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호

‘최재형 대망론’이 넘어야 할 세 갈래 가시밭길

출마 명분·인지도 약하고, 짙은 안보 색채는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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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1-07-2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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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15일 국민의힘 전격 입당, 尹과 차별화

    • 정무·공보 감각 겸비한 김영우 ‘1호 인사’

    • 野 핵심 “김종인은 崔 지지율 5% 넘는 시점 주목”

    • ‘참신함’ 앞세운 김황식 실패史 재연 가능성도

    • 안보 내건 보수색·교회 장로는 무기이자 한계

    • “지지 의원 10명, 지지율 10% ‘텐텐 전략’ 선결과제”

    최재형 전 감사원장(왼쪽)이 7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 이준석 대표와 만난 뒤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이 대표가 최 전 원장에게 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뉴스1]

    최재형 전 감사원장(왼쪽)이 7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 이준석 대표와 만난 뒤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이 대표가 최 전 원장에게 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뉴스1]

    최재형(65) 전 감사원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마치 잘 짜인 설계도를 충실히 따르는 모습이다. 최 전 원장은 7월 14일 오후 5시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을 만난 뒤 “입당 문제를 포함해 국민이 바라는 정권교체,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 숙고하겠다”고 말했다. 이내 각 언론에서 ‘입당 유력’이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최 전 원장의 속도전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권 의원을 만난 지 채 몇 시간 지나지 않은 다음 날(15일) 오전 10시. 그는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 이준석 대표를 만난 뒤 “평당원으로 입당한다”고 선언했다. 그 자리에서 이 대표 명함 뒤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당원 가입을 마쳤다. 그러면서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평생 판사만 했던 인물이라는 점이 무색하리만치 발 빠른 움직임이었다. 입당을 놓고 계속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윤석열(61) 전 검찰총장의 행보와 명확히 대비된다.

    “김영우, 더할 나위 없는 사람”

    양 주자 간 첫 수(手)도 대조된다. 윤 전 총장이 대외에 공개한 첫 번째 영입 인사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었다. 오랜 정치 분야 취재 경력을 갖고는 있으나, 정무 감각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려운 인사다. 이후에도 윤 전 총장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이상록 전 동아일보 기자, 최지현 변호사 등 정치 경험이 없는 인사들을 잇달아 영입했다. ‘신동아’ 취재에 따르면 최근 이 전 실장은 일부 야권 인사에게 캠프 합류를 타진했지만 일단 대외적으로는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는 흔적이 짙다. 대선캠프를 광화문에 꾸린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 전 원장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그는 최근 캠프 총괄 격인 상황실장에 김영우 전 의원을 영입했다. 김 전 의원은 YTN 기자 출신으로 제18~20대 총선에서 내리 3선(경기 포천)을 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시절 대변인과 수석대변인을 지내는 등 언론과의 소통에도 밝다. 원내·외 국민의힘 인사 몇몇이 최 전 원장 캠프에 추가 합류할 가능성도 높다. 최 전 원장 측은 조만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캠프 사무실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와 조직 등 실무 전략에서 두 캠프의 차별성도 도드라진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윤 전 총장에 비해 최 전 원장의 ‘출발’이 좋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소종섭 시사평론가(전 시사저널 편집국장)는 “최 전 원장이 김 전 의원을 영입했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는데, 정치 초보 처지에서 제대로 밟은 수순”이라며 “윤 전 총장 참모그룹은 너무 정치 경험이 얕은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정치도 굉장히 전문적 영역인데, 경험 많은 사람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최 전 원장이 언론 대응 능력과 정치 감각을 두루 갖춘, 더할 나위 없는 사람(김 전 의원)을 골랐다”고 평했다. 장 교수는 20여 년간 총선·대선 캠프 등을 두루 경험할 정도로 선거 실무에 밝다. 그의 말이다.

    “누구와 함께하느냐는 유권자가 후보를 지지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윤 전 총장 캠프에는 정치권 인사가 없다. 이석준 전 실장이 정책 총괄을 맡았다는데, 구체적인 정책은 누가 만드는지 모른다. 메시지는 누가 짜는지, 전략기획은 누가 담당하는지도 모른다. 윤 전 총장이 과연 누구와 함께 정치하려는 것이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 전 원장의 경우 처음부터 정치권 인사를 썼다. 이를 통해 세력을 넓혀간다면 차별성을 보일 수 있다. 향후 1~2주를 보면 최 전 원장이 어떻게 캠프를 구성할지, 윤 전 총장은 어느 정도 캠프 구성을 완료할지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이를 놓고 판단해 봐야 한다.”

    대치선도 없고 명분도 약하다

    그러나 최 전 원장 앞길은 비단길보다는 가시밭길이라는 분석이다. 그를 두고 ‘블루칩’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지만,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정체 상태고, 국민의힘 내에서 좀체 다른 주자가 눈에 띄지 않으니 일시적인 주목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 전 원장 앞에 놓인 장애물은 크게 세 뭉텅이로 요약된다. ①약한 명분 ②낮은 인지도 ③짙은 안보보수 색채.

