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호

“2030 부산 엑스포, 동남권에 새로운 떡시루 놓는 것”

[인터뷰] 유치신청서 제출한 박형준 부산시장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1-06-23 10: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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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메가 이벤트’

    • 중국, 2010년 ‘상하이 엑스포’ 개최 후 G2 급부상

    • 2023년 개최지 선정 앞두고 글로벌 각축전 본격화

    • 43조 원 생산유발 효과…부‧울‧경 경제 재도약 기회

    • “韓 미래 생각하면 수도권 외 발전축 추가 필요”

    • “민관이 협력하면 충분히 승산 있다”

    • 자유의 가치 지켜낸 도시, ‘대륙-해양문명 교차점’ 부산

    박형준 부산시장은 6월 23일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에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신청서를 제출한다. [지호영 기자]

    박형준 부산시장은 6월 23일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에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신청서를 제출한다. [지호영 기자]

    부산시가 ‘2030 월드엑스포’ 개최를 목표로 본격 유치 활동을 시작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3일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 한국시간은 오후 5시 30분)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제박람회기구(BIE)를 방문해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2030 부산 월드엑스포 주제는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Transforming our world, Navigating toward a better future).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기후·환경 위기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출국 전 부산시청 집무실에서 ‘신동아’와 만난 박 시장은 “월드엑스포는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라며 “유치에 반드시 성공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BIE는 2023년 11월에 ‘2030 월드엑스포’ 개최지를 확정 발표한다.

    월드컵‧올림픽과 어깨 나란히 하는 세계 3대 메가 이벤트

    엑스포는 인류의 성취와 미래 비전을 전시하는 국제 행사다. 크게 ‘등록 엑스포’와 ‘인정 엑스포’로 나뉜다. 등록 엑스포는 5년에 한 번, 최장 6개월에 걸쳐 열린다. 개최도시가 행사 부지를 제공하고, 참가국이 자비를 들여 전시관을 짓는 게 특징으로, 2030 부산엑스포가 이에 해당한다. 박 시장은 “엑스포 전시관은 자국의 기술력과 문화적 우수성 등을 세계에 알리는 무대”라며 “이 때문에 참가국들이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최고 수준의 건축 미학을 구현한다”고 소개했다.

    반면 ‘인정 엑스포’는 등록 엑스포가 열리는 사이에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개최국이 전시관을 지어 참가국에 무상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1993 대전엑스포, 2012 여수엑스포는 모두 인정 엑스포였다. 부산이 2030 월드엑스포를 유치할 경우, 우리나라 최초의 등록엑스포 개최지가 된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6월 1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한 재계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유명희 유치기획단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영주 유치위원장 내정자, 김부겸 국무총리, 문승욱 산업부장관, 구자열 무역협회장. [뉴스1]

    6월 1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한 재계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유명희 유치기획단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영주 유치위원장 내정자, 김부겸 국무총리, 문승욱 산업부장관, 구자열 무역협회장. [뉴스1]

    한국 최초의 등록 엑스포 유치 도전

    -2030년 부산에서 엑스포를 개최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등록 엑스포는 월드컵, 올림픽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큰 국제 행사로 꼽힌다. 이 가운데 경제효과가 가장 큰 건 등록 엑스포다. 중국 상하이는 2010년 엑스포 개최 후 완전히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했다. 부산도 그렇게 될 수 있다. 가덕도공항 건설, 북항재개발, 제2센텀 조성 등 현재 부산이 추진하는 각종 프로젝트와 엑스포를 연계하면 부산, 나아가 우리나라 남부권 전체가 회생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것은 부산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이다.”

    -2030 월드엑스포 개최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보는 이유는 뭔가.

    “현재 우리나라의 발전축은 수도권 하나밖에 없다. 대한민국 정도의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라면 발전축이 적어도 두 개는 있어야 한다. 일본을 보면 도쿄축 외에 오사카축, 나고야축 등이 있다. 중국도 베이징, 상하이 등 여러 도시가 각각 발전의 중심 구실을 한다. 한국도 새로운 발전축을 마련해야 할 때다.”



    -2030 부산엑스포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나.

