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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헌학자 배철현 ‘삶의 고난’을 말하다

[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하는 ‘삶이 묻는 것들에 답하다’] “이제야 진짜 공부를 하는 것 같다”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고전문헌학자 배철현 ‘삶의 고난’을 말하다

  • ● 진정 자유롭게 살고 싶다
    ● 고난은 선택받은 자들의 특권
    ● 어려움을 대하는 ‘태도’
    ● 진정한 구루가 되고 싶다
신동아는 인문학재단 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 ‘삶이 묻는 것들에 답하다’ 시리즈를 진행한다. 2021년까지 진행한 ‘인문을 과학하다’ 후속 연재다. 플라톤아카데미는 2010년 11월 설립된 국내 최초 인문학 지원 재단으로 인류의 오랜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삶의 근원적 물음을 새롭게 전한다는 취지로 연구 지원, 대중 강연, 온라인 포털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 선보이는 ‘삶이 묻는 것들에 답하다’는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이 바뀌고 있는 세상에서 삶의 나침반을 잃어버린 듯 공허감을 겪는 우리에게 새로운 정신적 가치를 모색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로 진행한다. <편집자 주>

[김도균 객원기자]

[김도균 객원기자]

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을 만나고 싶었던 건 그의 지식을 듣기 위함이 아니었다. 체험을 듣고 싶어서였다.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이던 그는 활발한 대중 강연과 저술 활동, 언론 기고, TV 출연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한국 인문학계의 ‘슈퍼스타’였다. 2015년에는 비(非)제도권 교육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인문학교 ‘건명원’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러다 그는 2018년 말 돌연 서울대에 사표를 던지고 건명원도 그만두면서 모든 대외 활동을 중단했다. 번역서에 대한 표절 시비가 불거져 나온 지 한 달 만이었다. 세상은 서서히 그를 잊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세상을 향한 발신(發信)을 멈추지 않았다. 페이스북에 ‘배철현의 심연’이라는 제목으로 2년여 동안 지금까지 거의 매일 글을 써오고 있다. 일기 형태로 쓰는 묵상이다. 그리스어 라틴어 히브리어 등 고대 문자 해독에 능통한 문헌학자답게 성경 불경 코란을 넘나들며 인류의 위대한 예술 작품을 함께 녹여 쓰는 그의 글은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지혜의 말과 잠언으로 가득하다. 



그를 만나보고 싶었던 것은 그 내용이 무엇이든 예기치 않게 맞닥뜨린 삶의 위기 앞에서 쉼 없이 글을 쓸 수 있는 원천이 무엇일까란 질문을 하고 싶어서였다.

진정 자유롭게 살고 싶다

서울 도산공원 옆 빌딩 지하공간에 마련된 ‘더 코라’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배철현 전 서울대 교수. [김도균 객원기자]

서울 도산공원 옆 빌딩 지하공간에 마련된 ‘더 코라’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배철현 전 서울대 교수. [김도균 객원기자]

그를 만난 곳은 서울 강남 도산공원 옆 한 빌딩 지하 공간이었다. 지하 2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바깥 명품 거리의 화려함과 번잡스러움을 한꺼번에 없애주는 듯한 전혀 다른 공간이 나왔다. 온통 나무로 장식된 인테리어와 차분하고 은은한 조명은 작은 성당이나 교회에 온 듯한 숙연함을 갖게 했다. 

그는 이곳에서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을 다시 시작했다. 오랜 기간 거처였던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집을 처분해 마련한 공간이다. 

청년들을 위한 고전 인문학교 ‘서브라임’ 입학식을 며칠 전에 끝냈다는 그는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해 보였다. 문 앞에 ‘The Chora(더 코라)’라는 이름이 낯설지만 뭔가 특별한 뜻이 있을 것 같았다. 

- 무슨 뜻인가. 

“철학자 플라톤이 사용한 그리스 단어로 어원은 자궁이라는 뜻이다. 다시 태어난다는 공간적 의미를 갖고 있다.” 

- 지난 2년간 힘든 시간이었을 텐데…누구나 다 그렇지만 시련이 닥쳤을 때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나 역시 처음 한두 달간은 불면에 시달렸고 나란 사람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처절하게 깨달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지금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나를 찾아 몰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짜 글을 써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읽고, 쓰고 싶은 글을 마음대로 쓸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고난은 선택받은 자들의 특권

- 표절 시비가 불거져 나오면서 한 달 만에 학교에 사표를 냈는데. 억울하다면 계속 남아 법정 소송이라도 해야 했던 것 아닌가. 

