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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막아주는 척하면 사기꾼!” 중고차 사기 주의보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사기 막아주는 척하면 사기꾼!” 중고차 사기 주의보

  • ● 총책, 연락책, 행동책 짜고 매수 희망자 속여
    ● 허위 매물로 유인한 뒤 비싼 차 판매…사기단 기승
    ● GPS 단 중고차 팔고 위치 추적해 훔치는 ‘탕치기’
    ● 판매자에 접근해 돈 가로채는 ‘자동차 매매깡’
    ● 주행거리 조작 여전…공식 정비센터 기록 살펴야
최근 허위 매물로 고객을 유인한 뒤 고가 차량을 구매하게 만드는 등 다양한 중고차 사기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GettyImage]

최근 허위 매물로 고객을 유인한 뒤 고가 차량을 구매하게 만드는 등 다양한 중고차 사기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GettyImage]

지난해 11월 온라인 중고차 커뮤니티에 자동차 매매 게시물이 하나 올라왔다. ‘2013년식 코란도를 650만 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때마침 이 게시물을 본 자영업자 A씨는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생각에 곧바로 판매자 B씨에게 연락했다. 그날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아 확인해 보니 해당 자동차에는 520만 원 상당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소유권 이전이 어려운 상태였다.

허위 매물로 매수 희망자를 유인한 뒤 이런저런 이유로 계약을 단념시키고, 원래 가격보다 비싼 다른 차를 구매하게 하는 것은 전형적인 중고차 사기 수법이다. A씨 또한 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B씨의 사기 행각은 좀 달랐다. B씨는 A씨와 함께 해당 차가 근저당이 설정된 걸 확인한 뒤 곧바로 소유주 C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가 통화 내용을 들을 수 있게 스피커폰을 켠 채, 자신에게 근저당권 설정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따져 물었다. C씨가 “고객한테는 그 사실을 알리지 말고 차를 팔아달라”고 부탁하자 B씨는 화를 내며 전화를 끊고는 A씨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이 자동차 외에 코란도 차량이 한 대 더 있다. 원래 830만 원짜리인데, 800만 원으로 할인해 주겠다. 대신 자동차양도증명서에는 차량가액을 500만 원으로 기재하자.”

허위 매물로 유인한 뒤 비싼 차 판매

중고차가 빼곡히 주차돼 있는 서울 한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중고차가 빼곡히 주차돼 있는 서울 한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A씨는 자동차가 급하게 필요한 상황인 데다 자신을 위해 애쓴 B씨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결국 제안을 받아들여 그 자리에서 차량 이전등록비, 주차료 등의 명목으로 현금 83만 원을 지급했다. 이후 중고차 대출 상품을 이용해 800만 원을 대출받아 500만 원은 중고차 매매단지 계좌로 이체했다. 계약서에 쓴 가격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남은 300만 원은 B씨 명의 계좌로 입금했다.

B씨 범행이 적발된 건 집에 돌아간 뒤 뭔가 석연치 않다고 생각한 A씨가 경찰에 이 사건을 신고했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 B씨가 코란도 소유주라고 말한 C씨는 사실 해당 중고차 매매단지에 근무하는 판매상(딜러)이었다. 이들은 애초 온라인 중고차 커뮤니티에 올린 코란도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았다. 둘이 짜고 허위 매물로 A씨를 유인한 뒤 해당 자동차의 근저당 설정에 대해 항의하는 것처럼 행세해 A씨 환심을 산 것이다. 그러고는 동일 차종의 다른 중고차를 정상가보다 비싸게 사도록 한 뒤 차액을 편취했다. 현재 B씨와 C씨는 사기와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B씨와 C씨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속아 넘어간 것”이라며 “이런 수법이라면 누구라도 속을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중고차 매매 사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가 2019년 1월 1일부터 올해 4월 12일까지 접수한 중고차 중개·매매 관련 불만 상담 건수만 총 1만5687건. 정수기 대여, 스마트폰, 점퍼·재킷류에 이어 불만 건수 4위를 차지했다.

