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호

김무성 “‘안철수는 안 돼’ 할 권한이 김종인에게 있나?”

[막 오른 경부大戰 ③] ‘외곽의 맹주’ 김무성의 정국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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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1-01-1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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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安 국민의힘 입당하라는 요구는 잘못

    • 김종인 점수 주면 B학점, 대선 출마 안 할 것

    • 김동연 마포포럼 초청…“아직 생각 없다” 답 와

    • 이낙연의 사면 건의, 노태우 6·29 선언 연상

    • 윤석열 정치로 떠미는 與, 야권 분열 의도

    • 文에 맞서려면 차악이어도 尹과 손잡아야

    • 정세균 출마하면 與 대선판 이재명에 유리

    • 정권 바뀌면 文 사법처리 될까 걱정



    김무성 국민의힘 상임고문. [홍중식 기자]

    김무성 국민의힘 상임고문. [홍중식 기자]

    “‘반(反)문재인 연대’로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서울시장도 지고 대선도 진다.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에서 세미나를 통해 그 논리를 만들었다.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으로 결실을 보았다.” 

    1월 5일 서울 마포구. 김무성(70)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붉은 셔츠를 입고 기자를 맞았다. 그는 지난해 5월 29일 국회의원의 삶을 끝냈다. 그 무렵, 보수야당은 역사상 가장 처참하게 총선에서 패한 뒤 휘청거리고 있었다. 그는 할 일이 남았다고 했다. ‘킹메이커’가 돼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은퇴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1년 2개월이 그의 정치 인생 마지막 불꽃이 타오르는 순간이 될 것이다. 

    딱 1년 전 그를 2시간 동안 인터뷰한 적이 있다. 첨예한 현안을 놓고 깊이 대화하는 건 그때가 끝일 줄 알았다. 그런데 세밑부터 그의 이름이 회자됐다. 지난해 12월 20일 안철수(59)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김 고문이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김 고문은 “정치는 타이밍인데, 안 대표가 타이밍을 아주 잘 잡았다”고 호평했다. 

    기이한 장면이다. 김무성과 안철수. 부산 출신이라는 점과 2013년 4·24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했다는 것 말고는 별 공통점이 없다. 외려 맞수에 가까웠다. 그런 그들이 여러 물줄기를 돌고 돌아 하나의 강에서 만났다. 김 고문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세초 정국을 흔들고 있는 ‘단일화 게임’ 국면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자연히 야권의 유력 맹주(盟主)가 그려놓은 집권 설계도도 보일 테다.



    “安에게는 퇴로가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마포구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서 ‘어떻게 집권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에 앞서 안 대표가 김무성 국민의힘 상임고문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마포구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서 ‘어떻게 집권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에 앞서 안 대표가 김무성 국민의힘 상임고문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표는 지난해 11월 12일 마포포럼에서 ‘어떻게 집권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 고문은 “안 대표와 대면해 대화한 게 그때가 처음”이라고 했다. 이날 김 고문이 안 대표에게 건넸다는 발언은 이렇다. 

    “안 대표도 여기 오기 전 우리를 수구·꼴통·보수·구태·꼰대라고 생각하고 왔을 것이다. 우리도 안 대표 오기 전에는 정치적 미숙아, 정치와 안 맞는 사람으로만 봤다. 오늘 안 대표가 1시간 10분 동안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니 우리와 생각이 똑같다. 이전에 생각했던 당신과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정말 기쁘다. 왜 우리가 분열해서 따로 가야 하나. 이대로 가면 안 대표는 독자 세력으로 서울시장이건 대권이건 나올 테고, 그러면 안 대표도 떨어지고 우리도 떨어진다. 나라를 망치는 좌파 정권을 연장해 주는 역사적 죄인이 돼야겠느냐.” 

    - 안 대표의 반응이 어떻던가.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는 표정이 읽히더라. 그날 만남이 서로 오해를 불식하고 간극을 좁힌 계기가 됐다. 얼마 후 안 대표가 큰 결단을 내렸다. 대권 나가려던 사람이 한 단계 내려온 셈인데, 나는 헌신이라고 생각한다. 헌신한 모습을 보니 국민들이 지지하는 거지. 출마 선언 하루 전날 안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출마하게 됐다. 잘 부탁한다’고. 그래서 내가 ‘잘했다’고 했다.” 