“당장은 학교에 부담을 주기 싫었지만 내 인생에 뭔가 분기점이 될 만한 계기가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정말 자유롭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후학을 기르는 것도 소중한 일이지만 쉰을 넘기면서 더 자유롭게 용감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차오르고 있었다, 내 입장을 해명하고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을 다시 공격하는 일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았다. 학교 안에서보다 밖에서 더 큰일을 하고 싶다는 강한 마음이 들 무렵 그 일이 터졌다. 그래서 빠른 시일 내에 학교를 그만둘 수 있었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생각지도 못한 위기가 닥쳤을 때 내 앞에 놓인 선택은 둘 중 하나였다. 좌절해 무너지든지, 아니면 단단한 디딤돌로 삼아 밟고 일어서든지. 나는 후자를 택했다. 매일 묵상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올해 8월까지 하면 1000회가 된다.” 

- 일기는 어떤 힘을 주었나. 

“하루를 일생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날 해야 할 한 가지를 생각해 내고 그것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겨야 할지를 담담하게 세우게 만들었다.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처럼 ‘미래에 돼야 할 자신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들’을 기록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인생에서 부딪치는 벽은 방해물이 아니라 내가 극복해야 할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넘어서거나 뒤로 돌아가거나 둘 중 한 가지 길밖에 없다는 점에서 말이다. 

시험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인내가 없다면 우리는 절망의 늪에서 신세 한탄과 남 탓을 하며 세월을 허송할 것이다. 장애물을 도약의 발판이라 여길 수 있는 안목과 지혜가 있다면 절망은 희망의 시작이 된다.” 

- 삶의 위기와 시련을 딛고 더 나은 지평으로 나아가는 위대한 개인들에게 주목한 글을 써왔다. 평소 무장해 온 지식은 얼마나 도움이 됐나.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명약(名藥)이었다. 그것이 없었다면 다시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언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제일 좋아하는 게 원전을 읽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의미를 파내는 것이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하나가 갖고 있는 숨은 의미를 새삼스럽게 발견하여 파내면 파낼수록 현실을 돌파해 갈 대안이 떠오르고 위안을 받는다. 

많은 고전은 옛날부터 이미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으며 살아왔고 삶에서 만나는 시련은 당연한 것이며 심지어 선택받은 사람들이 반드시 견뎌야 하는 통과의례라는 것을 일관되게 말한다. 나 역시 지난 경험을 통해 고난이나 시련은 선택받은 자들만의 특권임을 절감했다. 삶을 이전보다 깊이 볼 수 있는 시선이 생겼다.”

어려움은 ‘태도’의 문제

- 아침마다 명상 수련을 한다는 대목도 글에서 읽었다. 

“인생에서 어려움을 만나면 어려움 자체가 아니라 어려움에 대한 ‘생각’이 상황을 어렵게 만든다. 명상은 어려움이라는 상황과 그런 상황으로 끌려 들어간 ‘나’를 구별해 주는 행위다. 세상에는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과 조절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돈, 명예, 권력은 조절할 수 없지만 ‘마음’은 조절할 수 있다. 나와 상관없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 것, 그게 명상이자 묵상이다.” 

- 어려움에 대한 태도와 생각이 상황을 쉽게 혹은 어렵게 만든다는 말은 동서고금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행운이 되기도 하고 불운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은 항상 중립적이며 이중적이다. 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고대 그리스어가 ‘다이몬(daimon)’이라는 단어다. 영어에서 악마를 뜻하는 ‘데몬(demon)’의 어원인데 사실은 악마이면서 천사란 뜻을 동시에 품고 있는 형용모순적인 낱말이다. 

우리는 항상 세상을 나-너, 선-악, 남-여, 위-아래, 흑-백, 보수-진보, 내 편-네 편 하는 식으로 대립적으로 보지만 다이몬은 ‘둘’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하나’라고 말한다. 

원래 인도-유럽어 어근인 ‘데(deh₂-)’와 명사형 접미사 ‘몬(-mon)’의 합성어인데, ‘데’는 ‘혼돈을 우주의 질서에 맞게 구분하고 재단하다’라는 뜻이다. 이를 토대로 ‘다이몬’이란 말을 해석하면 ‘운을 행운으로 불운으로 만들기도 하는 가치중립적인 존재’다. 결국 삶에서 좋고 나쁜 것은 없다는 말이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라는 거다.” 

그의 말은 구어체보다 문어체에 가까웠다.

‘나에게 괜찮은 나’를 묻는다

[김도균 객원기자]

[김도균 객원기자]

- 어떤 일이 닥쳐도 절대 긍정하는 마음을 가져야 우주가 반응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긍정의 힘은 한 번에 가져지는 게 아니라 서서히 만들어진다. 명상록을 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걸 내성(內城)이라고 했다. 당시 로마의 성(城)들은 외성과 내성이 있었다. 외성을 정복한 적들이 마침내 이겼다고 하는 순간, 외성보다 더 높은 내성과 만나게 된다. 외성만 보고 덤벼든 적들은 그 안에서 전멸당했다. 우리도 우리의 내성을 단단히 쌓아 올려야 한다.” 

