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호

진중권 “유시민의 거짓말을 절대 용서해선 안 되는 이유”

〈진중권의 인사이트〉 김용민 의원의 자가당착적 ‘유시민 일병 구하기’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입력2021-05-06 10: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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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은 모욕도 못 참는데, 검사는 명예훼손까지 참으라?

    •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외려 ‘권언유착’ 사건으로 귀결

    • 검찰개혁? 자신들의 비위 수사 막기 위한 불순한 정치적 행동

    • 유시민 거짓말 = 검사 한동훈에 대한 음해 + 법치주의에 대한 저열한 공격

    “정부와 국가기관은 업무수행과 관련해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고,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어이가 없다. 그러는 본인은 자기를 좀 비판했다고 시민 진중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않았던가. 국회의원 개개인은 국가의 입법기관 아닌가?

    소장(訴狀)에 나의 죄상(?)이라고 줄줄이 적어 놓은 것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법률적 지식 이전에 아예 정상적인 문해능력을 의심하게 하는 수준의 궤변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두 명의 변호사를 쓰고도 일반인에게 패소를 하고는 “이길 수도 있지만 항소를 포기하겠다”고 아큐의 ‘정신승리법’을 시전했다.

    없는 사실로 의혹 제기한 유시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동아DB]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동아DB]

    대통령은 정부와 국가기관이 아닌 모양이다. 대통령은 자신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뿌렸다고 일개 시민을 고소했다. 비난에 못 이겨 결국 소를 취하했지만, 그 와중에도 “향후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대통령은 모욕도 못 참는데, 검사는 명예훼손까지 참으란다. 이게 말이 되는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것이 “검찰권 남용”이라 주장한다. 그 논리가 가관이다. “유 이사장은 ‘거래정보제공 사실 통보유예’가 돼 있는 사실 등을 근거로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봤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는) 계좌열람을 충분히 의심할 만한 사유에 해당한다.”



    문제는 “거래정보제공 사실”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애초에 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는데 무슨 “유예”할 “통보”가 있겠는가? 이는 유 이사장 본인이 인정했다. “단편적인 정보를 한 방향으로 해석해 충분한 사실의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제기에 필요한 “사실의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지 않은가.

    그의 궤변은 이어진다. “유 이사장은 한동훈 검사가 속한 검찰을 지칭하는 과정에서 검사 한동훈을 언급한 것이지 일반 시민으로서 한동훈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

    공무원은 일반시민이 아닌가? 그저 직업이 검사라고 해서 허위사실로 그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해도 되는가? 그런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유 이사장의 발언을 들어 보자.

    “(2019년) 11월 말 12월 초순쯤이라고 봐요. 그 당시 한동훈 검사가 있던 (대검)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노무현재단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요.”

    그가 그냥 ‘반부패강력부’라고 하지 않고 굳이 ‘한동훈’이라는 이름을 명시한 데에는 다 맥락이 있었다.

    당시 권력은 채널A 기자 사건을 빌미로 ‘검언유착’이라는 거짓 프레임으로 검찰총장을 제거하려 획책하던 중. 한동훈 검사장은 그 맥락에 ‘윤석열의 최측근’으로서 불려 나온 것이다. 그들이 벌인 공작의 내용은 ‘한동훈이 윤석열의 지시로 유시민과 노무현재단을 쳐서 총선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는 것.

    당시 유 이사장은 “검찰이 노무현재단 주거래은행 계좌를 본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제보자 지모 씨의 거짓말,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의 거짓말, 거기에 유 이사장의 거짓말이 더해져 ‘한동훈 검사장이 채널A 기자와 짜고 유 이사장을 잡아넣으려 했다’는 황당한 음모론이 졸지에 사실로 둔갑해 버렸다.

    이성윤, 한동훈에 대한 무혐의 처분 결재 거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동아DB]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동아DB]

    결국 이 음모론을 근거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까지 발동됐지만,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은 외려 ‘권언유착’ 사건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아직도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의 결재를 거부하고 있다. 여전히 공적으로는 그 거짓말이 사실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유 이사장의 거짓말로 인해 한동훈 검사장은 한동안 ‘무고한 이를 음해하는 사악한 정치검사’로 지내야 했다. 그 뿐인가? 그 누명을 쓰고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했고,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후배 검사에게 물리적 폭행까지 당했다. 두 번 연거푸 좌천되어 지방의 한직으로 밀려나 아직도 복귀하지 못한 상태다.

    이렇게 한 개인에게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고, 그 피해는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유 이사장의 발언은 정확히 당시 검찰총장과 한동훈 부장검사를 제거하기 위한 추잡한 정치공작 속에 배치되어 있었다. 이는 공인에 대한 비판과는 아무 관계없는 정치적 모략이었다. 그런데도 기소를 하면 안 된다니, 말이 되는가? 개 버릇 남 주나. 이번에도 허접한 음모론을 편다.

    “유 이사장에 대한 대선 출마가 언급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위와 같은 기소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에서 검찰의 정치적인 의도가 의심된다.”

    황당하다. 유 이사장 스스로 대선에 출마할 뜻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대선에 출마하면 면책특권이 생기는가? 김용민 의원은 여기에서 엉뚱하게 “하루빨리 검찰개혁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를 본다. 이것이 그들이 이제까지 요란하게 떠들어 온 ‘검찰개혁’의 진정한 용도다. 자기들이 불순한 정치적 의도에서 저런 불결한 짓을 저질러도 조사도 기소도 못하는 검찰. 이게 그들이 추구하는 개혁된 검찰의 상이다.

    유 이사장의 발언은 국가기관에 대한 순수한 비판이 아니었다. 이른바 검찰개혁의 명분을 쌓고, 자신들의 비위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불순한 정치적 행동이었다. 유 이사장의 거짓말은 한동훈이라는 한 개인에 대한 비열한 음해이자, 동시에 민주주와 법치주의에 대한 저열한 공격이었다.

    사소한 거짓말이 아니었다.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까지 이끌어낸 중대한 거짓말이었다. 본의 아닌 실수가 아니었다. 유 이사장은 이 거짓말을 무려 1년 넘게 지속적으로 해 왔다.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 된다. 그 죄를 철저히 물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이런 짓을 하고도 처벌받지 않고 넘어가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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