    - 안 대표가 국민의힘의 허를 찌른 셈 아닌가. 

    “허 찔렸지.” 

    - 국민의힘 지도부에는 안 대표의 부상이 호재라고 볼 수는 없는데. 

    “이미 안 대표가 상수가 됐다. 당에 들어오라고 하는데, 지금 그런 말을 할 단계는 아니다. 안 대표가 단일후보를 만들자고 했고, 지더라도 이긴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노력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그럼 우리 당에서도 결단을 환영하고 같이 해보자고 화답해야 한다. 그다음 단계에서 어떻게 후보 단일화를 할지 룰(rule) 미팅을 해야지. 그런 과정 없이 무조건 당에 들어오라고 하는 건 잘못된 수순이다.”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불편해하는 기색이 읽히더라. 

    “국민의힘 후보를 만드는 게 자신의 책무라는 김 위원장의 말도 맞다. 하지만 각자 나가면 둘 다 안 된다. 국민의힘에서 후보를 만들고 그 뒤에 안 대표와 단일화를 위한 결선을 해야 한다. 금태섭 전 의원도 있다. 금 전 의원이 몇 %일지 모르지만 (야당 후보를) 떨어뜨릴 만한 표를 얻을 수도 있다.” 

    - 김 위원장 처지에서는 안 대표가 당선되더라도 국민의힘의 승리가 아니니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 아닌가. 

    “그렇다면 김 위원장에게 반문하고 싶다. 당에 오신 지 8개월이 넘었는데, 왜 지지율이 높은 후보를 만들어내지 못했느냐고 말이다. (김 위원장이) 말하는 걸 들어보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비대위원장은 공정 경쟁의 (장을 만드는) 관리 책임자다. 비대위원장이 누군가를 후보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선 안 된다. 당헌당규는 상향식 공천을 하도록 돼 있다. 김 위원장이 ‘내 손때를 묻혀 서울시장 후보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상당히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던데.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듣긴 했다. 사람은 변한다. 안 대표도 좌절을 많이 경험했다. 이제 정치를 아는 거지. 이게 보통 결단인가. 안 대표가 결단 내린 모습을 보고 ‘안철수가 성장했구나’ 인정해야 일이 풀린다. 과거에 생각한 문제점을 갖고 ‘넌 안 돼’라고 할 수 있는 권한이 김 위원장에게 있나.” 

    그는 “안 대표는 지금 퇴로가 없다”면서 “대권 도전하다가 서울시장으로 터닝했는데 다시 또 올라가겠나. 못 간다”고도 했다.

    “김동연에게 묻는다”

    - 오세훈 전 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은 안 대표에 비하면 확장성이 떨어지지 않나. 

    “(경선으로) 시험해 봐야지. 선거는 당선되면 영웅이 되는 거고 떨어지면 몰락이 되는 거 아닌가. 그게 두렵다면 정치판 들어오면 안 된다. 두 사람도 도전해야 한다.” 

    -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 처지에서도 퇴로가 없는 상황 아닌가. 

    “나 전 의원은 그간 대권 도전 안 했고, 아직 대권 반열에 오르지 않았다. 그러니 부담이 없다. 오 전 시장은 대권 가겠다고 여러 번 말했으니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면) 다시 돌아갈 수 없어 부담이겠지. 둘 다 나가면 안 대표한테 질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 우선 단일화를 하자고 이야기한 걸 텐데…. (두 사람 모두) 열심히 해야지. 그게 정치다.” 

    - 서울시장 후보로서 두 사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오 전 시장은 여러 차례 좌절을 겪으면서 많이 성숙했다. 서울시장 할 때도 그런대로 잘했다. 나 전 의원도 원내대표하고 국회의원 4번했으니 충분히 자격이 있다. 나는 누가 되건 관계없다. 누구 편도 아니다. 자꾸 내가 안 대표를 만나 (서울시장 출마를) 설득했다고 보도가 나오니 사람들이 말을 만들어내는데,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은 섭섭하게 생각할 거야. (안 대표 지원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 민주당에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이름이 나온다. 