중고차 매매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역시 바닥 수준이다. 시장조사 기관 모노리서치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의뢰로 지난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내 중고차 매매시장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0.5%(805명)가 ‘불투명하고 혼탁하며 낙후돼 있다’고 답했다. ‘투명하고 깨끗하며 선진화됐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각각 11.8%(118명), 7.7%(77명)에 그쳤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내 중고차 매매시장의 고질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누적된 소비자 불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팀장부터 ‘출동’까지…조직적 범행

2017년 11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폐차 직전의 수입차를 무사고 차량으로 둔갑시켜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한 사기범 일당을 검거했다. [뉴스1]

2017년 11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폐차 직전의 수입차를 무사고 차량으로 둔갑시켜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한 사기범 일당을 검거했다. [뉴스1]

최근에는 사기범 여럿이 팀을 이뤄 중고차 매수자를 속이는 방식도 성행하고 있다. 경기 안양시 일대를 무대로 활동하다 적발된 중고차 판매 사기단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9년 8월 조직원 D씨는 인터넷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 ‘2017년식 스타렉스 차량을 790만 원에 판매한다’는 허위 광고를 올렸다. D씨는 이 광고를 보고 연락해 온 30대 남성 E씨에게 “차량 할부금을 납부하지 못해 경매에 나온 차라서 가격이 저렴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E씨가 이 차를 보러 사무실을 방문하기로 하자 D씨는 이 사실을 팀장 격인 F씨에게 보고했다. F씨는 또 다른 영업직원 G씨와 H씨를 속칭 ‘출동’으로 지정했다. 이 둘은 2인 1조로 E씨를 만나 해당 스타렉스 차량을 보여준 뒤 790만 원에 매매하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후 G씨가 차량 이전 등록 업무를 핑계로 잠시 자리를 비우자 H씨는 E씨에게 “추가 인수비용이 들 수도 있다. 자세히 상담을 받으라”며 충고하듯 속삭였다. E씨가 돌아온 G씨에게 “추가 비용이 드느냐”고 묻자 그는 “해당 차량은 경매 차량이다. 60개월에 걸쳐 추가 인수금 350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답했다. 깜짝 놀란 E씨가 계약 취소를 요구하자 G씨는 “이미 등록이 완료돼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 다른 차량을 구입하면 해당 계약을 대체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다른 중고차 구매를 유도했다. 결국 G씨는 2017년식 스타렉스 차량을 시세보다 500만 원 비싼 1950만 원에 구입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또 그 자리에서 할부금융대출을 신청해 대출회사가 사기단 총책 명의 계좌로 1950만 원을 송금하게 했다.

이들 또한 E씨 신고로 수사기관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 수사 결과 ‘790만 원짜리 2017년식 스타렉스 차량’은 애초부터 없었다. D씨, F씨, G씨, H씨 등 사기범 일당은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4회에 걸쳐 중고차 사기로 5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현재 사기와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판매한 중고차 GPS 이용해 훔치는 ‘탕치기’

최근 유행하는 중고차 매매 사기 가운데는 ‘탕치기’라는 것도 있다. 중고차에 몰래 위치추적기(GPS)를 달아놓은 뒤 차량을 판매한다. 이후 구매자가 차를 세워둔 곳으로 찾아가 훔쳐가는 방식이다. 구체적 범행 수법을 보자. 사기범 I는 수사기관이 명의자를 추적할 수 없는 ‘대포폰’을 2대 마련한다. 일당인 사기범 J는 명의 이전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대포차나 하자 있는 중고차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다. 이후 해당 차량 조수석 아래에 GSP를 부착한다. 사기범 I가 제3자 신상정보를 이용해 중고차 판매 사이트에 해당 차량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도한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한다. 이후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면 I가 대포폰을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는다. I와 매수자가 직접 만나 매매계약을 하고 차량을 인도하면 이제 J가 나설 차례다. 그는 GPS를 통해 매수자가 해당 차량을 주차한 위치를 확인하고 I에게 알려주면 I는 해당 차 보조열쇠를 이용해 차량을 절취한다.