    ①우선 명분이다. 윤 전 총장은 현직 때부터 피아(彼我)가 명확히 구별되는 대치선(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존재했다. 특히 추 전 장관으로부터 징계 청구까지 받으면서 의도치 않게 ‘반여(反與)’ 노선을 선점했다. 반면 최 전 원장은 고강도의 탈원전 감사(監事)로 관심을 받기는 했으나, 윤 전 총장처럼 핍박받는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여권 인사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7월 13일 CBS 라디오에 나와 최 전 원장을 두고 “감사원장을 중간에 그만두고 나올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 박해를 받았는가”라며 “사실 출마할 명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정권 심판의 깃발로 인식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의 가능성을 판단해볼 만한 근거가 바로 지지율이다. 최근 최 전 원장에 대한 기사량은 윤 전 총장에 버금갈 만큼 많다. 그럼에도 지지율은 아직 반등기미가 없다. 7월 15일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7월 12~13일 전국 성인 유권자 20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은 4.2%였다. 7월 13일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7월 10~11일 전국 성인 유권자 1011명을 대상으로 물었을 때에도 지지율은 4.1%로 집계됐다. 이를 포함해 각 여론조사의 추세를 보면 정치 참여를 공식화(7월 7일)한 뒤에도 그의 지지율은 2~4% 사이를 횡보하고 있다. 정치 참여 전부터 20%대 이상의 안정적 지지율을 기록한 윤 전 총장과는 경우가 다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조).

    ②낮은 인지도는 ‘최재형 대망론’ 앞에 놓인 가장 험난한 장애물이다. 인지도가 높아도 지지율은 낮을 수 있지만, 인지도가 낮으면 지지율은 절대 높을 수가 없다. 최 전 원장과 가장 비슷한 경력을 갖춘 사람으로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있다. 최 전 원장과 같은 판사 출신인 김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하다가 국무총리에 임명됐다. 이후 ‘참신한 대안’을 표방하며 2014년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했지만 정몽준 당시 후보에게 50%포인트 가까운 차로 대패했다. 단기간에 인지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탓이다.

    강성 안보, 어필하겠지만 한계이기도

    소종섭 시사평론가는 최 전 원장을 두고 “(정치 참여가) 시기적으로 늦고, 인지도도 낮고, 조직력도 없고, 정책적 준비도 되지 않았다”며 “스토리, 인품, 국가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는 높이 평가하나 정치적 파괴력을 발휘할지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가까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최근 사석에서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이 5%가 넘으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얘기하더라. 그런데 그 이후 내 주변에 물어보니 최재형을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일반 유권자에게는 아직 낯선 인물이다. 그런 사람을 ‘띄우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당내에도 ‘최재형 바람’이 불 가능성이 있어 ‘꿈틀꿈틀’ 하는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인데,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면 언제든 발을 뺄 사람들이다.”

    ③짙은 안보보수 색채는 최 전 원장에게 양날의 검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장면이 있다. 최 전 원장은 7월 12일 부친 고(故)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삼우제를 치르기 위해 국립 대전현충원을 찾았다. 삼우제가 끝난 뒤 그는 천안함 46용사, 연평도 포격도발 전사자 묘역 등을 방문했는데 이 자리에서 묵념이 아닌 거수경례를 했다. 가풍(家風) 깊숙이 내재된 안보 의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 전 원장의 부친인 최 대령은 무공훈장 3회를 포함해 6개의 훈장을 받은 전쟁영웅이다. 최 전 원장도 육군 법무관으로 3년간 복무했다.

    최 전 원장을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열쇠는 ‘신앙’이다. 그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신촌교회 장로다. 그의 아내도 같은 교회 권사다. 개신교는 한국 우파 정치의 가장 강력한 연료(燃料)다. 최 전 원장의 뚜렷한 안보보수 색채 역시 가풍과 종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이에 최 전 원장이 개신교계 기반 보수층 지지를 바탕으로 고정 지지층을 재빨리 확보할 가능성이 주목된다. 다만 이것이 대선 본선에서는 양날의 검이 되리라고 진단하는 전문가도 있다. 소종섭 시사평론가는 “강한 종교 색채와 안보보수 성향 등은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닮은 면이 있어 보인다”며 “개신교 쪽 가풍에서 연유한 강성 안보 성향은 (보수층에) 일정 정도 어필하겠지만, 그것이 또 확장성 면에서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텐(ten) 텐(ten)’이 필요하다

    대선은 막대한 자금과 조직이 필요한 정치 이벤트다. 검증 과정도 잇달아 넘어야 한다. ‘대망론’에 올라탔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나 고건 전 총리는 선거 문턱에도 가보기 전 불출마를 선언했다. 윤 전 총장 역시 검증의 칼날 위에 서서 주춤하고 있다. 세 사람 공히 최 전 원장에 비하면 초반 지지율이 돋보이게 높은 편이었는데도 그랬다.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에 조기 입당한 이유도 이런 전례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원이 된다고 갑자기 조직을 등에 업는 게 아니다. 김황식 전 총리의 실패사(史)가 이를 오롯이 증명한다. 국민의힘에는 인지도와 조직을 갖춘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가 있다. 지지율이 한 자릿수이고 당내 기반이 없는 최 전 원장에게는 녹록지 않은 경쟁 상대다. 따라서 세력화 작업을 시작하는 게 급선무라는 조언이 나온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의 설명이다.

    “최 전 원장에게는 ‘텐(ten) 텐(ten)’이 필요하다. 지지하는 의원 10명과 지지율 10% 이상이다. 그것을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내느냐가 후보선수에 그칠지, 주전선수로 뛸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가늠자다. 정교한 작업을 통해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씩이라도 지지 선언하는 국회의원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세력이 모이고,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민들도 쳐다본다. 홀로 전직 의원 한두 명 데리고 선거를 하면 그냥 지지율 5~6% 나오는 꿈나무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지세를 상층부에서부터 넓혀가야 한다.”

    #최재형 #윤석열 #국민의힘 #이준석 #신동아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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