    “김 전 부총리가 전국을 다니며 강연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 알려진 것 아닌가. 김 전 부총리 쪽 사람에게 ‘뜻이 있으면 여기(마포포럼) 와서 주제 발표하라’고 했다. 그러니 ‘아직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답이 왔다. ‘생각 바뀌면 오라’고 말을 전했는데, 아직까지는 연락이 없다.” 

    김 전 부총리는 보수정권과 인연이 깊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과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김 전 부총리가 기재부 예산실장을 할 때 김 고문이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인연도 있다. 정작 김 고문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졌다. 

    “그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시장경제주의자냐, 계획경제주의자냐’고. 문재인 정부의 반(反)시장경제 정책에 맞서 싸워야 했는데, 순응하고 내부에서나 티격태격하다가 밀려났다. 야망이 있고 언젠가 국정을 운영해 보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그때 싸워서 깨지고 나왔어야 했다. 그렇게 안 한 사람이 지금 와서 대통령 하겠다? 서울시장 하겠다? 여기(마포포럼) 와서 거기에 대해 비판을 받고 답변을 해야 한다.” 

    그는 “일전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동연, 부끄러운 줄 알아’ 하고 고함을 친 적이 있다”고 말했다. 

    -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김 전 부총리는 들었겠다. 

    “들었겠지. 김 전 부총리도 빨리 커밍아웃해야 한다.” 

    - 김 전 부총리가 정치에 뛰어든다면 야당으로 올 거라 보나. 

    “시장경제주의자라면 야당에 와야 한다.” 

    - 레임덕(권력누수)은 시작됐나. 

    “윤석열 총장 징계하려 하니 평검사들이 집단 성명을 냈다. 그게 레임덕이다.” 

    그는 이에 대해 “산에서 눈덩이가 계속 굴러떨어지면서 눈이 점점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밑에서 아무리 받치려 해도 안 된다”는 비유를 꺼냈다. 

    - 문 대통령은 레임덕에 직면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모르지. 권력에 취하면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모른다.”

    이낙연표 6·29 선언

    -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발언을 들으니 1987년 6·29 선언이 연상됐다. 모르긴 몰라도 문 대통령과 물밑 대화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사면하게 돼 있다. 타이밍의 문제다. 난 이미 두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이제 선택은 문 대통령 몫이다.” 

    - 여권에서는 당사자의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미 반성 많이 하지 않았나. 어쨌든 간에 전직 대통령인데 ‘반성하면 생각해 볼게’ 그것도 옳은 방도는 아니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할 때 사면할 것이다. 코로나가 창궐해서 구치소에 저렇게 난리가 났는데, 우선 전직 대통령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병원에라도 보내야 한다.” 

    - 야권의 분열을 노린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쪽(여권)에서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여권의 노림수를 알았다면 우리가 분열을 안 하면 된다. 또 이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에게는 출소 후 정치 세력화를 도모해서 야권을 분열할 정도의 힘이 사라졌다.” 

    - 박 전 대통령은 추종 세력이 있지 않나. 

    “지난 번 총선 때 증명이 되지 않았나. 친박이 다 소멸했다.” 

    - 박 전 대통령과 화해하겠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화해할 생각이다. 내가 박 전 대통령 누구보다 잘 안다. 절대 부정할 사람 아니다. 최순실이 박 전 대통령도 모르는 사이에 부정을 저질렀다. 또 하나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건인데, 그건 전직 대통령이 다 하던 일이라고 들었다. 국정원장이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돈은 국회에서 만들어줬다. 그걸 대통령 통치자금으로 갖다준 건데 왜 죄가 되나. 박 전 대통령이 (역대 수감된 대통령 중) 가장 오래 살았다. 사면해도 비판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 이낙연 대표는 사면 건의로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는 해석도 있다. 

    “일시적 현상이다. 길게 봐서는 이 대표에게 득이지 실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15일 김종인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구속 상태에 있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 김 위원장의 사과로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내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해석도 있다. 