최근에는 일명 ‘자동차 매매깡’이라는 신종 사기도 등장했다. 중고차 매도인으로부터 차량을 교부받아 중고차 매매 상사에 인도하고 그 대금을 받아 도망가는 방법. 이 사기에도 최소 3명 이상 공범이 필요하다.

먼저 ‘총책’이 인터넷 중고차 매매 사이트를 검색해 범행 대상으로 삼을 판매자를 물색하면 총책과 한패인 ‘연락책’은 범행에 사용할 대포폰을 준비한다. ‘2017년식 제네시스 자동차를 405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총책 눈에 띄었다.

그는 해당 판매자에게 대포폰으로 전화를 걸어 “해당 차량을 4050만 원에 매입하겠다”고 거짓말을 한다. 동시에 중고차 매매 상사 직원에게도 전화해 ‘제네시스 차량을 시세보다 저렴한 3500만 원에 판매하겠다’고 말한다.

그다음 단계는 ‘행동책’이 중고차 판매 희망자를 직접 만나는 것이다. 행동책은 중고차 매매 상사 직원으로 위장하고 매도인과 중고차 매매단지 앞에서 만난다. 이때 “차량 매입 전 점검이 필요하다”며 “차량 열쇠와 매도용 인감증명서, 자동차등록증, 지방세 완납증명서 등 서류를 차 안에 놓아두면 다른 직원이 점검할 것이다. 시간이 걸릴 테니 같이 커피 한잔 하자”고 말한다.

매도인이 행동책과 함께 인근 카페로 이동해 자동차양도증명서를 작성하는 사이, 행동책은 매매상사 직원에게 전화해 차량 위치를 알려주고 차량 상태를 확인하도록 한다. 이후 해당 차량 매매대금 3500만 원을 매도인 명의 계좌로 송금하게 한다. 매도자에게 약속한 4050만 원보다 550만원 적은 액수다. 매도인이 이 사실을 지적하면 행동책은 “직원이 실수로 당신 계좌에 다른 차량 매매대금을 송금했다. 그 돈을 지금 내가 알려주는 계좌로 반환하면 즉시 원래 차량 매매대금인 4050만 원을 보내주겠다”고 거짓말을 한다. 매도자로부터 차량 매매대금을 돌려받으면 행동책은 매도인에게 원래 차량 매매대금이 입금될 때까지 잠시 대기하라고 한 뒤 담배를 피우고 오겠다며 밖으로 나가 그대로 도주한다.

주행거리 조작도 여전히 성행

2018년 8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조작 흔적이 남지 않는 특수장비를 이용해 중고차 주행거리를 조작한 일당을 검거했다. 당시 전창일 경감이 관련 수사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2018년 8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조작 흔적이 남지 않는 특수장비를 이용해 중고차 주행거리를 조작한 일당을 검거했다. 당시 전창일 경감이 관련 수사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중고차 주행거리를 조작해 차량 가치를 높여 받는 사기수법도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인천 연수구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근무하는 중고차 판매상 K씨는 2019년 1월부터 4월까지 중고차 8대 주행거리를 실제보다 낮게 조작한 뒤 통상 매매가보다 부풀려 판매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그는 주행거리가 20만km에 달하는 2013년식 아반떼 주행거리를 7㎞로 줄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행거리 조작은 자동차의 기계 결함에 따른 사고 위험을 높이고 중고차 거래에 대한 매수인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 K씨는 2019년 11월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인천지방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형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연식에 비해 주행거리가 지나치게 짧은 차량은 조작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산차, 수입차 모두 공식 정비센터에 수리를 맡기면 주행거리와 수리 내용을 기록해둔다. 공식 정비센터 기록을 확인하는 것이 주행거리 조작 여부를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 김 교수는 “중고차를 구입하기 전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ecar.go.kr)’ 등에서 사고 이력을 조회하고, 검증된 사업자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 사기를 예방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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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21년 5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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