게 자신 있게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걱정스럽기만 하다.” 

- 뉴딜정책이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산업의 거품만 키우고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나. 

“그렇다. 차라리 기존 관제 펀드처럼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되는 것이 차선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정권이 재창출돼 앞선 정부의 유산이 실패하게 놔둘 수 없다며 정치권이 입김을 불어넣고 공무원들이 영혼을 팔며 정책을 유지시킨다면 아마도 실적을 왜곡하려는 시도와 함께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뢰로 평화경제 미래를 열겠다”고 했다. 

“평화경제야말로 내용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 어떤 면에서 이명박 정부의 녹색경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보다 더 모호하다. 사실 이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뉴딜 및 혁신성장은 전 정부의 녹색성장, 창조경제의 연장선상일 수밖에 없다. 이것과 차별화하기 위해 평화경제가 등장한 것 같다. 재미있는 점은 이 정부가 평화나 통일 같은 추상적 가치에 대해서는 꽤나 낭만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경제협력 문제로 가면 남쪽 자본과 북한의 값싼 노동력이라는 구태의연한 논리를 반복한다. 북한을 내부 경제식민지로 이용하겠다는 것 아닌가.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과 놀랍게 유사하다.” 

-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여권 정치인들의 이름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권력형 게이트’가 될 것으로 보나. 

“검찰개혁을 빌미로 여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여론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여당이 이번 기회에 깨끗하게 털고 간다는 자세로 진실을 밝히려는 모든 활동에 협조해야 할 것 같은데, 지금 행태로 보면 큰 기대는 하기 어렵다.” 

-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기엔 늦었다고 보나. 

“우리 사회의 4대 개혁 과제를 꼽으면 △공공부문 △자본시장과 기업지배구조 △노동시장 △사회안전망과 복지다. 이를 실천하려면 재벌도 설득하고 노동계도 설득하고 공무원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엄청난 지지를 받고 출범한 정부이기에 기대가 없었던 게 아니다. 특히 내 주변의 전문가 그룹 대부분이 이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음만 먹었다면 ‘성군’이 될 조건을 갖추고 시작했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고 그들에게 자율적 권한을 주었다면 실패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인사는 당황스러웠다. 자기 진영 사람만 돌아가면서 쓰는 회전문 인사는 그렇다 치고, 국토부 장관이 실거래가 통계를 처음 봤다고 하는데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이 정부의 정책에는 꼬리표가 없다. 도대체 누가 입안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집단지도 체제인지 모르겠지만 정책에 꼬리표가 없으니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정책 컨설턴트로 성공하고 싶어

- 정치할 생각은 없지만 정책 제안과 훈수는 죽을 때까지 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는 9개가 달라도 1개가 같으면 설득하고,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치판은 부족정치, 진영정치, 진지한 토론보다는 화면에 어떻게 비칠까만 생각하는 극장정치의 시대다. 그런 판에 들어가 치어리더나 연예인처럼 사는 것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즉 정책을 평가하고 좋은 정책을 제안하고 설득하는 일을 하고자 한다. 솔직히 말해 사람들이 10년 전 국회의장이 누군지 기억할까. 민생에 도움이 되는 법과 제도,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든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정책 컨설턴트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 1971년생 90학번이다. 현 여권의 주류인 ‘586세대’와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나. 

“생물학적 나이로 세대를 구분짓는 거대 담론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 586 탓이야’라고 말하기에는 그 세대가 기여한 바와 성과가 분명히 있다. 다만 이미 기득권이 된 586세대가 우리 사회의 현안을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념 과잉과 전투적 대결에 익숙한 이들이 젊은 세대에게 기회와 권한을 나눠줘야 한다. 우리는 앞선 산업화, 민주화 세대의 공덕으로 걱정 없이 자란 세대다. 상대적으로 이념과 정치적 편 가르기에서 자유롭고 문제에 실용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 세대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공적 활동보다는 사적인 다양성을 추구해 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나랏일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기여할 나이가 된 것 같다.”



신동아 2020년 11월호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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