    “김 위원장의 사과는 아주 잘한 일이다. 진작 했어야 했는데 시기를 좀 놓쳤다. 비대위원장으로 오자마자 바로 했어야 했다.” 

    - 당내 반발 때문에 늦춰진 감이 있다. 

    “2017년에 박 전 대통령뿐 아니라 새누리당도 함께 탄핵당했다. 그 뒤에도 당내 소수가 탄핵 추진을 비판하고 당을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들이 ‘저것들 아직 정신 못 차렸다’고 생각해 표를 주지 않았다. 그러면 짚고 넘어가야지. 김 위원장이 5·18묘지에서 무릎 꿇어 사죄하고 두 전직 대통령 사법 처리에 대해 사과한 건 아주 잘한 일이다.”

    김종인 대망론

    -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하면 김 위원장이 대선 출마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닌가.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모 인사도 나에게 ‘네가 속고 있다. 김종인이 이놈도 저놈도 안 된다고 하면서 출마할 것’이라고 하더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권에 나오려면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당에 온 지 8개월이 넘었는데 어디에도 김 위원장이 자기 세력을 만든다는 흔적이 없다. 여든이 넘었고 오랜 경험을 통해 도인이 돼 있는 분인데…. 나는 절대 그렇게(김 위원장이 대선에 출마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마포포럼에 왔을 때도 대선 출마설을 부정하던가. 

    “회원 중 누군가가 김 위원장에게 대권 나갈 거냐고 물었다. 그러니 ‘내 나이 80인데 어딜 나간단 말이냐’고 답하더라. 또 ‘내가 대권 나가면 이렇게는 안 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우리 영감 대권 나갈 거다. 도와달라’ 이렇게 말하면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지금 많이 있다. 그러니 자꾸 잡음이 도는 것이다.”
     
    - 김 위원장의 지난 임기를 두고 학점을 준다면. 

    “B학점은 된다. 왜 A학점 줄 수 없느냐면 ‘안철수 넌 안 된다’ ‘부산에 사람 없다’ 자꾸 이런 말을 해서 (야권을) 분열했기 때문이다. 그건 잘못이다.” 

    - 보궐선거를 이기면 4월로 예정된 김 위원장의 임기가 연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대선도 ‘김종인 체제’로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고. 

    “그런 말 나올 수도 있지. 김 위원장이 와서 등락은 있지만 지지율이 올랐다. 서울시장 선거를 이기면 김 위원장 공 아닌가. 인정해야 한다. 단, 공은 공이고 부정적인 면도 있는데 이를 부각하면서 ‘우리가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때 가서 당원들이 판단해야지.” 

    - 그렇게 되면 대선을 1년도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 

    “내년 3월 9일에 대선을 치르려면 6개월 전인 9월 9일에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보통 후보 레이스를 2개월 정도 한다. 그러려면 7월부터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 즉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시점부터 7월 사이에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도 열어야 한다. 굉장히 시간이 촉박하지만, 하려면 할 수 있다.” 

    - 유승민, 원희룡, 오세훈 등 국민의힘 주자들이 대선 여론조사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 

    “바로 그게 ‘김종인 체제’의 문제다. 언론은 현직에 있는 사람의 발언만 받아주는 속성이 있다. 지금은 대권주자가 현안에 대해 이야기해도 짤막한 단신으로만 취급된다. 대권 후보 반열에 있는 사람들을 모아 자문위원단을 구성한다든지, 비대위원 숫자를 늘려 대권주자들이 회의에 나와 입장을 발표하게 한다든지 툴(tool)을 만들어줘야 한다.”

    “次惡 택해야 하는데 방법 있나”

    김무성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윤석열 검찰총장 압박은 여권의 우파 분열 전략”이라고 말했다. [홍중식 기자]

    김무성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윤석열 검찰총장 압박은 여권의 우파 분열 전략”이라고 말했다. [홍중식 기자]

    대선을 앞두고 초미의 관심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출마 여부다. 윤 총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해 야당과 구원(仇怨)이 있다. 