- 내공과 비슷한 말인가. 

“그렇다. 인류의 천재들, 성공한 사람들. 성인들, 또 인생을 보람 있게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삶의 역경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 몰입한 사람들이다. 삶에 대한 답을 책이나 유명한 사람에게서 찾는 게 아니라 자기 안에서, 자기 양심에서 찾았다. 양심에서 찾은 문법만이 온 세상을 감동시키는 선율이 된다. 그런 선율을 가진 사람들이 매력과 아우라를 갖게 된다.” 

- 이른바 ‘잘나가던 시절’ 무척 바쁘게 살았을 것 같다. 지금은 어떤가. 

“그때는 주변 환경이나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남들이 원하는 걸 하고 싶었고 남들이 원하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지금은 내가 생각하는 나가 되려고 한다.” 

- 내가 생각하는 나란? 

“나한테 괜찮은 나다. 내 생각, 행동, 나를 판단하는 최고의 심판자는 나다. 내 삶에 책임을 질 유일한 사람도 나다. 단테처럼 지옥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서 자기 안의 욕심을 발견하는 과정이 있어야 구원이 가능하다.” 

- 현대인은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으면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정년이 돼 은퇴한 사람들도 출근할 곳이 없으면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다고 하던데. 

“그래서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매일 5km씩 뛰거나 걸었다. 그다음에 명상하고 기도하고 글 쓰고 책을 읽었다.” 

- 기도하면서 무엇을 빌었나. 

“기도는 뭘 바라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하늘 높이 나는 독수리가 돼, 자신을 조망하는 연습이다. 내가 흠모하는 목적지로 가는 중인지 점검하는 의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의례를 통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즉 침묵의 소리를 듣게 된다.” 

그는 “요즘에야말로 진짜 공부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 진짜 공부? 

“미국에서는 학위를 따려고 공부했고 한국에서는 대중이 원하는 공부를 했다. 비로소 2년 전에야 홀로 서는 공부를 시작했다는 느낌이다.” 

- 주로 어떤 공부를 했나. 

“인도 힌두어 경전인 ‘요가 수트라’, 스토아철학, 초월주의, 성경도 다시 보고 있다. 성경은 우리 눈에는 불행이라고 하는 일들과 맞닥뜨리는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들을 천재로, 성인으로 등극시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보통 스토리가 아니다. 그들에게 불행은 항상 행복으로 가는 발판이 됐다. 이전에는 히브리어를 읽고 쐐기 문자를 해독할 실력이 있으면 인류의 경전을 읽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지금은 모든 공부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다가온다. 단테 신곡을 읽으면 눈물이 흐른다.” 

진정한 구루가 되고 싶다

- 고전의 미덕은 뭘까. 

“나는 서양고전을 공부했으니까 서양고전에 한해 말한다면 그리스어, 라틴어, 히브리어, 산스크리트어 4개 언어로 쓰인 책들을 말한다. 고전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베스트셀러다. 고대 이스라엘 사람이 썼는데 현대 유럽 사회를 변화시키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서 우리에게 어떤 정신적인 고양을 주는 그런 책들 말이다. 이런 고전 중에서 사람들이 목숨까지 내놓게 만드는 걸 경전이라고 한다. 코란, 성경, 불경 같은 책들이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가슴에 품고 있는 성경을 내놓고 배교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순교자들은 사자 밥이 된다고 해도 성경을 끌어안고 죽음을 불사했다. 인생이 순간이라는 걸 알고 찰나가 영원이란 걸 그 안에서 깨달은 거다.” 

- 외로움의 문제는 어떻게 보나. 

“외로움은 불안이며 두려움이지만 고독은 내 자신한테 주는, 나의 변화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다. 고령화로 인간은 후손을 생산할 수 있는 나이를 훨씬 넘어서까지 살게 됐고 이에 따라 타인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게 바로 고독이다.” 

- 행복이란 또 뭘까. 

“라틴어로 ‘포르투나’라고 하는 행복은 행운의 여신이 하는 일이다. 사람의 운명은 마치 퀴즈 프로그램 원반처럼 돌아간다. 

행복은 삶의 의미를 물을 때 찾아온다. 누가 규정하는 게 아니다. 행복이 외부에서 오는 거라면 나는 왜 아프리카에서 태어났을까, 왜 가난하게 태어났을까, 왜 이런 부모 밑에서 태어났을까 계속 외부의 조건을 향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하지만 삶은 우연이다. 내가 잘나서 태어난 게 아니라 신이 원반을 돌리듯 정교한 우주의 개입으로 태어난 거다. 행복이란 자신에게 허락된 무의미한 시간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수고다.” 