    “물론이다. 지금까지 정치권은 선거철이 되면 표를 얻고자 ‘어느 지역에 뭘 해주겠다’는 식의 공약을 발표하곤 했다. 이제는 이 단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현재 있는 ‘떡’을 나눌 게 아니라,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직접 떡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 2030년 부산에서 엑스포가 열리면 떡시루가 우리나라에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2030년쯤 되면 북극항로가 구체화한다. 북극항로는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최단거리로 갈 수 있는 해상 운송로다. 부산은 북극항로의 기점이 될 수 있는 도시다. 이 지역 어느 도시보다 지정학적 위치가 좋다. 현재 많은 사람이 가덕도공항의 경제성에 대해 회의적 태도를 보이는데, 가덕도공항은 여객공항이면서 동시에 물류허브공항으로 기획하고 있다. 이미 부산엔 세계 2위의 환적항만도 있다. 여기에 항공과 철도가 더해지고, 2030 부산엑스포를 통해 부산의 지정학적 이점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면 부산은 세계 물류의 중심이 될 수 있다. 그러면 대한민국에 발전축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같은 국제도시가 있으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럴 경우 경제 효과는 단순히 부산에만 머물지 않는다. 부산, 울산, 경남을 넘어 대구경북, 나아가 호남권까지 연결하는 새로운 발전축이 만들어질 거라고 본다.”

    “민관이 협력하면 충분히 승산 있다”

    -부산의 개최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충분히 승산이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20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또 글로벌 통상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다. 현재 BIE 169개 회원국이 각각 한 표씩 행사해 개최도시를 정한다. 우리 정부가 가진 외교 역량에 글로벌 기업의 지원이 더해지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부산시장 취임 뒤 주요기업 관계자를 거의 다 만났다. 엑스포 개최가 우리 경제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소개하며 유치 협조를 요청했다.”

    -성과가 있었나.

    “그렇다. 국내 5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 총수 전원이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는다. 또 기업별로 각각 홍보전문가를 유치위원회에 파견하기로 약속했다. 엑스포 개최지가 되려면 그 도시가 가진 철학과 가치, 비전을 세계에 잘 알리는 게 중요하다. 시민들이 응원하고, 정부와 지자체, 글로벌 5대그룹 홍보전문가들이 함께 나서면 충분히 우리의 진정성을 알릴 수 있다고 본다.”

    박 시장은 4월 시장 취임 이후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정부 부처 등을 공식‧비공식적으로 방문해 엑스포 유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엑스포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메가 이벤트로 손꼽히는데, 박 시장 말처럼 등록 엑스포는 행사 기간(6개월)이 길어 경제 유발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등록 엑스포를 유치하면 총 200여 국가에서 5000여만 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43조 원의 생산유발과 18조 원의 부가가치가 유발되고, 또 50만 명 이상 취업유발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부울경이 대비하는 4차산업 관련해 신재생에너지와 모빌리티, 바이오 산업, 우주항공 산업의 글로벌 데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 차례 연기된 월드엑스포는 올해 10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다. 2025년 개최지는 일본 오사카다. 2030 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해 부산은 지난 4월 신청서를 낸 러시아 모스크바를 비롯해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과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는 2019년에 ‘2030 월드엑스포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확정해 부산시에 힘을 실었다. 그해 11월 범정부유치기획단이 출범했고, 유명희 산업자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단장을 맡고 있다. 유 본부장은 박 시장과 함께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이다.

    -박 시장이 생각하는 부산의 강점은 뭔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먼저 부산은 6·25 전쟁 당시 세계 25개국이 힘을 합쳐 자유의 가치를 지켜낸 도시다. 국제사회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기적을 만들었다면, 그 기점은 부산이었다. 그래서 부산은 자유의 가치에 기반을 두고 문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역사적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또 부산은 대륙문명과 해양문명의 교차점에 있는 굉장히 역동적인 도시다. 자연적 아름다움과 문화적 힘을 겸비하고 있다. 각종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역량을 갖고 있고, 현재 마이스(MICE) 컨벤션 중심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북항 개발을 통해 엑스포를 완전히 새로운 땅에서 열 수 있는 것도 부산의 강점이다. 앞으로 부산의 남다른 경쟁력을 세계에 알릴 전략을 세우고, 그것을 잘 ‘브랜딩’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마지막으로 부산 시민과 우리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해 달라.

    “2030 등록 엑스포를 유치하려면 시민들의 관심과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엑스포는 단순한 국제행사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가발전전략에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는 이벤트라고 생각하고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정치권에도 한 말씀 드리면, 엑스포 유치는 국가사업이다. 부산만의 일이 아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가 경영 방향을 논의할 때 부산, 남부권, 엑스포 얘기가 빠지면 안 된다고 본다. 우리 국민들은 향후 대선 후보나 각 정당이 엑스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눈여겨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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