    - 윤 총장이 전체 1위를 했다는 대선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을 압박하기 시작할 때 이미 나는 ‘윤석열 영웅 만들어주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윤 총장만큼 (정치적) 에너지를 축적한 사람이 없다. 그게 역사다. 운이 그렇게 가는 것이다. (여권은) 윤 총장이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몰아넣고 있다. 이 사람들이 몰라서 그랬겠나. 고도의 전략으로 보인다.” 

    - 야권 분열을 꾀한다는 뜻인가. 

    “분열이지. 윤 총장은 국민의힘이 만든 두 대통령을 구속한 사람인데 국민의힘에 들어올까. 또 국정원 직원 수십여 명이 수사받았고 국정원장 4명이 구속됐다. 우파를 쑥대밭 만든 사람이다. 다만 윤 총장의 힘은 우파만이 아니라 집권세력까지 손을 댄 데서 나왔다. 두드려 맞지만 굽히지 않으니 지지도가 올랐고.” 

    그는 “‘법대로’ 사고에 빠진 법조인들이 정치권에 와서 마지막까지 성공한 사람이 없다. 윤 총장도 정치권에 들어오면 변신을 해야 한다”고 했다. 

    - 총장 임기는 7월에 끝나고 대선은 내년 3월이다. 변신하기에 짧은 기간인데. 

    “결심은 지금부터 섰겠지. 뻔하다. 측근 중 일부가 정치권에 말을 전하고 그런 사람들이 확 가서 (윤 총장에게) 붙어 있을 거다. 그런 말 듣고 발을 헛디디면 어려워지는 거지.” 

    - 윤 총장이 대선에 나서면 야당은 윤 총장과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해야 하나. 

    “그 역시 후보 단일화다.” 

    - 반문연대인가. 

    “그렇다. 정치는 악과 차악과의 싸움이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택하고, 차선도 없으면 차차선을 택해야 한다. 차차선마저 없으면 차악을 택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가 반(反)시장경제 정책을 쓰면서 경제를 망치고 있다. 시장경제를 할 수 있는 세력이 집권해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안 보이면 지지율 높은 사람과 손을 잡아야 한다. 그때 ‘너 왜 우리 대통령들 구속했느냐’고 하면 손을 잡을 수가 있나. 악과 차악 중 택해야 하는데, 택해야지 방법이 있나. 여권에서 윤 총장을 정치권으로 몰아내는 이유는 (야권을) 분열하기 위해서인데, 우리가 알았으니 분열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당내 반발을 우려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선뜻 결론을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전까지 복당이 이뤄지지 않으면 홍 의원의 대선 독자 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홍 의원의 복당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시간문제다.” 

    - 복당을 반대한다는 당내 의원도 많다. 

    “비상 상황이다. 반문연대를 통해 정권을 찾아와야 한다. 윤석열과는 손잡는데 홍준표와는 손을 못 잡는다? 이런 등식이 성립되나? 홍 의원도 그간 잘못한 게 많다. 너무 자극적인 비판을 해서 우리를 분열했다. 그러지 말아야지. 요새는 많이 자숙하더라. 당에서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재명, 文과의 차별화 앞장설 사람”

    - 여당 대선 후보는 누가 되리라 보나. 

    “선거 공학적으로 보면 이재명 경기지사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더 내려갈 것이다. 차별화가 시작될 텐데 가장 앞장설 사람이 이 지사다. 정세균 총리가 반드시 나올 거다. 정 총리가 뛰어들면 친문의 지원을 받을 테니 이낙연 대표와 지지층이 겹친다. 그러면 이 지사에게 (판이) 유리하게 돌아간다. 지금 이 지사가 여우처럼 하고 있잖아. 치고 빠지고, 말 안 해야 할 땐 딱 들어가 숨어버리고. 이 지사는 차베스(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같은 사람이다. 문 대통령보다 나라를 더 망칠 사람이다. 포퓰리스트 1번 아닌가.” 

    인터뷰 말미에 김 고문은 “나는 원치 않는데, 정권이 바뀌면 문 대통령이 사법처리 될까 그게 걱정이다. 비극 아닌가”라고 했다. 역(逆) 적폐청산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1987년 이후 늘 본 듯한 기시감(既視感)이 든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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