- 건명원에 이어 다시 청년들을 위한 인문학교를 만들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영증(코로나19)이 인류를 볼모로 잡은 시점에, 이전에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자신도 모르는 숨겨진 ‘위대한 자신’을 발견하고 발굴해 발휘시키는 공간이다. 소수 인원을 선발해 체-덕-지를 훈련한다.” 

-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코로나19를 감안해 소수 인원을 선발했다. 1m 이상 거리를 두고 토요일 하루 종일 수업을 진행하며 교재, 식사를 포함해 모든 것이 무료다. 대신 학생들에겐 최선의 몰입을 요구한다. 이른 아침에 이곳 ‘코라 채플’로 들어와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 있는 훈련을 한다. 점심에는 근처 도산공원을 다섯 바퀴를 묵언하며 걷는다. 하루 수업을 마친 뒤 마지막에는 ‘요가 수트라’ 경구를 묵상하며 공부로 굳어진 몸을 푼다. 

오전 수업은 서양 현대 고전 50권을 읽고 토론하고 오후에는 라틴어를 배운다. 오후에는 현대 문명의 방향을 제시한 초월주의와 현대철학을 공부한다. 미네르바 스쿨을 능가하는 매력적인 고전 공부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게 꿈이다.” 


‘더 코라’에서는 청년 인문학교 ‘서브 라임’ 수업도 열린다. [김도균 객원기자]

‘더 코라’에서는 청년 인문학교 ‘서브 라임’ 수업도 열린다. [김도균 객원기자]

그는 학생들에게 “진정한 구루가 되고 싶다”고 했다. 

“구루는 ‘어둠을 몰아내는 사람’이란 뜻도 있다. 이곳은 나 자신도 나를 돌아보는 공간이지만 학생들한테 없애야 할 것을 발견토록 하는 자기 응시의 공간이다. 자신들의 진부한 내면을 발견하고 참신한 자신으로 변화시키는 훈련을 통해 고정된 존재, 즉 ‘비잉(being)’에서 변하는 자신인 ‘비커밍(becoming)’이 될 것이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이 그것이다. 우파니샤드에 나오는 현자도 자기 아들한테 ‘공부의 궁극적 대상은 너’라고 말한다.”

- 교재는 무엇인가 

“펭귄 마든 클래식 50권, 휠록 라틴어 문법, 세네카와 스토아철학, 랠프 월도 에머슨과 초월주의, 헤브라이즘과 ‘요셉 이야기’, 힌두사상과 ‘요가 수트라’이다.
 
펭귄 출판사가 선정한 현대 고전 50권은 의식의 확장을 도와줄 것이다. 라틴어 공부를 통해서는 네로 황제 스승이었다가 황제의 명령으로 자살한 세네카의 삶을 통해 고통의 의미를 공부할 예정이다. 에머슨과 니체는‘인간에게 구원이란 오래된 자신을 버리고 극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기 극복’이야말로 현대인의 복음이다. 또 성서에 나오는 요셉을 통해서는 시기-역경-시험, 그리고 신의 섭리가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살펴보고 ‘요가 수트라’를 통해서는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한 자기 내면의 세계로 여행한다. 

공부의 가장 큰 목적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그 생각을 글로 만드는 ‘일기 쓰기’다. 나는 매달 한 권씩 모두 5권의 일기장을 선물해 수련 과정을 마칠 때에는 자신에게 당부한 글이 담긴 일기장을 스스로에게 바칠 것이다.” 

- 이번에 들어온 학생들은? 

“모두 열 명으로 여학생 넷 남학생 여섯이다. 국내 대학 재학생도 있지만 하버드 로스쿨 재학생도 있고 컬럼비아, 미시간, 조지워싱턴 등 미국 대학 졸업생들도 있다. 직업도 소설가, 공중보건의, 추상화가로 변신한 수학 전공자, 여행가 등 다양하다.” 

- 그들은 여기서 무엇을 원할까. 

“삶에 매진할 수 있는 뭔가를 찾고 있는 청년들이다. 획일화된 교육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립적 인간으로 스스로 행복한 인간으로 가고 싶은데 그걸 찾지 못하는 간절함이 있다. 교육이란 건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천재성, 획일화되지 않은 무작위성을 흔들어줘서 스스로 두 발로 설 수 있게, 스스로 행복이란 문법을 만들어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걸 희구하고 있다. 그게 나하고 딱 맞는다. 첫 수업에서 마틴 루서 킹의 옥중 편지를 읽었는데 한 학생이 읽고 울었다고 하는 대목에서 다들 숙연해졌다. 나는 여기 오는 아이들에게 ‘너희들 모두 영혼의 날개가 있으니 주저하지 말고 날아오르라’고 말하고 싶다.”



신동아 2021년 3월호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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